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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교 단절, 테러…이슬람 종파대립이 열렸다

‘카타르 단교’ 사태 뒤에 놓인 사우디와 이란의 중동 패권 경쟁

김회권 기자 ㅣ khg@sisajournal.com | 승인 2017.06.08(Thu) 17:0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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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윙 프로듀서’가 움직였다. 6월5일 사우디아라비아는 페르시아만의 소국 카타르와 국교 단절을 발표했다. 사우디뿐만 아니다. 이집트,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예멘 등이 사우디에 가세해 아랍권 7개국이 추가적으로 카타르와 국교를 단절했다. 이미 국교가 단절된 국가는 카타르 항공의 노선 연장이 규제되는 등 사람과 물건, 돈의 이동이 제한되기 시작했다. 

 

사우디는 세계 굴지의 산유국이다. 풍부한 석유 생산량을 조정해 세계 원유 가격을 좌우할 수 있기 때문에 '스윙 프로듀서'라고 불리는 나라다. 여기에 종교적 위상이 더해진다. 사우디는 이슬람의 양대 성지인 메카와 메디나를 보유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슬람 수니파의 맹주라는 위치도 차지하고 있다. 사우디는 수니파가 정교일치로 지배하는 엄격한 이슬람 국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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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슬림 조직 지원보다 이란에 유화적인 정책이 싫은 사우디

 

원유 매장량이 풍부하고 군주제에 이슬람 수니파가 지배하는 공통점을 갖는 페르시아만 6개국(쿠웨이트, UAE, 카타르, 바레인, 오만)은 사우디의 '발판' 역할을 한다. 특히 카타르는 그런 발판 중 가장 부유한 국가다. 1인당 GDP가 8만 달러를 넘고 풍부한 자금력을 배경으로 알 자지라와 같은 위성방송도 가지고 있다. 2022년 월드컵 개최국이라는 건 덤이다. 그런 발판 국가와 사우디는 왜 단교했을까.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제기된다. 일단 카타르가 무슬림형제단이나 하마스와 같은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을 지원하고 있다는 '설'이다. 

 

20세기 이집트에서 만들어진 무슬림형제단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이슬람주의 조직으로 구제 활동 등을 통해 빈곤층을 중심으로 지지세를 키웠다. 중동 각지에 지부가 있는데 팔레스타인 지부에서 결성돼 발전한 조직이 팔레스타인 해방을 목표로 이스라엘과 대결해 온 하마스다.

 

무슬림형제단이 세계적 주목을 받은 때가 2011년 중동 일대를 휩쓴 '아랍의 봄'이다. 이집트에서 30년 동안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던 무바라크 당시 대통령을 축출한 뒤 2012년 치러진 민주적인 선거에서 무슬림형제단 계열의 무함마드 무르시 정권이 탄생했다. 이슬람주의 조직의 정권이 만들어진 사건이었다. 하지만 이듬해 2013년 쿠데타로 무르시 정권은 붕괴됐고 이를 계기로 무슬림형제단은 각국에서 억압의 대상이 됐다.

 

무슬림형제단이나 하마스도 이슬람주의 조직이지만 사우디와 궁합은 좋지 않다. 무슬림형제단은 국경을 뛰어넘어 무슬림의 연대와 결속을 강조하는데 이를 통해 왕정을 타도하고 신정국가를 세우는 게 목표다. 절대왕정을 유지하고 있는 사우디의 왕족들에게는 이보다 더 큰 위협은 없다. 하지만 사우디 주변국 중에는 무슬림형제단을 계속 지원하고 있는 나라가 있으니 대표적인 곳이 카타르다. 카타르는 무슬림형제단에 지원을 해오며 이슬람 세계에서 세력 확대를 도모해왔다. 사우디 이전에 이미 이집트는 무슬림형제단을 지원하는 카타르와 불화를 겪어 왔다.

