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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국회의원을 500명으로 늘린다면? (下)

[이민우 기자의 If] 입법-행정부 견제 기능 이원화…권한 나눌수록 효율성 높아져

이민우 기자 ㅣ mwlee@sisajournal.com | 승인 2017.06.08(Thu) 17: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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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3년 세계인의 주목을 끌만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버스기사 출신이 대통령에 당선된 것입니다. 한국과 지구 반대편에 있는 베네수엘라의 이야기입니다. 암으로 사망한 우고 차베스 대통령이 후계자로 지명했던 니콜라스 마두로는 2013년 4월 대통령 재선거에서 승리하며 한 나라의 대통령이 됐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공공 버스운전사로 일했던 인물이 국회에 입성해 노동자를 대변하다가 한 국가의 최고권력자로 등극했습니다. 법조인이나 기업가, 직업정치인 등 소위 엘리트가 대거 진출하는 정치판에서 혁명과도 같은 일이었습니다.

 

한국의 정치도 조금씩 변하고 있습니다. 비례대표제도가 도입된 뒤 조금 다양해졌습니다. 농사만 지으며 농민운동에 앞장섰던 사람이 국회의원에 당선된 뒤 농민을 대변했습니다. 장애인이나 여성 단체 출신의 진출도 눈에 띄게 늘었습니다. 하지만 한계가 있습니다. 여전히 각종 단체의 표심을 잡기 위한 전시 수단에 불과했습니다. 정당별로 5~20명 정도 비례대표 의원을 당선시키는 상황에서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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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특권 200가지?’ 비난의 함정

 

국회의원이 되는 순간 200여 가지의 특권이 따라 붙는다고 보도합니다. 특권 200가지가 도대체 뭘까요. 대표적인 특권으로 지목받아왔던 의원 연금은 이미 폐지됐습니다. KTX나 선박, 항공기를 무료로 사용한다는 것은 이용 후 운영경비 한도에서 제한다는 내용이 와전된 내용입니다. 가족수당과 자녀학비보조수당은 공무원 신분이라면 누구나 지급받는 내용입니다. 사실상 ‘비판을 위한 비판’에 가깝습니다.

 

반대로 생각해봅시다. 행정부에 대한 자료요구권이 사라진다면 어떨까요. 4대강 사업 예산을 어디에 얼마나 썼는지, 새로 들여올 무기가 제대로 선정된 것인지 알 수 있는 수단이 사라집니다. 오히려 행정부처를 상대로 자료를 요구하는 일은 3권 분립의 취지에서 행정부를 견제할 수 있는 대표적인 수단입니다. 이는 특권일 수 없습니다. 면책특권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면책특권이 없다면 국회의원은 스스로 제기한 의혹 때문에 소송에 시달릴 수밖에 없습니다. 당연히 위축될 수밖에 없고, 그만큼 진실은 파묻히게 됩니다.

 

 

권한도, 세비(歲費)도 나눈다

 

시장·시의원과 국회의원의 출마 요건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시장은 반드시 해당 지역에 일정기간 거주하고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국회의원은 그렇지 않습니다. 대한민국에 살고 있으면 어느 곳에서든 출마가 가능합니다. 국회의원에게는 지역보다 국가 전체를 위해 일하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의 정치 상황에서 국회의원은 ‘지역 일꾼’이라는 인식이 강합니다. 지역구 의원이 줄어들면 마치 우리 지역이 후퇴할거란 우려도 이 때문입니다. 지역구 의원 수를 섣불리 줄일 수 없는 이유입니다.

 

그렇다면 비례대표를 지역구 의석수만큼 늘리는 방안을 검토해볼 수 있습니다. 현재 지역구 의석수를 253석에서 250석으로 조정하고, 비례대표를 250석으로 만드는 방식입니다. 비례대표 의석수는 현행(47석)보다 200석 가량 늘어나게 됩니다. 현행 소선거구제의 문제를 보완하는 방식의 선거제도 개편을 통해 사표(死票)를 줄이고 대표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중·대선거구제나 권역별 비례대표제,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 등 선거제도 개편 논의도 동시에 진행할 수밖에 없습니다.

 

늘어난 비례대표 200석은 어떤 사람들로 채워져야 할까요. 현재는 재판을 받고 있는 전직 대통령이 과거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회를 맡고 있던 시절에 내놓은 정책이 있습니다. 성별·연령별 인구 비례를 감안해 배정하도록 하는 방식입니다. 물론 어디까지나 공약이었을 뿐, 현실화되지는 못했습니다. 20~30대, 여성의 정치 진출이 활발해질 수 있습니다. 대학생 국회의원이 대학 교육의 문제를 제기하며 정책 대안을 마련하도록 할 수 있습니다. 청년 구직자가 국회의원이 돼 직접 청년 일자리 정책을 세울 수 있도록 합니다. 청소노동자가, 자영업자가, 택시기사가 국회의원이 돼 해당 분야를 대변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국회의원한테 쓰이는 혈세가 40% 늘어날 수는 없겠죠? 총액을 현재 상태로 유지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 국회의원 1명에게 지급되는 연봉은 상여금을 포함해 1억3796만원입니다. 의정활동 경비로 지급되는 금액도 연간 9252만원에 달합니다. 한 해 2억3000만원 정도 들어갑니다. 이를 40% 줄이면 국회의원에게 지급되는 세비나 의정활동 경비 예산은 그대로가 됩니다.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원을 상·하원으로 구분해 역할을 나누는 방안도 고민해 볼 대목입니다. 현재 국회의원은 입법 활동과 예산심사, 행정부 견제 역할을 하게 됩니다. 게다가 지역구 관리까지 해야 하니 의정활동에 집중할 수 없는 시스템입니다. 예를 들어 세대별·직능별 대표자가 모인 비례대표 의원들에겐 예산 심사를, 지역구 의원에겐 국정감사 등 행정부 견제 기능을 중점으로 부여할 수 있습니다.

 

물론 국회의원 숫자를 늘리는 문제는 국민 정서상 쉽지 않은가 봅니다. 많은 분들께서 반대 의견을 직·간접적으로 전달해 주셨습니다. 그만큼 여의도 정치가 국민에게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문제 인식에는 공감하지만 해법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국회의원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니까 없애버리자’는 논리는 문제와 해결방법의 불일치에서 나타납니다. 교통사고가 많이 난다고 도로 위에서 차를 타고 다니지 말라고 하는 경우와 마찬가지입니다. 정치도 결국 사회 구성원들의 선택에 따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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