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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유혹 ‘조건만남’의 위험한 함정

‘미성년자 성매수’ 협박에 자살…‘용돈벌이’ 나섰다가 성폭행 당하기도

정락인 객원기자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5.12(Fri) 15:00:00 | 143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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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온라인이나 채팅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한 남녀 간의 만남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이와 관련한 채팅 사이트나 채팅 앱이 속속 개설되거나 출시되는 상황이다. 지역이나 다양한 관심사를 주제로 서로 대화하거나 교류하기 위한 것이지만 점점 변질되거나 범죄에 악용되는 실정이다. 쉬운 만남, 달콤한 유혹 속에는 위험한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중국 사기 조직까지 등장

 

특히 채팅 앱 등을 통한 ‘조건만남’은 우리 사회의 심각한 세태를 반영한다. 성인남녀는 물론 10대 청소년들도 조건만남의 유혹에 쉽게 빠져들고 있다. 최근 발표된 여성가족부(여가부)의 ‘2016년 성매매 실태조사’에 따르면, 조건만남 경험이 있는 청소년 10명 중 7명은 채팅 사이트나 채팅 앱을 통해 남성들을 만났다. 이 중 37.4%는 채팅 앱, 23.4%는 랜덤 채팅 앱(불특정 상대와 채팅이나 쪽지를 주고받는 것), 14%는 채팅 사이트를 이용했다. 온라인을 통한 조건만남이 청소년 성매매의 주요 창구가 된 것을 알 수 있다.

 

© 일러스트 오상민


조건만남을 해 본 청소년의 상당수는 가출한 10대들이다. 조건만남의 이유로는 ‘갈 곳이나 잘 곳이 없어서’가 29%로 가장 많았고, ‘친구들이 하자고 해서’(16.8%), ‘타인의 강요에 의해’(13.1%) 순으로 나왔다.

 

그러나 조건만남으로 쉽게 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조건만남으로 피해를 본 청소년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돈을 못 받거나, 임신을 하거나, 성병에 걸리기도 한다. 하지만 피해 청소년 10명 중 5명은 피해를 당해도 처벌이나 주변의 시선이 두려워 신고하거나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다. 한번 잘못 빠져든 조건만남은 결국 몸과 마음이 망가지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다. 이처럼 조건만남이 온라인에서 성행하다 보니 채팅 앱은 집창촌에 빗대 ‘사이버 미아리’로도 불린다.

 

조건만남에 빠져드는 남녀가 많다 보니 이를 악용한 중국 사기 조직들까지 등장했다. 이들은 조건만남 피싱 사이트를 구축해 놓고 먹잇감을 사냥한다. 최근 경기파주경찰서는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조건만남을 빌미로 돈을 가로챈 중국 사기 조직의 국내 인출책을 구속했다.

 

피해자들은 인터넷 채팅 사이트에서 “조건만남 여성을 연결해 줄 테니 계약금을 입금하라”는 사기 조직의 말에 속아 넘어갔다. 계약금을 받으면 태도가 돌변했다. “일이 틀어져서 조건만남이 안 된다. 금융관리 쪽에 문제가 생겨 돈을 추가 입금해 일정 금액을 맞추면 문제를 해결해 한꺼번에 돌려주겠다”며 계속해서 돈을 요구했다. 피해자들은 본전 생각에 이들의 요구대로 추가로 돈을 줬다. 나중에야 사기임을 깨달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중국 사기 조직은 이런 수법으로 지난 3월20일부터 4월2일까지 피해자 24명으로부터 3200만원을 가로챘다. 인출책 김아무개씨(43·중국 국적)는 이 돈을 조직에 송금하는 형태로 전달했다.

