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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전등화 檢 물갈이 시작됐다

윤석열 검사 서울중앙지검장 임명…검찰 인적쇄신·제도개혁 신호탄

조해수 기자 ㅣ chs900@sisajournal.com | 승인 2017.05.22(Mon) 08:00:00 | 144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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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형 태풍이 서초동을 덮쳤다. 태풍의 눈 한가운데 검찰이 있다. 적폐 개혁 대상 1호로 검찰을 지목한 문재인 정부는 연일 파격적인 인사로 강력한 개혁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비(非)검찰 출신의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청와대 민정수석 발탁에 이어, 이른바 ‘법무부·서울중앙지검 돈봉투 만찬 사건’으로 공석이 된 서울중앙지검장에 윤석열 대전고검 검사를 ‘깜짝 임명’ 했다.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야당에서는 ‘검찰 개혁의 적임자’라며 일제히 환영했다. 그러나 검찰은 패닉에 가까운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검찰 수뇌부들의 줄사퇴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대규모 인적 쇄신과 함께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이나 검·경 수사권 조정 등 제도적 정비 작업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검찰에 대한 인적·제도적 개혁 방향은 명확하다. ‘무소불위(無所不爲)’라고까지 불렸던 검찰의 막강한 권력을 축소하는 것이다.

 

‘풍운아’ 윤석열 검사가 서울중앙지검장으로 화려하게 귀환했다. © 연합뉴스·시사저널 임준선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화려한 귀환

 

그야말로 ‘화려한 귀환’이다. 윤 지검장은 2013년 ‘국가정보원(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를 이끌다가 그 유명한 ‘항명 파동’으로 박근혜 정부에 미운털이 박혀 한직(閑職)을 전전했던 인물이다. 윤 지검장은 대구지검 특수부장, 대검 중수부 1·2과장,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등을 거치며 특수통으로 정평이 난 검사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3~04년 대선자금 수사팀에서 노 대통령의 측근인 안희정 충남지사를 구속하기도 했다. 이후 2006년 현대자동차 비자금 사건, 2007년 변양균·신정아 사건을 수사했고 C&그룹 수사, 부산저축은행 수사도 그의 손을 거쳤다.

 

승승장구하던 윤 지검장은 박근혜 정부 출범 후 국정원 댓글 사건 특별수사팀장을 맡게 됐다. 이때 윤 지검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역린(逆鱗)’을 건드리면서 길고 긴 시련의 길로 접어들게 된다. 박근혜 정부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는 것을 공개적으로 반대했다. 하지만 수사팀은 아랑곳하지 않고 끝까지 밀어붙였다. 결과는 참혹했다. 수사팀의 바람막이 역할을 해 주던 채동욱 당시 검찰총장은 ‘혼외자 논란’으로 불명예 퇴진했다. 그러나 윤 지검장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윤 지검장은 2013년 10월21일 서울고검·중앙지검 국정감사에서 검찰과 법무부 수뇌부를 향해 작심한 듯 돌직구를 날렸다. 그는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 수사 초기부터 ‘외압’이 있었다”며 직속상관인 조영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을 정조준했다. 조영곤 지검장은 옷을 벗었지만, 윤 지검장도 무사하지 못했다. 정직 1개월의 징계를 받고 수사에서 배제됐다. 좌천 인사가 뒤따랐다. 대구고검과 대전고검 등으로 연이어 좌천성 발령이 났다. 당시 함께 징계를 받은 부팀장이 바로 박형철 신임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이다.

 

박근혜 정부의 몰락과 함께 윤 지검장은 명예를 회복할 기회를 얻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했던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팀장으로 수사 일선에 복귀했고, 문재인 정부의 첫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전격 발탁됐다.

 

 

“MB·박근혜 정권의 검찰 수뇌부 나가라”

 

