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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혐의 인정해야” 윤석열 취임 일성에 삼성 초긴장

‘엎치락뒤치락’ 검찰과 삼성의 진검승부…이종왕 vs 윤석열 前·現 ‘칼잡이’ 대결 양상

송창섭 기자 ㅣ realsong@sisajournal.com | 승인 2017.06.05(Mon) 14:00:00 | 144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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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제대로 된 ‘재경기’를 보게 됐다. 축구로 치면, 첫 번째 경기는 검찰이 승부차기 끝에 간신히 이겼다고 할 수 있는데, 상황이 이렇게 된 이상 두 번째가 진짜다. 확실한 건 둘 중 하나는 치명상을 입는다는 거다. 그러니 분명, 양쪽 다 사생결단식으로 달려들 거다.”

 

문재인 대통령이 ‘최순실 국정 농단 특별검사팀’의 윤석열 수사팀장을 신임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전격 임명한 5월19일, 주요 대기업 대외협력팀 관계자들은 관련 소식을 주고받는 등 바쁘게 움직였다. 당사자인 검찰 쪽이야 ‘검찰 문화를 뒤흔든 무리한 인사’와 ‘검찰 개혁을 위한 최적의 인사’로 의견이 갈렸지만, 재계는 윤석열 지검장 취임 후 검찰의 달라진 행보를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특히 삼성 쪽은 비상이 걸렸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검찰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양측은 일진일퇴의 진검 승부를 벌였다. 한 차례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후 특검은 모든 화력을 이 부회장 구속에 집중한 끝에 2월17일 사상 첫 ‘삼성 총수 구속’이라는 결과를 만들었다. 당시 특검이 이 부회장에게 적용한 혐의는 뇌물공여·재산국외도피 및 은닉·횡령·위증 등이다. 특검은 이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를 위해 필요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에서 권력의 지원을 받고, 그 대가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 최씨의 딸 정유라씨 등에게 430억원 상당의 뇌물을 건넸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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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인, 하나둘씩 증언 번복…특검 곤혹

 

하지만 이재용 부회장 구속 후 재판으로 옮겨진 삼성과 특검의 2라운드 대결은 당초 예상과 다르게 삼성에 특검이 다소 밀리는 모습이다. 국민적 관심을 등에 업고 이 부회장을 구속시키는 데까지는 성공했지만, 공소유지 과정에서 현재 특검은 삼성의 거센 반격에 직면해 있다. 증거는 차고 넘친다며 자신하던 특검이 막상 재판에 들어가자, 확실한 물증을 제시하지 못하면서 법조계에서는 ‘이러다 결과가 뒤집히는 거 아니냐’는 관측이 조금씩 나오고 있다.

 

쟁점은 뇌물죄 성립 여부다. 특검도 이 부분에 대한 혐의를 입증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 특검이 최순실씨가 소유한 독일 비덱스포츠 관계자와 일성신약 관계자, 공정거래위원회 직원 등을 증인으로 부른 것도 뇌물죄 성립 여부가 재판 승패의 분수령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재판이 3개월을 넘기면서 증인들이 진술을 번복하고 있는 것도 특검을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5월10일 11차 공판에 증인으로 나온 전직 비덱스포츠 직원 김아무개씨는 “특검에서 불러주는 대로 조서를 작성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또 김학현 공정위 부위원장도 관련 사실을 번복하면서 “전문가로서 소신과 양심에 따라 실무진의 오류를 바로잡은 것일 뿐 삼성과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과 함께 뇌물공여 혐의로 기소된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이 일관되게 “최순실 일가에 대한 지원은 모두 내가 결정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도 특검에는 불리한 진술이다.

 

현재 이 부회장 변호는 공식적으로 법무법인 태평양이 전담하고 있다. 현재 태평양은 ‘세기의 재판’이라고 불리는 이 사건에 사실상 모든 걸 걸고 있다. 개인 사건이기에 회사 차원의 지원은 없다는 게 삼성 측 공식 입장이다. 하지만 웬만한 대형 로펌 수준인 삼성 법무팀이 막후에서 측면 지원하고 있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사실상 대형 법무법인 두 곳과 특검 수사팀이 정면충돌하는 양상인데, 인적 규모 면에서 비교가 되지 않는다. 때문에 특검 관계자들은 사석에서 “저쪽(삼성)에서 돈과 사람으로 물량공세를 퍼붓고 있어 솔직히 힘들다”고 말할 정도다.

