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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클레이튼 커쇼 “류현진의 체인지업이 그리웠다”

[이영미의 생생토크] 메이저리그 ‘최고의 투수’ LA 다저스 ‘부동의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 미국 현지 인터뷰

이영미 스포츠 칼럼니스트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5.19(Fri) 16:56:26 | 143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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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 팬들은 그를 ‘인간계(人間界)’가 아닌 ‘신계(神界)’에 속한 투수라고 부른다. 현역 메이저리그 투수들 중 단순히 ‘최고의 선수’가 아닌 ‘우주 최강’이라 불리는 그는 2016 시즌까지 사이영상 3회, MVP 1회를 수상했다. 2012년에는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많은 선행을 베푼 선수에게 주어지는 로베르토 클레멘테상을 최연소로 수상했을 만큼 인성과 야구 외적인 생활에서도 매우 훌륭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 당시 그는 로베르토 클레멘테상을 수상하면서 ‘사이영상보다 더 뜻깊은 상’이라는 명언을 남겼다. 등번호 22번, LA 다저스 부동의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다. 커쇼는 2016년까지 통산 1500이닝 이상 던진 100년간의 선발투수 중 가장 낮은 평균자책점(2.37)과 내셔널리그와 아메리칸리그 통틀어 메이저리그 최초의 4년 연속 평균 자책점 1위를 기록했다(2013년부터 2016시즌까지 평균자책점 1.83-1.77-2.13-1.69). 파고 또 파도 미담만 존재하는 커쇼의 야구와 인생에 대해 직접 들어봤다.

 

5월10일 LA 다저스타디움에서 펼쳐진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의 원정 경기가 끝나자마자 그날 공을 던진 투수들 외에 다른 선수들은 곧장 사복으로 갈아입고 퇴근 준비를 서둘렀다. 클럽하우스에서 가장 빨리 나오는 이가 류현진, 그리고 클레이튼 커쇼 순(順)이었다. 이들은 선수들이 이용하는 전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주차장으로 이동한다. 7년에 2억1500만 달러(약 2200억원)로, 1년 연봉이 300억원 정도 되는 커쇼의 옷차림은 지극히 평범한 ‘아저씨’ 수준이다. 반바지에 슬리퍼, 그리고 거꾸로 쓴 모자를 하고 다니는 그를 보고 누가 300억원의 연봉을 받는 메이저리그 최고의 투수라고 생각할까. 1988년생으로 류현진보다는 1살 아래지만 두 선수는 친구처럼, 형·동생처럼 매우 가깝게 지낸다. 동고동락(同苦同樂). 그 둘의 관계를 표현하는 가장 적합한 말이다.

 

클레이튼 커쇼와의 인터뷰는 여러 차례 나뉘어 진행됐다. 경기 전 자신이 갖고 있는 ‘루틴’을 정확히 지키는 터라 그 틈을 파고 들어가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마냥 사람 좋을 것 같은 그도 경기 때는 괴성도 지르고 글러브도 집어던지면서 남다른 승부욕을 보여주기도 한다. 선발 등판하는 날에만 그를 봤다면 어느 누구도 그에게 쉽게 다가가기 어렵다. 불같이 화를 내는 날은 경기가 안 풀린 그날, 딱 하루뿐이다. 다음 날 보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예의 그 ‘친절한 커쇼씨’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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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일부가 된 ‘봉사’

 

