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 괴롭혀온 ‘탈세’ 악재 또 만나다
  • 박준용 기자 (juneyong@sisajournal.com)
  • 승인 2017.06.01 15:00
  • 호수 144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재벌家 후계자들(16) 코오롱그룹] 국세청, 이웅열 회장 검찰에 고발 장남 이규호 상무보 역할 커질 듯

 

코오롱그룹이 ‘탈세 의혹’에 휘말렸다. 복수의 사정 당국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께 국세청은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이 회장은 수백억원대 조세포탈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세조사부에 배당돼 있다. 국세청은 이 회장이 조세범 처벌 요건에 해당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가 단순 이익 미신고·허위신고를 넘어 적극적으로 재산·이익을 숨기려 한 혐의가 있다는 뜻이다.

 

코오롱의 탈세 논란은 지난해 국세청의 세무조사와 관련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세청은 지난해 4월께 코오롱의 계열사 ㈜코오롱과 코오롱인더스트리(코오롱인더)에 대해 특별세무조사를 했다. 국세청은 지난해 6월말까지 예정됐던 조사를 3개월 늘렸다. 반년간 조사가 이어졌다. 국세청은 결국 지난해 10월 코오롱인더에 법인세 및 부가가치세 등 조세범칙을 이유로 743억원을 추징했다.

 

코오롱 측은 고발과 세무조사에 대한 구체적 이유를 밝히지 않고 있다. 코오롱 관계자는 “세무조사 이후 추징금을 완납했다. 국세청의 추징에 대해 불복 청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수사에 대해서는 확인 중이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세무조사로 코오롱그룹은 2013년 이후 3년 만에 다시 추징금을 부과받게 됐다. 2013년 국세청은 코오롱글로벌을 세무조사한 뒤 523억원의 추징금을 부과한 적이 있다.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이 최근 ‘탈세 의혹’에 휘말렸다. © 시사저널 임준선·연합뉴스

 

코오롱 “추징 불복 절차 진행…검찰수사는 확인 중”

 

사정 당국의 조사대상이 된 ㈜코오롱과 코오롱인더, 코오롱글로벌은 모두 그룹의 핵심 회사다. ㈜코오롱은 코오롱그룹의 지주회사다. ㈜코오롱은 코오롱인더 지분 32%와 코오롱글로벌 지분 62%를 가지고 있다. 코오롱인더는 코오롱패션 머티리얼(66.67%)·코오롱플라스틱(68%)·코오롱글로텍(79.53%) 등 주요 계열사를 소유하고 있고, 수익성도 뛰어난 그룹의 ‘캐시카우’다. 코오롱글로벌도 네이쳐브리지(100%)·코오롱하우스비전(100%)·양양풍력발전(100%) 등을 소유한 곳이다. 이 밖에 ㈜코오롱은 코오롱생명과학(20.34%)·코오롱아우토(99.32%)·코오롱베니트(51%)·코오롱제약(48.07%) 등도 지배한다.

 

모든 계열사의 핵심인 ㈜코오롱의 최대주주는 이웅열 회장이다. 이곳 지분 47.38%를 가지고 있다. 이 회장은 재벌 3세 후계자다. 고(故) 이원만 코오롱 창업주, 이동찬 코오롱 명예회장의 뒤를 이어 그룹을 이끌고 있다. 이 회장은 1996년 회장으로 취임했다. 취임 후 줄곧 코오롱그룹 최대주주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올해는 그가 회장에 취임한 지 21년째 되는 해다.

 

‘이웅열 체제’는 최근 탈세 논란 외에도 몇몇 악재를 만났다. 우선 그동안 적자가 지속된 계열사에 자금지원을 지속한 점이 도마에 올랐다. 논란의 중심이 된 계열사는 코오롱아우토다. 코오롱아우토는 현재 수입차 판매업을 하고 있다. 하지만 코오롱그룹이 2001년 이 회사를 인수할 당시에는 전혀 성격이 다른 곳이었다. 2000년대 초 이 회사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연구하고 판매하는 사업을 했었다. 과거 이 회사의 이름은 네오뷰코오롱이다. 하지만 이 회사는 만성적자를 면하지 못했다. 코오롱이 인수한 뒤 15년간 적자를 지속했다.