 

 

성매수 미끼로 유인해 성폭행에 금품갈취까지

 

앞서 경기 일산동부경찰서도 3월8일 성매매를 빙자해 남성 113명으로부터 36억730만원을 받아 가로챈 중국 범죄 조직을 적발해 7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가짜 조건만남 사이트를 만들어 사회관계망인 SNS 등에 광고 글을 살포했다. 이런 방법으로 모집된 남성들에게는 선입금과 여성들의 안전보증금 명목으로 돈을 입금받았다. “조건만남이 이뤄지면 환불해 주겠다”고 추가비용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거액을 가로챘던 것이다.

 

피해자들은 주로 20~40대 직장인들이었다. 회사원 김아무개씨(32)의 경우 이런 수법에 속아 지난해 9월부터 모두 1억원을 사기당했다. 지금까지 드러난 피해자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조건만남 자체가 불법이다 보니 피해자들이 신고를 꺼려 하기 때문이다. 경찰에서는 피싱 사이트가 활개치고 있다며 조건만남 사이트에 대한 주의보를 내렸다.

 

조건만남 여성을 폭행하고 돈을 빼앗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이들의 수법은 한결같다. 먼저 채팅 앱을 통해 조건만남 여성을 접촉한 뒤 모텔 등지로 유인한다. 그런 후 성관계를 가진 다음 상대 여성을 협박해 오히려 돈을 뜯어낸다. 이런 경우 피해자 대부분은 처벌을 두려워해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4월17일 광주광역시에서는 성매수를 할 것처럼 가장해 조건만남 여성과 지인을 상대로 강도 행각을 벌인 20대 2명이 경찰에 적발됐다. 이들은 성매수를 미끼로 A양(18)을 유인해 범행을 저질렀다.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같은 모텔에 머물고 있던 A양 지인들을 폭행하는가 하면, 은행으로 끌고 가 1500만원을 대출받게 한 뒤 이를 가로채려고까지 했다.

 

지난해 3월 여고생 B양(17)은 채팅 앱을 통해 20대 유부남인 C씨를 만났다. 유사 성행위를 하고 돈을 받기로 한 조건만남이었다. 자신의 승용차에 B양을 태운 C씨는 태도가 돌변해 경찰에 알리겠다고 협박했다. 블랙박스에 대화가 녹화돼 있고, 조건만남을 하고 다니는 사실을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겠다고도 했다.

 

겁을 먹은 B양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C씨는 B양을 원룸으로 데려간 뒤 성폭행했다. 그는 집으로 돌아간 B양을 다음 날 다시 불러내 재차 성폭행했다. B양은 정신적 충격으로 자살까지 시도했고, 청소년복지센터의 도움으로 경찰에 신고했다. 비슷한 시기 충북 청주시에서는 조건만남을 위해 숙박업소에 갔던 여성(21)이 머리 등을 폭행당하고 현금 24만원까지 강탈당했다.

 

조건만남을 악용한 범죄 수법도 다양하다. 지난해 12월 경기도 의정부에서는 청소년과 조건만남을 했던 지적장애인이 “미성년자와 조건만남을 했으니 돈을 주지 않으면 다 알리겠다”는 일당의 협박을 견디다 못해 자살하는 일도 있었다. 실제 피해자는 7차례에 걸쳐 2300만원을 뜯겼다. 그는 계속되는 돈 요구에 모아둔 적금을 깼고 제2금융권에서 대출까지 받았다. 더 이상 줄 돈이 없자 결국 목을 매 자살했다. 잘못된 만남으로 인한 비극적인 죽음이었다.

 

조건만남을 하러 갔다가 절도를 당하는 일은 이제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 여성 피의자가 조건만남을 미끼로 남성을 유인한 후 피해자가 씻으러 간 사이 지갑에 있는 현금을 훔쳐 달아나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조건만남을 할 여성을 소개받는 대가로 돈을 입금했으나 여성을 소개하지 않고 잠적하는 사례도 있다.

