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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로 커져가는 경찰이 무섭다

성동경찰서 시민 폭행 파문…‘인권 경찰’ 믿을 수 있나

정락인 객원기자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6.09(Fri) 10:30:00 | 144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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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가 들어서자 경찰은 쾌재를 불렀다. 그동안 추진했던 숙원사업들이 모두 현실화될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다. 문 대통령은 경찰의 오랜 바람이던 ‘검·경 수사권 조정’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또 대통령 직속 경호실을 폐지하고 청와대 경호실을 경찰청 산하 ‘대통령 경호국’으로 바꾸겠다고 약속했다.

 

이렇게 되면 경호국은 청와대 내·외곽의 경비를 맡고 있는 서울경찰청 소속 101경비단과 202경비단, 22경찰경호대를 흡수할 가능성이 커진다. 경호국은 경찰과 청와대 경호실 인원을 포함해 직원만 1500명 이상의 거대 부서가 된다. 경찰 내부에서 보면 요직이 늘어나고 인력 운용에도 탄력성을 확보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국가정보원을 개혁하기 위해 국내 정보수집 업무와 수사기능을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대공수사권은 경찰청 산하에 ‘안보수사국’을 신설해 여기서 담당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의 공약이 현실화될 경우 경찰은 수사권은 물론 대통령 경호를 전담하고, 대공수사권까지 가질 수 있으니 ‘초대형 공룡’이 된다. 경찰은 역대 정권에서 누리지 못한 무소불위의 힘을 가질 수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문 대통령의 공약 중에는 ‘공인탐정제’도 들어 있다. 경찰은 오래전부터 ‘공인탐정제’ 도입을 적극 추진했다. 겉으로는 탐정제가 도입되면 경찰력을 뒷받침해 민생치안을 강화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속내는 다르다. 탐정이 합법화되면 퇴직자들의 일자리 창출과 직결된다. 때문에 탐정제는 경찰 퇴직자들의 안정적인 보험이나 다름없다. ‘밥그릇 챙기기’라는 말도 여기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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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화하는 경찰 권력

 

그러나 경찰의 거대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불안해하는 국민들도 상당하다. 고인 물이 썩듯이 조직이 권력화하고 비대화하면 부패하기 마련이다. 일각에서는 검찰과 국정원 같은 ‘호랑이’를 잡으려다 경찰이라는 ‘괴물’을 만드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도 이런 문제를 고민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인수위원회 역할을 하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의 박범계 정치·행정분과위원장은 경찰청 업무보고에서 “경찰이 수사권을 받았을 때 권력 남용, 견제와 균형의 원리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가 굉장히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수사권 조정의 전제로 ‘인권 친화적 경찰’을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 실행 방안을 먼저 마련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그러나 조 수석이 “인권 경찰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한 지 이틀 만에 경찰의 인권 현주소를 보여주는 사건이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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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27일 서울 성동경찰서 강력팀 형사 4명은 보이스피싱 피해 신고를 받고 옥수역 근처로 출동했다. 마침 이 근처를 지나가던 A씨(31)를 보이스피싱 조직원으로 오인해 체포하려고 했다. 이에 놀란 A씨는 장기매매 조직인 줄 알고 “살려 달라”고 소리치며 저항했다. 경찰관들은 A씨를 바닥에 눕히고 집단으로 폭행했다. 이로 인해 A씨는 얼굴 전체에 시퍼런 멍이 들고, 또 얼굴이 퉁퉁 부어올랐다. 특히 눈을 상당히 많이 다쳤다. 팔에도 상처가 나서 피를 흘렸다. 한마디로 A씨의 얼굴은 만신창이가 됐다.

 

그는 “내가 범인이라도 얼굴을 이렇게 만들면 안 되는 거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이 사건은 A씨가 자신의 얼굴과 팔 사진 그리고 당시 내막을 SNS에 올리면서 알려졌다. 일파만파 파장을 불러오자 윤승영 성동경찰서장은 사과문을 발표했다.

 

윤 서장은 “수사 중 체포 과정에서 용의자로 오인해 부상을 입힌 것”이라며 “피해회복과 재발방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현장 CCTV를 분석해 검거 과정 등 사실관계 전반을 면밀히 확인해 경찰관의 위법사실이 발견될 시 조치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건은 직무수행 중 불가피하게 생긴 일이 아니다. 경찰은 처음부터 수사의 기본과 절차를 무시했다. A씨에게 미란다원칙(범죄용의자 체포 때 변호인 선임 권리, 진술 거부 권리 등을 미리 알려주는 원칙)을 알리지 않았다. 경찰 신분증을 제시한 뒤에 혐의를 고지하고, 임의 동행하거나 체포하는 절차를 밟았어야 했다. 그러나 경찰관들은 이런 절차를 무시하고 다짜고짜 A씨를 체포하려고 했다.

 

2000년 7월9일에 있었던 대법원 판례를 보자. 당시 한아무개씨는 음주 교통사고를 내고 달아나다 검문에 걸려 강제로 순찰차에 태워지는 과정에서 경찰관의 몸을 밀치고 넘어뜨리는 등 폭력을 휘두른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검찰은 한씨를 공무집행방해와 뺑소니,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기소했으나 대법원은 ‘공무집행방해’는 무혐의 처분했다.

