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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일로 한화의 고민거리 된 후계구도

[재벌家 후계자들 (18) 한화그룹] 제조·금융·서비스 계열분리 구상 불투명

송창섭 기자 ㅣ realsong@sisajournal.com | 승인 2017.06.15(Thu) 13:30:00 | 144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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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2년 일제강점기 일본인이 세운 화약제조회사 조선화약공판주식회사(훗날 한국화약으로 개명)에 고(故) 김종희 한화그룹 창업주가 입사한 것이 오늘날 재계 순위 8위 한화그룹의 시작이다. 일본이 패망한 뒤 국가로 귀속된 이 회사는 6·25전쟁 중이던 1952년 김 창업주가 인수했다. 그리고는 1957년 다이너마이트 생산에 성공하면서 빠르게 성장세를 타기 시작했다. 김 창업주에게 ‘다이너마이트 킴’이라는 별명이 붙여진 것도 이때다. 하지만 그는 과로와 지병으로 1981년 향년 59세로 돌연 세상을 떠난다. 미국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장남 김승연 회장은 그해 29세의 젊은 나이에 회장 자리에 올랐다. 1977년 전북 이리역(현 익산역) 폭발 사고 이후 한화가 처음 겪은 절체절명의 위기였다.

 

결과적으로 일찍 경영권을 넘겨받은 한화그룹의 2세 경영은 성공적이었다. 김 회장이 경영권을 물려받은 1981년 당시 한화그룹의 매출액은 1조600억원이었으나, 2016년에는 60조2600억원으로 약 60배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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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연 회장, 취임 후 매출 60배 키워내

 

외형 성장이 가능했던 것은 성공적인 M&A(인수·합병) 때문이었다. 오늘날 한화의 주력 계열사 중 하나인 한화케미칼은 김승연 회장의 첫 M&A 작품으로, 1982년 인수한 한양화학·한국다우케미칼의 후신이다. 한화케미칼 인수는 1981년 1조600억원이던 그룹 매출을 3년 만인 1984년 2조1500억원으로 끌어올린 기폭제가 됐다. 이 밖에도 한화그룹은 1985년 정아그룹으로부터 명성콘도를 사들여 한화호텔앤드리조트를 발족시켰으며, 이듬해에는 한양유통(현 한화갤러리아)을 인수했다. 2002년 대한생명(현 한화생명)을 사들이면서 보험업에도 본격 뛰어든다. 현재 한화생명은 그룹 전체 매출의 50%를 차지할 정도로 규모가 커졌다.

 

2010년대 와서는 신재생에너지와 방위산업 쪽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2010년 솔라펀 파워홀딩스(현 한화솔라원)를 인수하면서 태양광 사업에 뛰어든 한화는 2012년 독일 큐셀마저 사들였다. 이후 2014년 한화솔라원이 한화큐셀의 지분을 인수하는 형식으로 두 회사는 합병했다. 같은 해에는 1998년 외환위기 이후 가장 큰 ‘빅딜’로 평가받는 삼성그룹과의 M&A를 전격 단행했다. 삼성그룹이 보유한 삼성테크윈의 지분 32.4%를 ㈜한화·한화케미칼·한화에너지 등이 8400억원에 인수했으며, 삼성종합화학의 지분 57.6%는 한화케미칼과 한화에너지가 공동으로 1조600억원에 사들였다. 지난해에는 두산DST(현 한화디펜스)의 지분 100%마저  확보했다. 이로써 한화그룹은 제조(방위산업·석유화학·에너지), 비제조(금융), 서비스(건설·유통·리조트) 등 세 부문의 골격을 세웠다.

 

공교롭게도 이들 세 부문은 김승연 회장이 슬하에 둔 삼형제와 연관돼 있다. 현재 장남 김동관 전무(35)는 한화큐셀, 차남 김동원 상무(33)는 한화생명에 각각 근무하고 있으며, 막내 김동선씨(29)는 올 초까지 한화건설에서 신성장전략팀장(부장급)으로 일했다. 재계에서도 이를 후계구도와 연관 지어 생각한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아직 김승연 회장의 나이를 감안할 때 계열분리를 논할 때는 아니지만, 업무가 겹치지 않고 각자 분야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에는 이상적인 구조”라고 설명했다.

 

김동관 전무는 사내외 두루 평판이 좋다. 한화그룹 내 한 임원의 설명이다. “김 전무와 사석에서 만난 일이 몇 번 있었는데, 평소에는 굉장히 차분하지만 임직원들과의 식사 자리에서는 격의 없이 자연스럽게 술잔도 기울이는 스타일이다.” 1983년생인 김 전무는 미국 명문 사립고교 세인트폴을 나온 뒤 하버드대에서 정치학을 전공했다. 2013년에는 세계경제포럼(WEF)이 뽑은 ‘젊은 글로벌 리더’에 선정되기도 했다.

