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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비 오는 날에는 커피가 더 당길까

[구대회의 커피유감] 육식 뒤엔 아메리카노, 된장·김치찌개엔 카페라테 음식·기후·컬러와 커피의 궁합

구대회 커피테이너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5.19(Fri) 13:30:00 | 143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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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는 언제 가장 맛있을까? 동일한 품질의 커피라도 당시의 날씨·계절·음식·상황에 따라 맛과 향이 다르게 느껴진다. 이것은 단지 심리적인 원인 때문만은 아니며, 일부는 과학적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비가 오는 날이면, 유독 커피향이 진하게 느껴졌던 경험이 누구나 있을 것이다. 평소 같으면 그냥 지나쳤을 커피 집인데, 구수하고 달달한 커피 향에 이끌려 들어간 카페에서 즐기는 한 잔의 커피는 일상의 작은 행복이 된다. 왜 비 오는 날이나 습도가 높은 날에는 커피향이 평소보다 강하게 나는 것일까? 이유는 공기 중에 미세한 물방울이 더 많기 때문이다. 원두를 분쇄하거나 커피를 추출할 때 비산하는 냄새 분자가 비가 오거나 습도가 높은 환경에서는 콧속에 잘 달라붙어서 커피향을 더 잘 맡을 수 있는 것이다. 어느 시인의 시집 제목이기도 한 ‘비 오는 날에는 커피향이 더 좋다’는 단지 심리적인 이유만이 아닌 과학에 근거한 합리적인 제목이었던 것이다.

 

 

 

겨울보다 여름에 커피 장사 더 잘된다

 

커피 잔을 유심히 본 적이 있는가? 겉은 흰색·검은색·갈색 등 다양한 색이지만, 내부는 대개 흰색이다. 간혹 잔 내부도 검은색으로 된 잔이 있기는 하나, 테이크아웃 컵은 예외 없이 내부가 흰색의 종이로 되어 있다. 그렇다면 왜 커피 잔과 테이크아웃 컵의 내부는 흰색으로 되어 있는 것일까? 커피를 흰색 잔이나 컵에 담으면 커피의 짙은 갈색과 대비되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커피가 더 진하게 느껴지고, 시각적으로 커피가 더 맛있어 보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카페는 더운 여름에 장사가 잘될까, 아니면 추운 겨울에 잘될까? 아마 카페를 해 본 경험이 없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커피는 추울 때 더 생각나니까 겨울이라고 답할 것이다. 그러나 이는 틀린 답이다. 적어도 두 가지 이유 때문에 겨울보다 여름에 카페의 매출이 높아진다. 이유는 아이스(Ice) 메뉴가 핫(Hot) 메뉴보다 가격이 500원 정도 비싼 데 있다. 그리고 여름에는 평소 커피를 잘 마시지 않는 사람들까지 무더위를 식히기 위한 시원한 음료로 커피를 마시기 때문에 주문량 자체가 겨울보다 많아진다. 필자가 운영하는 카페의 경우, 여름철인 6~8월이 겨울철인 12~2월보다 20~30% 정도 매출이 더 높게 나온다.

 

카페에서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무엇일까? 매장에 따라 다소간의 차이는 있지만, 아메리카노가 단연 높다. 필자는 단일 매장에서 2016년 한 해 동안 약 11만 잔의 커피를 팔았는데, 이 가운데 아메리카노가 전체 판매량의 약 45%인 약 5만 잔에 달했다. 거의 절반에 가까웠다는 얘기다. 이를 반영이라도 하듯 최근 시중에는 원두를 선택할 수 있는 아메리카노만 파는 매장도 생기고 있다. 여러 대의 그라인더를 구비해 놓고, 고객이 여러 원두 중 한 가지를 선택하면 그것으로 에스프레소를 추출해 아메리카노를 만들어준다. 그다음으로 인기 있는 메뉴는 카페라테인데, 전체 판매량의 약 16.6%를 차지했다. 아메리카노와 카페라테만으로도 전체 판매량의 약 62%를 올렸으니 두 메뉴가 카페의 기본 메뉴임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라 하겠다.

