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못생긴 유기견을 입양한 이유
  • 김경민 기자 (kkim@sisajournal.com)
  • 승인 2017.06.21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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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민 기자의 괴발개발] 못 생겼단 이유로 가족 찾지 못한 유기견들 태반이 안락사…반려견 외모지상주의

 

올해 초 서울 충무로에서 다른 약속이 있어 간 김에 길가를 따라 늘어선 애견센터들을 기웃거릴 일이 있었습니다. 기자는 당시 개 두 마리와 고양이 한 마리를 키우고 있던터라 더 이상의 ‘반려동물 식구’를 들일 생각은 없었지만 워낙 강아지를 좋아하기 때문에 이끌리듯 한 애견센터 안으로 들어갔죠.

 

 

“얘는 생긴 게 좀 예쁘게 나와서 다른 형제들보다 가격이 좀 비싸요.”

 

강아지 가격을 물어보는 기자에게 애견센터 사장님들이 가장 많이 한 말입니다. 당연하게 들리는 그 말 속엔 애견시장 불변의 원리가 담겨 있습니다. ‘예쁘게 생긴 강아지가 잘 팔린다.’ 어쩐지 낯설지 만은 않은 느낌. ‘말 못하는 동물도 생긴 게 예뻐야 살아남는 세상이구나’란 생각에 애견센터에서 나오는 제 마음 한켠이 묵직했습니다. 

 

‘외모’는 오늘날 한국사회를 살아가는 반려동물에게도 중요한 조건이 된 듯합니다. 반려동물을 입양할 때에도 중요한 조건이지만 또한 반려동물을 버릴 때도 외모라는 조건이 제법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습니다. 한 민간연구소 통계에 따르면 한국에서 하루 동안 버려지는 반려동물의 수는 평균 245마리라고 합니다. 물론 동물을 버리는 이유는 다양합니다. 반려동물에게 찾아온 질병 혹은 사고 때문에 버리기도 합니다. 키우는 사람의 상황이 변해 반려동물 사육을 감당하기 힘든 경우도 있겠죠. 

 

문재인 대통령이 입양하기로 한 유기견 '토리' ⓒ 사진=연합뉴스

 

우리 사회 팽배한 외모 지상주의로 반려견 피해

 

안타까운 것은 질병 없이 건강한 상태에서 단순히 ‘외형의 변화’로 인해 버림받는 반려동물이 제법 많다는 사실입니다. 키우던 반려동물의 체형이 너무 커졌거나 외모가 못생겨졌기 때문에 버림을 받는 겁니다.

 

수동적으로 인간의 ‘선택’을 받아야 하는 동물들. 그들의 생사를 결정하는 잔혹한 ‘외모 지상주의’가 극명히 드러나는 곳이 있습니다. 유기견보호센터입니다. 

 

각각의 사연을 품은 채 새로운 가족을 기다리는 유기견들은 또 다시 인간의 선택에 그들의 목숨을 맡기고 있습니다. 6년 간 경기도의 한 유기견보호센터에서 자원봉사활동을 해온 박나래씨는 “깨끗하고 예쁜 강아지들은 쉽게 입양돼 나가는 반면 덩치가 크거나 보기에 불편한 모습을 한 강아지들은 쉽게 가족을 찾기 어렵다”며 “끝내 선택받지 못한 ‘못 생긴’ 강아지들은 결국 안락사로 생을 마감하고 만다”고 말했습니다. 몇몇 유기견보호센터는 유기견이 들어오면 일정 공고기간을 두고 그 기간 안에 주인을 못 찾거나 입양이 안 되면 안락사를 시킵니다. 센터로선 무한정 유기견을 두고 키울 수 없기에 선택한 정책이죠. 

