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관 vs 이우현, 재벌 3세의 태양광 맞대결
  • 원태영 시사저널e. 기자 (won@sisajournal-e.com)
  • 승인 2017.05.12 09:16
  • 호수 143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태양광 업체 ‘兩強’ 한화큐셀과 OCI 진두지휘 ‘치킨게임’ 위기 돌파 시험대

 

한화큐셀과 OCI는 한국을 대표하는 태양광 업체들이다. 이 두 기업엔 공통점이 있다. 바로 태양광 사업을 진두지휘하는 이들이 30~40대의 재벌 3세라는 점이다.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와 이우현 OCI 사장이 그 주인공이다. 태양광 시장은 공급과잉을 겪고 있다. 관련 업계는 이미 ‘치킨게임’에 돌입한 상태다. 이러한 상황에서 김 전무와 이 사장은 각기 다른 전략으로 태양광 시장을 개척해 나가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신재생에너지 열풍이 불자 태양광 산업이 주목받기 시작했고, 과거 여러 업체들이 해당 산업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공급과잉으로 인해 태양광 기초 원료인 폴리실리콘 가격이 급락하면서, 수많은 기업들이 도산하기에 이른다. 이러한 위기 속에서도 한화큐셀과 OCI는 끊임없이 투자를 계속해 오면서 반등의 기회를 엿보고 있다.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왼쪽), 이우현 OCI 사장 © 사진=연합뉴스·뉴스뱅크

 

설비 규모 증가 승부수 던진 한화큐셀

 

한화그룹은 태양광 사업을 새로운 미래 먹거리로 삼아 2010년부터 불황에도 불구, 오히려 투자를 늘려왔다. 2010년 중국 솔라펀파워홀딩스(한화솔라원)를 인수한 한화케미칼은 2012년 당시 영업적자가 4420만 달러에 육박하던 독일 태양광 업체 큐셀을 인수하며 태양광 시장에 본격적으로 발을 내디뎠다. 한화는 이 과정에서 기초 원료인 폴리실리콘(한화케미칼)부터 잉곳·웨이퍼(한화솔라원), 셀(한화큐셀 및 한화솔라원), 모듈(한화큐셀 및 한화솔라원), 발전 시스템(한화큐셀 및 한화솔라원)으로 이어지는 태양광 사업의 수직계열화를 완성했다. 2015년에는 한화큐셀과 한화솔라원을 합병, 태양광 사업을 하나로 통합해 최적화 작업을 마친 상태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는 태양광 시장의 불황이 시작된 2011년부터 한화솔라원 기획실장을 맡아 태양광 사업을 배우기 시작했다. 김 전무는 한화큐셀 전략마케팅실장, 한화솔라원 영업담당실장을 거친 뒤, 2015년 한화큐셀 영업실장(상무)을 맡은 후 회사를 흑자로 돌려세웠다. 한화큐셀은 2011년부터 2015년 1분기까지 계속 적자를 냈으나, 2015년 넥스트라에너지와의 1.5GW 모듈 공급 계약에 따른 제품 수출에 힘입어 2015년 2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이후 2015년 12월 한화큐셀 전무로 승진한 그는 지난해 한화큐셀이 역대 최대 실적을 올리는 데 큰 기여를 했다. 한화큐셀의 지난해 매출은 24억2660만 달러(약 2조7214억원)로, 2015년 매출 18억80만 달러(약 2조195억원)보다 34.8%나 증가했다. 영업이익 역시 2억750만 달러(약 2327억원)를 기록, 2015년 7790만 달러(약 874억원)에 비해 큰 폭으로 상승했다.

 

김 전무는 미국 세인트폴고등학교와 하버드대학 정치학과를 졸업한 유학파다. 뛰어난 영어 실력을 바탕으로, 매년 ‘다보스포럼’에 참석해 태양광 산업을 전 세계에 알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태양광 전도사’라고 부르기도 한다. 현재 한화그룹의 경영권 승계 1순위로 꼽히고 있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흑자전환하면서 경영권 승계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최근 한화큐셀이 7분기 만에 적자로 전환한 것은 김 전무에게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화큐셀은 지난해 4분기 610만 달러 영업손실을 기록, 3분기 7240만 달러 영업이익에서 적자전환했다. 하반기 평균 판매단가(ASP)가 하락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재고자산평가손실과 프로젝트 일정 지연 등도 손실 요인이 됐다.