윤 지검장의 발탁은 검찰 내부에서 진행될 파격적인 인적·제도적 개혁의 신호탄이다. 우선 검찰 수뇌부의 대규모 물갈이가 예고된다. 돈봉투 만찬 사건으로 사의를 표명했지만 감찰을 이유로 부산고검 차장검사로 좌천된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은 사법연수원 18기인 데 반해 윤 지검장은 한참 아래인 23기다. 상명하복과 위계질서라는 문화가 똬리를 틀고 있는 검찰 조직에서는 후배 기수가 승진하면 선배들은 줄사표를 내는 것이 관행처럼 여겨져 왔다. 따라서 이 전 지검장의 후임으로는 19기나 20기가 올 것으로 예상됐다. 그런데 무려 5기수나 차이 나는 윤 지검장이 임명되면서 기수 역전 현상이 불가피해졌다. 서울중앙지검의 노승권 1차장 검사가 21기, 이동열 3차장 검사가 22기이고 이정회 2차장 검사가 윤 지검장과 동기인 23기다. 후배 또는 동기의 지시를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면서 1, 2, 3 차장 검사의 동반 사퇴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서울중앙지검을 넘어 윤 지검장의 윗기수 검사장들 모두에게 용퇴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는 6~7월쯤으로 예상되는 검찰 고위급 인사에 엄청난 후폭풍을 몰고 올 수 있다. 대검 관계자는 “윤석열 지검장의 발탁은 현 지검장급 이상 고위 간부에게 나가라는 소리와 다르지 않다. 문재인 정부가 어떤 메시지를 주는 것인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어리둥절할 뿐이다”면서 “서울중앙지검장이 고검장급에서 검사장급으로 낮춰졌는데, 고검장으로 승진한 사람만 남을 수 있다는 것인지 전혀 사태 파악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여권 핵심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는 기본적으로 이명박·박근혜 정부 9년 동안 검찰 수뇌부를 차지한 검사장급 이상 고위 간부와는 같이 갈 수 없다는 입장”이라면서 “문재인 정부에 바라는 국민들의 개혁 사안 중 첫 번째가 검찰이다. 대규모 물갈이로 혼란이 없을 수야 없겠지만 ‘적폐’를 껴안고 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고 잘라 말했다. 검찰 일각에선 대규모 물갈이를 반기는 목소리도 감지된다. 익명을 요구한 현직 검사는 “윤석열 지검장의 임명을 환영한다. 검찰이 살아날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온 셈”이라면서 “현재 검찰 수뇌부는 일괄 사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그들이 검찰 조직을 위해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일은 한시라도 빨리 옷을 벗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돈봉투 만찬 사건으로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왼쪽)과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은 고강도 감찰을 받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윤 지검장 발탁 외에도 검찰 수뇌부의 인적 쇄신을 예고하는 상황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미 검찰의 수뇌부는 초토화된 상태다. 김현웅 전 법무부 장관은 지난해 11월 최순실 국정 농단에 대한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사퇴했고, 김수남 전 검찰총장은 문재인 정부 출범 하루 만에 사표를 제출했다. 여기에 돈봉투 만찬 사건이 터지면서 검찰 내 ‘빅2’라고 불리는 서울중앙지검장과 법무부 검찰국장이 동시에 사의를 표명했다. 서울중앙지검장은 대검 중앙수사부가 폐지된 후 검찰의 특별수사를 진두지휘하고, 법무부 검찰국장은 검찰 인사와 예산을 좌지우지하는 자리다. 검찰은 조직의 양대 축인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이 공석인 상태에서 ‘선봉장’과 ‘살림꾼’마저 잃어버린 것이다. 또한 법무부 장관 직무대행을 맡고 있던 이창재 전 법무부 차관 역시 이번 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옷을 벗었다.

 

 

‘우병우 사단’ 등 부역자 색출 본격화

 

그러나 검찰 내 인적 청산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가장 먼저 ‘우병우 라인’이 타깃으로 거론되고 있다. 돈봉투 만찬 사건의 후속 조치는 그 첫걸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의 당사자인 안태근 전 검찰국장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며, 이영렬 전 지검장 역시 야당이 제기한 ‘우병우 사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검찰 안팎에서는 우병우 사단을 필두로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가 단행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여기에다 이른바 ‘정윤회 문건’에 대한 재수사도 진행될 예정이어서, 이 사건을 담당했던 검찰 수뇌부 또한 다시 한 번 도마에 오르게 됐다. 당시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이던 정수봉 대검 범죄정보기획관이 정윤회 문건에 대한 사실 여부를 수사했고,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장이었던 임관혁 부산지검 특수부장이 문건 유출 경로에 대한 수사를 맡았다. 유상범 창원지검장이 서울중앙지검 3차장으로서 수사를 총괄했고, 김수남 전 검찰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을 맡고 있었다. 대검의 경우 당시 반부패부 선임연구관이었던 최윤수 국가정보원 2차장과 반부패부 직무대행이었던 윤갑근 대구고검장이 수사 보고를 받았다.

 

인적 쇄신과 함께 검찰 조직에 대한 제도적 정비 작업도 병행될 예정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윤석열 지검장을 임명하면서 고검장급이던 서울중앙지검장을 다시 검사장급으로 낮췄다. 검찰 내 ‘넘버2’로 불리며 막강한 권한을 행사해 온 서울중앙지검장의 영향력을 축소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서울중앙지검장이 고검장급으로 격상된 이후 차기 검찰총장 후보군에 늘 이름을 올렸다. 이후 정치적 사건 수사에 있어 검찰총장 임명권자의 눈치를 본다는 비판이 계속돼 온 점을 고려해 종래와 같이 검사장급으로 환원시켰다”고 밝혔다.

