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재 뿌렸다는 ‘일대일로(一帶一路)’의 노림수
  • 김회권 기자 (khg@sisajournal.com)
  • 승인 2017.05.15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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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주변 국가들이 ‘공동 운명체’라는 의식을 강조해야 한다”

중국은 신(新)실크로드 경제권 구상인 ‘일대일로’(一帶一路·육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를 세계적으로 알리기 위해 야심찬 포럼을 개최한 5월14일, 북한은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며 잔치에 재를 뿌렸다. 14~15일 이틀 동안 열리는 이번 일대일로 포럼에서 중국은 60여개국과 무역협력을 꾀하며 약 8000억 위안(약 131조원)에 달하는 돈을 투자하겠다고 밝힐 정도로 공을 들인 사업이었다. 시진핑 중국국가주석이 직접 나서 '세기의 프로젝트'라고 이름 붙였지만 막상 개막날 관심은 하필 이 날 쏘아올린 북한의 미사일에 쏠렸다.

 

일대일로 포럼에는 28개국의 정상을 포함해 130여개 국의 고위급 대표단이 참석했다. 한국도 박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단장으로 한 정부 대표단을 파견했고 북한도 김영재 대외경제상을 단장으로 한 대표단을 베이징에 보냈다. 중국의 최대 국제 이벤트라고 평가받는 일대일로가 국내에서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지만 오히려 미사일 정국 때문에 부각된 측면이 있다.

 

5월14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중국의 신(新)실크로드 경제권 구상인 ‘일대일로’(一帶一路·육해상 실크로드) 포럼에 방문한 세계 각국 참가단과 함께 행사장으로 들어오고 있다. ⓒ 사진=EPA연합

 

2013년 가을부터 주장한 ‘일대일로’

 

시진핑 주석이 내세운 구상은 어떤 내용과 어떤 목적이기에 국제 사회가 베이징으로 모여 들었을까. 나눠서 보자. '일대'는 중국에서 중앙아시아, 혹은 서아시아로 이어지는 육로로 '실크로드 경제벨트'다. 여기에는 동남아시아와 남아시아까지도 포함한다고 보는 게 맞다. 중국은 중앙아시아 국가들과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등과의 협력관계를 진전시키는데 노력 중이다. '일로'는 남중국해와 인도양, 아라비아해를 거쳐 지중해에 이르는 해상 교통루트다. '해상 실크로드'다. 중국에서 중앙아시아를 거쳐 유럽으로 통하는 과거의 실크로드를 바다에서 표현한 것이다. 일로를 통해 미얀마와 스리랑카, 파키스탄뿐만 아니라 유럽의 그리스 등의 주요 항구의 역할을 중요하게 향상시키고, 이곳 항구에 중국 선박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목표다. 

 

중국이 '일대일로'를 이야기하기 시작한 것은 2013년 가을께 부터였다. 언제까지 이걸 완성하겠다는 기한을 설정해 두진 않았지만, 중국 정부는 장고려 정치국 상무위원 겸 국무원 부총리를 중심으로 지도 소조(관계 부처 회의)를 설치하고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기 시작했다. 중국과 주변 국가를 둘러싼 인프라를 건설해 무역을 더욱 진흥시키려는 시도, 그리고 이런 구상을 통해 위안화의 국제적 유통을 확산시키려는 의도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었다. 그 결실이 5월14~15일 이틀간 열린 ‘일대일로 포럼’이었다. 베이징으로 모인 세계 각국의 대표단은 중국의 일대일로 구상이 어떻게 구체화될 지에 주목했다. 

 

중국이 일대일로 구상에 동참을 요구하는 의도는 무엇일까. 일대일로는 결국 기존의 양자간·다자간 협력을 바탕으로 해 더욱 광범위한 지역적 협력을 추진하는 정책이다. 중국이 정해놓은 어떤 특정한 목표를 달성하려는 것 보다는 일대일로를 추진하는 과정을 통해 중국을 중심으로 광범위한 지역의 일체성을 높이는데 그 목적이 있다. 예를 들어 시 주석의 이런 생각이 드러난 발언은 2015년 3월 아시아의 다보스포럼이라고 불리는 보아오 포럼에서 나온 적이 있다. 당시 시 주석은 연설에서 "중국과 주변 국가들이 '공동 운명체'라는 의식을 강조해야 한다"면서  "일대일로는 이런 의식의 공유를 위해 중요한 견인차 역할"이라고 말했다. 

 

특히 '일로'는 직접적으로는 해상 교통망을 정비하겠다는 얘기다. 이건 원유 수송 루트 확보와 항만에 대한 투자가 주된 내용이지만, 남중국해, 인도양 등의 해상교통 안전보장과 밀접하게 관련 있다. 태평양, 인도양을 넘어 지중해로도 진출하고, 동시에 미국의 영향력을 줄이는 것이 큰 틀의 계획으로 중국의 해양 강국 전략의 일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동시에 중국 내 국토 개발 계획과도 맞닿아 있다. 급격한 기세로 상승하던 중국의 경제 성장이지만, 내륙과 해안 지역의 경제 격차가 커지고 있고, 따라서 강한 경기 부양책을 요구받고 있다는 사정이 깔려 있다. 여기에 경제가 성장하면서 '대국'이 되고 싶다는 열망도 일대일로 구상을 떠받드는 정서적 지지대다. 

 

ⓒ 시사저널

 

 

막상 일대일로 주변국 투자는 줄어들어

 

하지만 서구권에서는 이런 중국의 일대일로 구상이 선전에 치우쳤다고 비판한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여러 지표를 인용하며 "경제이익 추구와 지정학적 전략이라는 의미를 동시에 지니고 있는 '신 실크로드'에 기업이 가세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드는 데이터"라고 보도했다. 중국 상무부의 데이터에 따르면 일대일로 주변 국가에 대한 중국의 직접 투자는 2016년 전년 대비 2%가 감소했고 2017년에는 18%나 감소했다. 중국의 대외 직접 투자가 전년에 비해 40%나 증가하며 사상 최고치를 갱신하는 상황 속에서 일어난 투자 감소였다. 특히 지난해 주변국 중 최대 투자처는 이미 높은 수준의 인프라를 가진 고소득 국가인 싱가포르였다.

 

매번 변하는 대(對)중국 국제 환경도 일로일대의 장애물이다. 특히 해상을 둘러싼 '일로'의 중요 거점마다 상황이 달라지면서 개별 문제 대응에 쫓기는 모양새다. 예를 들어 스리랑카, 그리스에 들어섰던 새 정권과 중국은 관계가 썩 좋지 않다. 동남아 국가들은 남중국해서 중국의 위협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중국의 정치적 영향력 탓에 겉으로는 협력하더라도 속으로는 경계하는 곳이 적지 않다. 인도는 과거부터 중국 함선의 통항에 신경을 곤두세웠던 국가다. 게다가 스리랑카. 파키스탄에 접근하고 있는 중국의 행보를 철저히 경계하고 있다. 개별 나라마다 변하는 중국에 대한 협력과 경계의 움직임은 중국만의 노력으로 해결할 수 없는 골치 아픈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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