 

코오롱그룹은 코오롱아우토의 부실을 떠안는 한편, 이 계열사에 지속적으로 자금을 지원했다. 2004년부터 2016년까지 코오롱그룹이 코오롱아우토에 수혈한 자금은 약 3000억원이 넘는다. 2008년 코오롱아우토는 무상감자를 실시해 1400억원 규모의 결손금을 털어냈는데, 그 손실은 고스란히 그룹의 적자로 남았다. 그럼에도 코오롱아우토의 적자는 개선되지 않았다. 결국 2015년 코오롱아우토는 OLED 사업에서 철수했다. 코오롱 관계자는 “연구가 어렵게 진행됐고 시장이 결국 열리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코오롱은 2015년 8월 아우디와 폴크스바겐의 판권을 인수한 뒤 이 사업을 코오롱아우토에 맡겼다. 하지만 이마저 사정이 좋지 않다.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AVK)는 지난해 8월 인증서류 위조 혐의로 적발됐다. 환경부는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에 판매정지 처분을 내렸다. 코오롱아우토도 이 사건에 영향을 받았다. 지난해 768억원의 매출과 5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부실 계열사 3000억원 지원도 논란

 

‘듀폰 리스크’도 최근까지 코오롱에 영향을 줬다. 코오롱그룹은 2009년부터 미국 듀폰사와 6년간 소송전을 했다. ‘아라미드 섬유’의 영업비밀 침해 때문이다. 아라미드 섬유란 극한 조건과 환경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든 특수 섬유다. 가볍고 부드러우면서 강도가 강철의 3배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소방복·방탄복·우주항공 등에 쓰인다. 2005년 코오롱인더는 ‘헤라크론’이라는 브랜드를 만들어 아라미드 섬유 시장에 뛰어들었다. 아라미드 섬유를 그룹의 미래 먹거리로 삼겠다는 계획이었다.

 

코오롱그룹이 본격적으로 아라미드 업계에 뛰어든 지 4년 만에 악재가 발생했다. 미국 듀폰사가 2009년 전직 듀폰 직원 마이클 미첼을 코오롱 측이 채용한 것을 두고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며 소송을 해 온 것. 미국 버지니아주 동부지방법원은 처음에 듀폰의 손을 들어줬다. 2011년 11월 코오롱 측이 듀폰에 9억1990만 달러(약 1조원)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코오롱은 항소했고, 항소심에서 1심 파기환송 선고를 받았다.

 

소송이 지속되던 2015년, 코오롱그룹은 듀폰에 배상금을 주고 극적으로 합의했다. 코오롱 측이 영업비밀 침해를 이유로 듀폰에 지불하기로 한 배상금은 2억7500만 달러(약 3077억원)다. 이 금액은 2020년까지 듀폰에 분할 지급하도록 돼 있다. 코오롱 측은 이 사건으로 미국 수사 당국으로부터 벌금을 부과받기도 했다. 코오롱은 영업비밀 침해 모의 혐의로 미국 당국에 벌금 8500만 달러(약 950억원)도 냈다. 코오롱 관계자는 “소송합의금 대부분을 듀폰 측에 냈고, 이를 재무제표에 2015년 반영했다. 이 사건으로 인한 불확실성은 해소된 상황”이라고 밝혔다.

 

코오롱그룹은 이런 악재 속에서 실적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 ㈜코오롱은 듀폰에 소송 합의금을 주기 위해 2015년 758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같은 해에 같은 이유로 코오롱인더도 1451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코오롱 주요 계열사들은 2015년 바닥을 친 뒤, 지난해부터 실적이 개선됐다. ㈜코오롱은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284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코오롱인더도 지난해 당기순이익을 1760억원으로 끌어올렸다. 미국 듀폰사에 지급할 합의금을 마련하면서도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평년처럼 유지한 결과다. ㈜코오롱은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2015년에 비해 각각 5.1%, 44.1% 늘었다. 코오롱인더는 지난해 매출이 2015년 대비 6.06% 줄었고, 영업이익은 1.33% 감소했다.

 

 

‘4세’ 이규호 상무보, 전략·기획 맡아

 

© 시사저널 포토
코오롱그룹이 실적 반등을 이룰 수 있을지는 두 가지 변수에 달려 있다. 첫째는 그룹 4세의 경영능력이다. 코오롱가(家) 3세인 이웅열 회장은 1남2녀를 뒀다. 세 자녀 중 장남 이규호 코오롱인더 상무보(34)가 임원급으로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코오롱은 그간 ‘장자상속’을 원칙으로 해 왔다. 이 상무보의 상속이 유력하다. 1984년생인 이 상무보는 2012년 코오롱인더에 입사한 뒤 2015년 말 임원으로 승진했다.

 

그는 현재 그룹의 의사결정에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 상무보가 코오롱의 벤처지원 사업에 관여했던 사례가 대표적이다. 그는 코오롱 산하 벤처지원 회사인 이노베이스의 스타트업 투자 결정에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향후 이 상무보의 역할은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코오롱 관계자는 “이 상무보는 임원급에 맞는 역할을 한다. 코오롱인더의 전략과 기획을 담당하고 있다”면서도 “아직 후계구도에 대해서는 그룹 내에서도 전혀 논의된 바 없다”고 설명했다.

