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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시장 독과점’ 이번엔 메스 제대로 댈까

CJ 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 극장 빅3 점유율 무려 97.1%

고재석 시사저널e. 기자 ㅣ jayko@sisajournal-e.com | 승인 2017.06.16(Fri) 09:03:44 | 144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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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의 경제정책 기조인 ‘J노믹스’는 ‘정부 주도의 일자리 창출→가계소득 증가→소비 확대→내수경기 활성화’ 등 순환 고리로 이어져 있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도 6월4일 기자간담회에서 “분배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가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대기업-중소기업과 정규직-비정규직 간 격차 등을 소득 양극화의 주범으로 꼽았다. 이 때문에 새 정부 들어 가장 주목받는 부처가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다. J노믹스의 순환 고리를 작동시키려면 중간중간 놓인 대기업-중소기업 간 불공정 관행과 시장 독과점 행태를 먼저 손질해야 해서다. 6월5일 당·정·청이 중소벤처기업부 신설을 공식화하면서 이 의지는 새삼 도드라졌다.

 

6월2일 열린 공정위원장 후보자 청문회는 그래서 곱씹어볼 만하다. 이 자리에서 김상조 후보자는 “기업분할명령제와 계열분리명령제 도입 필요성에 공감한다”고 밝혔다. 물론 “마지막 수단이어야 한다” “구체적 방법은 국회에서 결론을 내달라”는 전제가 붙었지만, 강력한 제재 의지를 내비친 셈이다. 김 후보자는 계열분리명령제 도입 가능성을 재차 묻는 질문에도 “경쟁적 시장구조를 만드는 게 경제 당국의 중요한 임무”라고 답했다.

 

이와 관련해 당장 주목받는 게 영화상영 시장이다. 2월13일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는 ‘2016년 한국영화산업 결산보고서’를 통해 국내 극장업계 내 독과점이 극심하다는 분석 결과를 내놨다. 업계 1위 CJ CGV의 점유율은 50% 안팎이다. 1998년 첫 개관한 CJ CGV는 최근 누적관람객이 10억 명을 넘어섰다. 2위 롯데시네마의 점유율도 30%를 넘겼다. 3위 메가박스(17.3%)까지 합하면 상위 3사 매출액 기준 합계 점유율이 무려 97.1%에 달한다. 그 사이 독립극장 점유율은 2015년 3.9%에서 지난해 2.9%로 뒷걸음질쳤다.

 

공정위가 기업결합심사 기준으로 사용하는 ‘허핀달-허쉬만 지수(HHI)’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미국 법무부와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합병인가 심사 등에서 이 지표를 1차로 활용한다. 미국에서는 이 지수가 2500을 넘으면 매우 집중된 시장으로 판단한다. 그런데 영진위 산업정책연구팀은 “국내 영화상영 시장에서 최근 4년간의 HHI 지수값이 모두 3500을 넘어서 어떤 기준을 적용하더라도 특정 기업에 매우 집중된 시장임을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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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은 매각이나 계열분리를 하라”

 

영화관 3사는 모두 같은 그룹 내에 투자배급사를 영위하고 있다. CJ CGV로 상영시장 1위인 CJ는 CJ E&M을 내세우며 투자배급 시장에서도 1위다. 롯데는 롯데쇼핑 산하에 롯데시네마와 롯데엔터테인먼트를 함께 보유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해부터 거론된 주장이 계열분리다. 국민의당 대선후보였던 안철수 전 의원은 지난해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영비법)’ 개정안을 내놓으며 “(CJ와 롯데 등) 영화관은 매각이나 계열분리를 하라”고 직격탄을 날렸었다.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 내정된 도종환 의원도 안 전 의원과 같은 골자의 법안을 발의했다. 김상조 공정위원장 후보자의 ‘친정’ 격인 참여연대는 도종환 의원과 법안을 함께 준비했다. 참여연대는 지난해 CJ 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의 티켓값 인상을 두고 담합 성격을 지닌 부당공동행위라며 공정위에 신고하기도 했다.

