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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단독] 中, 비밀리 北에 원유 공급하고 있다

유엔 대북 원유 수출 중단 촉구에도 中 단둥 외곽서 北으로 원유 공급…中 공안, 취재에 민감한 반응 보이며 본지 기자 2시간 이상 억류

중국 단둥=유지만·김지영 기자 ㅣ redpill@sisajournal.com | 승인 2017.05.23(Tue) 15:04:11 | 144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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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여전히 북한을 ‘음성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시사저널 취재 결과 확인됐다. 중국은 그동안 “유엔의 결의를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는 공식적 입장을 취해 왔지만, 중국과 북한의 접경지역에서는 여전히 많은 거래가 이뤄지고 있었다.

 

시사저널은 북한이 탄도미사일 발사 실험을 한 직후인 5월15일부터 20일까지 중국 랴오닝성(遼寧省)의 북·중 교역 최대 거점인 단둥(丹東)을 찾았다. 이곳에서 현지 소식통들을 만나 중국과 북한 간 교역 상황과 문재인 정부 출범에 따른 한·중 관계 변화에 대한 기대감 등을 다각도로 취재했다. 중단됐다고 알려진 중국의 대북 지원 현황에 대해서도 집중적으로 살펴봤다.

 

취재 결과, 중국은 여전히 북한에 대한 민간 교역을 허용하는 것은 물론, 국가 차원에서 지원도 여전히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배치에 따른 반한(反韓) 감정이 중국 사회에 깊숙이 스며들어 있다는 점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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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사드 배치로 반한 감정 심해

 

본지는 5월16일 중국 단둥 외곽의 러우팡진(樓房鎭)에 있는 단둥송유기지를 찾았다. 바싼(八三) 유류저장소로 불리는 이곳은 송유관을 통해 북한에 원유를 공급하고 있는 곳이다. 산 어귀에 위치한 저장소에는 약 10개의 대형 유류저장고가 있었으며 입구에는 ‘중국석유관도공사(中國石油管道公社)’ 간판이 붙어 있었다.

 

이 저장소에서 북한으로 가는 원유 송유관이 시작된다. 중국 헤이룽장성(黑龍江省) 다칭 유전에서 열차로 운송된 원유가 도착하면 열처리를 거쳐 송유관을 통해 북한 평안북도 피현군 백마리의 정유시설인 봉화화학공장으로 보낸다. 북한 상황에 정통한 현지 소식통은 “많으면 하루에 두 번, 적으면 하루에 한 번가량 이곳에 열차가 도착해 기름을 내린다. 예전보다 줄었지만 여전히 원유는 북한으로 건네지고 있다”고 말했다.

 

취재진은 이날 오후 2시쯤 저장소를 사진에 담기 위해 관광객을 가장해 사진을 찍었다. 그 순간 어디선가 중국군 20여 명이 나타나 기자 일행을 둘러쌌다. 이들은 긴 곤봉을 든 채 일행을 둘러싸고 위협했다. 취재진을 범죄자 취급했다. 이윽고 관리자인 듯한 장교가 나타나 “여기서 왜 사진을 찍는 것이냐”며 취재진의 카메라와 휴대전화, 여권 등을 빼앗았다. 이에 취재진이 “관광을 왔다가 사진을 찍게 됐다. 돌려 달라”고 취재진의 통역인을 통해 요구하자 중국군 장교는 “공안(公安·경찰)에 신고했으니 기다리라”며 언성을 높였다. 약 20분 후 러우팡진 파출소에서 나온 공안이 일일이 기자들의 신분을 확인하고 카메라와 휴대전화를 압수해 안에 담긴 사진들을 일일이 들췄다. 이들 역시 “중국에 왜 온 것이냐” “정말 관광 목적으로 온 것이 맞느냐”며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공안 측은 취재진을 공안 차량에 태운 뒤 서로 말을 못하게 하고 때때로 큰 소리를 지르며 고압적인 태도를 보였다.

 

 

中 공안, 취재진에 “당장 중국 떠나라” 겁박

 

기자 일행의 신분을 확인한 공안 측은 이날 찍은 사진을 모두 삭제하라고 요구했다. 고압적인 공안의 태도에 결국 사진을 삭제할 수밖에 없었다.

 

사진을 삭제한 뒤에는 취재진과 통역인을 파출소로 데려가 통역인을 통해 관련 진술서를 작성케 했다. 이날 오후 2시에 시작된 소동은 4시30분이 돼서야 끝날 수 있었다. 취재진은 압수당했던 여권과 카메라, 휴대전화 등을 돌려받았다.

