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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5 앞두고 ‘舊 통진당’ 복원 움직임

‘이석기는 양심수’ 주장…균열됐던 내부 조직 물밑접촉

이민우 기자 ㅣ mwlee@sisajournal.com | 승인 2017.06.12(Mon) 08:00:00 | 144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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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2월19일, 헌법재판소는 통합진보당(통진당)의 해산을 선고했다. 대한민국 역사상 헌재 판결을 통해 정당이 해산된 것은 처음이었다. 박한철 당시 헌재소장은 “통합진보당은 최종적으로 북한식 사회주의를 실현하려는 목적을 가진 정당”이라며 “실질적 해악을 끼치는 구체적 위험성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정당 해산 외에 다른 대안이 없다”고 밝혔다. 이후 2년 반의 시간이 흘렀다. 통진당 주류 세력의 실질적 리더 역할을 맡았던 이석기 전 의원은 대법원까지 간 끝에 징역 9년을 최종 선고받아 복역 중이다. 핵심 인사들은 무소속 출마 등을 강행하며 재건 의지를 내비쳤지만 미미한 지지율로 실패했다. 그렇게 통진당이라는 이름은 국민의 기억 속에서 점점 희미해져 갔다.

 

그런데 최근 인사청문회 정국에서 통진당의 이름이 자주 거론되고 있다.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과거 이력 때문이다. 김 후보자는 통진당 해산 심판 당시 소수의견을 낸 유일한 인물이다. 6월7일부터 이틀간 진행된 인사청문회에서도 야당은 이 문제를 가장 많이 지적했다. 김 후보자는 “정당 해산으로 인한 민주주의의 위축을 우려한 것”이라며 진땀을 흘려야만 했다. 그는 “이석기와 그 일파 100명을 옹호한 게 아니다. 통진당 국회의원들은 국가보안법이나 형법으로 처벌하거나 국회에서 제명할 수도 있고 국민이 선거에서 자연스레 통진당을 외면해 힘이 빠지게 할 수도 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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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기는 양심수’ 이미지 메이킹 시도

 

통진당의 이름이 자주 등장하면서 과거 통진당 주류 세력들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문재인 정부의 등장으로 남북 관계의 변화가 시도되자 다시 활동을 재개한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이석기 전 의원 석방 운동과 함께 6·15 기념행사를 이유로 대북 접촉을 시도하고 있다. 과거 이 전 의원이 이끌다가 이름을 바꾼 여론조사기관에서는 통진당과 관련한 여론조사까지 시도하고 있다. 최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있는 이들의 동향을 추적해 봤다.

 

6월7일 서울시청 인근의 프레스센터에서는 시민사회 각계 인사들이 모여 ‘양심수 석방 추진위원회(추진위)’를 발족했다. 추진위는 “지금 감옥에 갇힌 양심수는 노동자 생존권을 위해 앞장선 사람들, 국가보안법으로 희생된 사람들, 공작정치의 올가미에 걸린 사람들, 시민사회운동 등으로 감옥에 갇힌 사람들”이라며 양심수 석방을 촉구했다. 이들은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 등 37명이 양심수로 구속 중이라고 밝혔다.

 

이들 단체에서 밝힌 양심수 가운데 이석기 전 의원도 포함돼 있다. 이 전 의원은 통진당 주류 세력을 이끄는 경기동부연합의 수장 역할을 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다. 이 전 의원은 2004년 혁명 조직 ‘RO(Revolution Organization)’를 결성해 회동을 한 혐의로 구속됐다가 내란선동 혐의가 인정돼 복역 중이다. 참가자 일부는 이 전 의원의 구속을 ‘내란음모 조작 사건’으로 규정했다. 권오헌 민가협 양심수후원회 명예회장은 “(이 전 의원은) 내란음모 혐의가 무죄로, 혁명 조직은 실체가 없다고 판결이 났음에도 불구하고 9년을 선고받고 감옥에 있다”며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은 가장 전형적인 정치적 반대세력에 대한 탄압, 종북 논리 공안탄압이었다”고 주장했다.

 

추진위에는 과거 통진당 핵심 인사 등이 대거 참석했다. 확인 결과, 참석자 모두가 과거 통진당 세력은 아니었다. 노동계의 한 인사는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의 석방을 추진한다고 해서 참가했는데, 뜬금없이 이석기 이름이 나오더라”며 “기자회견문에는 없었는데 과거 NL(민족자주) 계열 인사들이 발언하면서 모임 취지가 이상해졌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양심수 석방이 필요하지만 특정 인물을 지칭하려는 의도는 없었다”며 “(이석기 석방 주장은) 참가자 일부의 의견으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눈에 띄는 점은 6·15 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인사들도 대거 포함됐다는 점이다. 이창복 상임대표를 비롯해 박순경 전 상임고문, 이정이 부산본부 상임대표, 권오희 여성본부 상임대표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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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라졌던 세력, 다시 합치나

 

과거 통진당의 주류인 경기동부연합과 광주전남연합, 울산연합 등은 거대 계파를 이뤄 PD(민중민주) 계열을 비주류로 내몰았다. ‘연합’이라는 이 정파들의 명칭은 1991년 민중운동 진영의 연대체인 ‘민주주의민족통일전국연합(전국연합)’ 산하에서 각 지역단위로 활동하면서 붙여졌다. 이들은 공직 후보자 선출이나 당직 선거에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당을 빠르게 장악해 나갔다.

