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노믹스’가 문재인 정부의 동력 좌우한다
  • 박준용 기자 (juneyong@sisajournal.com)
  • 승인 2017.05.17 09:45
  • 호수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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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성공적 경제지표 위한 핵심 키워드 네 가지

 

‘준비된 대통령’이 ‘성공한 대통령’ 되려면

문재인 대통령이 성공하기 위한 분야별 당면 과제 

 

1945년 일제강점기가 끝난 이후의 대한민국 현대사는 반목과 분열로 얼룩져왔다. 민주주의와 사회주의가 대립하게 된 한반도의 이념·지리적 상황은 이념과 지역, 세대 간 갈등의 주요 원인이 됐다. 이런 갈등을 숙주 삼아 기생하는 정치인들이 늘어났다. 한국 사회는 둘로 셋으로 쪼개졌다. 경제가 급속도로 발전한 이후에는 빈부 격차까지 더해지면서 갈등을 부추기는 요인이 늘어만 갔다. 1948년 이승만 대통령이 대한민국 정부 초대 대통령으로 취임한 이후 70년 동안 11명이 대통령직에 올랐다. 모두 “국민통합”을 외쳤다. 그럼에도 누구도 실패한 대통령이란 ‘오명’을 피해 갈 수는 없었다. 대통령 개인의 역량 탓도 있을 수 있지만, 분열된 사회 속에서 대통령 한 사람의 힘만으로는 성공적으로 ‘직(職)’을 수행하기는 쉽지 않았다. 급기야는 현직 대통령이 헌정 사상 처음으로 대통령직에서 파면되고 구속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혹자는 현재의 상황에서 어두운 대한민국의 현실을 봤고, 혹자는 살아 있는 민주주의의 힘을 봤다고 말한다. 이런 갈림길 앞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대한민국 19대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이번 대선에서 유권자들이 압도적인 차이로 문재인 대통령을 선택한 것은 그가 다른 어떤 후보보다도 ‘준비됐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런 유권자들의 기대가 전혀 허황된 것은 아닐지 모른다. 문 대통령은 인권변호사를 하면서 우리 사회 곳곳의 소외된 이웃들과 함께 했다. 이를 통해 서민들의 애환을 비교적 잘 이해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문 대통령은 참여정부에서 민정수석과 비서실장을 역임했다. 참여정부는 ‘공’만큼 ‘과’도 많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문 대통령은 참여정부가 남겨놓은 부채가 무엇인지 잘 알고 있다. 참여정부의 ‘과’를 반면교사 삼는 그는 어느 후보보다 준비되었다는 평가를 받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하지만 이는 유권자들이 상상하는 가장 좋은 그림일 뿐 현실은 만만하지 않다. 당장 그의 앞에 놓인 과제들이 적지 않다.

 

일단 청년실업·비정규직으로 대표되는 민생고 해결이 시급하다. 여기에 정치·사법·경제 각 분야의 적폐를 이번에도 척결하지 못한다면 또다시 지난 과거를 되풀이할 것이라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여기에 핵과 개성공단 폐쇄 등으로 경직돼 있는 남북문제도 풀어야 한다. 자국 우선주의의 목소리가 강해지고 있는 미국과 중국, 일본 등 동북아 주요 국가들과의 관계도 재설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러한 모든 사안의 해법을 놓고 갈라져 있는 다양한 의견을 어떻게 통합할 수 있을지는 문 대통령에게 주어진 숙제다. 과연 문 대통령은 전임자들과는 달리 성공한 대통령이란 평가를 받을 수 있을까.

 

기로에서 대한민국의 새로운 대통령으로 첫발을 내디딘 문 대통령에게 가장 중요한 시기는 취임 직후다. 그가 과연 어떤 사람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어떤 사회적 문제에 관심을 두느냐에 따라 많은 국민이 희망을 가질 수도 불안감을 느낄 수도 있다. 시사저널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문 대통령이 성공한 대통령으로 임기를 마치길 바라며, 대통령이 특히 관심을 갖고 해결해야 할 과제를 분야별로 짚어봤다. 박혁진 기자 phj@sisajournal.com​

 