 

하지만 좀 더 결정적인 이유는 아무래도 '이란'의 존재다. 카타르가 이란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 사우디를 건드렸다. 원래 수니파의 맹주인 사우디와 시아파의 맹주인 이란 사이에는 역사적인 불화가 있었다. 최근에는 이란이 시리아의 아사드 정권과 예멘의 시아파 반군인 '후티파'에 군사적 지원을 해오자 사우디는 다른 걸프국가와 함께 수니파 민병대 등에 지원을 강화했다. 그 결과 중동에서 벌어지는 분쟁 속에는 사우디와 이란의 대리전쟁의 성격이 녹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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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중심으로 아랍 단결하라”던 트럼프의 머쓱함

 

사우디는 1970년대부터 경제와 안보에서 미국과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오바마 행정부가 이란과의 관계 개선을 모색하면서 밀월이 조금씩 어색해지고 있었다. 특히 2015년 12월, 이란과 서방국가 사이에서 이란의 핵개발을 인정하는 대신 무기화를 금지하는 합의가 체결되자 사우디의 위기감은 더욱 커졌다. 위기감의 결과는 2016년 1월, 사우디와 이란의 국교 단절로 나타났다.

 

반대로 보면 기존의 중동 체제를 유지하려는 사우디와 달리 카타르는 상대적으로 열린 국가다. 카타르는 수니파의 맹주를 자처하는 사우디와 반대되는 행보로 존재감을 발휘해 왔고 사우디의 노여움을 산 셈이다.  군주제 국가이면서도 여성이 자유롭게 차를 몰고 다닐 수 있고 외국인이라면 음주도 허용되는 카타르는 사우디가 볼 때 중동 지역의 이질적 존재였다. 이런 사우디 반대 행보는 외교 노선에도 드러난다. 사우디의 정책과는 정반대로, 이란과의 관계를 다져가고 있었다. 예를 들어 이란의 식품을 수입하고 양국이 얽혀있는 가스전 개발에서 협력을 강화하는 모습이 그랬다. 반면 이란 포위망을 강화하고 있는 사우디의 입장에서 보면 카타르의 독자 노선은 더 이상 간과할 수 없는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판단해 국교 단절이라는 대응책을 내놓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란 포위망은 사우디에는 우선 순위가 높은 과제다.

 

이런 상황에서 6월7일 터진 이란의 테러는 중동의 세 대결을 더욱 혼미하게 만들고 있다.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서는 6월7일 의사당과 이슬람 혁명 지도자인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 영묘에서 테러가 벌어져 13명이 사망하고 수십 명이 부상했다. 이란은 이번 테러의 책임을 사우디에 두고 있다. 이슬람국가(IS)가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발표했지만 그 배후로 사우디를 의심하고 있다. 이란혁명수비대(IRGC)는 성명을 통해 "이번 테러 공격은 미국 대통령과 테러리스트를 지원하는, 퇴보하는 지도자(사우디)가 만난 지 일주일 만에 발생했다"고 말했다, 5월에 있었던 트럼프 미 대통령의 사우디 방문을 겨냥한 발표다. 게다가 수니파 맹주인 사우디가 같은 수니파 무장 세력인 IS를 지원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카타르와의 국교 단절 문제, 그리고 이란 테러로 생긴 종파 간 대립 양상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가 트럼프 정부에 떨어진 숙제가 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동을 방문한지 불과 2주도 되지 않아 일어난 사건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사우디에서 직접 "아랍 국가들이 결속하길 바란다"는 의견을 낸 뒤에 벌어진 사태라는 점에서 미국의 중동 지역에 대한 영향력이 크게 감소했다는 점을 상징하는 사건이기도 하다. 오바마 정부와 달리 트럼프 정부는 이란에 비타협적인 견해를 갖고 있다. 여기에 사우디가 카타르와 국교 단절을 통해 '아랍 대 이란'의 구도를 보다 명확하게 만들었다. 이번 카타르 단교는 곧 등장할 격화된 종파 대립의 전초전이 될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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