 

병원 진찰 후 약을 처방받을 때 병명에 관계없이 거의 항상 듣는 말이 있다. ‘약 복용 중에는 술과 커피를 피하세요’라는 말이다. 술은 이해가 가는데, 왜 커피를 마시지 말라는 것일까? 커피의 성분 중 하나인 카페인이 약리작용을 방해하거나 부작용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또한 처방받은 약에는 적건 많건 간에 카페인이 포함되어 있을 수 있다. 남과 여, 그리고 체중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건강한 성인의 1일 카페인 허용치는 300~400mg이다. 커피 한 잔에 약 100mg의 카페인이 들어 있다고 가정하면 하루에 서너 잔은 괜찮은 것이다. 그러나 약을 복용 중인 상태에서 커피까지 마시면, 카페인 과다로 몸에 무리가 가고 병으로부터 몸이 회복하는 데 어려움이 따른다. 이런 이유로 약 복용 중에는 커피를 마시지 말라는 것이다.

 

 

남자는 캐러멜 마키아토, 여자는 카페모카

 

남녀 간에도 커피 기호에 차이가 있을까? 큰 차이가 있다. 대개 남자는 아메리카노를 선호하고, 여자는 우유가 들어간 카페라테를 많이 찾는다. 재미있는 것은 남자는 달콤한 캐러멜 소스가 들어간 캐러멜 마키아토를, 여자는 달달한 초코 소스가 들어간 카페모카를 더 좋아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필자의 카페에서 캐러멜 마키아토를 주문한 사람 가운데 7할은 남자였고, 카페모카를 주문한 사람 가운데 8할은 여자였다.

 

카페에 남자 두 명 이상이 오는 경우와 여자 두 명 이상이 오는 경우, 메뉴 주문 시 어떤 차이를 보일까? 놀랍게도 남자 두 명이 오는 경우, 8할 이상은 동일한 메뉴를 주문한다. 반대로 여자 두 명이 오는 경우, 9할 이상이 서로 다른 메뉴를 주문한다. 필자는 남자의 이런 행동의 원인이 군대라는 특수한 집단에서의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요즘 많이 변하고는 있지만, 아직도 카페에 남자 여럿이 함께 오면 한 사람이 계산하는 경우가 많다. 더구나 계산하는 사람이 연장자인 경우, 메뉴 선택 시 계산하는 사람의 의견이 더 지배적으로 작용하곤 한다. 반대로 여자들은 군대 경험이 거의 없어 개성이 상대적으로 존중되고, 커피조차 더치페이가 일반적이어서 메뉴 선택 시 본인의 기호에 맞는 것을 고르는 것이 아닐까 한다.

 

어떤 음식을 먹었느냐에 따라 입에 당기는 커피가 따로 있을까? 이에 대해 필자는 수많은 고객과의 대화를 통해 알게 된 사실이 몇 가지 있다. 기름진 음식을 먹었을 경우, 아메리카노와 에스프레소가 어울린다는 것이다. 특히나 고기를 배불리 먹었다면, 여간해서는 우유가 들어간 카페라테나 초코 소스까지 가미된 카페모카를 찾는 이는 거의 없을 것이다. 된장찌개나 김치찌개를 먹었다면 어떨까? 우리 음식 특유의 칼칼함이 느껴지는 음식 뒤에는 카페라테와 아메리카노 모두 잘 어울리나, 그중에서도 고소함과 부드러움이 매력적인 카페라테가 더 입에 착 감긴다. 이를 필자는 커피 페어링(Coffee Pairing)이라고 한다. 해석하면 커피와 잘 어울리는 음식 정도가 되겠다.

 

점심을 가볍게 먹고 난 오후 4시, 비까지 얌전하게 내리는데 고소한 커피향이 솔솔 풍기는 카페 옆을 지나고 있다면, 카페 문을 열고 들어가라. 창가에 앉아 즐기는 따뜻한 카페라테 한 잔은 적어도 커피가 식기까지 10여 분간, ‘이 순간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이구나’라는 생각을 느끼게 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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