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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테르테는 '애국주의자'인가 ‘트러블메이커'인가

연일 기행 일삼는 ‘동남아 트럼프’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정신세계

송창섭 기자 ㅣ realsong@sisajournal.com | 승인 2017.05.31(Wed) 11:2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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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세안 뉴스메이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또 한 번 사고를 쳤습니다. 지난 5월20일 홍콩 일간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보도한 내용인데요. 두테르테 대통령이 하루 전 있었던 해안경비대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나눈 대화의 일부를 소개한 게 발단이 됐습니다. 중국이 야심차게 진행 중인 일대일로(一帶一路·21세기 육상과 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 국제협력 정상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중국 베이징을 방문한 두테르테 대통령은 시 주석과 만난 자리에서 “우리는 (분쟁 해역에서) 석유 시추를 할 생각인데, 당신네 나라의 것이라고 주장한다면 그것은 당신들의 생각이다. 나는 석유 시추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는 군요. 그러자 시 주석이 “우리는 친구다. 우리는 다투고 싶지 않으며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싶다. 하지만 만약 그 쟁점을 강요한다면 우리는 전쟁으로 갈 것”이라고 경고했다는 겁니다. 물론 이게 정확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두 사람 간 어떤 얘기가 오갔는지에 대해서는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진위를 떠나 양국 정상 간 오간 얘기를 꺼낸 것 자체가 외교적 결례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습니다. 물론 이러한 사실에 대해서 중국 정부는 공식적으로 확인해주지 않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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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아시다시피 남중국해는 아세안의 화약고와 같습니다. 중국은 남중국해의 영유권을 확보해 아세안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그리 간단치 않습니다. 남중국해는 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필리핀·베트남·중국 등 여러 나라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혀 있습니다. 주도권을 가진 미국은 반중​ 국가들을 동원해 중국을 견제하고 있죠.

 

그런데 최근 두테르테 대통령의 행보를 보면, 이해가 안갑니다. 대통령 취임 직후 행보를 보면 노선은 친중(親中)이 뚜렷해 보였습니다. 작년 말 이었던가요. 아세안 국가를 순방하고 돌아온 자리에서 두테르테 대통령은 느닷없이 “상호방위조약(VFA)을 폐기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더 이상 미군이 우리 땅에 발붙일 일은 없을 것이다. 바이 바이 미국~”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랬던 그가 다시 중국하고 대결 양상을 보인다니, 어찌 보면 참으로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동남아 최고의 뉴스메이커로 자리 잡아 

 

요즘 두테르테 대통령은 아세안을 넘어 아시아에서 최고의 뉴스메이커가 됐습니다. 토픽감으로만 치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못지않죠. 가는 곳마다 갖은 기행을 벌이면서 많은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10년 사이 두테르테 대통령처럼 자주 외신에 나왔던 필리핀 정치인이 있었을까요?

 

지금 필리핀에는 계엄령이 떨어졌습니다. 이슬람교 신자들이 대거 모여 사는 민다나오에 말이죠. 가톨릭 국가인 필리핀에서 남부 민다나오는 화약고와 같은 곳입니다. 분리 독립을 주장하고 있으니까요. 그런데 두테르테 대통령이 계엄군에게 성폭행을 해도 좋다고 발언을 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본인은 농담이라고 했는데, 국가원수가 격이 떨어지게 시리 농담을 지나치게 하는군요.

 

그렇다면 두테르테 대통령은 어떤 인물일까요?

 

혹자는 두테르테 대통령을 가리켜 ‘스트롱맨 리더십’을 보여주는 대표적 인사라고 합니다. 지난 대선 때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도 선거 기간 내내 줄기차게 ‘스트롱맨’을 강조했죠. 갑자기 두테르테 대통령의 정신세계가 궁금해지는 건 왜 일까요? 이와 관련해서 외신에 많이 등장하는 사람이 있더군요. 두테르테 대통령의 전처 엘리자베스 짐머맨은 이혼재판에서 자신의 결혼 생활이 “몸서리칠 정도로 무서웠고 이로 인해 굉장히 불행했다”고 말했습니다. 두 사람은 2000년 이혼했는데요. 슬하에 현재 아들·딸을 하나씩 두고 있습니다. 이혼 과정에서 전 부인은 두테르테 대통령의 여성 편력을 비판했습니다. 일방적인 주장이니 이에 대한 설명은 생략하겠습니다.

 

심리학자인 나트리바드 다이안 전 국제심리학자회의 회장은 두테르테 대통령을 가리켜 ‘반사회적이면서 자아도취가 강한 인격장애자’라고 규정했습니다. 남의 나라 국가원수를 심하게 비난하는 것 같아 부담스럽지만, 다이안 박사의 사적 의견임을 밝혀둡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남에 대해 극도로 무관심하다. 스스로가 세상의 중심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품위를 떨어트리는 성향이 있는 것도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대신 거창하게 자기 자신이 이런 일을 할 만한 합당한 능력이 있다고 생각하게 한다. 그러면서 상대방을 리드한다.” 1000여명을 죽여 가며 마약과의 전쟁을 벌이는 것도 어지간한 강심장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대단한 지략가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달변가일뿐더러, 대단한 애국자 기질이 있다는 겁니다. 세계 최고수 정상 시진핑 주석과의 대담에서도 전혀 주눅이 들지 않는 것은 그가 대단한 애국주의자이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올해 뉴욕타임즈가 두테르테 대통령의 이웃인 포밀다 다니엘과 인터뷰를 했는데, 그 사람이 말하는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나치게 단순할 정도로 '솔직한 사람'입니다. 최근 '인콰이어러'지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과 같은 스트롱맨을 비교 분석했는데, 가장 큰 특징이 논리정연하다는 것이었습니다. 

 

필리핀은 공식적으로 퍼스트레이디가 없습니다. 법적으로 두테르테 대통령은 이혼남입니다. 그렇다고 필리핀의 스트롱맨이 과연 여자 친구가 없을까요? 물론 아니죠. 현재 그의 두 번째 부인은 시엘리토 아반세냐 여사입니다. 함께 살지만, 아반세냐 여사를 자신의 부인이라고 하지는 않습니다. 그냥 여자친구라고 부를 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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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테르테는 강하면서 솔직한 남자

 

두테르테 대통령 취임 후 달라진 것은 아세안에서 필리핀의 위상이 많이 올라갔다는 점입니다. 전형적인 스트롱맨 효과라고 할 수 있죠. 그것이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진다면 좋겠지만 말입니다. 한때 필리핀은 동남아의 맹주였습니다. 마르코스 정권때까지 말이죠. 하지만 그 이후 주도권을 태국·싱가포르·베트남 등지에 넘겨주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두테르테 대통령이 이런 분위기를 완전히 바꿨습니다. 그건 분명 인정할 부분입니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실리를 취하는 두테르테 식 전략이 성공을 거둔다면, 필리핀은 분명 국가의 기운이 상승할 것입니다. 하지만, 잦은 구설수는 많은 이들의 피로감을 부추깁니다. 국가를 대표하는 얼굴답게 격을 지키길 바라는 마음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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