 

태양광 업체들이 최근 공급과잉에도 불구하고 생산시설을 오히려 늘리는 치킨게임에 돌입한 상황도 김 전무에게는 큰 고민거리다. 한화큐셀이 주력으로 생산하고 있는 태양광 모듈 가격도 점점 더 떨어지고 있다. 태양광 전문지 ‘PV인사이트’에 따르면, 2013년 와트당 90센트 수준이던 모듈 가격은 최근 34센트 수준으로 급락했다. 지난해 말 기준 한화큐셀 태양광 모듈 생산능력은 5.7GW로 세계 1~2위를 다투는 규모다. 모듈 가격 하락은 한화큐셀로서는 뼈아픈 상황이다. 이에 한화큐셀은 설비 규모를 늘리는 승부수를 띄웠다. 올 3분기까지 충북 진천공장과 말레이시아 공장, 중국 공장을 증설해 모듈 5.7GW 규모를 연내 6.8GW로 늘린다는 방침이다. 향후 한화큐셀이 치킨게임에서 승리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4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한 OCI

 

이우현 사장이 이끄는 OCI는 규모의 경제를 통해 위기 극복에 나서고 있다. 이 사장은 서강대에서 화학공학을 전공한 후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 와튼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를 받았다. 이 사장은 대학원 졸업 후 체이스맨해튼뱅크 등 금융계에서 경력을 쌓았다. 이후 2005년 당시 동양제철화학(현 OCI) 전략기획본부장으로 입사, 경영수업을 받기 시작했다. 2007년 OCI 사업총괄 부사장을 거쳐 2013년 OCI 대표이사 사장 자리에 올랐다.

 

이 사장은 외국계 금융회사에서 일하며 쌓은 경험으로 투자 감각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13년 사장을 맡은 이후, OCI의 주력 사업분야를 석탄화학 중심에서 태양광으로 바꾸는 데 큰 기여를 했다. 이러한 노력을 바탕으로 지난해 기준 OCI의 연간 폴리실리콘 생산량은 5만2000톤으로 독일 바커(7만8000톤), 중국 GCL(7만2000톤)에 이어 세계 3위를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이 사장 취임 후 OCI의 앞길은 순탄하지 않았다. 2013년부터 2015년까지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특히 주력 제품인 폴리실리콘 가격의 급락 영향이 컸다. 이에 이 사장은 지난해 효율적인 자본 지출을 위해 노력했다. OCI머티리얼즈와 알라모7 발전소 매각을 통해 재무 건전성을 개선했다. 아울러 OCI는 폴리실리콘 생산원가를 14% 절감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해 폴리실리콘 가격이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어려운 환경이 이어졌지만 폴리실리콘 사업에서 29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러한 노력을 바탕으로 OCI는 지난해 4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석유화학 및 카본 소재 부문 실적 정상화도 연간 흑자전환에 한몫했다.

 

또 당초 예정했던 폴리실리콘 4공장 증설 계획을 철회하고, 대신 도쿠야마 말레이시아 공장을 전략적으로 인수키로 했다. 말레이시아 공장은 연간 2만 톤 규모로, 인수를 마칠 경우 OCI의 폴리실리콘 생산 규모는 7만2000톤으로 늘어나게 된다. 이 사장은 또 카본블랙 시장 주도력 확대를 위해 현대오일뱅크와 합작사도 세운 상황이다. 그러나 향후 OCI의 앞날은 가시밭길일 것으로 전망된다. 폴리실리콘 가격이 올해 들어 다시 급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을 중심으로 한 폴리실리콘 제조업체들이 가격 주도권을 위한 증설 경쟁을 이어가면서 가격 인하를 앞당기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수출입은행은 최근 관련 보고서를 통해 지난 3월까지 kg당 15달러대를 유지하던 가격이 4월 들어서면서 13달러대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폴리실리콘 약세 시점이 지난해보다 빠르고 수급 상황도 악화돼 가격 하락폭이 지난해보다 클 것”이라며 “지난해 연중 최저 폴리실리콘 가격은 kg당 12.7달러였으나, 올해 최저치는 11달러 수준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통상 태양광 업계에서는 폴리실리콘 가격이 kg당 15달러인 경우 손익분기점으로 본다. 이를 하회할 경우 생산할수록 적자폭이 커지게 된다. 이 사장이 이번 위기를 어떻게 넘기느냐에 따라 향후 OCI의 미래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