 

공안과 유류저장고 관련자들의 반응은 최근 악화된 한·중 관계를 그대로 반영했다. 공안에 신고한 유류저장소 직원 중 한 명은 “한국이 심심하냐. 왜 사드를 들여오느냐”며 취재진을 향해 윽박지르듯 다그쳤다. 출동한 공안 중 최고책임자로 보이는 이는 일행을 향해 “오늘 당장 중국을 떠나라. 한국과 관계가 좋지 않아서 (한국인이) 싫다. 빨리 떠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중국이 여전히 북한에 기름을 보내주고 있다는 사실은 그동안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단둥 현지 관계자는 “공식적인 기록을 제로(0)로 만들었을 뿐, 여전히 물자를 보내주고 있다”고 말했다. 5월17일 일본 교도통신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4월29일과 5월14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이후 중국에 대북 원유 수출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복수의 외교소식통은 교도통신에 이 같은 소식을 전하면서 “다만 중국이 대북 원유 수출 제한이 추가 대북제재 결의안에 포함되는 것을 지지할지는 불투명하다”고 밝혔다.

 

원유 공급 감축은 중국이 취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대북제재 수단으로 꼽힌다. 최근 원유 수입량이 감소하면서 북한 내부에는 기름난이 심각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 평양의 일부 주유소에서 판매를 제한하거나 문을 닫는 곳까지 나오기 시작했고 휘발유 값이 급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 주재 니키 헤일리 미국 대사는 5월14일 ABC방송의 ‘디스 위크’에 출연해 “대북제재와 연관해 미국은 중국과 잘 협력하고 있으며 대북 원유 수출을 포함한 추가 대북제재도 실행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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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럭 이용한 물자 교역도 여전

 

중국과 북한 간의 물자 교역도 여전했다. 5월17일 찾은 단둥 시내의 세관(해관) 앞에는 북한으로 향하는 트럭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곳곳에서 북한 평안북도의 번호판을 단 트럭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트럭들은 아침마다 세관 앞에 있는 중조우의교(中朝友誼橋)를 통해 북한 신의주로 들어가 곳곳에 물자를 내린 후 오후에 단둥으로 돌아온다. 다음 날인 5월18일 오후에도 북한에 들어갔던 트럭들이 중조우의교를 통해 하나둘씩 돌아오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민간의 거래는 여전히 이뤄지고 있었다. 세관 근처의 한 대형 상점 주인은 “조선과 여전히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대북 관계가 얼어붙어서 예전보다 힘든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취재진과 이 주인이 대화를 나누고 있던 중에도 ‘북한 배지’를 단 북한 사람 2명이 들어와 구두를 고르다가 가격이 맞지 않아 돌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중국이 북한에 대한 교역을 중단할 수 없는 이유에 대해 한 현지 관계자는 “새로운 대북 사업들은 상당수 중단됐지만, 기존에 해 오던 교역을 중단하기는 사실상 힘들다. 단둥 시민이 240만 명인데 북한이 먹여 살리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런데 어떻게 중국 정부가 북한과의 교류를 막을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단둥이 사실상 대북 교역을 통해 성장한 도시인데, 북한이라는 시장을 버릴 수는 없다는 의미다.

 

단둥에 있는 대북 사업가들은 대체로 북한 시장이 더 개방되기를 원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최근 문재인 정부의 출범을 반기는 눈치였다. 평양에서 사업을 추진했다가 중단했다는 한 대북 사업가는 “북한은 2500만의 시장을 가지고 있으며, 물자는 모든 것이 다 필요한 상황이다. 이 시장이 완벽히 열린다면 그것이 곧 통일을 앞당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에 대해서는 “문 대통령에 대한 개인적인 호오(好惡)를 떠나서, 북한과 대화의 물꼬를 텄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강하게 북한과 맞섰는데 오히려 대화만 끊기고 관계가 악화됐다. 이런 기조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중국과 북한 간의 교역 의지는 신압록강대교에서 확인할 수 있다. 중국은 대북한 교역을 확대하기 위해 2014년 10월 중국 랑터우에 신압록강대교를 건설했다. 대교 길이는 3030m. 본래 북한과 절반씩 나눠 건설할 예정이었지만, 결국 중국 자본이 100% 투입됐다. 건설비용만 우리 돈으로 약 3700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북한이 2년 반이 지나도록 접속도로 건설을 하지 않아 현재 개통은 되지 않고 있다. 멀쩡한 대교가 무용지물이 된 셈이다. 현지 소식통은 “신압록강대교 인근에 들어선 신도시 아파트에 이미 북한 무역상들이 들어와 살고 있다. 1년에 미화로 약 5000달러를 (북한에) 가져다줘야 한다. 아직 이곳이 개통되지 않아 북한 무역상들도 애로사항이 많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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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대통령이 북한과 대화의 물꼬 텄으면”

 

