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孝 문화로 사회문제 해결해야”
  • 노진섭 기자 (no@sisajournal.com)
  • 승인 2017.05.26 10:46
  • 호수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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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도쿠노 에이지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일본 회장 “한국인의 한(恨) 풀어야 한·일 관계 회복”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가정연합) 일본 본부가 5월14일 도쿄 아리아케 콜로세움(2020년 도쿄올림픽 테니스 경기장)에서 ‘2017 효정(孝情) 문화 페스티벌 in Tokyo’라는 행사를 열었다. 효 중심의 가족 관계를 강조하는 이번 행사에는 1만2000여 명의 도쿄 시민이 참여했다. 일본 ‘어머니의 날’인 이날 행사를 취재한 언론 관계자는 “일본에서 가정연합의 인지도나 영향력이 크다”며 “가정의 가치를 통해 각종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나아가 한·일 관계는 물론 세계 평화를 이뤄야 한다는 가정연합의 가치관이 일본 사회에서 관심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가정연합은 1954년 창립한 세계기독교통일신령협회(통일교회)의 후신으로 일본에만 60만 명의 회원을 두고 있다. 도쿠노 에이지(德野英治) 가정연합 일본 회장은 5월13일 도쿄에 있는 뉴 오타니 호텔에서 기자를 만난 자리에서 “효 중심의 가정 문화가 여러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더 나아가 한·일 관계를 원만하게 만드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도쿠노 에이지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일본 회장 ©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제공

 

이번 행사의 의미와 기대 효과는 무엇인가.

 

일본 사회에는 인구감소, 핵가족, 저출산, 청소년 문제 등의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가정의 가치를 바로 세워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가정의 핵심은 효(孝)다. 이를 부각하고자 효정 문화 페스티벌을 기획했다. 효를 통해 가족 관계를 강화할 수 있다. 이 행사는 올해 처음으로 도쿄에서 진행하지만, 앞으로 오사카, 나고야, 고베, 요코하마 등 전국 47개 현으로 확대해 개최할 예정이다. 가정에서 효의 가치가 뿌리를 내리면 사회, 국가는 물론 세계 평화에도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한다.

 

 

일본인에게 효란 어떤 의미인가.

 

일본도 한국처럼 유교 문화가 정착된 나라다. 부모를 존경하고 부모에게 효도하는 것은 중요한 덕목이다. 그러나 최근 효의 중요성이 퇴색되는 추세다. 요즘의 젊은이들은 효의 가치를 잘 모른다. 일본은 한국보다 미국 문화를 먼저 접하면서 효의 개념이 약화됐다. 옛날에는 학교에서 도덕 교육을 했지만, 지금은 하지 않는다. 그 결과 여러 사회문제가 발생했다. 부모가 자식을 죽이고, 자식이 부모를 해친다. 이런 일이 부부 사이에서도 일어난다. 일본에서 발생하는 살인 사건의 53.5%가 가정 안에서 벌어지고 있다. 가족 관계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가정 문제나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본은 오래전부터 고민해 왔다. 일본의 유식자(지식인)와 언론이 이번 행사에 관심을 두게 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가족 간의 유대를 강화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은 무엇인가.

 

가정의 소중함을 유지하려면 무엇보다 가정 해체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부부 사이에 신뢰가 깨지면 가족 관계를 유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것이 사회적 청소년 문제 등으로 연결된다. 따라서 가정연합은 부부가 순결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고 강조한다. 두 번째로는 가정에서 할아버지·할머니부터 아버지·어머니와 자녀에 이르기까지 3대가 서로 공경하고 존경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예를 들어 한국인이 명절 때 어른에게 세배를 하는 것처럼, 일본인도 평소 부모와 자녀가 큰절로 예를 표할 수 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에게 효도하는 부모의 모습을 보고 자란 자녀는 효의 가치를 체득하게 된다. 이런 식으로 가정이 건강하면 사회나 국가는 물론 세계가 건강해진다. 여담이지만, 내 아들도 약 7년 동안 한국에서 유학했다.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마치고 일본으로 돌아와서는 부모에게 큰절을 했다. 아들의 모습을 보면서 한국에 유교 문화가 여전히 존재한다고 느꼈다. 일본에서는 부모에게 큰절을 올리는 자녀가 없다.

