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단체 “자유한국당의 김이수 후보자 문제 제기 황당”
  •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17.06.05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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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 등 문제 될 부분 아냐…한국당은 검증 아닌 진상규명에 협조해야”

 

자유한국당은 최근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와 관련 5‧18 광주민주화 운동 당시 판결 등을 내세워 헌재소장으로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5‧18 관련 단체들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 단체들은 오히려 “자유한국당이 5‧18 판결 및 훈장 수여 등을 이유로 후보자 검증에 나선 것은 잘못”이라고 비판하면서 5‧18 진상규명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5·18 민주화 정신 계승을 강조한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5·18 당시 군검찰관으로 민간인 사망자 검시에 관여한 김이수 헌법재판관을 헌재소장 후보로 추천한 것이 논란의 발단이었다. 자유한국당 측은 논평을 내고 “문 대통령의 인사를 납득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자유한국당 곽상도 의원은 5월27일 “김 후보자는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군판사 자격으로 시민군 7명을 버스에 태워 운전했던 운전수에게 사형선고를 내렸다. 또 대검에 찔린 민간인의 자상 흔적을 확인하고도 군인이 광주 시민들을 난자했다고 주장한 사람에게 실형을 선고했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이수 당시 헌재소장 대행 등 참석자들이 5월18일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7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함께 부르고 있다.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 겸 대표 권한대행(앞줄 맨 우측 두번째)은 일어서 손은 맞잡고 있으나 제창은 하지 않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5․18 관련 단체들 모인 자리에서 “문제 없다” 결론

 

그러나 5‧18 관련 단체들은 이와 같은 자유한국당의 지적에 대해 “당시의 판결과 훈장 수여 등이 헌법재판소장직을 수행하지 못할 정도의 사안으로 판단되지 않는다. 문제가 될 부분은 아니다”며 “자유한국당이 5‧18을 이유로 비판한다는 것은 황당한 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김양래 5‧18기념재단 상임이사는 “5‧18 3개 단체(부상자회, 유족회, 구속부상자회)와 5‧18재단 모두 같은 입장”이라며 “5월31일 5‧18 3개 단체가 모인 자리에서 관련 내용에 대해 협의를 했고, 6월1일 단체들이 모인 간담회에서 논의 내용을 다시 확인했다”고 밝혔다. 김 상임이사는 이어 “당시 군 검찰관들이 수사 과정에서 가혹행위를 하는 등 문제가 많았지만, 재판을 받았던 단체 회원들 중 가혹행위를 당한 사례는 없었다”며 “우리 단체들도 이런 문제에 대해 충분히 점검을 해본 뒤 협의한 것”이라 강조했다. 

 

김 후보자가 시민군을 태운 버스 운전사에게 사형 판결을 내린 것과 관련해서는 “군사 재판에서 김 후보자가 할 수 있는 역할은 제한돼 있었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김 상임이사는 “김 후보자는 하급 장교로 사건의 성격이나 본질을 군사재판에서 따질 수 있을 상황이 아니었다”며 “당시 군사재판에서는 5월17일부터 구금이 돼 있는 사람에게까지 내란수괴라고 사형을 선고한 사례도 있었다”고 언급했다. 5‧18에 대한 규명도 1997년 4월에야 이루어졌고, 대법원에서 겨우 내란으로 인정됐다. 그 이전까지는 모든 것이 그야말로 논란 속에만 있었다는 점에서 김 후보자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무리라는 게 관련 단체들의 일관된 입장이다. 

 

자유한국당의 전신이었던 새누리당은 5‧18과 관련해 부정적인 모습으로 일관해왔다. 이명박 정부는 임기 2년째부터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이 아닌 합창 형식으로 부르게 했다. 5‧18 단체들의 지속적인 제창 요구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정부 역시 합창으로 일관했다. 올해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5‧18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이 제창됐지만 이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 온 자유한국당 지도부는 제창에 참여하지 않았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문재인 대통령께서 제창에 대해 정치권의 협조를 구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오늘은 국민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사항이라 생각해 부르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최근 5‧18 당시 헬기 사격 등을 입증할만한 강력한 증거들이 연이어 발견되면서 문 대통령은 5‧18에 대한 역사왜곡을 막고, 발포 명령자 등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입장을 강력하게 시사해왔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의 목소리는 또 달랐다. “진상을 밝히려면 북한군 개입 여부를 밝히라”고 주장해 왔다. 자유한국당 정준길 대변인은 5월18일 논평을 통해 “5.18 유공자 선정 절차 및 대상자의 문제점, 5.18 당시 북한군 개입 의혹 등 5.18진상규명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부분까지도 함께 밝혀져야 한다”고 말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자료사진 ⓒ 사진=연합뉴스

 

“자유한국당이 언제부터 5․18에 관심이 있었나?”

 

자유한국당의 입장을 보면 5‧18에 대한 무관심이나 방조, 혹은 왜곡으로 일관해왔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이 때문에 김이수 후보자에 대한 자유한국당의 비판에도 여러 가지 해석이 뒤따른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김이수 후보자는 이미 박근혜 정부 시절 헌법재판관으로 임명되면서 청문회를 한번 거쳤다. 당시에 재판관으로 임명된 김이수 후보자를 헌재소장으로 임명하는 것에 다시 문제를 제기한다는 것은 비판을 위한 비판이 아닌가 의심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자유한국당이 인사에 문제를 제기하기 위해 김이수 후보자를 재검증하려 하는 것이 아니냐”며 “자유한국당이 언제부터 5‧18에 관심이 많았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김 상임이사는 “5‧18을 이유로 후보자를 검증하는 것에 집중할 것이 아니라, 5‧18 당시의 발포 명령자와 진상을 규명하는데 협력하는 것이 우선시 돼야 한다. 자유한국당이 5‧18에 관심을 갖는다면, 수사권과 조사권을 담보하는 5‧18 진상규명위원회를 설치하는데 협력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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