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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국회의원을 500명으로 늘린다면?(上)

[이민우 기자의 If] 입법-행정부 견제 기능 이원화…권한 나눌수록 효율성 높아져

이민우 기자 ㅣ mwlee@sisapress.com | 승인 2017.05.24(Wed) 1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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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시골에 계신 어머니로부터 전화가 한 통 걸려 왔습니다. “문재인(대통령)이 참 잘하는구먼. 빨갱이라고 하길래 안 뽑았더니….” 정치는 잘 모르지만 투표만큼은 꼭 해야 한다는 평범한 60대 노모의 긍정적인 평가가 어색하게 느껴졌습니다. 저 한적한 시골마을에서 농사만 지으면서 종합편성채널에서 흘러나오는 소식들로 세상을 접했던 분의 변화였습니다. 새삼 대한민국이 변하고 있다는 걸 실감했습니다.

 

정치의 계절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탄핵으로 인한 조기대선 국면이 지났습니다. 국민은 새로운 대통령을 선택했습니다. 새로운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이 국민들의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국민 87%가 새 대통령이 “잘할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역대 최고 수준입니다. 그동안 ‘비정상의 정상화’라며 국론을 분열시켰던 논란거리들을 빠르게 ‘정상화’시키는 모습입니다.

 

세간의 관심이 정치에 쏠려 있으니 정책적 상상력을 담고자 했던 ‘If 시리즈’도 정치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단순히 정치공학의 이야기를 넘어 정치를 혁신하기 위한 제도적 개선 방안을 모색해 볼 생각입니다. 내년 개헌을 앞두고 권력구조, 선거제도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기도 합니다. 우선 가장 간단하면서도 생각의 간극이 큰 ‘국회의원 정수’ 문제를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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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마다 되풀이되는 ‘국회의원 정수’ 논란

 

4년에 한 번씩 치러지는 국회의원 선거가 돌아오면 매번 반복되는 싸움이 있습니다. 국회의원 선거구 문제, 또 이로 인한 국회의원 정수 문제입니다. 지역 인구수가 바뀌다보니 선거구를 조정해야 하고, 선거구를 통합하거나 분할하면 지역구 의석수가 달라지게 됩니다. 신사다운 모습을 보이던 의원들조차 밥그릇 문제가 걸리자 기자들 앞에서 고성을 지르며 반감을 드러냅니다. 여기에 비례대표 의석수를 축소·확대하자는 의견이 강하게 맞섭니다.

 

지난해 20대 총선을 앞두고도 똑같은 일이 벌어졌습니다. 여야는 선거구 획정 시한을 한참 넘기고 나서야 논쟁을 끝냈습니다. 선거가 불과 두 달도 남지 않은 시점이었습니다.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과 더불어민주당은 지역구 수를 7석 늘리고 비례대표를 줄이기로 했습니다. 장애인·여성 등 소외계층에게 기회를 부여해 소수의 의견을 반영하자는 취지로 도입된 비례대표 의석수가 오히려 감소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소속 의원들의 격한 반발로 인한 내홍을 수습하기 위한 조치였습니다.

 

이 같은 갈등에서 절대 건드리지 말아야 할 선이 있습니다. 바로 국회의원 정수였습니다. 여야가 아무리 싸워도 ‘국회의원 정수 300명’의 틀은 지켰습니다. 의원을 줄이는 일은 절대 수용할 수 없지만, 국민 여론에 밀려 늘릴 수도 없다는 생각이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른바 심리적 마지노선인 셈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를 맡았던 시절에 국회의원 정수에 대해 “400명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가 역풍을 맞기도 했습니다. 국회가 일은 제대로 하지 않고 ‘밥그릇 늘리기’에만 골몰한다는 부정적 인식 때문이었습니다.

 

국회의원 정수를 늘리자는 주장이 없던 것은 아닙니다. 시민사회와 일부 언론을 중심으로 조심스럽게 제기했습니다. 250여개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한 정치개혁시민연대는 국회의원 정수를 360명까지 확대하자고 주장했습니다. 농어촌 대표성을 보장하고 비례대표를 강화하자는 취지였습니다. 일부 언론에서도 “다른 선진국과 비교하면 의원 한 사람이 대표하는 인구수가 훨씬 많다”며 “의원들에게 제공하는 세비와 각종 특권을 줄이고 의원 수를 늘리는 게 국민 대표성을 높이는 길”이라고 밝혔습니다.

 

 

국회의원 너무 많다? 해외보다 오히려 적어

 

한국 국회의원 수가 다른 나라에 비해 많은 것은 아닙니다. 비슷한 규모의 국가들보다 적은 편입니다. 인구와 경제규모,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여부 등 비교가 될 만한 나라를 추려보면 독일, 프랑스, 영국 등이 있습니다. 독일 하원은 598명, 프랑스 하원은 577명, 영국 하원은 650명으로 한국보다 많습니다. 이탈리아는 상·하원 합계가 1000명에 육박합니다.

 

국민 수와 국회의원 정수를 비교해 ‘대표성’을 따져도 한국의 국회의원 숫자가 많지 않습니다. 직선의원 1인당 인구비율은 한국이 1인당 16만5930명으로 독일 13만6000명, 프랑스 11만3000명, 영국 9만6000명, 이탈리아 6만4000명보다 높습니다. 그만큼 우리나라에 국회의원이 부족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일각에선 미국과 비교해 우리나라 국회의원이 너무 많다고 주장합니다. 미국의 선출직 의원 인구비율은 58만명에 이릅니다. 하지만 미국 인구가 3억2000만명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합니다. 심지어 미국에서도 의원정수 논란은 풀지 못한 숙제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미국 의회는 원래 10년 마다 인구를 반영해 정수를 조정해왔습니다. 그 결과 1789년 65석이던 의석수는 1910년 435석까지 늘었습니다. 이후 이민자들이 급속히 증가하자 주(州)마다 의원 정수를 놓고 갈등이 벌어졌습니다.

 

물론 정치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깊습니다. 정치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도, 국회의원의 특권이 너무 많다는 지적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것이 국회의원 정수에서 비롯된 문제일까요. 국회의원 숫자를 200명으로 줄인다고 해결될 문제일까요. 한 번 생각해 볼 대목입니다.

 

 

‘만일 국회의원을 500명으로 늘린다면?(下)’ 편에서는 국회의원 정수를 늘린다면 권한과 구조를 어떻게 바꿀지, 이로 인한 효과는 무엇인지 등에 대해 다룰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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