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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 맹주’ 경쟁 끝나지 않았다

민주당·국민의당, 내년 6월 지방선거 체제 예열

김현 뉴스1 기자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5.15(Mon) 08:00:00 | 143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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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치러진 5·9 장미대선에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호남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기반으로 당선되면서 범여권에 후폭풍을 몰고 오고 있다. 특히 호남을 놓고 경쟁해 왔던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이번 선거 결과를 계기로 ‘호남 맹주’ 싸움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내년 6월 지방선거를 겨냥한 양당의 샅바싸움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민주당은 이번 대선을 통해 호남에서 압승을 거뒀다. 문 대통령은 광주 61.14%, 전남 59.87%, 전북에서 64.84%를 득표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광주 30.8%, 전남 30.68%, 전북 23.76%)에게 2배 안팎의 격차로 승리를 거뒀다. 지난해 20대 총선에서 호남 28석 중 25석을 국민의당에 싹쓸이 당했던 것을 1년여 만에 반전시킨 셈이다. 민주당 소속 한 호남 지역위원장은 “이번 대선은 단순한 승리나 패배를 넘어 민주당에 몸담은 사람들에게 생존의 문제였다”며 “우리의 정치적 생존이 달린 문제였기 때문에 호남의 모든 민주당 소속 인사들이 ‘밀리면 죽는다’는 심정으로 버티고 승리했다”고 밝혔다.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가 5월12일 오전 전남 목포시 현충공원에서 참배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이낙연·임종석·윤영찬 ‘호남 인사 챙기기’

 

특히 민주당으로선 이번 대선에서 호남 지역의 반문(反문재인) 정서와 노무현 정부의 호남홀대론을 극복하고 승리를 거뒀다는 점이 가장 긍정적인 대목으로 읽힌다. 반문 정서와 호남홀대론은 지난해 4·13 총선 당시 민주당을 가장 괴롭혔던 악재 중 악재였다. 당시 민주당은 이를 넘어서지 못했고 결국 호남에서 국회의원 3석만 얻는 참패를 당했다. 민주당 안팎에선 이 같은 반문 정서와 호남홀대론을 바닥에서부터 극복해 낸 사람은 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라는 게 중론이다. 김 여사는 촛불혁명 전인 지난해 9월께부터 매주 호남을 찾으며 지역민들과 소통했다. 문 대통령의 ‘호남 특보’라는 별칭이 붙을 정도였다. 선거운동 기간에는 아예 호남에서 살다시피 하면서 문 대통령을 대신해 그의 진정성을 전달하며 반문 정서 희석에 주력했다. 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호남 승리의 1등 공신은 김 여사”라고 촌평했다.

 

민주당은 이번 호남 대승을 계기로 호남에서 주도권을 쥐어나가겠다는 구상이다. 지금의 승기를 내년 지방선거에서 이어나가고, 나아가 21대 총선에서도 승리를 거두겠다는 의지가 보인다. 특히 정권 출범 1년여 만에 지방선거가 있는 만큼 내년 지방선거에서의 승리는 문재인 정부로선 지상과제일 수밖에 없다. 당장 문 대통령은 취임 이후 이낙연 전남지사를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하고, 전남 장흥 출신인 임종석 전 의원을 대통령비서실장에, 전북 전주 출신인 윤영찬 전 네이버 부사장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으로 임명하는 등 ‘호남 인사 챙기기’에 나섰다. 호남 압승에 대한 보답 차원이기도 하지만, 내년 지방선거에서 제기될 호남홀대론을 사전에 완벽히 차단하겠다는 포석으로 읽힌다. 호남 출신의 민주당 초선 의원은 5월12일 통화에서 “이번 대선에서 민주당의 승리로 호남홀대론이나 반문 정서가 완전히 사라졌다고 생각해선 안 된다”며 “문재인 정부에서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 언제든 되살아날 것이다.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가 진정성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 © 연합뉴스


 

국민의당, 손학규·정동영 등 대표 출마 유력

 

반면, 이번 대선에서 3위라는 성적표를 받아든 국민의당은 호남에서 완패했다는 게 더욱 뼈아픈 대목으로 받아들여진다. 지난 총선에서 전폭적인 지지로 ‘제3당’을 만들어준 호남에서 패배한 것은 큰 충격이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향후 당의 진로와 관련해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당장 당 대표와 상임선거대책위원장으로 선거를 진두지휘했던 박지원 대표가 5월10일 당 선대위 해단식에서 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 박 대표는 “100가지의 패인이 있지만 제가 모든 책임을 지겠다. 선거결과에 모든 책임을 지고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당은 당분간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운영되고 새로운 당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를 준비하면서 당을 추스르겠지만, 일각에선 탈당 가능성이 거론되는 등 경우에 따라선 당 자체가 요동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이번 대선에서 호남 완패로 지역 내 입지가 위축된 상황인 데다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를 염두에 둔 의원들의 경우, 당이 회생할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하면 민주당 합류를 선택할 가능성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당 일각에서 거론되는 바른정당과의 통합 또는 연대론이 현실화될 경우, 탈당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극단적인 상황을 점치면, 민주당으로 흡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이번 대선을 통해 호남 민심이 민주당으로 완전히 돌아선 것을 확인했다”며 “민주당이 ‘여당’이라는 날개까지 달아 지역에서부터 조직이 붕괴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국민의당은 내년 지방선거까지 당을 안정화시키면서 호남에서의 대반전을 꾀하겠다는 여론이 아직까지 다수다. 국민의당 한 중진 의원은 “호남이 안 후보가 아닌 문 대통령을 선택한 것을 존중하지만, 1년 안에 충분히 국민의당 지지가 살아날 수 있다고 본다”며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를 거둘 수 있다는 확신만 생긴다면 당은 충분히 안정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핵심 당직자도 “문재인 정부가 지금은 정권 초기라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겠지만, 여야가 충돌할 수 있는 지점들이 적지 않다”며 “그럴 경우 당의 스탠스가 중요하긴 하겠지만, 문재인 정부의 실책마저도 감싸주긴 어렵다. 야당으로서 협조할 것은 협조하되 잘못하는 것은 강력하게 대응하면서 호남 민심을 찾아오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단 국민의당으로선 향후 전당대회에서 누가 대표로 선출되느냐가 관심사가 될 전망이다. 현재 전당대회에는 손학규 전 대표, 정동영 의원, 천정배 전 공동대표 등의 출마가 유력한 상황이다. 이들은 모두 호남과의 인연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호남 맹주가 되기 위한 싸움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호남에서 새 인물을 발굴해야 한다는 여론도 적지 않아 새 인물의 부상(浮上)도 지켜봐야 할 대목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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