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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트럼프의 위기가 제기하는 ‘대통령의 자질’

가족 경영 기업의 조직운영을 백악관에 가져온 트럼프의 패착

김회권 기자 ㅣ khg@sisajournal.com | 승인 2017.05.18(Thu) 16:4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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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정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 사태를 겪은 한국은 조기 대선을 치러야 했고, 국민들은 대통령의 자질을 치열하게 고민해야 했다. 지금 대통령의 자질 문제는 미국에서도 화두다. 트럼프 대통령의 기본 자질에 대한 의문이 계속 제기되고 있어서다.

 

5월15일 아침, 워싱턴은 혼돈 그 자체였다. “코미 전 FBI 국장의 해임은 미국의 헌법 정신을 무시한 처사”라는 야당의 공격이 계속되고 있던 때, 또 다른 악재가 트럼프 대통령을 덮쳤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국에 공유하지 않았던 이슬람국가(IS) 관련 기밀정보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유출했다”고 보도했고 그 후폭풍은 엄청났다. 5월10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만난 두 사람.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과 정보공유협정을 맺은 한 파트너가 제공한, 미국 정부 내에서도 소수만 아는 기밀 정보를 러시아 대사와 공유했다는 의혹을 받아야 했다. 

 

다음날인 16일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와 내통 의혹을 받고 물러난 마이클 플린 전 국가안보회의 보좌관에 대한 수사 중단을 코미 전 국장에게 요청한 것이 뉴욕타임스의 보도로 알려졌다. 심지어 트럼프 대통령은 “플린은 좋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런 내용은 코미 전 국장이 트럼프와 나눈 발언을 메모로 남기면서 드러났다. 물증까지 나오자 상황은 급박하게 전개되고 있다. 특검이 결정됐고, 탄핵론이 시동을 걸었다. 미디어에서는 '백악관의 위기' '헌법의 위기'등 국가 권력의 위기를 담은 제목을 뽑아내고 있다. 이 모든 게 불과 며칠 사이에 벌어진 일이다.

 

제임스 코미 전  FBI 국장 해임을 시작으로 벌어진 일련의 사건은 트럼프 대통령의 통치 방식의 문제점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 사진=UPI 연합


 

“나만큼 끔찍한 학대를 받은 정치인은 없다”

 

‘트럼프 자질론’은 그가 대선 후보 때부터 제기돼왔다. 그는 당당한 몸짓으로 반인권적, 반인종적 말을 내뱉었고 때로는 주변국을 무시했다. 옹호하는 측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거칠어서’ 혹은 ‘직설적이어서’ 생기는 문제라고 옹호했다. 그의 자질 부족이 거론될 때마다 개인의 성격 차원에서 이를 다뤘다. 반면 이제는 다른 차원에서의 자질론이 제기된다. ‘대통령’이라는 자리에 대한 이해도, 그리고 백악관을 운영하는 능력 그 자체가 현저히 낮은 것 아니냐는 질문이 나오고 있다. 

 

먼저 코미 전 국장의 중도 해임 문제. 트럼프 대통령은 “그가 좋은 일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라며 해임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하지만 수사의 중립성을 위해 미국 의회는 FBI 국장의 임기를 10년으로 정해두고 정권 교체에 영향을 받지 않도록 했다. 그래서 100년이 넘는 오랜 역사에도 불구하고 FBI 국장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났던 경우가 단 1번에 불과했다. 더군다나 코미 전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관련된 ‘러시아 게이트’ 수사를 지휘하고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FBI를 권력으로부터의 독립된 수사기관이라고 생각하기 보다는 법무부 산하 기관이라고 본 측면이 강했다.

 

뒤이어, 러시아에 기밀을 유출했다는 문제가 터지자, 그는 그의 권리를 주장하고 나섰다. “테러와 관련된 사실을 러시아와 공유하고 싶었고 대통령에게는 그럴 수 있는 절대적인 권리가 있다.” 반대 측은 국가 기밀을 허술하게 다루는 트럼프의 태도를 문제 삼고 있다. 기밀 정보와 국가 안보의 무게감을 이해하지 못하는 대통령이라는 의심을 짙게 제기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나는 훌륭한 정보를 가지고 있다. 매일 정보기관이 주는 보고서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는데 “마치 정보망을 자랑하고 싶었던 것 같았다”라는 표현을 썼다. 하지만 그가 자랑하듯 누설한 정보 덕에 정보원은 위험에 처할 가능성이 제기됐고 미국과 정보를 나누는 동맹국은 미국의 신뢰도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됐다. 