최고의 실력을 자랑하는 커쇼가 팬들로부터 더 많은 사랑을 받는 이유는 그의 봉사정신 때문이다. 2010년, 7년 동안 교제하던 엘렌 멜슨과 결혼식을 올린 후 그들이 떠난 신혼여행지는 하와이나 몰디브가 아닌 아프리카 잠비아였다. 아프리카에서 어렵게 사는 고아들을 찾아 나눔의 정신을 실천하고, 아이들의 성장 과정을 지켜보면서 아프리카 아이들에게 기꺼이 ‘키다리 아저씨’가 돼 주고 있는 커쇼. 아프리카뿐만이 아니다. 그가 태어나고 자란 댈러스 지역에 방과후 스포츠 프로그램을 만들어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야구와 스포츠를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커쇼의 챌린지(Kershaw’s Challenge)’라는 자선단체를 설립해 도움이 필요한 지역에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것은 물론, 시즌 중 탈삼진 하나에 500달러를 적립해 기부하는데 한 시즌 총액이 10만 달러(약 1억원)를 훌쩍 넘는다. 이제 겨우(?) 29세의 나이인 그가 어떻게 해서 이토록 봉사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게 됐을까. 

 

“이젠 많은 사람들이 아는 얘기지만 10살 때 부모님이 이혼을 하셨다. 어머니 혼자 날 키우셨는데 경제적인 여유가 없었음에도 부자들이 사는 동네(텍사스 하이랜드 파크)로 이사를 가선 그곳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에 날 보내셨다. 어머니는 내가 기죽지 않고 당당하게 자신의 삶을 살아가길 바라셨는데, 부잣집 아이들과 함께 공부하는 나로선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때 선생님 한 분이 내게 꿈을 물어보셨다. 야구를 하고 있던 터라 고민할 것도 없이 메이저리그 선수가 되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그 대답은 이후 내 삶을 변화시켰다. 정말 메이저리거가 되고자 노력했고, 돈을 버는 야구선수가 되면 그 돈의 일부를 나처럼 어렵게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나눠주자고 결심한 것이다. 그게 지금의 일을 가능케 만들었다. 아내도 내 뜻을 이해했고, 지금은 나보다 아내가 더 앞장서서 봉사활동을 한다.”

 

커쇼는 비시즌 때마다 아프리카를 찾는 게 휴식에는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지 않느냐는 질문에 “봉사는 내 삶의 일부다”며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긴 시즌을 마치면 당연히 휴식이 필요하다. 휴식하는 방법도 사람마다 여러 가지 스타일이 있는 것 아닌가. 나한테는 봉사활동이 또 다른 형태의 휴식이다. 승부의 세계에서 치열한 체력적인 싸움, 감정의 소모전을 펼치고 난 후 시즌을 마치면 몸과 마음이 지치기 마련이다. 그런 상황에서 아프리카 어린아이들을 만나 그들의 해맑고 순수한 미소를 보면 세상의 때로 얼룩진 내 마음이 깨끗이 씻겨 나가는 것만 같다. 봉사는 내가 그들에게 도움을 주는 게 아니라 내가 그들로부터 도움을 받기 위해 하는 일인지도 모른다. 서로에게 행복을 주고받는 것, 그게 봉사 아닌가. 여력이 될 때까지 이 일을 내 삶에서 놓고 싶지 않다.”

 

커쇼의 못 말리는 승부욕

 

해마다 펼쳐지는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 다저스 선수들이 빠트리지 않고 행하는 이벤트가 있다. 바로 탁구대회다. 이 대회 ‘조직위원장’이 커쇼다. 그는 대진표를 직접 만들고(아내 엘렌의 작품) 선수들과 시간 날 때마다 연습하면서 패하는 팀은 1000달러씩 내는 규칙을 만들어 돈이 모이면 자선단체에 기부하는 형태로 진행한다. 누가 돈을 따든 그 돈은 자선단체로 향하지만 탁구대회에 임하는 커쇼의 태도는 진지하다. 그 덕분에 커쇼는 해마다 ‘탁구왕’ 타이틀을 획득하는데 복식 경기로 치르는 터라 파트너를 잘 만나는 것도 중요하다.