신압록강대교 인근에는 중국과 북한 간 자유로운 민간교역을 가능하게 할 호시무역구(互市貿易區)도 마련돼 있다. ‘단동·국문만 조중변민 호시무역구’란 이름이 붙은 이 구역에는 북한에서 온 상인들이 물건을 팔 수 있는 상가들이 있었다. 북한 상가들은 건물마다 인공기가 걸려 있었고, 현재는 장사를 하지 않아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기자와 동행한 현지 관계자는 “북한에서 물건을 팔 때마다 들어와 임시로 상점을 열고, 판매를 다 하면 빠진다. 하지만 신압록강대교가 개통되지 않아 장사하기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문을 열고 장사하는 한 북한 물품점 종업원은 “북한 기념품만이 아니라 그림까지 판매하고 있다. 모두 다 북한에서 들여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지에서 만난 중국인과 대북 사업 관계자들은 한목소리로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미 일부 대북 사업가들은 기존에 중단됐던 사업 재개를 위해 북한과 물밑 접촉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여전히 중국인들은 한국의 사드 배치에 대해 강한 반감을 가지고 있었고, 문재인 정부에 대해서도 “두고 봐야 안다”는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문재인 정부의 출범으로 인해 나타난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심리적인 기대감이었다. 단둥 현지의 한 사업가는 “(문재인 정부에서) 아직 구체적인 조치가 나온 것은 없지만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 전에 중국과 한국의 관계가 예전 수준으로 회복돼야 한다는 전제도 달았다. 또 다른 중국인 사업가는 “중국인들은 한국이 왜 사드를 했는지 이해를 못하고 있다. (한국이) 마치 미국의 꼭두각시인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어 “한국이 사드를 빨리 철회하고 예전처럼 중국과의 관계를 회복한다면 훨씬 좋은 분위기가 만들어질 것 같다. 한국 사람은 좋아하지만 한국 정부는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중국과 북한의 밀교역도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과 북한 땅이 맞붙어 있는 황금평 일대에서 암암리에 밀거래가 이뤄지고 있다는 게 현지인의 전언이다.

 

중국 정부는 겉으론 유엔의 대북제재에 동참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속으론 북한과의 민간교역을 묵인하고 있으며 심지어 원유까지 공급하고 있음을 단둥 현지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북한 군인의 ‘앵벌이’ 

 

북한과 중국은 압록강과 두만강을 국경선으로 두고 있다. 여기에 국경을 지키는 북한 군인과 대화할 수 있을 정도로 중국과 북한이 가깝게 붙어 있는 곳이 적지 않다. 그런 곳에선 북한 군인들이 중국 쪽에서 관광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드러내놓고 ‘앵벌이’를 하는 경우가 있다.

 

시사저널은 2014년 1월 취재 당시 ‘앵벌이’하는 북한 군인을 만날 수 있었다. 당시 취재진은 평안북도 의주 부근에 배를 타고 접근했다. 북측 초소에서 보초를 서던 한 병사가 취재진이 타고 있던 배로 접근해 돈을 달라는 듯한 손짓을 했다. 이에 취재진이 배 위에서 담뱃갑에 20위안을 구겨 넣어 병사가 서 있던 강가 쪽으로 던져줬다. 그 병사는 강가로 뛰어와 담뱃갑을 주운 뒤 고맙다는 인사도 없이 초소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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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북한 국경을 지키는 군인들의 앵벌이는 여전했다. 5월17일 오후 취재진은 압록강 하류 쪽에 위치한 북한 황금평 지역에서 북한군 한 명을 발견했다. 국경 철책선 너머에 서 있던 군인을 향해 취재진이 “반갑습니다”라며 손을 흔들어 인사하자, 군인도 손을 흔들어 답례했다. 그러면서 취재진이 있는 쪽으로 가까이 오더니 손가락으로 담배 피우는 제스처를 했다. 담배를 달라는 거였다. 이에 취재진이 “어디서 (담배를) 줘요?”라고 묻자, 병사는 “저쪽으로 오시라요”라며 손가락으로 취재진과 가까이 접할 수 있는 곳을 알려줬다. 북한과 중국 철책선이 있는 곳에서 “어떻게 담배를 줘요?”라고 묻자 병사는 철책선 아래쪽으로 던지라고 했다. 취재진이 담배 4갑을 던져주자 병사가 “돈도 주시라요”라며 돈까지 요구했다. 그러면서 “빨리 주시라요”라고 재촉하기도 했다. 이에 담뱃갑에 중국 돈을 넣어 던져줬다. 취재진이 “우린 한국에서 왔습니다”라고 하자, 병사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알아요”라고 말했다. 병사가 관광객들에게 돈과 담배를 요구하는 게 익숙해 보였다. 병사는 취재진이 준 담배와 돈을 갖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유유히 사라졌다. 고맙다는 인사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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