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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앨까? 고칠까?” 수술대 오른 ‘박근혜 사업’

운명의 기로 선 창조경제혁신센터와 청년희망펀드 현황

구민주 기자 ㅣ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17.06.08(Thu) 10:30:00 | 144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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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경제혁신센터와 청년희망펀드는 청와대 압박으로 만들어졌다.”

 

국정 농단의 주범 최순실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에 대한 5차 공판이 있던 1월19일, 증인으로 출석한 이승철 당시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부회장은 이렇게 말했다. 언급된 두 사업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자신의 임기 중 가장 각별히 신경 쓰던 핵심 중 핵심 사업이었다. 창조경제혁신센터는 박 전 대통령이 각 지역 센터 출범식마다 참석할 만큼 애정을 쏟았다. 청년희망펀드는 자신이 ‘1호 기부자’로 나서 2000만원 일시금과 매달 월급의 20%를 내기도 했다.

 

 

창조혁신센터 개명·업무 이관 후 유지될 듯

 

그러나 출발부터 문제가 지적돼 온 창조경제혁신센터와 청년희망펀드는 지난해 10월부터 이어진 국정 농단 사태로 박근혜 정부가 몰락하면서 ‘바람 앞의 등불’ 처지에 놓였다. 아직 새 정부에선 이들 사업의 운명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이전 정부 색채가 짙은 만큼 이를 개혁하려는 새 정부의 칼끝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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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17개 지역에 세워진 18개 혁신센터 직원들은 현재 센터의 운명을 결정할 정부의 입만 바라보며 선고를 기다리고 있다. 광주창조경제혁신센터 이윤희 주임은 “새 정부 출범 후 센터 분위기가 아침저녁으로 달라지고 있다”고 전했다. 직원들조차 오로지 언론을 통해 센터의 미래를 예측하고 있는데, 나오는 얘기가 아침 다르고 저녁 달라 혼란스럽다는 것이다. 이들은 “외풍(外風)에 신경 쓰지 않고 변함없이 하던 일 하겠다”며 애써 마음을 다잡고 있다.

 

사실 창조경제혁신센터는 국정 농단 사태 이전부터 문제투성이 사업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관계는 줄곧 상생이라는 기존 취지와 거리가 먼 모습을 보여왔다. 최재혁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간사는 “대기업들이 센터 입주업체 상품을 자신들의 계열사를 통해 유통시키는 구조로 수익을 창출하는 경우가 많다”며 “사실상 대기업과 하청업체 관계와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2016년 안철수 당시 국민의당 의원은 중소기업들에 대해 특정 대기업들이 독점권을 쥐고 있다며 혁신센터를 ‘국가 공인 동물원’에 비유하기도 했다.

 

2016년 국정감사에선 혁신센터가 지원한 업체 가운데 상당수가 지역별 센터 설립 목적과 맞지 않는 사업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자동차 관련 사업을 맡은 지역 센터에서 패스트푸드점과 미용실을, IT(정보기술) 사업을 맡은 곳에서 웨딩업체를 지원하는 등 전국의 센터들이 점점 ‘시장통’으로 변질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대해 해당 센터 관계자는 “혁신센터의 또 다른 역할로서 지역 사업을 지원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의 한 의원실 관계자는 “이러한 지원은 기존의 중소기업청과 특허청에서 하던 일로, 혁신센터가 따로 필요치 않은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산적한 문제는 많지만 그렇다고 혁신센터 문을 전면적으로 닫아야 한다는 의견엔 회의적인 견해가 많다. 사업 크기가 클 뿐만 아니라 센터 직원, 입주업체 등 이해관계자가 많은 상황에서 자칫 선의의 피해자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갓 사업을 시작한 이들에겐 그간 센터가 실질적 도움을 제공한 면도 분명 존재한다.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 인큐베이팅센터에 입주한 경험이 있는 액세서리 스타트업 대표는 “업무 공간이나 사업에 관한 정보를 안정적으로 지원받은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됐다”며 “지난 정부의 잘못 때문에 혁신센터가 무조건 나쁜 사업으로 인식돼 안타깝다”고 전했다.

 

따라서 혁신센터에 대한 새 정부의 ‘혁신’이 박 전 대통령의 상징어인 ‘창조경제’가 들어간 명칭을 바꾸고, 관련 업무를 이후 신설될 중소벤처기업부로 이관하는 선에서 멈출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실제 이낙연 국무총리 역시 “(혁신센터의) 잘되고 있는 부분은 계속 유지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혁신센터와 함께 또 하나의 개혁 대상 사업으로 꼽히는 청년희망펀드 역시 새 정부의 처분을 기다리는 처지다. 2015년 9월 박 전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직접 제안해 출범한 펀드는 박 전 대통령의 기부 직후 주요 대기업 총수들이 앞다퉈 수십억원 이상 기부하고 은행권이 동참하면서 출범 3개월 만에 1400억원의 모금액을 달성했다. 그러나 현재 청년희망재단에서 운영 중인 이 펀드는 2016년 12월 기준으로 모금액 중 약 99억원, 단 7%만이 집행된 상태다. 이에 대해 애초부터 뚜렷한 철학 없이 대통령 말 한마디에 사업을 급조한 탓이라는 비판이 빗발쳤다. 이용득 민주당 의원이 입수한 2015년 10월19일 청년희망재단 1차 이사회 회의록엔 이사들 간에 “구체적인 사업 내용 없이 재단이 출범했다”는 말이 오간 내용이 담겨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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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펀드 재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장기적 계획 없이 시작된 사업이니만큼 자연히 성과도 미미했다. 2016년 11월 기준 재단이 취업 서비스를 제공한 대상의 취업률은 약 2.5%였다. 그러나 이마저도 성과를 부풀린 것이란 의혹이 많았다. 일례로 공기업 1차 합격 후 재단에서 진행하는 면접 특강을 딱 한 번 들은 후 공기업에 최종 합격했던 사람도 취업 실적으로 카운트하는 등 ‘성과 뻥튀기’가 이뤄지기도 했다.

 

펀드 모금 시기는 당시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노동개혁 등과 맞물려 있었다. 이에 정부·여당이 노동개혁안을 빌미로 재벌 총수들로부터 거액의 기부를 받았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사기도 했다. 이에 대해 재단 이사회에 참여한 한국노총은 2016년 12월 박영수 특검팀에 대통령과 해당 기업들을 뇌물죄 혐의로 고발했지만 특검 활동기간 종료로 수사가 제대로 진행되진 못했다.

 

이러한 의혹들이 쌓이면서 매달 신규 가입자는 눈에 띄게 감소하는 동시에 정기 기부자들은 줄줄이 펀드에서 발을 빼고 있다. 2017년 5월 펀드의 기부약정 총액은 국정 농단 사태가 본격화되기 전인 2016년 9월의 4분의 1 수준에 머물고 있다. 청년희망펀드는 기존 취지대로 운영돼 보지도 못하고 이전 정부가 남긴 애물단지로 전락한 셈이다.

 

하지만 자의든 타의든 국민의 기부를 재원으로 설립된 법인이니만큼 쉽게 없앨 순 없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새 정부에서 펀드를 효과적으로 재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용득 의원은 “능력 있는 이사들로 재단을 새로 꾸려 새 정부가 진행할 일자리 정책들과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사업방향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인숙 한국노총 국장은 “재단을 어떻게 끌어갈지도 고민해야 하지만 재수사를 통한 진상규명이 이뤄져 재단 실체가 투명하게 밝혀지는 게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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