 

 

행사 자료에 ‘어머니의 사랑으로 한·일 갈등을 해결하자’는 말이 있는데, 어떤 의미인가.

 

한국 국회의원 등 VIP가 일본을 방문할 때마다 내가 하는 말이 있다. 1895년 명성황후 시해 사건 이후 일제강점기가 있었다. 이 기간에 일본은 가해자였고 한국은 피해자였다. 일본은 한국인의 마음속 깊이 들어가 비참한 과거에 대해 사과할 것은 사과해서 한국인의 한(恨)을 풀어야 한다. 그래야 한·일 관계가 원만해지고 미래를 생각하는 운명 공동체가 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조건 없는 사랑과 희생을 보여주는 어머니의 마음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머니의 헌신적인 사랑 같은 심정으로 한·일 관계의 갈등을 해결해야 한다.

 

 

현재 한·일 관계를 어떻게 진단하나.

 

한국과 일본은 거리상으로 가까울 뿐만 아니라 민주주의, 인권 존중, 법치주의라고 하는 가치관을 공유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가족을 소중히 여기는 유교적 문화도 양국에 존재한다. 가정연합은 한국을 아버지의 나라로, 일본을 어머니의 나라로 여기고 있을 만큼 양국은 가까운 사이라고 생각한다. 이렇듯 친하게 지낼 수 있는 여건이 있음에도 20세기 초에 생긴 여러 문제가 양국 관계를 가로막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러나 소통과 공유를 넓히면 서로 이해하며 우호적 관계를 맺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새로 한국을 대표하게 된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총리가 양국을 원만한 관계로 발전시켜 미래를 향해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 우리와 같은 민간 차원에서도 여러 방법으로 양국 관계의 정상화에 힘쓰고 있다. 예컨대 가정연합은 150km에 달하는 한·일 해저터널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만날 때 한·일 해저터널에 관해 의견을 주고받으면 좋겠다. 가정연합은 아베 총리 측에 한·일 해저터널의 중요성을 알리고 있다. 

 

 

“세계 청년지도자 1만 명 육성할 것”

 

5월14일은 일본에서 ‘어머니의 날’이다. 5월 두 번째 일요일을 어머니의 날로 정한 미국의 영향을 받았다. 이날 일본인은 어머니에게 붉은 카네이션을 선물한다. 약 1만2000명의 도쿄 시민은 붉은 카네이션을 들고 아리아케 콜로세움에서 열린 ‘2017 효정(孝情) 문화 페스티벌 in Tokyo’에 참석했다.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가정연합) 일본 본부가 효 문화를 통한 가정의 가치를 일깨우기 위해 마련한 행사다.

 

5월14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 콜로세움에서 열린 ‘2017 효정(孝情) 문화 페스티벌 in Tokyo’ 행사에 도쿄 시민 1만2000여 명이 참석했다. ©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제공

특히 많은 청소년이 이번 행사에 참여했다. 가정연합이 청년지도자 양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비전 2020’을 통해 젊은 인재를 육성해 조직의 기반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최근 청년 회원이 증가하는 추세다. 송용천 전국축복가정총연합회 총회장은 “일본에서 가정연합에 가입하는 청년 회원 수가 늘고 있다. 지난 6개월간 7000여 명이 회원으로 가입했고, 기존 회원들의 이탈 현상도 거의 없다”고 말했다.

 

가정연합은 2020년까지 세계 40개국에 청년 선교사를 파견해 ‘세계적 청년지도자 네트워크’를 구축할 계획이다. 한학자 가정연합 총재는 “세계 청년 인재 양성 프로그램을 통해 1만 명의 인재를 길러낼 예정”이라며 “이들은 세계를 무대로 ‘참가정·참사랑’ 운동은 물론 평화·봉사활동을 펼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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