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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제도’ 이번에는 현실화하나

20여 년 전부터 도입 여부 ‘갑론을박’…文 대통령 대선 공약 밀어붙일까

안성모 기자 ㅣ asm@sisajournal.com | 승인 2017.06.10(Sat) 13:00:00 | 144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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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조사를 지원하는 ‘공인탐정제도’ 도입을 추진하겠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 중 하나인 공인탐정제도 도입은 ‘이색 공약’으로 불리며 눈길을 끌었다. ‘생활안전 강화’ 방안으로 제시된 공약으로 문 대통령은 “민생치안 역량을 대폭 강화해 범죄로부터 가장 안전한 나라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공인탐정제도를 통해 국가의 한정된 수사력을 지원함으로써 민생치안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셜록 홈즈’나 ‘명탐정 코난’을 떠올린다면 탐정의 출현은 분명 흥미로울 수 있다. 미궁에 빠진 사건을 천재적인 추리력으로 파헤치는 탐정의 맹활약이 현실에서 펼쳐지기를 기대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하나 짚고 넘어갈 게 있다. 공인탐정제도는 이름만 달랐을 뿐 이미 20여 년 전부터 도입 여부를 놓고 갑론을박이 펼쳐져 왔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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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법사위에 발목 잡혀 법안 계속 폐기”

 

우선 여의도 정치권에서 입법 활동이 활발하게 이어졌다. ‘탐정’이라는 표현이 법안 명칭에 포함된 것은 20대 국회가 들어선 2016년 9월8일 윤재옥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의원이 ‘공인탐정법안’을 대표발의 하면서부터다. 19대 국회까지는 ‘민간조사업법안’이라는 명칭으로 발의됐다가 국회 임기가 만료되면서 폐기되기를 반복했다. 17대 국회 때부터 여러 차례 법안이 추진됐지만 단 한 건도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했다.

 

‘사생활을 침해하는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게 입법 반대의 핵심 논리다. 대한변호사협회는 2016년 11월29일 성명서를 통해 “사회적 필요성이 전무하고 개인정보 침해 등 불법과 전관 비리를 조장해 국민들에게 부담만을 안기게 될 것”이라며 공인탐정법안 제정에 반대했다. 이에 앞서 발의된 민간조사업법안에 대해서도 대한변호사협회는 반대 입장을 명확히 해 왔다.

 

반면 관련 법안을 추진해 온 측에서는 가출·실종자 등 사람을 찾거나, 각종 피해 회복을 위한 자료 수집 등과 같이 국민들의 다양한 권익 보호를 위해 이들의 의뢰를 받아 관련 자료 및 정보 수집을 대행하는 업종이 필요하다고 강조해 왔다. 탐정 업무 수행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생활 침해 등 부작용에 대해서는 적절한 관리제도를 마련해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변호사 단체가 입법 반대에 나선 이유는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서라고 비판해 왔다. 17대 국회 때부터 법안 추진에 적극적으로 관여해 온 한 인사는 “국회 상임위를 통과해도 법사위에서 번번이 발목 잡혀 본회의에는 올라가지도 못했다”며 “결국 율사(律士) 출신이 장악한 법사위를 통과 못해 법안이 계속해서 폐기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오히려 퇴직 경찰과 검찰 수사관에게 전관예우를 보장해 주려는 것 아니냐며 반박하고 있다. 19대에 이어 20대 국회에서도 법안을 대표발의 한 윤재옥 의원이 경찰 고위 간부 출신이라는 점도 거론했다. 경찰청이 민간조사업(탐정) 관련 자료를 모아 놓은 ‘민간조사업 정책홍보 블로그’를 개설해 운영하기 시작한 게 2015년 8월20일이다. 윤 의원이 법안을 발의하기 3개월여 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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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창출 기대에 현실화 가능성 커져

 

탐정제도 도입이 이처럼 오랜 기간 뜨거운 감자가 돼 온 배경에는 관리·감독의 권한을 어디에 둘 것이냐를 놓고 펼쳐진 부처 간 힘겨루기가 놓여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공인탐정법안의 경우 개·폐업 및 휴업 신고와 지도·감독 권한을 경찰청장이 갖도록 돼 있다.

 

이를 두고 관련 업계의 의견도 엇갈린다. 하금석 대한민간조사협회 회장은 “세계적으로 탐정을 관리·감독하는 기관은 미국 2개 주를 제외하면 대부분 경찰이 맡고 있다”며 “강력 사건을 맡는 검찰과 달리 탐정은 민생 관련 사건을 맡는다”고 지적했다. 반면 유우종 한국민간조사협회 회장은 “실질적으로 치안 업무보다는 법원에 제출할 증거 자료 등을 수집하는 업무가 많다”며 “법무부가 관리·감독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제도 도입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커졌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예전과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는 거다. 우선 국민여론이 나쁘지 않다. 경찰청은 지난 4월 공인탐정제 도입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국민 1000명에게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72.3%가 탐정 법제화에 찬성했다. 공권력이 직접 챙기지 못하는 사각지대에서 피해자를 돕는 탐정의 역할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나주봉 전국미아·실종자가족찾기시민의모임 회장은 “실종 사건이라고 해도 범죄 연관성이 있어야 경찰이 나설 수 있다”며 “그렇지 못한 경우 민간조사원(탐정)이 나서준다면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나 회장은 “피해자 가족이 돈을 지불하고 의뢰할 수도 있지만 국선변호사 제도처럼 국가가 비용을 지불하는 방법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수요뿐 아니라 공급 측면에서도 탐정 출현의 가능성은 커졌다. 바로 일자리 창출이다. 문재인 정부는 일자리 창출을 국정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업계에서는 탐정업이 공인되면 1만5000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생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공인탐정 수가 6만 명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 규모도 2조 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탐정제도 도입이 추진됐는데 일자리 창출에 대한 기대가 가장 컸다고 한다. 당시 관련 논의에 참여했던 인사들에 따르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지시해 국무조정실에서 여러 차례 회의를 가졌는데 관리·감독 주체를 놓고 부처 간 이견이 발생해 결정을 못 내렸다고 한다. 경찰이 속한 안행부(현 행자부)와 검찰이 속한 법무부가 맞붙은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이 부분을 어떻게 풀어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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