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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식’ 책, ‘대필 논란’ 피하기 위한 꼼수?

유명인 에세이나 자서전이 인터뷰 형식으로 구성된 책 출간 러시

조철 문화 칼럼니스트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5.21(Sun) 14:00:00 | 143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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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을 전후해 대선후보들이 저자로 이름을 올린 책들이 서점가 주요 매대에 올랐다. 문재인 대통령이 예전에 썼던 책은 개정판으로 나오며 예약 판매를 하고 있을 정도다. 그런데 책들 중 절반 이상이 대담집 형식이다. 저자는 분명 대선후보들인데, 책을 집필한 사람이 질문하고, 대선후보들은 답을 하는 인터뷰 모양새다. 그냥 대선후보들이 질문지를 받아들고 그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글로 옮겨도 무방했을 것 같은데, 저자로 이름을 올릴 거라면 직접 집필하는 것이 더 잘 읽히고 감동도 두 배였을 텐데 왜 지루한 인터뷰를 ‘눈으로 듣게’ 하는지 이해가 안 되는 독자들도 많다.

 

《안철수의 생각》을 읽은 한 독자는 자신의 블로그에 “그동안 제3자가 쓴 책들이 난무해 안철수가 직접 쓴 책이 나오는 것을 기다렸는데…. 분명 ‘안철수 지음’이라고 돼 있는데, 책을 들춰보니 기자 출신인 제정임 교수와 대담 형식인 것을 알았다. 온전히 안철수에 의해 씌어진 책이었으면 했지만…”이라고 아쉬워했다. 그래서인지 쓰려다 만 서평을 올린 이 독자는 “이 책에 대한 서평을 자세히 하지 않겠다. 선입견을 가지고 보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큰 차이가 있을 테니까”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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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 번역·대필 문제로 한때 출판계 들썩여

 

출판계에서는 대담집의 경우 책의 가치도 떨어지고 두고두고 보기 어렵다는 견해가 일반적이다. 꼭 대선후보뿐만이 아니다. 최근 유명인을 버젓이 저자로 내세운 채, 그의 생각이나 지난 행적을 대담 형식의 책으로 출간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가독성도 떨어지고 소장 가치가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으면서도 이런 형식의 책들이 잇달아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요즘은 뜸하지만, 오래전 ‘대리 번역’과 ‘대필’ 문제로 출판계가 들썩인 일이 있었다. 10년 전 미모의 여성 아나운서가 번역한 책이 베스트셀러가 됐는데, 알고 보니 전적으로 혼자서 번역한 것이 아니라 전문 번역인이 다 한 일에 숟가락만 얹었다고 비난받았던 일이 있었다. 그 일이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유명 화가 겸 방송인이 펴낸 책들이 대필작가의 손을 거쳐 완성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당시 대리 번역과 대필 논란은 출판계에서 관행적으로 이루어지던 대필작가에 대한 논의를 광장으로 끄집어냈다. 대필작가에게는 생계가 걸린 문제였고, 출판계로서는 자성의 계기가 됐다. 대필작가는 문장력도 뛰어나고 출판사가 원하는 편집까지도 척척 해내는 등 책의 완성도를 높이지만, 책 판권 정보에조차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필자이기 때문에 ‘그림자 작가’ 또는 ‘유령 작가’로 불리기도 한다. 당시 이들이 소설을 제외한 신간의 절반 이상을 대필했다는 보고도 있었다.

 

요즘은 보기 힘들지만 대필은 주로 자서전 위주로 이루어졌다. 작가 지망생들이나 배고픈 문인들이 부업으로 정치인이나 재벌 총수의 자서전을 대신 써주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나,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 등은 대필자가 알 만한 작가라는 풍문도 있었다.

 

문제는 이처럼 자서전 위주로 이루어지던 출판계의 대필 관행이 자기계발서나 수필, 동화에까지 번지고 있다는 점이다. 베스트셀러는 유명 작가나 유명인이 아니고서는 만들 수 없다는 일부 출판사들의 고정관념에서 악순환은 계속됐다. ‘스타 마케팅’을 하지 않고서는 대박을 터뜨리지 못한다는 강박관념이 문제였던 것이다. 100만 부 이상 팔린 《나도 때론 포르노그라피의 주인공이고 싶다》에서 시작해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로 이어지는 유명인들의 자전적 에세이가 잇달아 출간되고, 성공한 사람들의 자기계발서가 봇물을 이루던 시대였다.