5월10일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시작과 동시에 한 가지 기록을 남겼다. 바로 역대 정권 중 코스피(KOSPI)지수가 가장 높은 상황에서 시작하는 정부라는 점이다. 5월10일 코스피는 한때 2323.22까지 올랐다. 코스피가 2300을 넘은 것은 한국 증시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새 정부 초기 한국은 매력적 투자처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 대선 종료가 투자자에게 안정감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역대 정권에서 이어진 ‘허니문 랠리’도 이런 기대를 키운다. ‘허니문 랠리’란 새 정부 출범 때마다 정책의 불확실성이 줄어 주가가 오르는 현상이다. 13대 노태우 대통령 때부터 18대 박근혜 대통령 때까지, 정권 초기 코스피는 오름세를 보였다. 대통령 임기 1년 차에 코스피지수는 평균 23.18%, 임기 2년 차에는 평균 26.18% 증가했다. 지기호 케이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역대 대통령 취임 후 평균 1~2년 차 코스피 수익률이 좋은데, 이는 새 정부의 적극적인 경기부양 정책과 글로벌 경기가 때마침 확장국면이었기 때문”이라면서 “코스피는 기업실적 개선과 삼성전자 자사주 매입 재개 등의 이유로 최고치를 기록할 전망이다”라고 분석했다.

 

© 국회사진취재단

증시뿐 아니라 대다수 국내 경제지표도 개선 조짐을 보인다. 한국금융연구원은 4월, 올해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5%에서 2.8%로 높였다. 같은 달 한국은행도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5%에서 2.6%로 올렸다. 한국개발연구원(KDI)과 국제통화기금(IMF)도 마찬가지다. KDI는 2.4%의 전망치를 2.6%로 수정했다. IMF는 2.6%의 전망치를 2.7%로 올렸다. 소비심리 회복도 눈에 띈다. 올해 4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1.2다. 3개월 전인 올해 1월 소비자 심리지수가 93.3이었던 것에 비하면 가파른 상승세다. 이에 대해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어느 정권이든 출범 초기에는 추진력 있는 경제 활성화 정책을 폈다. 실제로도 내수 회복에 도움이 되면서 집권 2년 차 때부터 실질 GDP 증가율이 상승하는 경향을 보였다”면서 “이번 정부의 경우는 빨라진 대선으로 인해 그 효과가 앞당겨져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렇게 여러 경제지표는 정권 초기 ‘허니문’을 말하고 있다. 하지만 경제 분야의 ‘허니문’은 새 정부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경기 회복기에 집권한 만큼 ‘회복의 불씨’를 꺼뜨릴 경우 즉각 비판의 중심에 설 수 있는 탓이다. 문 대통령이 경기회복을 잘 이끌어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 위해선 무엇부터 해야 할까. 경제 전문가들은 네 가지 선결과제를 꼽았다.

 

 

■첫째, 서민 실질소득 증대

 

저소득층의 실질소득 증대는 경기회복의 견인차 역할을 한다. 소비심리 개선과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실질소득 증대는 ‘소득주도 성장론’을 제시한 문 대통령이 가장 먼저 챙겨야 할 과제로 꼽힌다.

 

최근 13년간 저소득층의 실질소득은 제자리걸음을 했다. KDI가 4월 조사한 바에 따르면, 소득 하위 20% 계층의 월평균 실질소득은 2003년 123만원에서 2016년 143만원으로 20만원만 늘었다. 같은 기간 소득 상위 20% 계층이  646만원에서 825만원으로 179만원 증가한 것과 대조적이다. 당장 정부가 저소득층 실질소득 확대와 관련해 결정할 수 있는 일은 내년인 2018년의 최저임금 대폭 인상이다. 이듬해 최저임금은 일반적으로 전년 6월말까지 결정된다. 문 대통령은 매년 최저임금을 10% 이상 인상하겠다고 공약했다.

 

권오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경제정책팀장은 “저소득층의 실질소득 회복을 위해서 당장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게 중요하다. 바로 내년의 최저임금 인상 결정이다. 최저임금은 정부의 의지만 있으면 인상률을 높일 수 있다”면서 “그 이후 공공 일자리 81만 개 확충을 통해 저소득층 소득을 끌어올리면 긍정적 경제 효과를 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박형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일자리창출’ ‘소득기반성장’ 등 가계의 소비 여력 확충에 직접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정책들이 차질 없이 추진된다면, 소비를 비롯한 내수 부문의 회복 기반이 마련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둘째, 가계 빚 부담 해소

 

