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재 감독 “노무현 영화 편집하며 100번 넘게 울었다”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17.05.29 15:48
  • 호수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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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영화 《노무현입니다》의 이창재 감독

 

승리의 역전 드라마를 그리고 있는데 주인공만 웃고 나머지는 모두 운다. 카메라 앞에 앉은 ‘노무현의 친구들’도, 영화를 보는 관객들도 연신 눈물을 찍어낸다. 시사회마다 따라가 4~5번씩 영화를 봤다는 노사모 회원은 “볼 때마다 너무 울어 내용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영화 개봉일인 5월25일, 교수로 재직 중인 중앙대학교 영상대학원 연구실에서 만난 이창재 감독은 “‘인간 노무현’이 반갑고 또 그립기 때문”이라며 눈물의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나를 포함해 이들이 가진 오랜 그리움의 갈증을 풀어주고 싶었다”며 영화 제작 이유를 밝혔다.

 

이창재 감독 © 시사저널 최준필

 

영화 제작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


4년 전 부산국제영화제 술자리에서 우연히 ‘왜 노무현 대통령 얘기는 아무도 다큐로 안 만들지?’하는 질문을 던졌다. 그렇게 넘어갔는데 그 자리에 있었던 친구에게서 작년 4·13 총선 끝난 후 전화가 왔다. ‘그때 말한 노무현 다큐 안 만드냐’고. 그 친구가 이번 영화 첫 투자자가 돼 줬다. 이심전심이었다.

 

 

2002년 대선 경선으로 시기를 정한 이유가 있나.

 

노무현이라는 인간적 면모, 그리고 시민들이 직접 그를 당선시켜내는 과정이 가장 잘 드러나는 시기였다. 단기필마(홀로 한 마리 말을 탐)였던 노 후보 뒤에 수많은 시민군들이 함께 달리던 모습을 담고 싶었다.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처음 영화를 봤을 때 기분이 어땠나.

 

편집하면서도 100번 넘게 울었는데 그날도 울었다. 명색이 감독이 자기 영화 보고 울면 창피하지 않나. 몰래 눈물 훔치느라 혼났다. 

 

 

감독으로서 가장 많이 눈물 흘린 장면은 어디였나.

 

처음 1위를 하던 울산 경선에서 노 후보가 연설 중 ‘도와주십시오!’라고 얼굴이 하얘질 때까지 연신 부르짖는 부분이다. 엔딩 장면을 보면서도 많이 울었다.

 

 

가장 섭외하기 어려웠던 사람은 누구였나.

 

바쁜 분들이었지만 노무현 다큐를 하겠다고 하니 다 시간을 내줬다. 다만 인터뷰에 응한 분들 모두 처음엔 불신이 짙었다. 그동안 많은 곳에서 인터뷰를 찍어 갔는데 한 번도 결과물이 나온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픈 얘기를 다시 꺼내야 하니 힘들어했다. 그럼에도 모두 인터뷰석에 앉았고 그들의 노무현을 들려줬다.

 

 

문재인 대통령이 짧게 등장해 노 전 대통령의 유서를 읽었다. 다른 얘기는 더 없었나.

 

1992년 김영삼·김대중 구도였던 대선 때 노 대통령이 출마하려 하고 당시 문재인 변호사가 지금은 시기가 아니라며 말리는 과정에서 싸운 적이 있다고 했다. 그때 노 대통령이 ‘당신도 내 맘을 몰라주냐’며 섭섭해했다고 하더라. 읽어 내린 유서는 문 대통령이 늘 갖고 다니던 것이었다.

 

 

수많은 인터뷰를 통해 본 노 전 대통령은 어떤 사람이었나.

 

인간의 참모습을 보여준 사람. 어느 순간에도 인간으로서의 실존을 절대 놓치지 않았던 사람이었던 것 같다.

 

 

노 전 대통령이 영화를 봤다면 뭐라고 하셨을까.

 

‘잘했다’고 하셨을 것 같다. 당신 스타일이 그렇다. 과거 대선용 CF를 만들 때도 열 편이면 열 편 다 ‘잘했다’ ‘좋다’고만 했다 한다. 물론 가까워지면 따로 불러 ‘이게 뭐냐’ 하셨겠지만(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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