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햇볕정책’과 트럼프 ‘압박과 개입’, 부딪힐까? 균형이룰까?
  • 김경민 기자 (kkim@sisapress.com)
  • 승인 2017.05.11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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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만의 정권 교체 바라보는 미국의 시선 주목

 

문재인 시대가 개막됐다. 참여정부 이후 10년 만에 정권이 교체된 것이다. 지난 정권에 대한 심판으로 출발한 만큼 이번 선거에 대한 관심은 국내만큼이나 해외에서도 뜨거웠다. 특히 동북아의 동맹국에 어떤 지도자가 새롭게 선출되는지에 대해 꾸준한 관심을 보여온 미국 내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미국 언론들은 향후 한미 양국의 관계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최근의 한미관계는 얼마간의 긴장과 갈등 국면에 있었다. 북핵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 한미 FTA 재협상 등 민감한 이슈가 산재했다. 하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정국과 맞물리면서 한국 정부는 그야말로 손을 놓고 있었다. 미국의 트럼프 신정부 출범 후 한반도 관련 현안에서 한국을 뺀 채 주변국끼리만 논의를 하며 ‘코리아 패싱(Korea Passing)’ 논란을 빚기도 했다. 

 

요동치는 한반도 정세 속에서 새로운 문재인 정부의 출범이 한미양국의 관계에 어떤 영향을 주게 될 것인가. 미국 언론들은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보여 온 한국 내 사드 배치문제에 대한 시각과 과거 그가 김대중․노무현 정권의 유산인 ‘햇볕정책’ 기조를 이어받을까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 사진=연합뉴스·국회사진취재단

 

 

美 언론 새 정부의 ‘햇볕정책’ 계승 여부에 촉각

 

미국 내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김대중-노무현을 잇는 진보 정치의 대표적 정치인으로 통한다. 미국 시각에서 그의 집권은 곧 인도주의적 대북정책인 ‘햇볕정책’으로의 회귀를 의미하는 것으로 비춰지고 있다. 한미 동맹관계보다 자주적 방어권을 선호하는 정권의 수립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의 대북정책을 두고 햇볕정책을 의미하는 ‘선샤인 폴리시(Sunshine Policy)’를 계승한다 해서 ‘문샤인 폴리시(Moonshine Policy)’라고 부르기도 한다. 특히 이런 문 대통령의 대북 정책 방향이 향후 트럼프 미 대통령이 내세운 ‘최고 수준의 압박과 개입’과 부딪히며 갈등을 야기할 것이란 우려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수미 테리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한국담당 보좌관은 5월9일 대선 개표 결과가 나온 뒤 미국의소리(VOA)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에 대한 워싱턴과 서울의 접근법이 다를 것이란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보수 성향의 월스트리트저널은 “북한을 압박하려는 미국의 노력이 더욱 복잡하게 됐다”며 “문 대통령의 남한이 빈곤한 북한에 인도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 햇볕정책을 추구할 것”이라고 한 정부 당국자의 말을 전하며 햇볕정책으로의 회귀를 경계했다. 

 

미국 학계와 언론계에선 한미 양국 간의 긴장관계가 강화되고 나아가 외교적 마찰까지 빚어질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미국의 핵심동맹국인 한국에 대북 화해정책을 추구하는 대통령이 선출됐다”며 북한 문제를 둘러싼 한미관계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 워싱턴포스트도 한미 관계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음을 시사했다. 한미관계 전문가인 스콧 스나이더 미국외교협회 선임연구원은 미국외교협회 홈페이지에 기고한 글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트럼프와 대화하는 법을 찾는 한편으로 한미 양국의 관계를 위태롭게 만들 수 있는 ‘버튼’을 누르지 않도록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WP “文 취임 이후 실용주의적 대북 정책으로 선회할 것”

 

한미 양국 간 실리적 ‘협조관계’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워싱턴의 아시아 전문 민간정책연구소 맨스필드재단의 프랭크 자누치 대표는 트럼프의 정책 속에 문 대통령의 대북정책이 조화를 이룰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자누치 대표는 “트럼프 정부의 대북정책인 ‘최대 압박과 개입’에서 문재인 정부는 ‘개입’을 강조하고, 미국은 ‘최대 압박’에 초점을 맞춘다면 양국의 협조관계가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문 대통령 취임 이후 기존의 대북 정책에서 보다 실용적인 방향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한미 관계가 변화할 순 있지만 그렇더라도 미국과 심각한 균열을 야기할 정도의 움직임을 보이진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선거 전인 5월2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와 인터뷰를 가진 문재인 당시 후보는 트럼프 미 대통령에 대해 “그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는 상식이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를 두고 워싱턴포스트는 “문 후보는 트럼프에 대한 독특한 견해를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로이터 통신은 한미동맹의 ‘긴밀한 공조’라는 큰 흐름엔 변화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로이터는 “한미 동맹에 있어 큰 변화가 일어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익명의 한국 관료의 말을 인용해 향후 한미 관계의 향방을 조심스레 점쳤다. 이 관료는 “(문 대통령이) 압도적인 표차로 당선됐지만 국정을 운영하기 위해선 연정을 꾸려야 한다”며 “취임 이후엔 사드 배치 전면 재검토라는 기존의 입장에 어느 정도의 수정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체된 한미관계를 개선하고 한반도 안보 문제에 진전을 보이기 위한 방안으로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한미 정상회담’을 주문하고 있다. 이른 시기에 한미 정상회담을 열어 4강 외교 재건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트럼프 대통령도 조기 정상회담에 긍정적 신호를 보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시간으로 10일 밤 문재인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했다. 청와대는 트럼프 대통령이 전화를 걸어 “미국 방문을 공식 초청하겠다. 오시면 충분한 예우를 갖춰 환영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가장 빠른 시일 내 특사 대표단을 파견하겠다”며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워싱턴을 방문해 의견을 교환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화답했다. 이에 따라 문 대통령의 방미와 임기 중 첫 번째 한미정상회담이 이르면 내달 열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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