광주전남연합은 활동가 수가 적어 이전부터 경기동부연합의 지원을 받았다. 김선동·오병윤·장원섭 전 사무총장까지 광주전남연합 출신이 내리 사무총장을 맡을 수 있었던 건 경기동부연합의 지원 결과였다. 이 과정에서 두 연합은 사실상 같은 정파가 됐다. 과거 주류와 비주류 사이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던 울산연합 또한 당내 지원을 받아 국회의원 및 구청장, 시·구의원을 다수 배출하면서 급격히 성장했다.

 

이들 연합으로 당을 장악했던 주류 세력은 시간이 흐를수록 힘이 축소됐다. 2012년 부정경선 사태로 내부 분열을 겪으며 인천연합 일부는 국민참여당 계열, PD 계열 인사들이 주축을 이룬 정의당에 합류했다. 통진당에 남아 있던 세 세력 가운데 울산연합 또한 부정경선 과정에서 경기동부연합 등과 다른 노선을 걷기 시작했다.

 

통진당이 해산된 이후 주류는 크게 두 갈래로 나뉘었다. 대응 방침을 놓고 거센 논쟁을 거치면서 급격히 사이가 멀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동부연합과 광주연합은 즉각적인 진보정당 복원을, 울산연합은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외연 확장을 통한 새 진보정당 건설을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 해산 이후 대책을 놓고 의견이 갈라지자 이들은 각자의 길을 걷게 됐다. 이후 세력에서 밀렸던 울산연합은 울산에서 두 명의 무소속 국회의원을 탄생시키며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이후 울산연합과 인천연합 잔류파는 ‘민중의꿈’이라는 단체를 조직한 뒤 민주노총 중심의 진보대통합당 건설을 시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반면 경기동부연합은 민중연합당을 창당한 뒤 김재연 전 의원 등을 출마시키며 제2의 통진당 재건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하지만 갈등 국면은 대선을 앞두고 급격히 달라졌다. 민중연합당과 민중의꿈 등은 지난 2월 원탁회의를 열고 대선 계획 등을 함께 논의했다. 경기동부연합 측에서는 김미희·김선동 전 의원이, 울산연합 측에선 김종훈 의원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대중적 진보정당 건설, 진보적 정권교체 노력 등에 합의했지만 최종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 통진당에서 핵심 당직을 맡았던 한 인사는 “대선을 앞두고 단일 정당을 만들어 후보를 내려고 했지만 민주노총의 단일 지지를 확보하지 못하는 등 여건이 녹록지 않았다”며 “박근혜 정부의 조작과 탄압으로 당이 무너졌는데, 이제 정권이 바뀌었으니 새롭게 예전의 모습을 갖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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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기의 여론조사기관 상호명 바꿔 등장

 

최근에는 이석기 전 의원이 설립했던 여론조사기관이 이름을 바꿔 사드 배치나 통진당 해산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를 내놓고 있다. 법인 등기부등본을 확인한 결과, 이 전 의원이 운영했던 ‘사회동향연구소’는 2015년 10월20일 상호를 ‘에스티아이’로 바꿨다. 이 전 의원은 사회동향연구소의 첫 번째 대표이사로 등재됐다가 2012년 4월 사임했다. 이어 대표이사는 조양원, 김진실, 이준호 대표로 바뀌었다. 이 가운데 조양원 전 대표는 이석기 전 의원과 함께 내란선동 관련 혐의로 구속됐던 인사다. 사무실이 위치한 여의도 빌딩을 확인한 결과, 에스티아이·상상·길벗투어·블루랩 등과 같은 사무실을 쓰고 있었다. 이 회사들 또한 과거 경기동부연합의 자금줄로 알려졌던 ‘CN커뮤니케이션즈’의 자회사들이다.

 

이 기관이 실행한 여론조사 결과는 어땠을까. 5월27일 발표한 정례조사 결과를 보면, 김이수 헌재소장 후보자의 ‘통진당 해산 반대’ 의견에 대한 입장을 묻자 응답자의 50.1%가 김 후보자의 의견에 동의한다고 답변했다. 이 과정에서 특정 답변을 유도했다는 정황이 포착됐다. 에스티아이는 이 문항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김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에서 2014년 당시 통합진보당 강제 해산에 반대한 사실을 요청 사유 중 하나로 밝혔다”고 언급한 뒤 김 후보자의 입장에 대한 동의 여부를 물었다. 같은 조사에는 ‘개성공단 재가동이나 금강산 관광 재개’에 대한 문항도 있었다. 한 여론조사기관 관계자는 “여론조사의 경우 객관성과 신뢰성을 담보하기 위한 문항 설계가 결과에 큰 영향을 끼친다”며 “(에스티아이의) 해당 조사는 문항 설계의 편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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