서민 소득이 늘어도 과제는 남는다. ‘빚 부담’이다. 가계부채가 과중하면 소비자의 지갑은 열리지 않는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12년 말 133.1%에서 2016년 9월말 151.1%까지 올랐다. 2016년 말 기준 가계대출은 총 1344조3000억원이다. 사상 최대치다. 특히 대출금리 부담이 높은 제2금융권 빚이 가계를 빠르게 조여오고 있다. 은행권 가계대출은 2016년 1년 사이 9.5% 늘었는데, 제2금융권 가계대출은 17.1%나 증가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가계부채를 직접 챙길 것이라 공약했다. 대부업 등의 최고이자율(27.9%)을 이자제한법에 따른 이자율(25%)로 내리기로 했다. 또 정부는 △취약계층에게 채무탕감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기준으로 가계부채 총량 관리 등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권오인 팀장은 “가계부채 중 제2금융권 비중이 상당히 늘고 있다. 미국에서 시작된 금리인상이 본격적으로 국내에 영향을 미치면 가계 이자부담이 큰 문제로 다가올 것이다. 정부는 제2금융권 가계대출을 어떻게 줄여나갈지에 중점을 두고 먼저 정책을 선별해야 한다. 이자제한법 등이 대표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셋째, 재벌 독식 경제구조 개혁

 

재벌 독식의 경제구조도 선결과제로 꼽힌다. 한국에서 10대 그룹 편중현상은 심화하고 있다. ‘재벌닷컴’에 따르면, 2015년 기준 10대 그룹(금융 제외)의 보유자산은 1144조4000억원이었다. 이는 한국 전체 기업 자산(4204조4000억원)의 27.22%에 달한다. 재벌 총수 일가는 압도적 경제력을 활용해 편법적 자산 증식·상속에도 열을 올린다. 대표적인 사례가 일감 몰아주기다. 경제개혁연구소가 2016년 집계한 보고서를 보면, 10대 재벌 중 민간기업(포스코·현대중공업)을 뺀 8개 기업 총수 일가는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26조2128억원을 얻었다.

 

문 대통령은 ‘4대 재벌(삼성·현대차·SK·LG)’ 위주 개혁을 공약한 바 있다. 공약 실현을 위해 문 대통령이 법 개정 없이도 실현할 수 있는 재벌개혁 조치를 우선 단행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대통령이 즉시 할 수 있는 게 두 가지다. 이를 통해 재벌개혁의 물꼬를 틀 수 있다. 첫째는 공정거래법상 시행령을 손보는 일이다. 공정거래법 23조의2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는 실효성이 없게끔 시행령이 만들어졌다. 이를 바꿔서 일감 몰아주기 실효성을 높일 수 있다. 둘째로 보험업법의 맹점을 우선 해결할 수 있다. 현행 보험업법에서는 보험사가 계열사 주식·채권 중 총자산의 3%까지만 가질 수 있게 규제한다.

 

하지만 현재 금융 당국이 이를 감독할 때 분모인 총자산은 시가가 반영된 금액, 분자인 주식 소유금액은 취득원가를 기준으로 한다. 이로 인해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보유가 편법적으로 허용되고 있다. 정부는 이 기준을 즉시 바꿔 규제에 나설 수 있다”고 지적했다.

 

 

■넷째, 중소기업이 주도하는 ‘4차 산업혁명’

 

‘중소기업 천국을 만들겠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4월 중소기업 정책 강연회에 참석해 방명록에 이런 글을 남겼다. 하지만 ‘중소기업 천국’의 길은 멀다. 한국 창업 환경은 열악하다. 우선 성공률부터 저조하다. 통계청 발표를 보면 2013년 창업한 기업 중 2년 이상 생존한 비율은 절반에 미치지 못하는 47.5%였다.

 

창업 실패 후 재기도 어렵다. 창업에 실패한 뒤 재도전하는 사람은 열 명 중 한 명도 되지 않는다. 실패한 창업자가 회사 빚을 모두 짊어지는 ‘연대보증’ 제도가 사실상 작동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이런 환경에서 중소·벤처 기업 주도로 4차 산업혁명을 준비해야 하는 것도 문 대통령 앞에 놓인 과제다.

 

정부는 △중소기업 특별대출지원 △연대보증제도 폐기 △중소기업 고용 지원을 통해 중소·벤처 기업 ‘패자부활’에 힘쓰겠다는 입장이다. 또 문 대통령은 ‘미래 먹거리’를 위한 규제 개선에도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김문겸 숭실대 중소기업대학원장은 “법인 연대보증 제도 등 창업자의 ‘패자부활’을 막는 요소들은 정부가 먼저 해결해야 한다. 이명박 정부 때부터 얘기가 나왔는데 고쳐지지 않았다. 창업자의 ‘도덕적 해이’에 대한 우려도 있지만 이를 걱정해 ‘창업자 패자부활’을 막는 것은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격’이다”면서 “중소·벤처 기업 주도로 ‘미래 먹거리’를 찾기 위해서는 정부가 플랫폼 역할을 하며 규제를 네거티브(명확한 금지사항 밖의 행위는 모두 허용하는 규제 방안) 방법으로 전환하는 것이 선결과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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