 

두 살 아래인 김동원 상무는 형과 같은 고등학교를 나온 뒤 예일대에서 동아시아학을 전공했다. 2014년까지 한화그룹 경영기획실에서 디지털팀장으로 근무한 뒤, 이듬해부터 한화생명 전사혁신실에서 일하고 있다. 1989년생인 막내 김동선씨는 또 다른 명문 사립고교인 미국 태프트스쿨을 졸업하고 다트머스대에서 지리학을 공부했다. 2006년 카타르 도하아시안게임 때부터 승마 국가대표로 활동했다. 세 아들 모두 미국 동부의 명문 보딩스쿨(기숙학교)과 아이비리그를 졸업했다. 스펙만 놓고 보면 여타 재벌가에 뒤지지 않는다. 특히 김동선씨는 지난해 말 시내면세점 개장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해외 명품 브랜드 유치를 위해 유럽이나 중동의 사업 파트너들을 만나고 있다”고 밝혀 사내 역할이 분명해지는 듯했다. 한화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퇴사 전까지 김씨는 건설 및 유통 사업에 큰 관심을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어렵사리 쌓은 기업 이미지 훼손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

 

하지만 올 1월 초 김동선씨가 폭행 사건에 휘말리면서 아버지 김승연 회장의 구상에 차질이 생겼다. 김씨는 서울 강남구의 한 술집에서 술에 취해 남자종업원 두 명을 때리고 난동을 부린 혐의로 구속됐다가 지난 3월 1심에서 징역 8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그룹 관계자는 “관련 소식을 전해 듣고 김 회장이 크게 격노했으며, 바로 퇴사 조치시켰다”면서 “김씨는 현재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면서 자숙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승마 마장마술 국가대표로 활동한 탓에 대한승마협회 차원에서도 징계가 결정됐다. 승마협회는 3월24일 스포츠공정위원회를 열고 김씨에게 ‘견책’을 결정했다. 승마협회 관계자는 “동료나 심판을 폭행한 경우라면 몰라도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것은 처벌 규정이 덜 엄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김동선 선수는 그나마 국가대표 선수였기 때문에 그런 것이지 일반 선수였다면 이(정도 징계)조차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승마협회의 이러한 결정은 5월11일 열린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 회의를 거쳐 최종 확정됐다. 한 지방승마협회 관계자는 “해당 선수나 협회를 위해서도 이번 결정은 옳지 않다”면서 “한화그룹에 잘 보이려는 일부 협회 관계자들의 불합리한 처사”라고 꼬집었다.

 

차남 김동원 상무도 10년 전 폭행 시비 등 몇 차례 사고에 연루된 바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그룹 안팎에서는 “김 회장이 어렵사리 쌓은 기업 이미지가 훼손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화에스앤씨, 경영권 승계 핵심 떠올라

 

김 상무가 현재 한화생명에서 주력하는 사업은 ‘드림플러스63’이라고 불리는 국내 최대 규모의 핀테크(Fintech) 육성센터다. 지난해 10월 서울 여의도 63빌딩에 처음 마련됐으며, 연내 서울 강남에 추가로 연다는 계획이다. 김 상무가 실장으로 있는 전사혁신실은 빅데이터를 활용한 마케팅 지원 툴과 모바일·인터넷 기반의 신용대출 상품 등을 개발하는 부서다. 김 상무는 지난해 한화생명이 세계 최대 개인 간(P2P) 대출업체인 미국 렌딩클럽 지분 4.1%를 사들이는 과정을 진두지휘했다.

 

동생들에 비하면 장남 김동관 전무는 별다른 잡음이 없다. 부도 직전의 큐셀을 살려내 그룹 내 입지도 탄탄하다. 폭넓은 해외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글로벌 신재생에너지·화학 시장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3세 경영구도에서 형제간 계열분리가 아닌 장남 승계 원칙으로 갈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낳는 배경이다.

 

현재 한화가(家) 3세가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는 ㈜한화와 한화에스앤씨다. 올 1분기 현재 김동관 전무는 ㈜한화의 지분 4.44%, 김동원 상무와 김동선씨는 똑같이 1.67%씩을 갖고 있다. ㈜한화는 한화건설·한화생명·한화케미칼·한화테크윈 등 한화그룹 내 핵심 계열사의 대주주다. 특히 한화갤러리아·첨단소재 등 계열사를 자회사로 두고 있는 한화케미칼과 방산기업인 한화시스템·디펜스의 최대주주인 한화테크윈의 역할이 중요하다.

