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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협정 탈퇴’와 돌아온 ‘앵그리 트럼프’

파리협정 탈퇴는 스티브 배넌의 작품...국제 관계에서도 배넌 입김 작용할까

김회권 기자 ㅣ khg@sisajournal.com | 승인 2017.06.05(Mon) 1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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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1일, “미국은 파리협정에서 탈퇴한다”고 발표해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은 어떻게 나오게 된 걸까. 그의 결정을 이해하려면 지구온난화 문제에 대한 미국의 대처과정을 알아봐야 한다. 의외로 미국 내 지구온난화 이슈는 마치 진화론을 둘러싼 논쟁처럼 전개됐다. 과학적 투쟁보다는 사상적 투쟁에 가까웠다. 물론 그 배경에는 경제와 정치적 쟁점이 깔려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트럼프 대통령의 파리협정 탈퇴 선언이 나오자 “미국의 파리협정 탈퇴는 경제적 이해의 문제지 기후변화 문제와는 관계가 없다”고 해석한 것만 봐도 그렇다. 

 

 

오바마를 뒤집어라

 

미국의 (공화당으로 대표되는) 보수 세력 중 일부는 지구온난화 문제를 음모라고 본다. 실제로 지구온난화를 둘러싼 음모론은 종종 제기돼왔다. ‘정말 이산화탄소 때문에 지구는 위험하게 되는 걸까’ ‘이산화탄소 감축 목표를 엄격히 따르게 하면 가장 큰 혜택을 입는 자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이 그것이다. 흥미로운 건 이런 문제를 제기한 쪽은 원래 중국이었다. 이미 포스트 산업화가 완성된 미국과 유럽이 중국의 경제 발전을 둔화시키려는 음모가 있고 그 방법론 중 하나가 ‘파리협정’이라는 주장을 중국 측은 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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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음모론을 트럼프 역시 한때 신뢰했던 것 같다. 2013년 5월 트럼프가 트위터에 쓴 한 문장은 이랬다. “밖이 매우 춥다. 지구온난화가 도대체 어디에 있다는 말인가?(It's freezing outside, where the hell is global warming?)” 그는 대선 유세 중에도 “기후 변화 문제는 중국이 미국의 산업을 방해하기 위해 주장하고 있다”고 주장한 적이 있다. 

 

음모론의 빈약한 근거를 트럼프 대통령이 진심으로 믿는지 여부는 알기 어렵다. 하지만 하나 분명한 건 그의 ‘오바마 전복’이 협정 탈퇴에 영향을 줬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오바마 행정부의 정책을 죄다 엎어버리고 있다. 그 중 오바마 전 대통령이 직접 서명한 파리 협정도 엎어버려야 할 후보군 중 하나였다. 과거에도 비슷한 정치적인 행위가 있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직접 서명한 교토의정서를 차기 정부인 조지 W.부시 전 대통령이 거부한 사건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내 석탄 산업의 부흥을 신경 쓰고 있는데 전임 오바마 정부의 ‘재생 에너지 플랜’은 그의 계획을 방해하는 존재였다.

 

 

탈퇴파의 정치적 승리

 

비록 트럼프 대통령의 공약이었다지만, 파리협정 탈퇴는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거다. 백악관 내에서도 잔류파와 탈퇴파로 갈렸던 것으로 전해진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릭 페리 에너지장관, 트럼프 대통령의 딸인 이반카와 그녀의 남편인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가 잔류에 힘을 실었다. 반면 스콧 프루이트 환경보호청장, 스티브 배넌 백악관 수석보좌관, 도널드 맥간 백악관 법률고문 등은 반대파로 뭉쳤다. 

 

잔류파라고 무조건 파리협정을 따르자는 쪽은 아니었다. 수정주의자라고 보는 게 맞다. 이산화탄소 감축 목표는 강제력이 없는 것이므로 파리협정에 남아 미국의 목표치를 수정하고 궁극적으로는 협정의 재협상을 추진해야 한다는 게 잔류파의 주장이었다. 파리협정은 각국이 자발적으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결정하는 구조다. 그리고 (전 세계의 비난을 좀 듣더라도) 감축 목표를 수정하는 게 가능하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에너지 정책을 조언해 온 케빈 크레이머 공화당 하원의원도 대통령에게 “파리협정에 잔류하고 목표를 수정하는 게 좋다”고 진언한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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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탈퇴파는 조건 없는 즉시 탈퇴를 주장해 왔다. 프루이트 환경보호청장은 “파리협정은 중국과 인도를 억제하는 게 아니라 미국에 불리한 불공평 협정이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대통령이 신뢰하는 음모론을 믿어서가 아니라 미국이 떠안은 과도한 부담을 싫어해서 탈퇴를 원했다. 여기에는 전임 오바마 행정부로부터 받은 소원함도 한몫했다. 파리협정은 전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의회를 거치지 않고 ‘행정명령’으로 비준했다. 물론 백악관 밖에서 탈퇴을 원하는 화석 에너지 관련 단체들의 치열한 로비도 기여했을 거다.

 

 

돌아온 스티브 배넌의 싸움닭 전술

 

트럼프 대통령이 파리협정의 탈퇴를 발표하는 자리 앞줄에는 그의 딸이나 사위가 없었다. 대신 스티브 배넌 수석보좌관이 함께 했다. 적어도 파리협정의 정치 싸움에서는 배넌이 승리한 셈이었다. 이민규제 행정명령의 제안자였지만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멤버에서 제외되며 권력 투쟁에서 트럼프 친족그룹에 밀려나며 경질 위기까지 갔던 배넌은 다시 등장했다. 반면 이반카와 쿠슈너 등 그의 맏딸 부부는 자리에 없었는데 러시아 게이트에 발목 잡힌 그의 친족그룹은 후퇴했다.

 

국제 관계에서 배넌이 부활한 건 지켜볼 대목이다. 그는 선거 때 상대를 직접적으로 비난하고 필요 이상으로 시끄럽게 만드는 방법을 택했고 그의 전략은 먹혔다. 대외 관계에서 힐러리 클린턴을 대신할 적은 아마도 미국을 상대로 막대한 흑자를 쌓고 있는 국가들이거나, 미국의 이익에 반하는 국가(북한도 포함된다)들이 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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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필이면 배넌과 트럼프 대통령의 거리가 가까워진 이때쯤 독일을 맹공격한 트럼프의 발언은 우연이 아닐 수 있다. “우리는 독일에 엄청난 무역적자를 보고 있다” “독일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와 국방비 측면에서 마땅히 내야 할 것보다 훨씬 적게 내고 있다” “이것은 미국에 매우 나쁜 것이고 앞으로 바뀔 것”이라는 트럼프의 적대적 발언이 나온 시점은 파리협정의 탈퇴 시기와 맞물린다. 배넌의 생각이 들어갔다면 미국의 대외정책은 앞으로 좀 더 전투적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여기에는 대북정책도 포함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미국을 기업처럼 운영할 수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파리협정을 둘러싼 ‘원맨’의 잘못된 결정이 주식회사 미국을 위기에 내몬 것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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