 

여기에 더해 수사 중단을 요구했다는 의혹과 코미 전 국장의 메모가 있다는 보도가 나오자 트럼프는 푸념했다. 미국 역대 지도자 중 자신이 가장 ‘부당한’ 취급을 받고 있다고 얘기했다. 그가 해양경찰학교 졸업식에 참석해 연설하면서 말한 얘기다. “강한 확신을 갖고 말한다. 나만큼 끔찍한 학대를 받은 정치인은 없다” 그러면서도 “우울해하지 말고 싸워라. 절대 포기하지 마라”며 졸업생들을 (혹은 자신을) 격려했다.

 

5월3일 제임스 코미 전 FBI 국장이 재임 중이던 때, 상원 법사위 청문회에 참석해 증언하고 있다. ⓒ 사진=UPI 연합


 

단 한 번도 ‘아랫사람’인 적 없던 트럼프

 

이번 일련의 사건을 두고 백악관 안과 밖에는 온도차가 존재한다. 트럼프의 말을 종합해보면 “나는 대통령이고 정당하게 권리를 행사한 건데, 도대체 밖에서는 왜 나만 가지고 그래” 정도로 정리할 수 있다. 트럼프를 옹호하는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대사의 말은 압축적이다. “대통령은 국가의 CEO이다. 따라서 누구든지 원하는 사람을 고용하고 해고할 수 있다.” 헤일리의 견해는 트럼프가 왜 밖에서 가해지는 비판에 억울해하며 공감하지 못하는지를 이해할 수 있는 힌트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인사와 통치 스타일을 두고 그의 성장환경에서 단서를 찾는 노력이 많았던 것처럼 트럼프 대통령도 다른 사람과 다른 독특한 성장환경을 가졌고 그게 영향을 줬을 거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금까지 그의 경력을 보면 특이한 점이 있다. 포브스의 칼럼니스트인 존 발도니는 “트럼프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오로지 단 한 명의 상사만 모셔봤다. 그리고 그 상사는 다름 아닌 아버지인 프레드 트럼프였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아버지는 어렵고 까다로운 상사였지만, 그렇다고 해도 결국 혈연이다. 그리고 그 아버지는 아들을 위해 고액의 재산을 남기고 사망했다”고 지적했다. 반대로 말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아버지를 모셨던 때를 제외하면 단 한 번도 아랫사람이었던 적이 없다.   

 

트럼프 대통령 주변에는 월가에서 CEO를 지냈던 사람들이 포진해 있다. 비즈니스 리더들 가운데 우뚝 서 있는 비즈니스 리더가 트럼프 대통령이다. 하지만 발도니는 “거기에도 큰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같은 비즈니스 CEO끼리 무슨 차이가 있는 걸까. 발도니는 “주변 CEO의 대부분은 공공의 회사를 이끌었다. 반면 트럼프가 이끌고 있던 회사는 가족 경영 기업이었다. 다른 CEO는 이사회와 주주들을 겪었지만 트럼프는 그런 게 아무것도 없다”고 지적했다. 

 

그런 차이는 리더십의 차이를 가져올 수 있다. “내가 지금까지 함께 일한 임원의 대부분은 상사에 의해 시간이 지나면서 성장해왔던 사람들이었다. 상사는 부하에게 도전과제를 주고 성장 기회를 주는 동시에 부하가 실패했을 때 페널티를 준다. 그런 ‘실패’ 중에는 부하 직원을 부당하게 처리한 것도 포함한다. 하지만 트럼프는 그런 가르침을 받은 적이 없다.” 발도니의 지적이다. 백악관의 위기, 헌법의 위기를 가져온 건 ‘대통령의 자질’ 때문일 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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