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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센, 캄보디아式 색깔론으로 정권 연장 악용?

“내년 총선 패배 시 내전 발발”…총리 경고에 캄보디아 정국 술렁

송창섭 기자 ㅣ realsong@sisajournal.com | 승인 2017.05.24(Wed) 17: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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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19대 대선이 드디어 대단원의 막을 내렸습니다. 자평하면 이번 대선도 어김없이 흑색선전이 난무했던 것 같습니다. 안보 위기를 부추기는 색깔론은 여전히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더군요. 굳건한 안보에 대해서는 우리 국민 모두가 이견이 없습니다. 다만, 저는 표를 얻기 위해 근거 없이 불안 심리를 부추기는 것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반대합니다.


이야기가 엇나갔네요. 오늘은 캄보디아를 가지고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습니다. 현재 캄보디아 집권 세력은 32년째 정권을 이어가고 있는 훈센 총리와 캄보디아국민당(CPP)입니다. 그런데 얼마 전 현지 매체들이 훈센 총리가 내년 총선에서 집권당이 패배할 경우 내전이 발발할지 모른다 경고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당연히 야권은 공포정치를 편다며 적극 반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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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센의 이러한 발언은 내년 7월 총선거를 염두에 둔 발언이라고 봐야합니다. 현 집권 세력은 2013년 치러진 총선거를 통해 출범했습니다. 당시 선거에서 집권당과 훈센 총리는 야당의 강력한 도전을 받은 바 있습니다. 그 와중에 부정 선거 의혹이 터져 나왔습니다. 선거에서 패한 야당이 유권자 명부 수백만명이 누락됐다며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한 겁니다.  

 

그런데, 이번에 훈센 총리가 내전을 운운한 것에 대해 캄보디아 내부가 술렁거립니다. 캄보디아 선거감시기구인 NIFEC의 삼 쿤테아미 이사는 "훈센 총리의 발언이 유권자 심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유권자들이 자신들의 안전을 우려한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프놈펜포스트' 등 주요매체들은 칼럼 등을 통해 “내전에 겁먹지 말고, 당당히 미래를 위해 나가자”고 말하지만, 일반 시민들이 느끼는 감정은 그렇지 않은 듯 합니다.


이런 훈센 총리의 언행에 대해 야권은 구태의연한 정치 행태라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엥 차이 에앙 캄보디아구국당(CNRP) 부대표는 "선거 부정이 있으면 국민은 그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며 "정치인들은 국민을 협박하지 말고 국민에게 이로운 일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내전에 대해 캄보디아 국민들이 이토록 두려움에 떠는 이유는 왜일까요? 캄보디아는 ‘킬링필드’로 불리는 엄청난 내전의 소용돌이에 휘말려야 했습니다. 킬링필드 당시 사망자만 200만명이 된다고 하니, 엄청나네요. 현재 캄보디아 인구가 1500만명으로 추산됩니다. 현재의 인구를 기준으로 7.5명당 한 명씩 죽은 것이니, 얼마나 대단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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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링필드 대학살로 200만명 사망 ‘내전 트라우마’

 

훈센 총리 역시 내전과 무관하지 않은 정치인이죠. 캄보디아 현대사를 살펴볼까요. 1978년 캄보디아와 베트남은 국경분쟁이 심했습니다. 당시 베트남이 어떤 나라입니까? 세계 최강 미국을 물리친 저력의 국가 아닙니까. 결국 베트남은 그해 12월 12만명의 정규군을 보내 17일 만에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을 점령했습니다. 집권세력인 폴 포트의 크메르루즈 반군은 태국 쪽으로 도주할 수밖에 없었죠. 그 때 베트남의 도움으로 캄보디아에 들어온 사람이 훈센 장군(훗날 총리 취임)이었습니다. 원래 베트남은 캄보디아를 차지하려고 자국민 이주까지 생각했다 국제적 비난이 거세지자 군대를 철수시켰습니다. 그리고 1991년 내전 종결이 선언되면서 해외로 쫓겨난 시아누크 국왕은 캄보디아로 돌아옵니다. 반군인 크메르루즈는 1999년에 가서야 항복을 선언하면서 완전 해체됩니다. 이로써 캄보디아 내전은 완전히 끝나게 됩니다.


그 때부터 훈센 총리의 집권은 계속됐습니다. 지금도 캄보디아에서 훈센 총리를 넘어설 정치인은 마땅치 않습니다. 그런데 최근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네요. 통신 기술의 발달도 선진화된 정치 시스템에 대한 열망이 커지면서 캄보디아 내 훈센 총리의 인기도 예전 같지 않습니다. 정권 교체의 열망도 커지고 있습니다. 그게 지난번 총선으로 표출된 겁니다.


훈센 총리로선 내년 총선이 중요합니다. 자칫 오랜 기간 이어온 정권이 한 순간 넘어갈 수도 있습니다. 최근 내전 등을 운운하면서 캄보디아 사람들의 아픈 상처를 다시 끄집어내는 것도 그런 이유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보수층이 선거 때만 되면 6‧25의 아픈 상처를 끄집어내며 색깔론을 제기하고 있는 것은 먼 캄보디아에서도 똑같이 나타나는 모습이죠.

 

다행인 것은 이번 19대 대선을 통해 대한민국은 이제 더 이상 우리 사회에서 근거 없는 색깔론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 점입니다. 캄보디아 현실에서 내전에 대한 국민들의 두려움을 정확하게 알 수는 없겠지만, 세계는 점차 가까워지고 이를 통해 진일보합니다. 아무리 선거가 중요하지만 국정 최고지도자 입에서 ‘내전’이라는 단어가 나오는 것 자체가 씁쓸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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