 

“탁구는 내가 야구 다음으로 좋아하는 스포츠다(웃음). 따로 시간을 내서 탁구를 치긴 어렵지만 지루한 캠프 생활에서 맞이하는 탁구대회는 다른 선수들에게도 활력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혼자만 그렇게 생각하는 게 아니냐는 질문에) 전혀 그렇지 않다. 캠프가 시작되면 선수들이 알아서 내게 묻는다. ‘탁구대회는 언제부터 시작할 거냐’고. 보통 스프링캠프는 아침 7시부터 시작되는데 7시에 출근해서 탁구 치는 선수들을 자주 봤을 것이다. 그만큼 목숨을 건다. 야구에서도 그 정도의 승부욕을 보여야 하는데(웃음). 농담이다. 공교롭게도 위원장인 내가 계속 우승을 차지해서 선수들의 원성이 자자하지만 어쩌겠나. 이 또한 승부인 것을.”

야구에서 보이는 커쇼의 승부욕은 정말 대단하다. 커쇼는 자신의 선발 경기가 아닌 상황에서도 더그아웃에서 가장 박수를 많이 치며 선수들을 격려한다. 선발투수가 삼진을 잡을 때는 입으로 휘파람 소리를 내고, 멋진 수비 동작으로 아웃 카운트를 만들어 이닝이 종료되면 더그아웃에서 두 팔 벌려 만세를 부른다. 평소에도 이 정도인데 자신의 경기에선 오죽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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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커쇼가 ‘신계’라고 해도 가끔은 마운드에서 실수를 하기도 한다. 지난 4월9일 다저스가 콜로라도 로키스와 원정 경기를 가졌을 때 투수들의 무덤이라 불리는 쿠어스 필드 마운드에 오른 커쇼는 6이닝 8피안타 3피홈런 6탈삼진 4실점을 기록했다(류현진은 5월12일 10일짜리 부상에서 복귀한 후 이 마운드에서 4이닝 8피안타 6볼넷 4탈삼진 10실점(5자책)으로 데뷔 후 최악투를 경험했다. 달리 투수들의 무덤이 아닌 것이다). 이 중 3피홈런은 2014년 4월 이후 첫 3피홈런이며 백투백 피홈런은 메이저리그 데뷔 후 처음 경험한 일이었다. 이날 커쇼는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콜로라도 로키스 선수들의 집중력 있는 타력에 대해 칭찬을 건넸고, 매우 덤덤한 표정으로 기자들을 대했다. 그의 승부욕을 익히 알고 있는 기자들은 적어도 그의 라커룸이 부서져 있거나 글러브가 찢겨져 있어야 한다고 예상했지만 커쇼는 의외의 반응을 보였다. 그 이유를 물었다.

 

“그때는 너무 어이가 없었다. 화를 내는 것도 낼 만한 상황이라야 화가 나는 법인데 그때는 황당해서 화조차 안 났다. 그래서 인터뷰를 담담하게 해낸 것 같다. 투수가 항상 잘 던질 수는 없다. 항상 승리할 수도 없다. 그래도 내가 이해할 수 있는 패배와 피홈런 등의 상황이었어야 했는데 그날은 머릿속이 백지가 된 듯 아무런 느낌이 없었다. 그 경기 후 나 자신을 겸허한 마음으로 돌아봤다. 내가 행여 자만에 빠진 건 아닌지, 야구를 존중하지 않는 건지, 잠시 나 자신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시즌은 길고, 경기는 많다. 그 경기는 많은 경기들 중 하나였을 뿐이라고 애써 위로를 삼았다.”

이날 경기 후 다저스의 로버츠 감독은 자신도 살짝 충격을 받았다면서 기자들에게 이런 말을 전했다. 

 

“커쇼, 그도 인간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남자, 커쇼

 

태어나 보니까 아빠가 커쇼라니! 이 말은 다저스 기자들 사이에서 유명한 표현이다. 커쇼한테는 딸과 아들이 있다. 큰딸 컬리와 둘째 찰리. 아직 아이들은 아빠가 얼마나 유명한 선수인지 전혀 모르고 있지만 태어났는데 아빠가 커쇼라면 심히 부러울 만도 하다(류현진은 커쇼의 아이들이야말로 ‘금수저’가 아닌 ‘다이아몬드 수저’라고 말했다). 커쇼와 아내 엘렌은 고등학교 친구로 지내다 오랜 연애 끝에 결혼한 커플이다. 2015년 컬리를 낳은 후 2016년 12월에 아들 찰리를 낳았다.

