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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이 돌아왔다…다시 부는 카툰 열풍

만화 원작 콘텐츠 인기 영향 새로운 트렌드 만화카페 등 즐기는 방법 다양해

김은샘 객원기자 ㅣ eunsam93@naver.com | 승인 2017.05.28(Sun) 13:00:00 | 144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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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1월에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너의 이름은.》이 한국에서 큰 열풍을 일으켰다.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을 뿐만 아니라 17차 관람자가 등장할 정도로 높은 인기를 누려 화제가 됐다. 또 수입 영화 최초, 애니메이션 영화 최초로 한정판 굿즈, DVD 등이 30분 만에 완판을 기록했다. 특히 《너의 이름은.》 만화책이 종합 베스트셀러 상위권을 차지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너의 이름은.》 만화책은 인터넷서점 알라딘 5월 셋째 주 순위에서 아직도 3위를 기록하고 있다. 만화책이 오랫동안 종합 베스트셀러 상위권을 기록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이 때문에 대형 서적 도매상 송인서적의 부도 등으로 출판계가 불황인 가운데, 최근 일고 있는 만화에 대한 관심이 침체된 출판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웹툰 등 디지털 콘텐츠에 밀려난 만화책에 대한 관심이 정말 돌아오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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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 주 구매층은 ‘만화방 세대’ 3040

 

확실히 만화 관련 소비는 늘고 있다. 교보문고는 지난해 만화 판매량을 분석한 결과, 2015년보다 13.4% 늘어난 약 130만 부를 기록, 역대 최다 판매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특히 올해 1~4월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5% 증가해 올해도 최고 판매량을 갈아치울 것으로 보인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너의 이름은.》과 같은 다양한 만화 원작 콘텐츠의 인기가 만화 단행본 시장의 성장을 이끌고 있다”고 분석했다.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 만난 정소희씨(23)는 “좋아하는 드라마나 영화 원작은 소장용으로 꼭 구입한다”고 말했다.

 

현재 세계적으로 인기를 모으는 영화·애니메이션·드라마 등은 만화를 원작으로 하는 것이 많다. 마블 영화를 비롯해 《데스노트》, 최근 국내 개봉한 《공각기동대》 등이다. 한국 작가 작품도 눈에 띈다. 현재 150만 관객을 돌파하며 호평을 받은 《임금님의 사건수첩》은 동명의 원작 만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또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관객 수 690만 명을 동원하며 화제가 됐다. 이외에도 《미생》 《치즈인더트랩》 등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드라마가 방영돼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임금님의 사건수첩》 출판사인 서울문화사 관계자는 “드라마나 영화화돼 인기를 끌면 실제 판매율도 늘어나는 편”이라고 말했다.

 

웹툰·카툰, 그래픽노블, 스포츠, SF·판타지 등 거의 모든 분야 만화 판매가 늘어났다. 그중에서도 가장 신장률이 높은 분야는 동물 등장 만화와 그래픽노블이다. 교보문고 측은 애완동물과 슈퍼히어로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정덕현 문화 평론가는 “사람들이 책을 많이 읽지 않는 지금, 이미지를 활용하는 만화와 같은 책들은 꾸준히 판매되고 있다”며 “특히 만화는 꾸준한 독자층이 있다”고 말했다.


만화의 귀환은 ‘만화방 세대’의 역할이 컸다. 실제 만화책을 주로 구입하는 연령층은 10~20대가 아니라, 30~40대다. 이들은 1980~90년대 ‘만화방’에 가는 일이 잦았던 ‘만화방 세대’다. 교보문고가 5월8일 발표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2007년 연령별 판매 비중과 비교했을 때 주요 독자층 연령이 10~30대 중심에서 20~40대 중심으로 바뀌었다. 2007년 10대 비중은 16.76%였지만, 지난해엔 6.45%에 불과했다. 반면 30대는 24.66%에서 31.44%로 늘어 전 연령 중 가장 비중이 컸다. 40대 역시 17.15%에서 25.07%로 늘었다.

 


 

1020 중심 새로운 트렌드, 만화카페

 

