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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이 더 기대되는 여배우 박보영

“한때 ‘러블리 여배우’ 수식어 부담…이젠 받아들이려고 해”

이예지 우먼센스 기자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5.14(Sun) 15:00:00 | 143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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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나 TV 화면 속 박보영이 ‘러블리’의 결정체라면, 실제의 박보영은 무던한 성격의 청춘이다. 영화 《과속스캔들》(2008)로 주목받았을 때도, 《늑대소년》(2012)이 대박 났을 때도, 드라마 《오 나의 귀신님》(2015)으로 ‘뽀블리’라는 별명을 얻었을 때도 그녀는 늘 덤덤했다. 인기를 체감할 틈도 없이 바쁘기도 했지만, 인기에 휘둘리지 않으려 스스로를 다독였다. 최근 종영한 JTBC 드라마 《힘쎈여자 도봉순》으로 ‘박보영 효과’를 입증한 요즘에도 마찬가지다.

 

“칭찬받는 게 어색해요. 저 스스로는 아직도 부족한 게 많다고 생각하거든요. 드라마가 인기를 얻고 사랑해 주셔서 너무 감사하지만, 이 또한 사라질 거라는 걸 알아요. 그래서 지금 인기에 일희일비하지 않으려고 해요.”

동요하지 않으려는 마인드 컨트롤은 스스로 체득한 방법이다. 2006년 영화 《비밀의 교정》으로 데뷔했을 때가 불과 17살, 철없던 시절, 연기가 뭔지도 모른 채 연기했다. 《왕과 나》 《울 학교 이티》 《과속스캔들》 《미확인 동영상》 《오 나의 귀신님》 등을 거쳐왔다. 사랑받은 만큼, 상처도 있었다.

 

배우 박보영 © 우먼센스 제공


 

‘왜 나는 연기가 늘지 않을까?’ 슬럼프에 빠져

 

“6~7년 전에 전 소속사와 분쟁이 있었어요. 영화 캐스팅을 두고 갈등이 있었는데, 그게 결국 법적 분쟁으로까지 번졌죠. 어린 나이에 감당하기엔 너무 큰일이었죠.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아요. 오히려 그 시간이 제 성장에 많은 도움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웬만한 일엔 거뜬합니다(웃음). 감정 연기를 하는 데도 도움이 되고요.”

소속사와의 갈등은 박보영의 인생에서 첫 슬럼프였다. 그 후로 몇 번의 슬럼프가 이어졌다. 스스로에게서 오는 자괴감이 슬럼프의 이유였다. ‘왜 나는 연기가 늘지 않을까?’ ‘연기는 제자리인데 부담감과 책임감만 커질까?’하는 자책 같은 거였다.

 

“그저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살 수 있는 게 재미있었고, TV에 제가 나오는 게 신기해 연기를 시작했지만, 가면 갈수록 무엇을 위해서 연기하는지, 연기가 뭔지 모른 채 습관적으로 연기했던 것 같아요. 버티고 버티다가 정신 차려보니 여기까지 온 느낌이 더 컸죠. 어느 순간에는 슬럼프가 찾아왔어요. 더 이상 연기가 재미없어 그만둬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어려서부터 이 일을 해서인지 제가 할 수 있는 다른 일이 없더라고요. 내가 좋아하는 게 뭔지도 모르는 심정, 아마 아무도 모를 거예요. 그때의 저는 최악이었어요. 마음을 다잡고 다시 ‘파이팅’하기까지 한참을 방황했어요.”

‘러블리 여배우’라는 수식어도 그녀에겐 부담이었다.

 

“사람들이 많이 기억하는 《과속스캔들》 속 저는 미혼모였어요. 아들을 지키기 위해 삐뚤어진 어두운 캐릭터였죠. 《늑대소년》에서도 병약하고 까칠했는데, 사람들은 저를 밝고 명랑한 아이로 기억하더라고요. 그래서 어딜 가나 밝은 표정으로 웃어야 했어요. 저도 지칠 때가 있고, 짜증 날 때도 있는데 티 낼 수 없었죠. 솔직히 불편했어요. 한때는 저에 대한 이미지가 왜 그렇게 만들어졌는지 이해되지 않아 사람들이 가진 고정관념을 깨려고 했어요. 빨리 어른이 되는 게 그 방법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언론과 평단, 대중이 박보영에게 환호할 때 그녀는 홀로 자신과 싸워왔던 것이다. 박보영은 영화 《돌연변이》를 통해 슬럼프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일할 수 있음에 감사하자’는 마음으로 연기하다가도 가끔 한 번씩 슬럼프가 찾아오곤 했어요. 그러던 중 《돌연변이》를 만났죠. 저예산 영화인 데다 역할이 크지도 않았는데 ‘아, 내가 이런 것 때문에 연기를 했지!’하고 깨닫게 해 준 작품이었어요. 스태프와 배우가 하나가 된다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또 사회적 문제를 꼬집는 스토리와 전개도 좋았어요. 제가 가진 달란트가 사회적으로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 늘 있었거든요. 그때부터 방송사나 영화사를 구분 짓지 않고 시나리오와 대본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게 됐죠. 작품이 괜찮다면 독립영화도 좋고 출연료가 적어도 좋아요. 그런데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이 상업성을 좇아야 하는 상황이 올까봐 걱정돼요.”

배우 박보영 © 우먼센스 제공


 

“지금 배우 박보영과 인간 박보영 균형 맞아”

 

사건이, 사람이, 시간이 그녀를 단단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부담스러웠던 사람들의 시선도 이제는 조금 익숙해졌다. 누가 알아보기라도 할까봐 고개를 푹 숙이고 다니던 예전과는 다르다. 모르는 사람에게 먼저 다가가 인사할 줄 아는 유연한 여배우로 거듭난 것이다. 박보영은 지금의 삶에 만족한다고 했다.

 

“지금이 딱 좋아요. 배우 박보영과 인간 박보영의 균형이 잘 맞는다고 생각해요. 요즘에는 산책도 자주 하고, 종종 서점에 가서 하루 종일 책을 읽기도 해요. 이 일을 하면서 잃는 것보다 얻는 게 훨씬 많다는 걸 알고 나서는 사람들이 알아보는 것 정도의 불편함은 감수해야 한다는 쪽으로 마인드가 바뀌었어요. 힘들다고 칭얼대는 저에게 친구가 ‘너는 하고 싶은 걸 하고 있잖아’라고 충고했는데 크게 와 닿았죠. 사실 저는 대중의 관심과 사랑을 먹고 사는 연예인으로 제 또래보다 많이 벌고, 덕분에 편한 삶을 살고 있거든요. 그래서 앞으로는 투정하지 않으려고요.”

 

어느덧 데뷔 10년 차가 됐다. 필모그래피가 차곡차곡 쌓였고, 더불어 내공도 쌓였다. 거듭했던 좌절이 그녀를 성장시켰을 것이다. 서른을 앞둔 박보영이 만들어갈 삼십대, 이만하면 기대되지 않는가.

 

“요즘 《서른 즈음에》라는 노래에 빠졌어요. 서른 살엔 또 어떤 일이 벌어질지 기대되면서도 무섭거든요. 나이 먹어도 궁금증을 유발하는 여배우, 어떤 작품도 주저 없이 할 수 있을 정도로 강단 있는 여배우가 되고 싶어요. 그리고 지금보다 더 저를 사랑하고 아끼는 서른 살이었으면 좋겠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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