 

영화산업 계열분리의 선례도 이미 있다. 1948년 미국 연방대법원의 ‘파라마운트 판결’이다. 이 판결은 미국 법무부 독점금지국이 8개 영화 스튜디오들의 셔먼법 위반행위 금지를 청구한 민사소송에서부터 비롯됐다. 결국 연방대법원은 가격 담합, 독립극장 차별 등 당시 영화 스튜디오들의 거래 관행이 반경쟁적 행위라고 판단했다. 문제의 근원으로 수직계열화가 꼽히는 바람에 결국 스튜디오들은 극장을 계열분리 해야 했다. 계열분리를 주장하는 측에서는 파라마운트 판결의 선례를 재차 강조한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과거의 미국과 현재의 한국을 같은 선상에 놓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미 디지털 영사기 시대로 바뀐 산업 환경도 고려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기대보다 비판 여론이 조성되지 않는 게 변수”

 

실현 가능성도 냉정히 가늠해 볼 필요가 있다. 영진위가 공언했듯 극장 독과점은 불변의 사실이다. 다만 독과점에 의지해 같은 계열 배급사에 현저하게 유리한 사업행위를 했는지 여부는 아직 논란거리다. 공정위는 극장들이 불공정행위를 했다며 과징금을 부과했다. 하지만 사법부 판단은 달랐다. 영진위가 ‘극장 독과점’을 기재한 보고서를 내놓은 지 이틀 후인 2월15일, 서울고등법원 행정6부는 CGV와 롯데시네마에 관한 공정위의 과징금을 취소했다. 법원은 두 극장이 계열사(CJ E&M)나 사업부(롯데엔터테인먼트)에 유리하게 하려고 다른 배급사를 차별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계열분리 움직임이 현실화되면 다시 법정 다툼의 영역으로 이동할 공산이 크다. 1차전은 업계가 승리했다. 이미 업계는 ‘글로벌 콘텐츠 시장 선두기업 육성론’으로 대관(對官)과 홍보 방향을 짜고 있는 분위기다.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하면 계열분리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치기 쉬운 문제부터 공정위가 칼날을 들이댈 가능성도 있다. 작은 매듭을 먼저 풀어가듯이 규제망을 하나씩 구축하는 방식이다. 이미 공정위는 지난해 9월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재환씨가 소유한 재산커뮤니케이션즈에 스크린 광고영업을 몰아준 CJ CGV에 71억7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롯데그룹도 롯데시네마 매점 운영권을 신격호 총괄회장과 사실혼 관계인 서미경씨와 그 자녀에게 헐값에 넘긴 것이 알려져 곤욕을 치르고 있다. 두 사례 모두 재벌 총수 일가가 직접적으로 문제가 됐다.

 

다만 공정위는 티켓 가격 담합과 팝콘 판매가격 폭리 등에 대해서는 무혐의 처분했다. 광고일감, 매점 운영권 모두 중소기업의 사업영역을 ‘빼앗았다’는 해석이 많다. 김상조 후보자가 대기업의 부당한 사업기회 편취를 문제 삼는 인물이란 걸 감안하면 공정위가 다시 CJ·롯데를 겨냥한 칼을 꺼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변수는 여론이다. 익명을 원한 문화산업계 관계자는 “문재인 캠프에서부터 상당수 ‘미디어 대기업 규제론자’들이 활동했기 때문에 개혁 분위기는 점점 커질 것”이라며 “다만 지난해 (안철수·도종환 의원의) 영비법 개정안이 나왔을 때도 기대보다 여론이 조성되지 않았다. 또 상위 기업에 맞설 경쟁력 갖춘 도전자들이 수면 위로 나타나야 (개혁 움직임도)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는 김상조 후보자 청문회를 하루 앞둔 6월1일 성명을 내고, “공정위 역할은 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 등과 같은 대기업이 상시적으로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해 폭리를 취하거나 일상화된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해 조사하고, 이에 대해 마땅한 처분을 함으로써 이런 행위들이 재발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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