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대통령 강공 드라이브 계속된다”
  • 김현 뉴스1 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6.19 17:20
  • 호수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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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화 외교부 장관 임명 강행…‘명분’과 ‘여론’ 뒷받침하고 있다 판단한 듯

문재인 대통령이 자유한국당 등 야당의 반대로 난항을 겪고 있는 ‘인사청문 정국’에 대한 정면돌파를 선언했다. 6월12일 한국당의 거부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가 채택되지 못했던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을 임명한 데 이어 18일 위장전입 등 각종 의혹을 문제 삼아 야당이 반대해 왔던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임명을 강행한 것이다. 문 대통령이 이처럼 ‘인사 정국’의 정면돌파를 시도하면서 청와대와 야당 간 대치가 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문 대통령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안과 정부조직개편안 등의 처리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6월15일 청와대 여민1관에서 수석비서관-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왼쪽부터 임종석 비서실장, 문 대통령, 주영훈 경호실장, 이상철 국가안보실 1차장 ⓒ 사진=연합뉴스


“文 대통령, 강도 높게 얘기해 놀랐다”

문 대통령은 6월15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보좌관 회의(수보회의)에서 한국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 야 3당이 강 후보자에 대한 청문보고서 채택을 거부하고 있는 데 대해 작심한 듯 “야당과의 협치를 위한 대통령과 정부의 노력이 마치 허공을 휘젓는 손짓처럼 허망한 일이 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참으로 안타깝다”며 “반대를 넘어서서 대통령이 그를 임명하면 더 이상 협치는 없다거나 국회 보이콧과 장외투쟁까지 말하며 압박하는 것은 참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문 대통령은 “청문회에서 후보자를 강도 높게 검증하고 반대하는 것은 야당의 역할이고 야당의 본분일 수도 있지만, 검증 결과를 보고 최종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국민의 몫”이라고 강 후보자에 대한 국민적 지지가 높다는 점을 강조한 뒤 “저는 국민의 뜻에 따르겠다. 야당도 국민의 판단을 존중해 주시기 바란다”고 사실상 강 후보자에 대한 임명 강행 의사를 천명했다. 청와대 한 관계자가 “문 대통령이 저렇게 강도 높게 얘기해 깜짝 놀랐다”고 할 정도로 발언의 강도가 셌다. 수보회의 모두발언은 문 대통령이 직접 원고를 준비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곧바로 6월14일로 소관 상임위인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청문보고서 1차 송부시한이 마무리된 만큼 인사청문회법에 따라 15일 국회에 17일까지 청문보고서 재송부를 요청했다. 문 대통령은 17일까지도 국회가 청문보고서를 송부하지 않자 18일 강 장관 임명을 강행했다.

문 대통령이 이처럼 ‘강공 드라이브’에 나선 것은 ‘명분’과 ‘여론’이 뒷받침하고 있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한 달이 넘었지만 아직도 조각(組閣) 작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해 국정운영이 여전히 차질을 빚고 있는 데다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외교부 수장마저 사실상 공석이니만큼 조속한 임명이 필요했다는 문 대통령과 청와대의 주장은 국민들에게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특히 각종 여론조사에서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가 80%대의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강 장관 임명에 대한 여론도 높은 상황이었다. 여론조사 전문업체인 ‘리얼미터’는 CBS 《김현정의 뉴스쇼》 의뢰로 6월9일 전국 유권자 505명을 상대로 실시해 12일 공개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 수준에 ±4.4%포인트)에서 ‘강 장관 임명에 찬성한다’는 응답이 62.1%(매우 찬성 32.4%, 찬성하는 편 29.7%)인 반면, ‘강 장관 임명에 반대한다’는 비율은 30.4%(반대하는 편 15.6%, 매우 반대 14.8%)로 찬성 응답이 2배 이상 높았다. 문 대통령이 강 장관 임명 강행의 명분으로 “국민의 뜻에 따르겠다”고 밝힌 것은 이런 맥락이다.

아울러 문 대통령과 청와대가 그동안 야당을 설득하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왔다는 점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취임 후 9일 만인 5월19일 청와대로 여·야 5당 원내대표를 초청해 새 정부 조각 작업에 대한 협력을 당부한 데 이어 6월12일엔 역대 정부 출범 이후 최단기이자 헌정 사상 처음으로 추경 시정연설을 명분으로 국회를 찾는 것으로 우회적인 협조 촉구를 했다. 전병헌 정무수석 등 정무라인도 “전병헌 수석은 사무실이 국회인지, 청와대인지 모르겠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거의 매일 국회로 출근해 야당 지도부를 설득하는 데 공을 들였다. 야당 지도부로부터 협력을 이끌어내기 위해 정무라인은 청와대에서 인사나 중요 발표 전에 야당 지도부에게 알리는 작업도 지속해 왔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6월15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그동안 문 대통령과 청와대가 야당을 설득하기 위해 노력해 왔음에도 야당이 이렇게 반대하는 것은 너무나 정략적인 태도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가 6월7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야 3당, 추경 및 정부조직안 처리로 압박

문 대통령의 정면돌파 선언에 야 3당은 강력 반발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 야 3당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이 정면돌파를 선언한 6월15일 회동을 갖고 재고를 요청하면서 추경 및 정부조직개편안 처리로 압박을 가했다. 정우택 한국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앞으로 정국 운영과 ‘산적한 숙제’를 해결해 나가는 데 상당한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강공 모드를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실물경제가 여전히 좋지 못한 데다 일자리 창출에 대한 국민적 기대감도 높다는 판단에서다. 아울러 정부조직법은 야당이 반대할 수 없을 정도로 개편을 최소화한 데다 역대 정부에서 추경안 처리가 부결된 적이 없다는 점도 강공 모드를 선택할 수 있는 요인 중 하나로 보인다. 이번 추경의 경우엔 각 지역과 관련한 예산도 편성돼 있는 만큼 야당이 결국은 심사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감도 깔려 있다.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야당이 지금은 강 장관 임명에 반발하고 있지만, 앞으로 국민적 여론을 감안하면 추경이나 정부조직개편안 처리를 무작정 반대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래선지 청와대 내에선 강 장관 임명에 따른 야당의 반발로 일정 기간 여·야 간 냉각기가 불가피하겠지만, 정부 출범 초기니만큼 이슈가 많아 대화 재개 가능성은 언제든 열려 있다는 관측이 대체적이다. 이 관계자는 “우리가 야당을 할 때 할 수 있는 것은 ‘반대’뿐이었다. 하지만 대통령이나 청와대는 쓸 수 있는 카드가 너무 많다”고 밝혔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일부 야당에선 장외투쟁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있지만, 야 3당의 이해관계가 모두 달라 입장을 통일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4당 체제가 여권으로선 어려움도 있지만, 이를 잘 활용하면 청와대와 여당이 주도권을 쥐고 갈 수 있는 방안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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