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 개혁, 영미식 사법체계로의 전환 고려해야
  • 조해수 기자 (chs900@sisajournal.com)
  • 승인 2017.05.12 16:4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검찰 개혁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그 첫 번째 단추로서 수사권 조정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수사권 조정 논의는 “기소는 검찰, 수사는 경찰”이라는 말로 정리할 수 있다. 기소권과 수사권을 검찰이 독점하고 있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독일과 프랑스의 경우 경찰이 검찰의 수사 지휘를 받지만, 검찰은 자체 수사 인력이 없고 실질적인 수사는 경찰이 전담하고 있다. 예를 들자면, 대형 사건이 발생했을 경우 검․경 합동수사본부 식의 조직이 만들어지고 여기에서 검․경이 ‘협의’를 통해 수사를 진행한다. 검찰은 법리적 해석 등 기소를 하는 데 필요한 분야에 집중하면서, 경찰에게 이와 관련된 수사 방향 등을 제시하는 것이다. 수사 발표 등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일은 검찰이 하지만 실질적인 수사는 경찰이 전담하고 있는 것이다.

 

ⓒ 시사저널 임준선

일본은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검찰이 수사도 하고 기소도 하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 그러나 원칙적으로 1차 수사는 경찰이 전담한다. 검찰은 기소에 초점을 맞추면서 보강 수사를 하는 식으로 운영한다. 정치 스캔들 같은 대형 비리는 검찰이 전담하는 경우도 있다.

 

영국은 우리나라와 정반대의 경우다. 영국은 경찰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사회가 복잡다단해지고 첨단 사회로 접어들면서 기소 업무를 세분화․전문화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됐다. 이에 따라 1985년 기소를 전담하는 기소청을 만들었다. 여기에는 수사 담당관이 기소 여부에 대해 공정한 판단을 내릴 수 없으며, 수사권과 기소권을 한 조직이 갖고 있을 경우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 원리가 제대로 작동될 수 없다는 인식이 작용한 것이다.

 

근본적인 검찰 개혁을 위해서는 사법제도 자체를 개혁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 사법 제도는 대륙법계로 분류되는데, 이를 영미식으로 고쳐야 한다는 것이다. 대륙법 사법체계는 추상적으로 구성돼 있다. 법률에 대한 고도의 지식이 없이는 법을 이해하기 어렵다. 일반인들이 법에 쉽게 접근할 수 없는 것이다.

 

영미법 체계는 배심원들이 유무죄를 판단한다. 배심원들이 워낙 많다 보니 뇌물 등으로 매수하기가 어렵다. 또한 다수의 배심원들의 판단이 한 사람의 판사가 내리는 판결보다 진실에 더 가깝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반 시민으로 구성된 배심원들이 건강한 상식을 통해 판결을 내린다. 우리나라 역시 국민참여재판 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좀 더 파격적으로 배심원 제도를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는 견해도 존재한다. 또한 판사를 일정 경력을 갖춘 변호사 중에서 임용하고, 종신제를 도입해 판사를 한 사람은 변호사를 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찰이 수사권을 가졌을 경우 경찰에 대한 전관예우 등을 또 다른 권력 비리를 막기 위해 영미식의 치안판사 제도나 대륙법 계통의 수사판사 제도의 도입도 고려해볼만 하다. 경찰 수사에 대해서 이의가 있을 경우 본인이나 제3자가 법원에 이의제기를 하면, 판사가 직접 조사에 나서거나 상급 경찰 기관에 이첩시켜 구제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