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정당, 독자 생존 “힘들다, 힘들어”
  • 남상훈 세계일보 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6.16 17:28
  • 호수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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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대표 후보들 중량감 떨어지고 카리스마 약하다” 지적

 

개혁보수를 표방한 바른정당은 19대 대선 패배 이후 ‘자강론’을 선택했다. 당 안팎에서 제기된 국민의당과의 통합론, 자유한국당·국민의당과의 연대론을 거부하고 독자 노선을 걷기로 결정한 것이다.

 

바른정당은 새로운 보수로 거듭나기 위해 리더십 정비에 나섰다. 오는 6월26일 전당대회에서 새로운 지도부를 선출한다. 이번 전대에선 자강론을 내세운 당을 이끌 당 대표·최고위원을 뽑게 된다.

 

김영우(3선·경기 포천·가평), 이혜훈(3선·서울 서초 갑), 지상욱(초선·서울 중·성동 을), 하태경(재선·부산 해운대 갑), 정운천(초선·전북 전주 을) 의원이 당권 도전을 위해 출사표를 던졌다. 이들은 모두 낡은 보수와의 결별과 보수 개혁을 주창하고 있다. “보수를 개혁하고 새로운 보수를 만들겠다”는 창당 정신을 지키고 자강론을 앞세워 당내 결속력을 다지겠다는 포석이다. 특히 이들은 대선 막바지에 나타난 개혁보수에 대한 열망을 확산시켜 보수적통 정당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포부도 밝히고 있다.

 

6월26일 선출되는 바른정당 당 대표 후보로 출마한 김영우·이혜훈·지상욱·하태경·정운천 의원(왼쪽에서부터) © 시사저널 박은숙·시사저널 이종현·연합뉴스·사진공동취재단

 

바른정당, 6월26일 전대 새 지도부 선출

 

당권 주자들의 행보는 바른정당이 처한 정치적 입지와 무관치 않다. 바른정당이 내부 통합에 박차를 가하지 않으면 일부 의원들이 한국당이나 국민의당으로 추가 탈당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바른정당은 소속 의원 20명으로, 겨우 원내교섭단체를 유지하고 있다. 1명이라도 추가 이탈자가 발생하면 교섭단체 지위를 상실하게 되는 셈이다. 당권 주자들이 당 화합을 강조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혜훈 의원은 “공천과 당직 임명은 철저히 탈계파를 하고, 민심과 당심을 우선으로 하겠다”, 지상욱 의원은 “기존 선수, 서열을 파괴하고 꿈과 열정, 능력을 갖춘 파격적인 당직 인선을 하겠다”고 말했다. 김영우 의원도 “일단 당의 분열을 막고 통합하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자강론은 대선에서 나타난 민심을 냉정히 분석하고 당의 진로를 고민한 끝에 나온 결과다. 바른정당 바른정책연구소가 6월1일 여의도 중앙 당사에서 개최한 ‘개혁보수의 길을 묻다’란 주제의 국민토론회에서는 “일자리 공약은 창조경제 시즌2 같았다” “영남 지역주의에 안주했다” 등의 날 선 비판이 쏟아졌다. 그러면서도 청년 당원들은 2030세대에게 최초로 호평받은 보수정당이란 평가를 받았다는 점에서 희망을 찾았다고 입을 모으기도 했다.

 

이준석 서울 노원 병 당협위원장은 바른정당 미래와 관련해 “결국은 구심점이다. 무엇을 중심으로 뭉쳐 있느냐의 문제”라고 밝혔다. 이어 “바른정당은 특정 지역을 중심으로 뭉쳐 있지 않다. 오히려 기반이라고 할 수 있는 TK(대구·경북)에서 멀어지면서 생긴 집단”이라며 “민주당은 작년 총선 이후 호남에 크게 얽매이지 않으면서 수도권과 영남으로 저변을 확대하면서 전국 정당화했고 집권도 했다. 바른정당도 그 개념을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바른정당도 수도권과 영남을 중심으로 전국 정당화해 자유한국당과의 경쟁에서 압도해야 한다는 얘기다. 호남당화(湖南黨化)한 국민의당처럼 한국당을 ‘TK당’으로 내몰아 보수적통 경쟁에서 압승해야 한다는 논리다.

 

 

계파 갈등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수도

 

이준석 위원장은 대선후보였던 유승민 의원에 대한 젊은 층의 관심에 큰 기대감을 나타냈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저변이 확대되면 새로운 보수정당으로 재편이 가능할 것이란 판단에서다. 이 위원장은 “얼마 전 당사에서 유승민 의원 간담회가 있어 지나가다가 들렀는데 그 행사는 SNS에 글을 올렸을 뿐인데 400~500명쯤 왔다”면서 “보수 쪽에서 간담회나 팬미팅을 한다고 했을 때 동원 없이 이렇게 모이는 건 박근혜 전 대통령 이후 유승민 의원 외에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 의원은 대선에서 20대 득표율 13.6%를 기록해 전국 득표율(6.8%)보다 훨씬 높았다.

 

바른정당의 이 같은 ‘독자 생존’ 몸부림에도 당의 미래는 험로가 예상된다. 우선 차기 당 대표 후보들의 정치적 중량감이 떨어져 당의 구심점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된다. 당 대표 후보들은 선수(選數)가 낮은 데다 당을 주도적으로 이끌 카리스마가 약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당 대표 경선이 보수 정치권을 재정비하고 재구축하는 계기를 마련하기엔 역부족이란 게 중론이다. 정두언 전 의원도 “흥행이 떨어진다”고 일갈했다.

 

대선 직후 잠복했던 계파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를 수 있다. 대선후보 유승민 의원에게 단일화 등을 요구했던 김무성 의원 측근들이 대거 탈당해 자유한국당으로 입당했지만, 당의 투톱인 김 의원과 유 의원이 당 주도권을 놓고 충돌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 의원은 “유 의원에 가까운 이혜훈 의원이 당 대표가 되면 김 의원 측에서 다소 불편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면서 “그러면 계파 갈등이 재연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당 일각에선 아직도 다른 당과의 연대론을 펴는 의원도 있어 분란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종구 정책위의장은 현실적인 이유로 국민의당과의 연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는 “우리와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그룹 내지 의원들과는 합당까지는 아니더라도 서로 호흡을 같이하는 연대 같은 포지션을 잡아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도 넘어야 할 산이다. 이번 지방선거는 대선 1년 뒤에 치르지는 만큼 중간평가 성격이 약해 여당에 유리할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야당은 의원 숫자는 많지만 지지율은 모두 한 자릿수에 그치고 있어 지리멸렬한 상황이다. 정두언 전 의원은 “여당이 지방선거까지 싹쓸이하는 독무대가 될 것 같다. 역대에서 볼 수 없는 정말 강력한 여당이 등장할 것”이라며 “바른정당이 처절한 밑바닥에서 다시 출발하는 계기가 지방선거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바른정당은 광역지자체장 후보 등 인재영입이 여의치 않은 점도 큰 부담이다. 야권 관계자는 “바른정당의 경우 지역적 기반이 없어 광역단체 후보를 영입하는 것 자체가 힘들 것”이라며 “누가 지역적 기반도 없는 당 후보가 되려 하겠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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