 

이런 가운데 이종왕 전 대검 수사기획관(검사장급)이 최근 이 부회장 재판에 방청인 자격으로 참석한 것을 두고 법조계와 재계에서는 뒷말이 무성하다. 사정 당국은 이 전 기획관이 정기적으로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에서 삼성 법무팀과 법무법인 태평양 소속 변호사들을 모아놓고 대책회의를 갖는 등 재판과 관련해 사실상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시사저널은 5월18일 온라인 뉴스(‘이재용 구하기’에 나선 전설의 검객 이종왕)로 관련 사실을 보도했다.

 

본지 기사가 나간 후 삼성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삼성 관계자는 “이 전 기획관이 변호사들과 대책회의를 갖는 등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며, 단지 과거 삼성과의 인연으로 재판에 일반 방청객 자격으로 참석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삼성이 이처럼 민감한 반응을 보인 것은 관련 사실이 외부로 알려질 경우 7~8월 중으로 예상되는 1심 선고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게 주변의 분석이다. 현재 삼성과 법무법인 태평양은 1심에서 이 부회장이 무죄 또는 집행유예 판결을 받도록 하는 것이 최대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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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정 당국 “이종왕이 삼성 변호 컨트롤타워”

 

이종왕 전 기획관은 존재만으로도 특검과 검찰엔 적잖은 부담이 된다. 이 전 기획관은 사시 17회로 법무부 검찰1과장,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 등 요직을 거쳤으며, 김대중 정부 초기인 1999년 옷 로비 사건 당시 수사기획관(검사장)을 지낸 ‘특수통’ 출신 변호사다. 법조계에선 그를 가리켜 ‘전설의 칼잡이’라고 부른다. 이 전 기획관은 옷 로비 사건 당시 검찰 수뇌부와 갈등을 빚자 사표를 던지고 나올 정도로 강골 기질의 소유자다. 때문에 검찰 재직 시절 따르는 후배들이 많았다. 검찰을 나온 뒤에는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활동하다 2004년 7월 삼성그룹 법무실장(사장급)으로 자리를 옮기며 삼성과 인연을 맺었다. 하지만 2007년 그룹 법무팀장을 지낸 김용철 변호사(현 광주시교육청 감사담당관)가 삼성그룹 비자금을 폭로하자 책임을 지고 삼성을 떠났다.

 

이 전 기획관은 삼성을 나온 뒤로도 삼성가(家)와 인연을 이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그룹 총수인 이건희 회장의 신임이 두텁다. 그가 2010년 6월 그룹 법률고문으로 복귀할 수 있었던 것도 이 회장의 신임이 두터웠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이 회장이 쓰러지자 2015년 말 다시 고문직을 그만뒀다. 삼성이 이 전 기획관과 관련해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그가 현 정부의 핵심 인사들과도 남다른 친분을 갖고 있어서다. 이 전 기획관은 삼성에 들어오기 전, 2004년 5월 노무현 대통령 탄핵 심판 당시 법률대리인으로 활동했다. 당시 12명의 법률대리인단에는 문재인 대통령도 이름을 올려놓았다. ‘친노’ 진영의 구심점인 노무현 전 대통령과는 사시 동기로 연수원 시절 ‘8인회’라는 모임을 만들었을 정도로 각별했다.

 

윤석열 지검장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깜짝 선임되기 전까지만 해도 판세는 삼성이 우세했다. 한 서울중앙지법 관계자는 “뇌물죄는 증거로 말할 수밖에 없는데, 진술이 번복되고 있는 데다 검찰이 내세운 증거들도 이재용 부회장과의 연관성을 입증하기 힘들어 재판부가 뇌물죄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반반”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사견임을 전제로 “첫 번째 구속영장이 기각된 것도 뇌물죄 성립을 입증하기가 어려웠기 때문 아니겠느냐”면서 “국민정서법이 아닌 순수하게 법리적으로만 따진다면 특검의 논리가 받아들여지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그래서일까. 특검 내부에서도 “뇌물공여죄가 아니면, 차선책으로 재산국외도피 및 은닉·횡령·위증 등 다른 혐의로까지 범위를 확대해 유죄 입증에 나설 것”이라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윤 지검장 임명은 기울어져가던 재판의 균형을 일거에 맞춘 ‘승부수’라는 평가를 받는다. 한 여권 관계자는 “삼성이 노무현 정부와의 인연을 고려해 이종왕 변호사에게 손을 내밀었을 수는 있겠지만, 청와대에서 윤 지검장을 낙점하면서 삼성의 이 같은 기대감도 크게 흔들리게 됐다”고 말했다.

