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 이름? ‘도널드’는 절대 안 돼”
  • 김경민 기자 (kkim@sisajournal.com)
  • 승인 2017.05.16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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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2016년 인기 이름 리스트’를 통해 본 아이 이름 짓기

당신과 사랑하는 배우자와의 사이에 아이가 태어났다. 아이의 이름을 뭐라고 지으면 좋을까?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어느 부모라도 논란을 불러일으킬만한 이름이나 부정적인 이미지를 담을 만한 이름은 피하고 싶을 테다. 

 

미국의 부모들도 마찬가지인가보다. 그래서일까. 지난해 미국에서 새로 태어난 아이들 이름 가운데 ‘도널드(Donald)’란 이름은 인기 하한가를 쳤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연상케 하는 이름이다. 

 

도널드란 이름은 올해 미국 사회보장국(Social Security Administration)이 발표한 ‘2016년 인기 이름 리스트’에서 전년도 대비 45단계 하락했다. 사회보장국은 매년 미국 내에서 많이 사용된 이름 1000개의 순위를 발표하는데, 도널드는 2015년 443위에서 지난해 488위로 하락했다. 

 

ⓒ Pixabay

도널드란 이름의 하향세는 오래된 것이었다. 사회보장국 리스트에 따르면 이 이름은 1935년부터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보여 왔다. 아이러니하게도 도널드란 이름이 세계에서 가장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는 자리에 오른 해에, 이름 순위는 역대 최저점을 찍고 말았다. 2016년 미국에서 태어난 390만여 명의 신생아 가운데 단 621명(0.01%)만이 도널드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미 공화당 내 대통령 경선을 거쳐 올해 1월20일 제45대 미국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일부는 이런 이름 순위의 변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 변화를 읽어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FBI 국장 해임 사태를 겪으며 국정 운영 지지율이 40% 이하로 추락했다. 코미 FBI 국장을 해임한 트럼프의 결정에 대해 지지하는 층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지만, 어쨌든 그가 전 세계에서 논쟁적 인물로 떠오른 것만은 분명한 상황이다. 

 

육아전문가 로라 와튼버그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부모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충성스런 지지자라고 하더라도 자식의 이름을 도널드라고 붙이진 않을 것”이라며 “부모 입장에선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는 이름은 피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여자 아이 이름에서 ‘케이틀린’이 사라진 이유 

 

이처럼 부모들이 아이의 이름을 지을 때 논란이 됐던 유명인의 이름을 피하고자 하는 경향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는 또 있다. ‘케이틀린(Caitlyn)’이란 이름이다. 미국 육상 금메달리스트였던 부르스 제너는 2015년 자신이 트랜스젠더임을 공개해 화제가 됐다. 성전환수술을 한 그는 여성의 모습으로 변한 채 패션잡지의 커버를 장식했다. 새롭게 여성으로 태어난 그의 이름은 케이틀린 제너였다.

 

2014년까지만 해도 여자아이 인기 이름 순위 톱300에 올랐던 케이틀린은 2016년 아예 톱1000에서 자취를 감췄다. ‘케이틀린’으로 발음이 되는 모든 이름이 인기 순위에서 사라진 것이다.

 

반대의 경우도 있었다. 남자아이 이름 가운데 ‘카일로(Kylo)’는 2015년 3359위에서 2016년 901위로 껑충 뛰었다. 전년대비 2459계단이나 상승한 셈이다. 업계에서는 2015년 개봉한 영화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의 영향으로 보고 있다. 이 영화 속 악역으로 나온 카일로의 인기가 반영된 순위 변동이란 설명이다. 

 

영화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의 등장인물 '카일로 렌' ⓒ sillygwailo/flick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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