 

공수처 신설도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대검 관계자는 “서울중앙지검장의 위상이 낮아졌다고 해서 대형 비리 수사에 대검 반부패부를 활용할 리가 없다. 문재인 정부는 결국 반부패부를 과거 중앙수사부의 재현이라고 보고 있지 않냐”면서 “결국 굵직굵직한 수사는 공수처에서 처리할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의 권한과 공수처장의 위상이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수처장은 대통령이 임명하지만 인사추천위원회의 추천을 거쳐야 하고 국회 인사청문회도 통과해야 한다. 조국 민정수석은 공수처장을 여야 합의로 국회에서 임명하는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2013년 6월 국정원 댓글 사건 최종 수사결과 발표장에서의 윤석열 현 서울중앙지검장(오른쪽)과 박형철 현 청와대 반부패비서관 © 사진=연합뉴스


탄력받는 공수처 신설, 특수활동비도 점검

 

돈봉투 만찬 사건에서 건네진 돈의 출처가 특수활동비로 밝혀지면서 법무부와 검찰의 특수활동비도 제약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특수활동비는 ‘기밀유지가 요구되는 정보 및 사건수사와 이에 준하는 국정수행 활동에 직접 소요되는 경비’를 말한다. 올해 법무부에 105억원, 대검에 179억원이 배정됐다. 여권 관계자는 “특수활동비의 세부 지침은 기관장이 수립하도록 돼 있다. 따라서 검찰 고위급 인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특수활동비를 손볼 것”이라면서 “특수활동비의 투명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이 이뤄질 것이다. 본보기 차원에서 특수활동비를 대폭 삭감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검찰의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인사권 독립 방안도 추진된다. 외부인이 참여하는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와 검찰인사위원회를 구성해 정치권력의 입김을 원천 차단한다는 것이다.

 

특히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의 정상화 방안이 구체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추천위는 모두 9명으로 법무부 검찰국장, 법원행정처 차장, 대한변호사협회장, 한국법학교수회장,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이사장 등 당연직 5명과 법무부 장관이 추천하는 4명으로 구성된다. 문제는 법무부 장관의 추천권이 너무 과도하다는 점이다. 결국 법무부 장관, 즉 정권의 입맛에 맞는 후보가 결정될 가능성이 큰 셈이다. 이에 따라 국회나 시민사회에서 추천하는 위원 수를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직 검찰 고위간부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요즘 기축옥사(己丑獄事)를 다시금 들여다보고 있다. 보고 있으면 한숨만 나오고 밤에 잠도 오지 않는다”면서 “대다수의 검사들은 정치검찰이 아니며 우병우 전 민정수석과 관계도 없다”고 토로했다. 향후 다가올 검찰 내 부역자 색출 작업이 기축옥사와 같은 대대적이고 무차별적인 숙청 작업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검찰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냉담하다. 오히려 부역자 청산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이와 관련해 윤석열 지검장이 과거 항명 파동 과정에서 밝힌 다음과 같은 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나는 검찰 조직을 대단히 사랑한다. (그러나) 물고문을 해서라도 자백을 받으라고 지시할 때처럼 위법을 지시하면 따르면 안 되는 것이다. 나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

 

 

채동욱 前 검찰총장, 법무법인 설립하며 복귀

 

 

2013년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을 수사했던 윤석열 팀장과 박형철 부팀장이 각각 서울중앙지검장과 청와대 민정수석실 반부패비서관에 임명되면서 당시 검찰총장이었던 채동욱 전 총장에 대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채 전 총장은 국정원 댓글 사건을 수사하다가 혼외자 논란으로 불명예 퇴진했다. 박근혜 정부가 수사를 막기 위해 채 전 총장을 찍어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채 전 총장은 현재 법무법인 서평의 개업 준비에 한창이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지난 2월 전관예우 근절 등을 이유로 변호사 개업이 부적절하다며 채 전 총장의 변호사 개업 신고를 반려했다. 그러던 중 대한변협은 5월2일 상임이사회 심의를 거쳐 채 전 총장이 공익활동에 주력할 것을 조건으로 개업 신고서를 수리했다. 채 전 총장은 언론을 통해 “윤석열은 자기 헌신적인 사람”이라고 밝혔으며 향후 활동계획에 대해서는 “억울한 사람의 편에 서는 변호사가 되겠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 첫 검찰총장이었던 채동욱 전 총장(가운데)의 퇴임식 모습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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