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무인기에 생화학무기 실렸다면…생각만 해도 아찔
  • 이민우 기자 (mwlee@sisajournal.com)
  • 승인 2017.06.20 17:39
  • 호수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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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하는 북한 무인기에 속수무책 당하는 우리 軍

 

대한민국 영공이 북한 무인기에 뚫렸다. 6월9일 북한 소형 무인기가 강원도 인제군에서 주민 신고를 통해 발견됐다. 조사 결과 이 무인기에는 일본 소니 카메라가 장착돼 있었다. 이 카메라에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가 배치된 이후의 성주 골프장 부근과 강원도 군부대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3년 만에 다시 나타난 북한 무인기는 항속 거리와 촬영 장비 측면에서 더욱 고도화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면 우리 군의 대응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북한 무인기는 2014년도에도 파주, 삼척, 백령도에서 잇달아 발견됐다. 특히 파주 무인기에선 청와대를 촬영한 사진이 발견돼 충격을 줬다. 그동안 추락하지 않고 북한으로 돌아간 무인기도 수없이 많을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이다. 군은 2014년 이후 소형 무인기를 포착할 수 있는 탐지 레이더(RPS-42)를 이스라엘에서 들여왔다. 임시방편으로 지상 레이더를 공중으로 지향해 사용하고 있지만 여전히 무인기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6월9일 강원도 전방 지역 야산에서 발견된 북한 무인기(왼쪽)와 2014년 3월 백령도에서 발견된 북한 무인기 ⓒ 사진=연합뉴스

 

무인기 공격에 軍 “포착 어렵다”

 

북한 무인기가 보여준 충격적인 사실은 비행 거리다. 남측 군사분계선으로부터 270km 떨어진 경북 성주 지역까지 날아왔다가 다시 북상하면서 연료가 부족해 추락한 것으로 추정된다. 곧바로 왕복 500km가 넘는 거리를 비행할 수 있는지 여부가 논란이 됐다. 이번에 발견된 무인기의 크기는 길이 1.8m, 폭 2.4m로 과거 발견된 북한 무인기 기체와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엔진 성능을 크게 개선했다. 또 과거 무인기 연료 용량이 최대 5L인 데 반해, 이번 무인기는 최대 8L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500km 비행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의미다. 2014년 백령도에서 발견된 북한 무인기의 경우 항속거리가 약 250~300km였다.

 

북한의 무인기는 원거리에서 실시간으로 조종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지정된 루트를 자동 비행하는 방식이다. GPS(인공위성위치정보) 수신기를 장착해 경로를 설정한 뒤 비행을 하는 초급 기술이다. 북한 무인기 가격이 대당 2000만원에서 4000만원으로 추정된다는 언론보도가 나왔지만, 전문가들은 이보다 훨씬 싼 가격에 제작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원시적인 수준의 정찰 능력이라고 해서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북한이 무인기에 고폭약이나 생화학무기를 탑재하면 테러용으로 전환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국회 국방위원회 간담회에서 “(무인기에) 사격체계라든지 생화학 물자를 탑재해서 얼마든지 위해를 가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답변했다.

 

군 당국은 북한이 300여 대의 무인기를 운용 중이고, 정찰용뿐 아니라 공격용도 일부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 가운데 자폭형 무인 타격기는 대한민국 영토 전역을 작전 반경에 포함시키고 있다. 실제로 이번 무인기가 탑재할 수 있는 무게는 약 4kg으로 추정된다. 만약 무인기가 4kg의 폭발물을 상공에서 떨어뜨리면 도심지에서는 큰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생화학무기는 더욱 심각하다. 만약 서울 상공에 1kg의 탄저균이 떨어질 경우 서울시민 모두에게 항생제를 투여해도 48시간 안에 13만 명이 사망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실제로 워싱턴타임스는 북한군에서 무인기 관련 업무를 했다가 망명한 한진명씨(가명·42)의 말을 인용해 “북한은 1990년대 말부터 무인기를 이용한 화학공격을 감행할 은밀한 계획을 세웠다”며 “유사시 1시간 이내 300~400대의 무인기를 통해 한국에 대규모 생화학공격을 감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6월14일 국회 국방위원회 간담회에서 북한 무인기와 관련한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일찌감치 소형 무인기 대비한 미국

 

군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에는 전방 지역에서 북한군의 무인기 활동이 자주 포착되고 있다. 국방부는 2014년 국회 보고에서 “북한의 무인기를 실제적인 위협으로 평가하고 대책을 수립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북한 무인기가 발견될 때마다 기체 폭이 2〜3m에 불과해 저고도 레이더로 쉽게 탐지하기 어렵다는 설명만 되풀이하고 있다. 국민은 과거 수차례의 북한 무인기 도발이 일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대응체계를 갖추지 못한 군 당국에 분노하고 있다. 김영우 국회 국방위원장은 “대한민국 영공이 북한군에게 뚫린 것”이라며 “우리 군은 북한 무인 정찰기에 대한 특별대책팀을 반드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00년대 이후 무인기는 실제 전투에 사용됐다. 미국은 파키스탄에서 무인기로 3000명이 넘는 테러리스트를 사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미국도 2010년 멕시코의 무인기가 추락할 때까지 침투 사실조차 감지하지 못해 체면을 구겼다. 미국은 이러한 사태를 거치면서 대(對)무인기 방어 정책을 수립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무인기가 소형이라 포착이 쉽지 않은 데다 포탄으로 맞히기도 어렵다는 점이다. 저(低)고도에서 나는 무인기를 미사일이나 포탄으로 공격할 경우 도심에 포탄이 떨어져 사상자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 때문에 고강도 빛 에너지인 레이저를 이용하는 대책이 주목받고 있다. 미국은 무인기가 발견되면 레이저를 발사해 격추하는 기술을 실전 배치하고 있다. LA타임스에 따르면, 미국은 100kW 출력의 레이저를 무인기에 발사해 격추하는 레이저포(LaWS)를 페르시아만에 있는 미국 해군 전함에 장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파를 이용해 무인기를 격추하거나 탈취(하이재킹)하는 방법도 연구 중이다. 무인기는 원격 조작이라는 것이 장점이자 단점이다. 전파 교란에 취약하다는 의미다. 무인기를 원격조종하는 송·수신 전파를 방해하면 통제 불능 상태로 만들거나 역으로 조작할 수도 있다. 다만 이 경우 드론 조종에 필요한 복잡한 암호를 풀어야 한다는 점이 과제다.

 

미국 고위 장성은 “아직 드론 공격 능력에 비해 방어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존 빌라세노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연구원은 LA타임스에 “이대로라면 곧 테러리스트 등 적대 그룹의 보이지 않는 드론들이 미국 하늘을 장악할 수도 있다”며 “국가 차원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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