 

신임 서울중앙지검장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현재 서울중앙지검의 최대 현안인 최순실 게이트 추가 수사 및 관련 사건 공소 유지를 원활하게 수행할 적임자를 승진 인사했다”고 인선 배경을 설명했다. 윤 수석의 입을 빌렸지만, 문 대통령을 비롯한 권력 핵심부의 뜻은 ‘최순실 게이트 추가 수사’와 ‘관련 사건 공소 유지’ 두 가지로 요약된다. 한 검찰 관계자는 “윤 지검장도 청와대가 왜 자신을 ‘검찰의 꽃’인 서울중앙지검장에 앉혔는지 잘 알 것”이라면서 “이 부회장이 무죄로 풀려나면,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에도 악영향을 주기 때문에 윤 지검장으로선 총력을 기울여 특검의 공소 유지를 지원할 것”이라고 전망했다.또 다른 검찰 관계자도 “그동안 공소 유지를 위해 특검에 힘든 점이 있었을 텐데 윤 지검장 취임 후 그런 부분은 개선될 것”이라면서 “현재 특검과 검찰은 공조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법원이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 사건을 병합 심리하기로 결정하면서 특검과 검찰은 사실상 함께 공소 유지를 진행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尹, 간부 티타임서 “삼성 무죄? 말도 안 돼”

 

실제로 윤석열 지검장은 취임 후 간부들과 가진 티타임에서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삼성 수사를 잘못해서 특검이 세게 수사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현재 삼성이 재판에서 무죄를 주장하는데 이는 무리한 변론”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면서 윤 지검장은 “삼성이 돈을 지원한 과정이 이미 다 드러나 있어 이 부회장이 제3자 뇌물제공 혐의에서 벗어나기는 힘들며, 때문에 이 부회장 변호인들도 무죄가 아니라 혐의를 인정하면서 최대한 처벌을 약하게 받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타 공인 현재 검찰 내에서 최고의 칼잡이로 통하는 윤 지검장이 취임하자마자 삼성을 언급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윤 지검장은 사시 33회로 이종왕 변호사의 16기수 후배다.

 

윤 지검장을 중심으로 특검과 검찰이 하나로 묶이는 것은 삼성이나 이 부회장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운 구도다. 이토록 민감한 시기에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가 국내로 강제 송환된 것도 삼성을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5월31일 국내로 송환된 정씨는 구속영장이 청구됐으나 기각됐다. 검찰은 정씨를 상대로 삼성의 승마 훈련 지원, 이화여대 입학·학사 비리, 어머니 최씨의 국·내외 불법 재산 등을 놓고 강도 높은 수사를 벌이고 있다.

 

그중에서도 핵심은 삼성의 승마 지원이 의도를 갖고 조직적으로 진행됐는지 여부다. 삼성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한 재계 인사는 “삼성은 정유라가 최순실도 컨트롤이 안 되는 인물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 “검찰 조사 과정에서 이 부회장과 관련해 불리한 진술이 나올까 극대로 경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대한승마협회장)이 한국과 독일을 오가며 지원한 사실을 정씨가 어떻게 설명하느냐에 따라 삼성과 최순실 게이트의 연관성은 변곡점을 맞을 거라는 관측이다. 한편 5월31일 귀국 직후 인천국제공항에서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정씨는 삼성의 승마 특혜 의혹에 대해 “딱히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은 없다. 어머니(최순실씨)가 ‘삼성전자 승마단이 6명을 지원하는데 그중 1명’이라고 말씀하셔서 그런 줄로만 알았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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