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미사일 기술, 美 본토 타격 눈앞
  •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수석연구위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5.24 09:36
  • 호수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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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욱의 안보브리핑] 시험발사 성공 화성12호, 사거리 7000km 이를 수도

 

북한이 5월14일 오전 4시58분 새로운 미사일 발사에 성공했다. 함경북도 구성시에서 발사한 미사일은 ‘화성-12형 중장거리 전략탄도미사일(화성12호)’로, 그동안 한·미 당국에서 ‘KN-17’로 분류하던 기종이다. 미사일은 고도 2111.5km 높이에서 787km를 날아갔다. 이는 북한의 군용 탄도미사일 가운데 가장 강력한 추진력을 가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화성12호 이전에 북한이 발사에 성공한 탄도미사일 가운데 가장 강력한 추진력을 보여줬던 것은 지난해 6월22일 발사했던 무수단 중거리미사일(북한명 ‘화성10호’)이었다. 화성10호는 고도 1413.6km에서 400km를 비행했다. 사거리보다 고도가 높은 고각발사였지만, 이를 만약 정상각도로 발사했다고 계산하면 무려 3500km 정도를 날아갈 수 있었다. 이번에 발사한 화성12호는 화성10호에 비해 고도도 높고 사거리도 길었다. 그만큼 발사 에너지가 크다는 말이다. 대략적인 시뮬레이션으로 볼 때 화성12호를 정상각도로 발사하면 최대 4800km까지 비행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군사 전문가들은 사거리가 최소 5500km를 넘으면 미사일을 통상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분류한다. 즉 화성12호 정도의 추정 사거리라면 거의 ICBM급에 육박한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여기에는 북한이 모든 출력을 다 사용했느냐 하는 변수도 있을 수 있다. 그것이 아니라면 화성12호의 사거리는 더욱 늘어날 수도 있다. 일각에서 화성12호의 사거리가 7000km에 달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7000km면 북한에서 하와이를 타격할 수 있는 거리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5월14일 새로 개발한 중장거리 전략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의 시험발사를 참관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5월15일 전했다. © 조선중앙통신 연합

 

화성12호의 특징 3가지

 

화성12호의 특징은 크게 3가지를 꼽을 수 있다. 우선 화성12호는 신형 대출력 엔진을 장착하고 있다. 북한은 작년 9월20일 80tf(톤포스·1t 중량을 밀어 올리는 힘)의 대출력 미사일 엔진을 공개했고, 올해 3월19일에도 같은 엔진을 공개한 바 있다. 다만 작년 9월의 엔진분출시험에서는 메인 엔진만 출력을 냈지만, 올해 3월 시험에서는 메인 엔진 주변에 4개의 보조 엔진까지 장착했다. 이 엔진은 추력 100tf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백두산 엔진’이었다. 화성12호는 이 ‘백두산 엔진’을 장착해 발사에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즉 화성12호의 발사 성공으로 북한의 ICBM용 엔진이 성공적인 시험비행을 마쳤다고 분석할 수 있다.

 

이번 발사에서 화성12호가 낸 속도는 ICBM의 속도에는 이르지 못했을 것으로 보인다. ICBM은 일반적으로 최고속도가 마하 24를 넘는데, 화성12호는 속도가 마하 15~20 사이에 그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마하 10~15 정도에 불과한 화성10호에 비하면 비약적으로 발전한 것은 분명하다.

 

두 번째로 화성12호는 1단 추진 미사일이다. 단 분리가 없고, 맨 위의 탄두부만 분리된다. 현재 북한 주력 탄도미사일인 ‘스커드’와 ‘노동’은 물론 화성10호도 1단 추진 미사일이다. 차이점이라면 화성12호의 1단은 약 15m 정도로 매우 길다. 엄청난 무게의 1단을 달고도 2111km 상공까지 올라갔다는 말이다. 바꿔 말하면 만약 이 미사일에 2단 또는 3단을 적용할 경우에는 더욱 효율적으로 고도를 관리할 수 있다는 의미다. 메인 엔진 3~4개를 묶어 클러스터링 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ICBM으로 개발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PBV(Post Boost Vehicle·후추진체)다. 화성12호는 탄두부에 PBV를 장착하고 있다. PBV는 재진입 시 명중률을 높일 뿐만 아니라 MIRV(다탄두 재진입체)를 운용하는 데도 필수적 장치다. PBV를 장착했다는 말은 대기권 밖에서 1단 추진체와 탄두를 분리한 후에 ICBM의 중간 비행단계를 흉내 내보았을 가능성이 크다. 즉 대기권 밖에서 이동하다 다시 대기권으로 재진입했다는 말이다. 실제로 화성12호는 30분11초를 비행했다고 한다. 정상적 탄도비행이라면 비행시간이 몇 분 더 짧았어야만 했다. 결국 조금 더 길어진 비행시간은 대기권 재진입을 위한 기동시간이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우리 軍 “기술력 떨어진다” 평가절하

 

그렇다면 화성12호를 ICBM으로 분류할 수 있을까. 앞서 언급했듯 사거리가 ICBM이라고 부르기에는 조금 부족하다. 굳이 분류하자면 준대륙간탄도미사일(SCBM)이다. 그러나 이번 화성12호는 단분리가 없었던 점만 제외하면 ICBM의 특성을 거의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북한은 이 실험을 보란 듯이 성공했다.

 

실험결과를 놓고 한·미·일 당국 간 미묘한 차이가 엿보인다. 우선 일본은 이날 발사된 미사일이 ICBM일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미국의 반응은 일단 이번 미사일이 ICBM이 아니라는 판단이었다. 우리 군은 북한이 이번 미사일 발사를 이동식 발사차량이 아니라 간이식 발사대에서 했으므로 기술력이 떨어진다고 평가절하했다. 애써 적의 능력을 폄하하려는 모습처럼 보여서 안타까운 부분이기도 하다.

 

핵심은 화성12호가 ICBM인지 여부가 아니다. 북한 입장에서 중요한 것은 이 미사일로 미국의 어디까지 때릴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현재 북한이 때릴 수 있는 미국 영토는 약 3400km 떨어진 괌 정도에 불과하다. 미국 앵커리지까지는 5800km, 하와이까진 7200km 정도, 서부 시애틀까지라면 8000km로도 충분하다. 화성12호가 4800km 정도의 사거리라면 본토를 타격하기에 부족한 거리다. 하지만 유사한 능력을 갖추고 단분리가 되는 화성13호라면 성공할 수도 있다. 그래서 북한은 화성12호의 성공을 바탕으로 화성13호의 실험을 할 것이고, 궁극적으로는 지난 4월 열병식에서 공개한 것과 같이 냉각발사 방식의 고체연료 ICBM을 개발해 실전배치할 것이다.

 

이렇게 북한이 착실히 능력을 갖춰나가는 사이 우리의 전략적 능력은 여전히 제자리에 머물고 있다. 반면 1998년 대포동 쇼크 이후 꾸준히 미사일 탐지와 방어능력을 준비해 온 일본은 달랐다. 방위성은 미사일 발사 하루 전에 구성시에서 발사 움직임이 있음을 감지했다. 당일에는 방위성이 “고도 2000km, 사거리 700km, 비행시간 30분”이라고 정확히 밝힘으로써 북한 신형 미사일을 발사부터 탄착까지 꾸준히 감시했음을 과시했다.

 

새 정부는 전시작전통제권을 환수함으로써 자주국방의 길을 열겠다고 하고 있다. 그러나 북핵을 억제할 핵능력이 스스로 없는 것은 물론이고, 독자적인 전략정찰능력조차 없이 전쟁을 막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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