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예방은 언제 해야 할까?
  • 김철수 가정의학과 전문의·한의사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5.24 13:30
  • 호수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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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수의 진료 톡톡] 40~50대, 뇌세포 부서지기 전부터 시작해야

 

기억력이 떨어지는 것은 뇌가 나빠지기 때문이다. 뇌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하루아침에 나빠지지 않는다. 치매로 변해 가는 과정 중, 뇌 속에 나타나는 첫 번째 변화는 뇌세포 밖에 베타아밀로이드라는 독성 물질이 쌓이는 현상이다. 쌓이기 시작하는 시점은 40대 중반으로 추정된다. 베타아밀로이드 찌꺼기가 쌓이기 시작하는 시점과 쌓이는 속도는 사람마다 다르다. 늦게 쌓이기 시작하고 쌓이는 속도가 늦으면 늦게 치매가 생기거나 일생 치매가 오지 않을 수도 있는 반면, 젊은 나이에 쌓이기 시작하고 쌓이는 속도가 빠르면 일찍 치매가 올 수 있다. 이런 찌꺼기는 아마도 태어나면서부터 생기기 시작할 것으로 추정되지만, 젊을 때는 생기는 양보다 제거할 수 있는 역량이 많아서 40대 중반까지는 찌꺼기들이 자리를 잡지 못한다. 이후 나이가 들면서 점점 빠른 속도로 찌꺼기가 더 많이 쌓인다.

 

베타아밀로이드와 스트레스, 활성산소 등으로 뇌세포가 계속 시달림을 받으면 뇌세포 속에도 타우단백 등으로 구성된 찌꺼기가 만들어진다. 뇌세포 안에 찌꺼기가 많아지면 뇌세포의 기능이 나빠지고, 계속 진행돼 찌꺼기의 양이 넘치면 뇌세포가 파괴된다. 기능이 나빠진 뇌세포가 많아지고 부서지는 뇌세포도 늘어나면서 기억력이 떨어지는 것이다. 기억력이 떨어져 일정 수준 이하로 나빠지면 치매가 온다.

 

서울시 관계자가 2015년 ‘치매 선별 검진 및 체험행사’에서 치매 예방을 위한 음악 프로그램을 시연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79세에 알츠하이머 치매가 된 J 여사에게 이런 뇌 변화를 적용해 보면 46세부터 베타아밀로이드 찌꺼기가 뇌세포 바깥에 쌓이기 시작했고, 약 8년이 지난 54세부터 뇌세포 속에도 타우단백 등으로 뭉친 찌꺼기가 쌓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뇌세포 속에 찌꺼기가 8년쯤 쌓이던 62세 무렵부터 뇌세포가 부서지기 시작했고, 부서진 뇌세포가 8년 정도 누적된 70세부터 기억력이 떨어지기 시작하는 경도인지장애가 시작됐으며, 기억력이 8년 정도 계속 떨어지면서 79세에 치매가 왔다고 추정할 수 있다.

 

이런 변화를 볼 때 J 여사가 치매 예방 노력을 시작해야 하는 이상적 나이는 베타아밀로이드가 쌓이기 시작하던 46세다. 이론상으로는 뇌세포가 부서지면 다시 재생되지 않기 때문에 부서지는 뇌세포가 많아지기 시작하던 62세 전에 예방 노력을 시작했다면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기억력이 떨어지는 느낌도 별로 없는데 치매를 예방하는 노력을 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70세에 경도인지장애가 시작돼 기억력이 나빠지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을 때부터라도 예방 노력은 물론 예방 치료를 받았어야 했다. 늦어도 76세 객관적 경도인지장애가 나타나 같이 사는 가족들이 환자의 상태를 인식했을 때부터라도 적극적인 치매 예방 치료를 받았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예방 치료가 필요한 이유는 분명하다. 한의학적 관점으로 볼 때 뇌세포가 재생은 되지 않더라도 재활은 가능하며, 재활이 가능하다면 치료약을 예방약으로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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