30~40대는 《보물섬》 《챔프》 등 1980년대 말부터 1990년대까지 황금기를 누렸던 만화 전문 잡지를 즐겨 본 세대다. 어린 시절부터 만화책을 즐겨 본 세대가 성인이 돼서도 꾸준히 만화책을 구매한다는 분석이다. 영풍문고 종각역점에서 만난 서아무개씨(32)는 “어릴 때부터 만화 잡지를 섭렵했다”며 “만화책 구매는 돈이 아깝지 않다”고 말했다. 영풍문고 관계자는 “만화책을 구입하는 중년층은 꾸준히 있어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덕현 문화 평론가는 “이들은 만화책을 구입해 소장했던 세대”라며 “소비는 경험에 의해 이뤄지기 때문에 사봤던 사람이 사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서찬휘 만화 칼럼니스트는 다른 분석을 내놓았다. 판매가 증대된 만화책 분야에 ‘직업문화’와 ‘순정만화’가 빠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직업문화에 관심을 둘 만한 연령대는 30~40대이고, 순정만화는 여성 독자층에서 고른 연령대에 걸쳐 인기를 모아왔던 장르다. 당시 만화를 즐겼던 이들은 만화책 판매 신장에 새롭게 기여했다기보다는 원래 머물러 있던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만화책과 함께 눈길을 끄는 게 있다면, 요즘 트렌드로 손꼽히는 만화카페다. 만화카페는 단순히 만화책을 보는 것만이 아닌, 복합문화공간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세련되고 깔끔한 인테리어와 특색 있는 서비스로 무장했다. 특히 10~20대의 데이트 장소 등으로 인기가 많지만, 30~40대 중년층과 가족 단위 손님도 많이 찾는 편이다. 신촌의 한 인기 있는 만화카페 관계자는 “주말은 항상 손님이 많고 20대가 가장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홍대입구의 한 인기 만화카페 관계자는 “중년 남성 손님도 많고, 중년 여성분들이 단체로 오시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신촌의 한 유명한 만화카페는 주말에는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붐빈다. 대기명단에는 이름이 길게 줄지어 쓰여 있다. 겨우 들어와도, 자리를 선점하는 과정이 치열하다. 혼자만의 공간을 보장받는 동굴 형태 자리, 넓은 소파 등 편안함을 추구한 게 돋보였다. 만화카페를 찾은 사람들은 각기 편한 자세로 자유롭게 만화책을 읽고 있었다. 음료, 간식거리뿐만 아니라 식사도 해결할 수 있다. 메뉴판에는 다양한 음식 메뉴가 적혀 있었다. 또 다른 홍대의 한 만화카페 관계자는 “다양한 만화책도 인기 요소지만 식사도 하고 커피도 마시며 편하게 휴식할 공간을 찾는 것 같다”고 말했다. 만화카페를 자주 찾는다는 윤소영씨(29)는 “1990년대 유년 시절의 즐거움은 만화책이었다”며 “편안한 장소에 누워 주변사람 눈치 보지 않고 즐길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만화카페 열풍에 대해 서찬휘 만화 칼럼니스트는 “세련된 휴식공간과 만화책이 지니는 특성이 잘 맞아떨어진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정덕현 문화 평론가는 “대상이 굳이 만화책인 것은 만화의 인기가 분명 일조하는 점이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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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만화 중 웹툰 단행본 제외하곤 여전히 정체”

 

인기를 반영하듯 세련된 인테리어의 만화카페는 쉽게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예전 200~500원으로 만화책을 빌려줬던 만화대여점은 이제 찾아보기 힘들다. 기자는 서울시 중구에서 한 만화대여점을 겨우 찾을 수 있었다. 가게에 들어서자 오래된 책 냄새와 빼곡하게 꽂힌 만화책들이 반겼다. 10여 년 전 동네에 있던 만화대여점과 똑같은 모습이었다.

 

이곳에서 20여 년간 만화대여점을 운영하고 있는 김아무개씨(54)는 “이제 이런 형태의 만화대여점은 찾아보기 힘들다”며 “그래도 항상 꾸준히 찾는 손님들이 있다”고 말했다. 양복 차림의 중년 남성들이 책을 대여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만화대여점을 찾아오는 젊은 손님들도 꽤 있었다. 평소 만화대여점을 애용한다는 박재은(23)씨는 “만화카페는 사람이 많아 자리 잡기도 쉽지 않고, 또 집중하기가 힘들다”며 “내 침대에서 반납하기 전까지 읽고 또 읽는 게 가장 큰 매력”이라고 말했다. 만화대여점 사장에게 만화책 추천을 받은 박씨는 “만화책을 추천받는 것도 하나의 재미”라고 덧붙였다.

 

현재 만화에 대한 관심이 영화·드라마 인기에 힘입어 수입 만화와 웹툰, 단행본 등이 이끌고 있는 일시적 현상이라는 의견도 있다. 서찬휘 만화 칼럼니스트는 “만화 출판시장이 수입으로나마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는 것은 나쁘지 않지만, 한국 만화의 성장이라는 측면에서는 생각할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웹툰과 웹툰이 만들어내는 굿즈 형태의 단행본 판매에만 그친다면 결국 ‘한국 만화’ 성장에는 악영향이 될 것”이라고 우려를 내비쳤다.

 

판매 부수 대부분이 해외 도서의 라이선스를 가져온 책이라는 점도 한계다. 서찬휘 칼럼니스트는 “한국 작가의 작품인 웹툰 분야 판매율이 신장했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여전히 만화 콘텐츠는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만화책 판매량 증가는 분명 긍정적인 신호다. 하지만 만화 인기의 흐름이 앞으로도 수입물에 편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공존하는 것이다. 실제로 서울문화사 관계자는 “국내 만화 중 웹툰 단행본을 제외하고는 판매량을 체감할 만한 분야는 딱히 없다”고 말했다.

 

또 만화가 무료 콘텐츠라는 인식도 만화 산업의 성장을 저해한다. 만화대여점이 성황일 때도 만화는 ‘빌려 본다’는 인식이 강했다. 대형 포털에서 연재되는 웹툰 역시 무료로 제공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제로 지금은 인식이 개선됐다고 하지만, 웹툰 유료화 초창기 첫 타자로 나선 작가는 심한 인신공격을 받을 정도였기 때문이다. 서찬휘 칼럼니스트는 “만화는 돈을 낼 필요가 없다는 인식을 계속해서 깨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또 “시장 규모의 확장 없이는 콘텐츠의 성장도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덕현 문화 평론가는 “우리는 지금 문자 텍스트 마지막 시대를 경험하고 있다”며 “미래 산업에 만화는 콘텐츠 중심으로 들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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