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실세 사위’가 정말 몸통일까
  • 김회권 기자 (khg@sisajournal.com)
  • 승인 2017.05.29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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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스캔들’의 핵심으로 지목받은 트럼프의 사위 쿠슈너

 

미국의 정가를 뒤흔들고 있는 ‘러시아 스캔들’이 점점 몸통을 향해 가고 있는 걸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이 사건의 전면에 등장했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는 5월26일 “쿠슈너 선임고문이 트럼프 대통령 취임 전에 러시아 정부와 연결되는 도청 걱정 없는 통신 회선 설치를 주미 러시아 대사에게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의 보도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해 12월 초 뉴욕의 트럼프타워에서 만났다. 이 자리에서 쿠슈너가 핫라인 설치를 제안했고 통신이 감청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미국에 있는 러시아 외교 시설을 사용하는 아이디어까지 냈다. 이 비밀스런 자리에는 임명된 지 24일 만에 러시아와 내통한 의혹을 받아 낙마한 마이클 플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도 함께 있었다. 워싱턴포스트는 “세르게이 키슬랴크 주미 러시아 대사가 쿠슈너의 제안에 깜짝 놀랐으며 러시아 정부에 보고했다”고 전했다. 다만 그 이후의 진행 상황은 오리무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에 이어 가족으로 의혹은 확장됐다. 그리고 그 첫 번째 인물이 트럼프의 사위인 것이다. 그리고 그 사위는 이미 러시아와의 의혹에 대해 증언대에 오를 것을 약속한 적이 있다. 3월27일 뉴욕타임스는 “쿠슈너가 러시아와의 연계 의혹이 일자 미 상원 정보위원회는 쿠슈너를 조사하겠다는 요청을 공식 전달했고 그 역시 증언하는 것에 동의했다”고 보도했다. 

 

대통령 당선 뒤 사우디 국왕과 전화하는 트럼프 대통령. 그의 사위인 쿠슈너(가운데)가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 사진=DPA연합

 

“정부는 기업처럼 운영돼야 한다”던 쿠슈너

 

쿠슈너는 사위지만 단순한 친인척 이상의 위상을 갖고 있다. 3월27일 청문회 출석 보도가 나오는 날, 백악관은 산하에 새로 만들어지는 미국혁신국(OAI)에 쿠슈너를 책임자로 임명했다. 증인 출석 정도는 신경 쓰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보낸 셈이었다. 이 기구는 미 정부 관료 기구의 재검토와 개혁을 위해 만들어졌다. 발표에 앞서 워싱턴포스트와 인터뷰를 가진 쿠슈너는 “정부는 위대한 미국 기업처럼 운영돼야 한다. 고객인 미국 시민을 위해, 성공과 효율성을 실현하는 것이 우리의 희망이다”고 말했다. ‘마치 기업처럼’은 트럼프 대통령의 철학과 닿아있는 얘기였다.

 

세계에서 가장 강한 권력을 가진 장인을 둔 사위. 그 사위는 어떻게 장인의 절대적인 신뢰를 얻을 수 있었을까. 그에 대해서는 몇 가지 알아둬야 할 포인트가 있다.

 

그는 부동산 업계에서 유명했다. 쿠슈너의 부친인 찰스 쿠슈너는 부동산 개발업계의 거물이었다. 쿠슈너 역시 그의 아내인 이반카처럼 부동산 거물을 아버지로 두고 있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쿠슈너가 뉴욕대 비즈니스스쿨과 로스쿨에서 MBA와 법학박사를 받을 때 그의 아버지는 탈세 등의 혐의로 체포돼 유죄 선고를 받았다. 원래 변호사를 꿈꾼 것으로 알려졌는데 아버지의 감옥행이 그의 인생을 바꿨다. 2008년 부친의 사업을 물려받았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건 당시 그의 아버지의 유죄를 이끌어 낸 연방 검사가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주 주지사였다. 크리스티 역시 트럼프를 지지한 최측근이었지만 인수위원회 시절 쿠슈너와 힘겨루기를 하다가 밀려난 것이 중론인데, 아마도 과거의 악연이 작동했을 거라는 추측이 많다.

 

쿠슈너는 트럼프 캠프에서 소셜미디어 전략을 총괄해왔다. 트럼프 캠프의 선거 운동에서 SNS는 중요했고, 따라서 캠프 전략의 큰 줄기를 지탱해 온 중요 인물 중 한 명이었다. 캠프에 들어오기 전까지는 정치 경험이 전혀 없었지만, 후보가 연설할 원고를 직접 작성하고 선거 운동의 자금을 펀딩하며 캠프 내 인사와 전략도 맡는 등 여러 면에서 수완을 발휘한 것으로 전해진다. 

 

대선 후반에는 트럼프가 운영할 TV 네트워크를 준비하기도 했는데, 패배할 경우를 대비한 포석이었다. 이처럼 여러 분야에서 보좌하다보니 트럼프 대통령이 공화당 경선에서 승리하고 공식 후보로 결정된 날, 그는 아직 35살이라고 보기에 약간 어려보이는 쿠슈너를 극찬했다. “재러드는 부동산 업계에서 큰 성공을 거두고 있지만 정치에서도 그는 매우 우수하다.”

 

쿠슈너와 이반카는 부동산 거물인 아버지를 뒀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 사진=AP연합

 

“기자나 언론사를 진심으로 싫어한다”

 

젊은 나이에 사업을 물려받고 정치에도 뛰어들었지만 트럼프가의 다른 인물들, 예를 들어 그의 장인이나 아내와 달리 사교적인 편은 아닌 사람이 쿠슈너다. 그는 언론과 대화 나누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취재에 응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의 SNS 전략을 총괄했지만 막상 그는 SNS를 하지 않는다. 그는 오직 아내인 이반카의 사진의 옆자리에서 SNS에 등장할 뿐이다. 흥미로운 건 언론과 접점이 거의 없는 그가 언론사 사주란 점이다. 그는 뉴욕 옵서버지의 소유주로 옵서버 미디어의 CEO이다. 역설적이게도 쿠슈너의 측근은 “(쿠슈너는) 기자나 언론사를 진심으로 싫어한다”고 말했다.

 

백악관에 등장하기 전만 해도 크게 문제될 게 없어보이던 쿠슈너의 삶은 권력을 가진 시점부터 철저하게 해부되고 있다. 그는 하버드대를 졸업했는데 입학이 도마 위에 오른 것만 봐도 그렇다. 비영리 탐사보도 매체인 ‘퍼블리카’의 대니얼 골든이 2006년에 쓴 책 ‘입학의 대가: 미국 지배 계급은 어떻게 명문대에 들어가는가’에서는 쿠슈너가 등장한다. 쿠슈너의 아버지인 찰스 쿠슈너는 1998년 하버드에 250만 달러의 기부금을 약속한 대목이 책에 나오는데 다음 해인 1998년 쿠슈너는 9대1의 경쟁률을 뚫고 하버드에 입학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걸어온 길이 가장 비슷하기에, 그래서 더욱 주목받았던 트럼프의 사위는 지금 ‘러시아’를 둘러싼 논란도 장인과 함께 덮어쓰고 있다. 러시아 문제로 시작된 칼날이 이제는 트럼프의 일가, 그것도 권력의 핵심이라던 그의 사위로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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