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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이 중국 체면 구겼다”

中 왕이 외교부장, 황교안 前 총리 비난한 배경

모종혁 중국 통신원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5.29(Mon) 15:30:00 | 144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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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중국의 체면(面子)을 깎아내렸다.” 5월22일 한국의 한 언론은 5월18일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이 이해찬 중국 특사를 만났을 때 발언한 내용을 보도했다. 보도 내용을 바탕으로 전말을 재구성하면 다음과 같다.

 

지난해 6월26일 당시 황교안 총리는 4박5일 일정으로 중국을 방문했다. 사흘 뒤 황 총리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회담했다. 그 자리에서 시 주석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를 양국 이익을 해치지 않는 범위 안에서 다양한 채널로 협의를 해 보자고 얘기했다.

 

하지만 며칠 뒤인 7월8일 한국은 중국에 아무런 사전 설명 없이 사드 배치를 확정 발표했다. 그로 인해 시 주석 이하 중국 외교라인의 체면이 모두 손상됐다는 것이다. 당시 시 주석이 황 전 총리를 면담한 사실은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1면 중간에 실렸다. 해당 기사에서 “시 주석은 중국의 합리적인 안전을 관철하기 위해 (사드를) 중시하기에, 미국이 한국에 사드를 배치하는 문제를 신중하고 적절하게 처리해 줄 것을 희망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보도를 뜯어보면 시 주석은 정중한 외교적 수사로 황 총리에게 중국의 입장을 고려해 사드 배치 여부를 결정할 것을 요청했다. 왕 부장은 그 내용을 좀 더 자세히 설명했던 것이다. 이에 대해 황 전 총리는 5월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장문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황 전 총리는 “시 주석에게 사드 배치가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명히 밝혔다”며 “중국은 국제규범에 어긋나는 사드 배치 보복 조치를 정당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게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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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정부의 매끄럽지 못한 외교 실책”

 

이번 일은 중국과 한국의 입장 차이에서 발생한 논란에 불과하다. 하지만 향후 문재인 정부가 대중 외교정책을 새로이 수립하고, 노련하게 대처하기 위해 사드 배치 결정 과정을 되돌려볼 필요가 있다. 2015년 9월3일 박근혜 대통령은 베이징 톈안먼(天安門) 망루에서 시 주석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그날은 중국이 제2차 세계대전 승리 70주년을 기념한 전승절이었다. 당시 박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가운데에 두고 시 주석과 함께 열병식을 참관했다.

 

열병식에는 수십 명의 외국 및 국제기구 최고지도자들이 참석했다. 그중 서방 국가의 정상은 한국과 폴란드, 체코가 유일했다. 폴란드와 체코는 냉전 시절 공산국가였다. 이에 반해 한국은 미국의 군사동맹국이다. 그만큼 박 대통령의 참석은 극히 이례적인 행보였다. 그날 연출된 ‘망루외교’는 박 대통령이 중국과의 관계를 얼마나 중시하고 있는지 보여줬고, 한·중 관계가 절정에 다다른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실제 박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양국은 놀랍도록 빠르게 가까워졌다.

 

2013년 6월27일 박 대통령은 중국에서 시 주석과 첫 정상회담을 가졌다. 시 주석은 “오랜 친구를 만난 것 같다”며 박 대통령을 환대했다. 만찬에서 《고향의 봄》이 연주되는 가운데 시 주석은 신라시대 최치원의 시 ‘범해(泛海)’를 읊으며 친근감을 드러냈다. 박 대통령도 이틀 뒤 시 주석의 모교인 칭화(清華)대에서 학생들에게 중국어를 곁들여 강연했다. 두 정상의 회담 직후 중국 언론매체 일각에서는 “북한 대신 한국을 파트너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4년 7월3일에는 시 주석이 한국을 찾았다. 시 주석은 조자룡의 족자 그림을 선물했고 판다 한 쌍을 한국에 장기 임대하기로 약속하고 이듬해 3월에 보냈다. 과거부터 중국은 판다를 우애의 상징으로 외국에 보냈다. 또한 시 주석은 사드의 한국 배치를 반대한다고 처음으로 밝혔다. 2015년 들어 한·중 관계는 더욱 돈독해졌다. 6월 한국은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가입했고, 11월22일에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돼 양국 경제관계가 긴밀해졌다. 박 대통령의 전승절 행사 참석은 화룡점정이었다.

 

이렇듯 긴밀했던 한·중 관계가 사드 배치로 순식간에 무너졌다는 것은 무언가 석연치 않다. 사실 그 이면에는 우리 정부의 매끄럽지 못한 외교적 실책이 있었다. 우리 정부는 사드 배치를 확정하기 전까지 ‘3NO(요청·협의·결정 없음)’ 입장을 견지했었다. 박 대통령이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한국을 방문한 중국 고위 지도자들의 사드 배치 우려 등과 관련해 미국의 요청이 없었고 미국과 협의하지 않았으며, 우리는 어떤 결정도 하지 않았다는 일관된 입장을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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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중국 등에 칼 꽂았다”

 

2016년 1월6일 북한의 4차 핵실험 직후 박 대통령은 처음으로 사드 도입을 직접 언급했다. 당시 중국은 미국의 개별적인 제재는 반대하지만,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에는 참여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이처럼 중국이 미온적으로 나오자 박 대통령은 사드 도입 카드로 중국을 압박했다. 여기에 국제사회의 압력까지 더해져 2월28일 중국은 강력한 유엔 안보리의 새 대북제재 결의안을 전면적으로 이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중국의 발표 이후 우리 정부도 사드 도입을 보류했다.

 

그러나 4월부터 북한이 무수단 중거리탄도미사일을 잇달아 발사하면서 우리 정부의 기류는 갑자기 강경해졌다. 그에 따라 내려진 조치가 바로 사드 배치 확정이었다. 우리 정부 입장에선 중국의 대북제재가 효과가 없다고 판단해 내린 조치였지만, 중국 입장은 전혀 달랐다. 혈맹인 북한의 반발을 감수하고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를 이행하는 와중에 한국이 기대와 달리 뒤통수를 쳤다고 격분한 것이다.

 

이 때문에 중국 정부는 언론매체를 앞세워 “한국이 중국의 등에 칼을 꽂았다”고 비난했다. 이런 중국의 입장은 9월5일 항저우(杭州)에서 열린 G20 정상회담에서 극명히 드러났다. 시 주석은 박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음수사원(飮水思源)’ 일화를 꺼냈다. 항저우는 중·일 전쟁이 일어나자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중국 정부의 도움 아래 상하이에서 이전해 활동했던 곳이다. 그 뒤 김구 선생의 아들 김신 장군은 퇴역한 뒤 항저우를 찾아 ‘음수사원 한중우호’라는 글을 남겼다.

 

음수사원은 ‘물을 마시며 근원을 생각한다’는 뜻이다. 시 주석은 이 일화를 통해 한국이 배은망덕하다고 질책했던 것이다. 하지만 당시 우리 정부는 그 의미를 인식하지 못했다. 정상회담 직후 중국 정부는 한한령(限韓令)을 내려 사드 보복을 시작했다. 결국 우리 정부가 국익을 앞세워 사드 배치를 결정한 것이 문제가 된 것이 아니었다. 대북제재를 진행하던 중국에 사전 설명 없이 사드 배치를 전격 발표한 것이 외교적 실책이었다. 중국인은 체면을 생명줄이라 여길 만큼 중시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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