 

그 이유는 미란다 원칙을 고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현행범을 체포하면서 미란다원칙을 지키지 않았다면 체포에 맞서 저항한 행위는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판결한 것이다. 이 사건의 한씨는 ‘음주 뺑소니범’이었으나, 성동경찰서 경찰관들이 폭행한 A씨는 아무런 범죄 혐의가 없는 길 가던 무고한 시민이었다. 경찰이 적법한 절차를 지키지 않고 무리하게 체포하려고 했기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원인 제공자는 경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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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직폭행’ 해당, 형사처벌 해야

 

경찰관들의 폭행은 현행법상 ‘독직(瀆職)폭행’에 해당한다. 이것은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4조의2에 규정돼 있다. 경찰이나 검찰 등 인신구속에 관한 직무를 행하는 자나 보조하는 자가 직권을 남용해 체포, 감금하거나 형사피의자 또는 기타 사람에 대해 폭행 또는 가혹한 행위를 하면 처벌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사람을 다치게 했을 때에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 죽게 했을 때에는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진다. 성동경찰서 폭행 경찰관들은 전자에 해당한다.

 

2010년 서울 양천경찰서에서 최악의 고문 사건이 발생했다. 이명박 정권하의 조현오 서울경찰청장 때 벌어진 일이다. 국가인권위 조사에 따르면, 양천경찰서 강력팀 형사 5명은 22명의 피의자를 상대로 범행을 자백하라며 입에 재갈을 물리고 스카치테이프로 얼굴을 감은 뒤 폭행했다. 또 뒤로 수갑을 채운 채 팔을 꺾어 올리는 ‘날개꺾기’ 등 온갖 고문 방법을 동원했다. 당시 조현오 청장의 ‘성과주의’ ‘실적주의’가 부른 폐해라는 지적이 많았다. 고문에 가담한 경찰관들은 모두 구속된 상태에서 수사를 받았고 혐의가 인정돼 실형을 살았다.

 

시민 폭행에 가담한 성동경찰서 경찰관들도 수사에 들어갈 경우 같은 혐의가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피해자 A씨는 흉기 등을 소지하지 않은 평범한 시민이었다. 반면 경찰관들은 강력계 형사들로 체포술을 익힌 전문 수사관들이다. 그런데 비무장 상태인 시민 한 명을 제압하기 위해 4명의 경찰관이 상대의 얼굴이 만신창이가 되도록 무차별 폭행했다. 설사 보이스피싱 용의자라고 할지라도 이런 식의 불법적이고 폭력적인 방법은 정당성을 찾기 어렵다. 때문에 이들을 법에 따라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경찰 수뇌부 정신 차려야 한다”

채수창 前 강북경찰서장 인터뷰


지난 2010년 양천경찰서 고문 사건이 터진 후 채수창 서울강북경찰서장은 “지휘부의 실적주의와 성과주의가 양천서 고문을 불러왔다”며 조현오 서울경찰청장을 직접 겨냥해 사퇴를 촉구했다. 조 청장이 물러나면 채 서장 자신도 물러나겠다며 ‘동반퇴진’을 주장했으나 경찰청은 “하극상”이라며 그를 파면했다. 채 서장은 2년 만에 복직해 전남 화순서장을 끝으로 경찰조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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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동경찰서 폭행 사건을 어떻게 생각하나.

 

민주주의 사회에서 죄 없고 힘없는 사람을 공권력으로 제압한 것은 큰 죄다. 하지만 형사들은 무고한 시민을 폭행하고 다치게 한 것을 큰 잘못으로 여기지 않는다. 우리 사회의 구석구석에서 돈 없고 ‘빽’ 없는 사람들이 억울하게 당하는 일이 얼마나 많은가. 이번 일은 그중 하나가 터진 것일 뿐이다. 구조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계속해서 반복될 게 뻔하다.

 

 

경찰의 인권침해적인 수사관행이 근절되지 않은 것 아닌가.

 

담당 형사들 입장에서는 한 건이라도 실적을 올려서 실력을 발휘하고 싶은 유혹에 빠진다. 그래서 법 절차를 무시하고 체포하는 데 급급했을 수가 있다. 내가 보기에 관리자인 경찰서장의 자세가 중요하다. 평소 직원들에게 인권에 대한 의식을 심어주고 형사절차를 제대로 밟도록 교육해야 한다. 서장이 직원들에게 성과만 강조하다 보면 불에다 기름을 붓는 격이 된다. 그러면 이번처럼 감당할 수 없는 인권 참상이 벌어질 수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을 앞두고 이번 사건이 터졌다.

 

지금 경찰청 수뇌부들은 수사권 조정에 혈안이 돼 있다. 한심한 게 뭐냐면 수사권 조정은 경찰이 검사의 지휘를 받지 않고 독자적으로 수사를 하겠다는 것이다. 검찰의 지휘를 받아도 불법수사, 수사권남용 사례가 비일비재한데 혼자서 칼자루를 휘두르겠다는 것 아닌가. 경찰 수뇌부들은 정신 차려야 한다. 국민들의 정서는 ‘검찰도 못 믿는데 어떻게 경찰을 믿느냐’는 것이다. 힘없고 ‘빽’ 없는 사람들이 경찰에게 뭘 바라고 있는지 모르고 있다.

 

 

인권경찰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는가.

 

경찰관에 대한 교육이 엄청 중요하다. 이번 경찰관들의 시민 폭행은 교육의 부재 상태에서 일어났다. 경찰관 4명이 한 명을 힘으로 제압한 것도 법에 대한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무술이나 체포술 등도 제대로 숙달되지 않았기 때문으로 본다. 그러니 인권교육이 제대로 됐을 리가 없다. 인권경찰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교육이 실시돼야 한다.

 

 

이번 사건이 터진 후 지휘부에서 책임지겠다는 사람이 없다.

 

물론 관리자가 두들겨 패라고 시킨 것은 아니다. 다만, 이런 분위기를 만들고 인권의식 등을  철저히 교육하지 않은 것이 원인이 됐다. 내부의 폐단이 쌓이고 쌓이다 보니 곪아 터진 것이다. 말단 부하직원들에게만 책임을 물을 것이 아니다. 관리자들도 마땅한 책임을 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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