 

둘째는 ‘인보사’의 성공 여부다. 인보사는 코오롱생명과학의 바이오 자회사인 티슈진이 개발한 의약품이다. 이 의약품은 퇴행성관절염 치료를 위한 세포유전자치료제다. 수술이나 약물치료 외에 주사제를 통해 통증을 완화하고 치료효과를 높일 수 있는 게 특징이다. 또 1회 주사로 1~2년 이상의 효과 지속을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 회장은 인보사에 대해  “내 인생의 3분의 1을 인보사에 투자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면서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인보사에 대한 기대감은 증시에서도 드러난다. 티슈진의 모회사 코오롱생명과학 주가가 최근 석 달 사이 35% 이상 오르기도 했다. 인보사는 현재 국내에서 임상 3상을 마쳤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최종 품목허가 심사를 받고 있다.

 

인보사의 성공 여부는 코오롱그룹의 미래와 직결돼 있다. 코오롱그룹은 수천억원의 연구개발비를 투입해 이 약품 개발에 매달렸다. 1998년 이후 20년 가까운 시간도 투자했다. 인보사의 성공 여부는 티슈진 상장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티슈진은 올해 하반기 코스닥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이에 대해 코오롱 관계자는 “인보사는 퇴행성관절염을 세포유전자로 치료할 수 있는 국내 1호 치료제”라면서 “오랜 기간 연구해 결실을 앞뒀다”라고 전했다. 

 

 

정계와 밀접한 인연, 코오롱家

 

코오롱그룹의 시작은 ‘나일론’이었다. 코오롱의 고(故) 이원만 창업주는 1904년에 태어나 일본에서 기업을 운영해 자본금을 모았다. 1933년 일본으로 건너간 그는 모자 사업으로 큰돈을 벌었다. 그의 회사에서 생산한 모자에는 회사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지금의 ‘브랜드’ 개념과 비슷하다. 이 모자는 일본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이원만 창업주는 이때 번 돈으로 일본에서 나일론 수출사업에 도전한다. 이 또한 성공이었다. 그는 일본에서 성공한 나일론을 한국으로 가져온다. 1957년 국내 최초 나일론 공장이 탄생했다. 그가 한국에 만든 회사명은 ‘한국나이롱주식회사’. 이 회사가 바로 오늘날 코오롱그룹의 전신이다. 코오롱이란 사명(社名) 또한 ‘코리아+나이롱’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창업주의 뒤를 이어 그의 장남인 이동찬 코오롱 명예회장이 1977년부터 코오롱을 이끌었다. 이 명예회장의 장남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은 1996년부터 회사 경영을 맡고 있다.

 


코오롱 일가는 정계와 긴밀한 인연을 맺고 있다. 우선 이원만 창업주부터가 기업인인 동시에 정치인이었다. 그는 1948년 한민당 소속으로 경북 영일 갑구에 출마했다 낙선했다. 그 뒤 1960년 경북 참의원에 당선된다. 박정희 정권 시절, 이 창업주는 공화당 소속으로 6·7대 국회의원을 지내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코오롱 일가는 정계와 두터운 혼맥을 맺었다. 이 창업주는 이위문씨와 결혼해 슬하에 2남4녀를 뒀다. 자녀 중 차남인 이동보 전 코오롱TNS 회장은 김종필 전 총리의 딸 예리씨와 결혼했다. 둘은 이후 이혼했다. 장남 이동찬 명예회장은 신덕진씨와 결혼해 슬하에 1남5녀를 뒀다. 이 명예회장의 장녀 경숙씨는 이효상 전 국회의장의 아들 문조씨와, 4녀 은주씨는 신병현 전 부총리의 아들 영철씨와 혼인했다.

 

코오롱 일가는 정계뿐 아니라 재계와도 많은 연을 맺었다. 허영인 SPC 회장은 이원만 창업주의 막내딸과 결혼했다. 이동찬 명예회장의 차녀 상희씨는 고홍명 한국빠이롯드만년필 회장의 아들 석진씨와, 3녀 해숙씨는 이학철 고려해운 창업주의 아들 동혁씨와 결혼했다.

 

이웅열 회장 역시 서병식 동남갈포 회장의 딸인 창희씨와 결혼했다. 이 회장은 슬하에 1남2녀를 두고 있다. 이 중 장남 이규호씨가 코오롱인더의 상무보로 현재 그룹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