 

한화의 경영권 승계에 있어서 관전 포인트는 그룹의 핵심인 ㈜한화의 지분을 김 회장의 아들들이 어떻게 확보하느냐다. 이 과정에서 한화에스앤씨가 주목받는다. 2001년에 설립된 한화에스앤씨는 종합 IT서비스업체로 김 전무가 50%, 김 상무와 김씨가 각각 25%씩 보유하고 있는 오너가(家) 회사다. 한화종합화학은 지난해 11월 한화큐셀의 유상증자에 참여한 결과, 현재 이 회사 지분 50.2%를 보유하고 있다. 종합화학의 최대주주는 한화에너지며, 한화에너지의 지분 100%를 한화에스앤씨가 갖고 있다. 결국 세 아들들이 대주주인 한화에스앤씨 아래 한화에너지-한화종합화학-한화큐셀이 수직계열화된 것이다. 지난해 한화에스앤씨 매출 3641억원 중 한화그룹 계열사들이 담당한 것은 2231억원으로, 61.3%를 차지했다. 2015년 46.4%를 차지한 것과 비교해 큰 폭으로 늘어났다. 사실상 그룹 전체가 힘을 합쳐 먹여 살리는 구조다. 때문에 한화에스앤씨는 현 정부의 일감몰아주기 규제와도 관련이 있다.

 

재계에서는 한화에스앤씨가 ㈜한화의 지분을 매입하는 형식을 빌려 3세 경영을 본격화할 것으로 본다. 때문에 현재로선 한화에스앤씨의 매출과 그룹 내 위상을 키우는 게 중요하다. 연결 지분 형식으로 여러 사업이 섞여 있는 ㈜한화와는 덩치 면에서 아무래도 차이가 난다. 올 4월 한화테크윈은 방산은 한화다이나믹스, 에너지 장비는 한화파워시스템, 산업용 장비는 한화정밀기계로 물적 분할하기로 결정했다. 남은 한화테크윈은 항공엔진과 보안업무를 담당하게 된다. 한화다이나믹스와 ㈜한화 산하 방산 부문은 여러 업무가 겹쳐진다. 또다시 분할 후 합병을 생각할 수 있다. 현재로선 이런 과정을 거쳐 ㈜한화의 덩치를 최대한 줄이는 게 급선무다. 하지만 현 정부가 계열사 일감몰아주기 금지를 재벌 개혁의 핵심 수단으로 삼고 있어 한화 경영진의 계획대로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현재 공정위는 일감몰아주기와 관련해 한화에스앤씨를 강도 높게 조사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그룹 내에서는 새 정부 출범 후 재벌 개혁의 시범 케이스에 걸릴까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현재 한화는 내부적으로 관련 규정 검토에 나선 상태다. 재계에서는 2015년 한화가 그룹 광고대행 계열사 한컴(훗날 두산에 매각), 빌딩관리업체 에스엔에스에이스(현 한화에스테이트) 등의 지분 매각을 통해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에서 빠져나간 방식을 취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다. 그렇지만 그럴수록 경영권 승계 시간은 더욱 늦어진다는 점에서 한화 오너가의 고민은 깊어만 가고 있다. 

 

 

한화그룹 가계도 - 정치인맥 폭넓게 형성돼 있어

 

지난 4월1일, 김호연 빙그레 회장의 장남 동환씨는 서울 중구 정동 대한성공회 성당에서 결혼식을 치렀다. 김호연 회장은 고(故) 김종희 한화그룹 창업주의 차남이다. 부모 모두 독실한 성공회 신자였다. 이날 결혼식에는 형인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도 참석해 하객들을 반갑게 맞았다.

 

김 창업주는 국내 화약산업의 산증인이다. 김 창업주의 형은 5공화국 당시 거물 정치인으로 활동한 김종철 전 국민당 총재다. 김 창업주의 동생은 13대 국회에서 활동한 김종식 전 민자당 의원이다. 김 창업주는 강태영 여사와의 사이에 2남1녀를 뒀다. 맏딸인 김영혜 전 제일화재 이사회 의장은 이후락 전 중앙정보부장의 차남 이동훈 전 제일화재 회장과 결혼해 슬하에 4남을 뒀다. 그다음이 장남 김승연 회장이다. 김 회장은 13대부터 내리 4선을 지낸 서정화 전 한나라당 의원의 딸 영민씨와 결혼했다.

 


차남 김호연 빙그레 회장은 독립운동가 김구 선생의 손녀인 미씨와 결혼했다. 김구 선생의 아들인 김신 전 교통부 장관이 그의 장인이다. 이런 인연으로 김호연 회장은 현재 김구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2012년 18대 총선에서 충남 천안시 새누리당 후보로 나서 당선된 바 있다.

 

김승연-호연 형제는 1992년 ‘왕자의 난’을 겪었다. 부친이 갑작스럽게 타계하면서 두 아들의 지분을 명확하게 구분하지 않아서다. ‘장자 우선 원칙’에 따라 경영권에서 밀려난 김호연 회장은 형 김승연 회장을 상대로 재산권 분할소송을 냈다. 하지만 1995년 조모인 오명철 여사 장례식에서 재산 분할에 합의하고 관련 소송을 모두 취하했다. 또 그해 모친 칠순잔치에서 화해했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그 일로 두 사람 간 갈등은 모두 해소됐으며 이번 김호연 회장 장남 결혼식처럼 집안 대소사가 있을 때는 서로 챙기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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