 

지난 3월 애리조나 스프링캠프 때의 일이다. 커쇼의 아내가 여동생 가족과 함께 스프링캠프장을 찾았다. 이제 3살이 된 컬리는 훈련장 주변을 돌아다니며 아빠의 시선을 빼앗았고, 갓난아기인 아들은 엄마 품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 훈련이 시작되기 전 계속해서 가족들에게 시선을 보냈던 커쇼가 잠시 짬이 나자 가족들에게 다가와 같이 사진도 찍고, 아들을 안아들면서 아내와 활짝 미소를 짓는 모습이 더없이 아름다웠다. 야구만 잘하는 선수가 아닌 가정에서도 흠잡을 데 없는 가장의 모습, 따뜻하고 인자한 남편과 아빠의 모습에 그가 다시 보일 정도였다. 커쇼에게 아이들과 놀아주는 것과 야구하는 것 중 어떤 일이 더 어렵냐고 물었다.

 

“하하, 당연히 아이들과 놀아주는 것이다. 야구는 오랫동안 해 온 일이고,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부분이 있지만 아이들을 돌보는 건 때론 내가 조절하기 어려운 상황에 부딪히기도 하더라. 두 아이를 키우면서 새삼 엄마가 얼마나 위대한 존재인지 알게 됐다. 나를 키워주신 우리 어머니도,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두 아이를 돌보는 내 아내도 정말 대단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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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쇼와 류현진

 

류현진은 커쇼를 좋아한다. 커쇼도 류현진을 챙긴다. 커쇼는 류현진으로부터 체인지업을 배우고, 류현진은 커쇼한테서 커브를 배운다. 류현진이 다저스 입단 후 신고식처럼 치른 <강남스타일> 노래와 춤을 추는 자리에 커쇼가 뒤따라 나와 백댄서 역할을 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이 일로 두 선수는 급격히 친해졌고, 말수가 적은 류현진에게 커쇼가 적극적으로 다가갔다. 이후 류현진은 2년여 동안 부상과 수술, 재활로 야구장보다는 트레이너실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이때 류현진을 가장 많이 챙긴 이가 커쇼였다.

 

“난 류현진처럼 수술을 받진 않았지만 그가 얼마나 힘들게 그 과정을 겪어냈는지 잘 알고 있다. 그가 힘든 시간을 보낸 후 다시 우리들 옆으로 돌아왔을 때 진심으로 기뻤다. 우리 팀에는 류현진이 절대적으로 필요했고, 나 또한 류현진의 체인지업이 그리웠다. 그가 건강만 하다면, 그래서 이전의 모습으로 돌아간다면, 그는 분명 좋은 투수로 거듭날 것이다. 그리고 올시즌 모든 걸 다 이루려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건강한 모습만 유지하면 성공이다. 올해보다는 내년이, 내년보다는 그다음 시즌이 더 강해질 것으로 믿는다. 난 그가 얼마나 좋은 투수인지를 잘 알기 때문이다.”

류현진과 커쇼는 타격 연습을 할 때 서로 경쟁하듯이 방망이를 휘두른다. 커쇼가 홈런을 치면 류현진도 그 방망이를 들고 배팅 케이지 안으로 들어가 홈런을 날린다. 물론 헛스윙으로 몸이 돌아갈 때도 있지만 말이다. 프로는 프로를 알아보는 듯 커쇼는 류현진을 인정했다.

 

류현진에게 커쇼는 어떤 선수냐고 물었다. 말이 짧은 그가 딱 한 마디 했다.

 

“최고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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