 

유기견으로서 최초의 퍼스트도그로 지명된 ‘토리’의 운명 역시 그랬습니다. 토리는 2015년 동물권단체 ‘케어’가 구조한 개입니다. 한 식용 개 사육 농장에서 동료들을 하나둘 떠나보내며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던 중 구조됐다고 합니다. 케어의 활동가들이 ‘밤톨처럼 귀엽다’며 ‘토리’라는 이름을 붙였지만, 입양센터에서 오랫동안 새로운 가족을 찾지 못했죠. 

 

토리의 입양이 어려웠던 가장 큰 이유는 외모였습니다. 짙은 회갈색 털과 검은 털로 얼룩덜룩한 토리의 겉모습은 아무래도 선뜻 정을 주기 어려웠던 모양이었나 봅니다. 케어 측은 “한국 사회에서 검은 개를 기피하는 편견 때문에 입양되지 못했다”고 설명했죠. 

 

구사일생으로, 토리는 새로운 식구를 찾았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그의 새로운 가족이 돼주기로 약속했죠. 대선 당시 “편견과 차별에서 자유로울 권리는 인간과 동물 모두에게 있다”며 토리를 퍼스트독으로 입양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이를 실천에 옮겼습니다. 현재 청와대가 토리에 대한 입양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합니다. 

 

어쩌면 우리 사회에 팽배한 외모 지상주의가 반려동물 유기나 입양에서도 그대로 투영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다하다 반려견에 대한 성형수술까지 등장했습니다. 나이를 먹어 주름이 늘어난 반려견에 보톡스 시술을 하고, 반려견의 눈이 작아 못 생겼다며 앞트임 성형을 합니다. 자기 만족을 위해, 혹은 내 신체의 편의를 위해 성형수술을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하지만 내가 키우는 동물한테 나의 만족을 위해 오로지 미용 목적의 수술을 하는 것, 글쎄요. 보는 사람에 따라 ‘동물 학대’라고 볼 여지도 있을 듯합니다. 어쨌든 동물은 말을 하지 못하니까요.

 

반려동물 외모 지상주의의 근간엔 동물을 인간의 소유물로 보는, 지극히 인간 중심주의적인 인식이 깔려 있는 것 아닐까요. 때문에 전문가들은 반려동물을 애완동물이 아니라 삶의 동반자로 바라보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2016년 미국 캘리포니아 페탈루마에서 열린 '세계에서 가장 못생긴 개 콘테스트'에서 우승을 차지한 '스위피 람보' ⓒ 사진=EPA연합

 

애견 성형이나 보톡스 시술이 새로운 트렌드로 등장 

 

매해 6월 마지막 주 미국 캘리포니아 페탈루마에선 ‘세계에서 가장 못생긴 개 콘테스트’가 열립니다. 올해도 역시 대회를 앞두고 있죠. 1976년부터 열리고 있는 이 대회엔 세계 각지에서 못생긴 걸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개들이 모입니다. ‘못생긴 매력’을 한껏 뽐내는 자리죠. 이 대회는 신체적 결함이나 장애 때문에 버려지고, 학대받는 개들의 열악한 실상을 알리고 유기견 입양을 장려하기 위해 시작됐습니다. 실제로 이 대회에 출전하는 개들의 대부분이 과거의 학대로 인해 흉한 외모를 가지게 됐거나 못생긴 외모 때문에 가족으로부터 버려진 경험이 있다고 합니다.  

 

세상의 기준에서 봤을 땐 조금 부족하지만 당당하게 ‘못생긴 매력’을 뽐내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웃음이 나오면서도 조금은 울컥합니다. 이 대회에 출전한 한 마리 한 마리의 개를 보며, 그들이 겪어내야 했을 시련과 외로움이 그대로 전달되는 느낌도 받습니다. 개를 대상으로 하는 대회지만, 인간이든 개든 누구라도 그 모습 그대로 사랑받을만한 가치가 있다는 당연한 명제를 깨닫게 되는 자리인 셈이죠. “살아있는 것은 아름답다”는 어느 시인의 글귀를 가만히 떠올려보는 오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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