 

‘출판계의 황우석 사태’라는 자조 섞인 말까지 나돈 10년 전의 대리 번역과 대필 파문은 출판계 자정의 계기가 됐다. 출판계는 다른 경제 상황 등과 맞물려 위축됐다. 당시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소장은 “대리 번역과 대필, 사재기 등 출판계의 도덕성 시비가 당분간 봇물 터지듯 터질 것이다. 그러나 이런 일련의 과정을 거쳐 출판계 스스로 정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마치 유명인이 직접 책을 쓴 것처럼 보이게 해

 

그 후부터 많은 출판사들이 대필작가를 쓰는 대신 전문 인터뷰어를 찾아 나섰다. 이런 경우 대담집이라 해도 공동 저자로 유명인의 이름을 올릴 수 있어, 마치 유명인이 직접 책을 쓴 것처럼 보이게 했다. 유명인의 에세이를 내기 힘든 상황에서 대담 형식으로 유명인의 책을 내는 편법을 택한 것이다.

 

대필작가는 더 이상 유령 작가로 살지 않아도 됐다. 책에 공동저자로 이름도 올리고 인세도 넉넉하게 받을 수 있어 좋았다. 유명인이 직접 쓰지 않았어도 책에 대한 평가가 후한 경우도 있었다. 한 독자는 “어떤 인물에 대한 책으로는 평전이 좋기는 하나, 주로 고인에 대해 씌어진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괴리감이 좀 든다. 그런 점에서 나는 인터뷰 형식의 책을 즐겨 보고 있다. 일본 작가 다치바나 다카시는 전문가와 대담하기 전에 그 사람이 쓴 책과 기사 칼럼 등을 모조리 읽는다고 한다. 대담을 위한 준비 자료를 모으는 데 5만 엔이 들었는데, 대담료로 6만 엔을 받았다는 일화가 재미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계속 그런 유의 책들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독자들은 점점 식상해하고 있다. 그래서 인터뷰한 것을 풀어서 쓰는 방식으로 출간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출판사는 유명작가 또는 교수나 전문가를 필자로 섭외하는 경우도 있다. 무명의 인터뷰어가 풀어 써서는 독자에게 신뢰를 줄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이것은 그나마 스타나 유력 정치인에 대해 궁금해하는 독자에게 깊이 있는 정보를 주기 위해 상당히 애를 쓴 경우다. 문재인 대통령의 정치 인생을 논한 《왕따의 정치학》을 펴낸 출판사 측은 “대담인데 대담집으로 내면 흥미를 불러일으키기 어렵다는 판단에 대담 내용을 풀어서 써달라고 작가에게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New Book

 

축적의 길: MADE IN KOREA의 새로운 도전

이정동 지음│지식노마드 펴냄│284쪽│1만6000원

 


한국 산업이 처한 위기의 본질이 ‘개념설계 역량이 부족하다’는 데 있다는 저자는 ‘개념설계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서 어떻게 도전적 시행착오의 경험을 축적해 나갈 것인가’에 관한 대안적 방향을 제시한다. 글로벌 챔피언 기업들의 핵심적 경쟁력인 개념설계는 ‘존재하지 않던 그 무언가를 그려내는 것, 즉 백지 위에 밑그림을 그리는 일’이다. 

 

 

생각의 미술관

박홍순 지음│웨일북 펴냄│328쪽│1만5000원

 

 


철학을 만날 때, 미술은 친절한 안내자가 된다. 좋은 그림은 시각으로 들어와 생각으로 움트기 때문이다. 이 책은 특히 ‘붓을 든 철학자’라 불리는 르네 마그리트로부터 생각의 가지를 뻗는다. 그리고 이어서 마주치는 여러 화가들이 하나씩 생각의 잎을 피우게 한다. 그 자취를 따라가다 보면, 밑줄 치거나 외우지 않았는데도 품에 안긴 생각의 열매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파편화한 전쟁

헤어프리트 뮌클러 지음│곰출판 펴냄│476쪽│2만2000원

 

 


저자는 그 형태가 마치 파편처럼 불규칙적이고 소규모로 수행되는 최근의 전쟁들을 고전적 전쟁 유형에 비추어 파악하지 말고, 전쟁폭력 ‘진화’의 결과로 생겨난 새로운 모델로 파악해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20세기 두번의 세계대전에서 현재의 테러리즘에 이르기까지 전쟁의 전제가 되는 정치·사회·문화적 조건과 자원들이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를 추적한다.

 

 

다크 투어

김민주 지음│영인미디어 펴냄│398쪽│1만5000원

 

 


과거 비극 속의 진실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새로운 세대의 등장은 적극적으로 역사의 현장을 찾아가서 미래의 교훈을 배우는 ‘다크 투어’ 신드롬을 만들어냈다. 이미 역사의 흔적에서 진실을 찾아내려는 다크 투어리스트들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이 책은 ‘다크 투어’를 몸소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사례와 역사적 교훈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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