 

온라인 상담코너를 보면 조건만남의 폐해를 간접적으로 볼 수 있다. 한 20대 여성은 조건만남으로 만난 남성에게 돈을 받고 성관계를 했다가 임신까지 했다. 임신 사실을 확인한 후 상대 남성에게 연락했으나 오히려 “죽여버린다”는 협박을 들어야 했다. 이로 인해 우울증과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2015년 4월1일 조건만남으로 만난 여중생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아무개씨가 서울중앙지법을 나서고 있다. © 연합뉴스


미성년자와의 조건만남 가중처벌 대상

 

임신 30주인 30대 초반의 여성은 출산일이 다가오면서 불안하기만 하다. 배 속에 있는 아이의 아버지가 남편인지 확실하게 알 수 없어서다. 그는 생활고에 시달리다 조건만남을 통해 20대 초반의 남성을 만났고, 성관계를 가졌다고 한다. 며칠 후 남편과도 성관계를 가졌는데 그 후 임신을 했다. 그래서 배 속의 아이 아버지가 남편인지, 아니면 조건만남 남성인지 확실하지가 않다. 이로 인해 강박장애, 공황장애, 우울증까지 와서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했다.

 

현행법상 성인남녀가 조건만남으로 성매매를 할 경우 처벌을 받는다.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제21조에는 ‘성매매를 한 사람은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의 벌금·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고 돼 있다. 성매수 남성이나 성매매 여성이 여기에 해당된다. 성인이 미성년자와 조건만남으로 성관계를 할 경우 가중처벌 대상이다.

 

강은희 여가부 장관은 “아동·청소년은 성매매를 하더라도 처벌 대상이 되는 게 아니라 상담·법률·의료 지원을 받을 수 있다”며 “성매매 권유를 받거나 벗어나고 싶을 땐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여가부 조사에 따르면, 성매매를 조장하는 모바일 앱 317개 중 87.7%가 본인인증이나 기기인증 없이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매매를 조장하는 웹사이트 108개 가운데 성인인증을 요구한 곳은 15.7%에 불과했다. 청소년들의 조건만남이 가능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현행법상 채팅 앱 자체를 규제하고 운영자를 처벌할 명확한 법적 근거가 없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무분별한 조건만남이 성행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청소년들의 조건만남을 막기 위해서는 방송통신위원회의 모니터링 강화와 운영자 처벌 등 강력한 채팅 앱 규제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조건만남 ‘성매수’ 남성들은 누구?

 

지금까지 경찰에 적발된 조건만남 성매수 남성들의 연령대는 20~40대가 주류를 이룬다. 직업은 다양했지만 직장인이 가장 많았다. 이 중에는 경찰공무원도 있었고, 교회 전도사, 심지어 초등학교 교사도 있었다.

 

경찰공무원이던 박아무개씨(37)는 2014년 11월 성매매 사건을 수사하던 도중 알게 된 청소년을 사적으로 불러내 돈을 주고 성관계를 맺었다가 파면당했다. 아동·청소년의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으로 기소된 박씨는 법원에서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교회 전도사인 A씨는 2016년 2월 채팅 앱을 통해 당시 17살이던 B양을 만났다. A씨와 B양은 ‘10만원’을 조건으로 성관계를 하기로 했다. 그러나 성관계를 가진 후 A씨는 태도가 돌변해 돈을 주지 않고 배 째라 식으로 나왔다. 법원은 A씨에게 사기죄까지 적용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지난해 10월에는 현직 기무사 소속 소령(44)이 조건만남 사이트에서 성매매를 알선하다가 단속 나온 경찰에 체포되기도 했다.

 

울산 북구의 한 초등학교 교사인 하아무개씨(39)는 지난해 11월 채팅 앱을 통해 지체장애3급의 여중생(15)과 조건만남을 가졌다가 들통이 났다. 해당 교사는 파면된 후 재판에 넘겨져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앞서 2015년 경기도 성남에서는 고등학교 교사가 조건만남으로 20대 여성을 유인한 뒤 흉기로 위협해 성폭행을 저지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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