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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反이민 행정명령’에 도박하는 트럼프

트럼프, ‘반이민 행정명령’ 연장…일부 “대법원서도 제동 걸릴 것”

김원식 국제문제 칼럼니스트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6.24(Sat) 11:30:00 | 144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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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6월14일(현지 시각) 이른바 ‘반(反)이민 행정명령’으로 불리는 행정명령의 유효 기간을 연장하는 ‘대통령지침(memorandum)’에 서명하고 이를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3월16일 이라크 등 이슬람권 7개국 국적자와 난민 입국을 90일간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 행정명령이 시애틀 연방 지방법원과 샌프란시스코의 제9연방항소법원에서 잇따라 저지돼 시행이 중단됐다. 현재는 연방 대법원의 최종 판결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유효 기간 90일이 지나가 버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점을 만회하기 위해 기존 행정명령의 유효 기간을 재연장하는 지침을 발표한 것이다.

 

미국 대통령이 행사할 수 있는 권한에는 ‘행정명령(executive order)’을 비롯해 지침(memorandum)과 선언(proclamation)이 있다. 이들은 크게 ‘행정조치(executive action)’로 분류된다. 대통령 지침은 행정명령과 혼용돼 사용되고 있으며, 관보 게재 및 고유 번호 부과 여부 등에서 차이가 있다. ‘선언’은 법적 구속력을 갖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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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행정명령 권한 넘어섰다”

 

미국 대통령의 ‘행정명령’ 권한은 미국 헌법 제2조 ‘행정 권한의 허용(grant of executive power)’에 근거를 두고 있다. 역대 미국 대통령들은 이 규정을 근거로 별도의 입법 절차 없이도 입법과 같은 효력을 지니는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멀게는 링컨 대통령의 ‘노예 해방’에서부터 최근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 행정명령까지가 해당된다. 과거에는 주로 국내 정책을 바꾸거나 참전 여부를 결정하는 데에 행정명령을 내렸다.

 

미국 대통령 가운데 행정명령을 가장 많이 행사한 대통령은 4선의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대통령이다. 루스벨트는 재임 기간 총 3721건의 행정명령을 발동해 연평균 307건을 기록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재임기간 총 277건의 행정명령을 발동해 연평균 35건에 불과했다. 미국의 여론조사기관인 ‘퓨 리서치’ 자료에 의하면, 루스벨트 전 대통령 이후 행정명령의 발동 건수는 점점 하락하는 추세다. 특히 최근에는 의회가 ‘여소야대’ 상황이 돼 대통령이 자신의 정책을 펼치지 못하는 경우 이를 우회하는 방법으로 사용돼 ‘권한 남용’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런데 자신이 소속된 공화당이 미 의회 양원에서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오바마의 흔적을 지우고 자신의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행정명령 제도를 적극적으로 이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발동한 ‘반이민 행정명령’이 법원에 의해 제동이 걸리자 연이어 수정명령을 발표하고 있지만, 계속해서 사법부에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다. 6월12일 워싱턴주 시애틀 제9연방항소법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수정명령 효력을 중단한 하급심의 판결을 그대로 유지토록 판결했다. 세 명의 판사들은 만장일치로 국적에 따른 차별은 미국 이민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법원은 또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은 의회가 부여한 권한의 영역을 넘어섰다”고 지적했다.

 

사실 세 명의 판사들은 지난 시기 민주당의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임명한 판사들이라 트럼프 대통령의 패배는 불을 보듯 뻔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발표한 행정명령에 대한 사법부의 잇단 제동에 트위터를 통해 작심 비판에 나서고 있다. 특히, 사법부의 결정을 “정치적 결정이고 수치스러운 결정”이라면서 여론몰이에 나선 상황이다. 최근에는 런던 테러 사건을 상기시키며 사법부를 맹비난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앞길에 중대한 영향

 

하지만 이제 공은 미국 연방 대법원으로 넘어간 상황이다. 미 법무부도 연방 항소법원의 판결에 불복해 연방 대법원에 최종 항소해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6월13일, 자신의 트위터에 ‘예상했던 대로 제9연방항소법원이 우리나라의 아주 위험한 시기에 또다시 여행 금지(TRAVEL BAN)에 제동을 거는 결정을 내렸다. 대법원(S.C.)’이라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트위터 글 말미에 ‘대법원’이라고 적은 것은 최종 판결을 대법원에서 다투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사법부의 잇따른 제동에도 불구하고 연방 대법원에서 이렇게 강한 자신감을 드러낸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 직전까지 연방 대법원은 보수와 진보 간 4대4로 팽팽한 구도가 형성됐는데, 지난 4월 트럼프 대통령이 보수 성향의 닐 고서치 대법관을 임명해 그 구도가 깨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6월 연방 대법원은 오바마 전 대통령의 불법 체류 부모의 추방 유예(DAPA)와 청소년 추방 유예(DACA) 확대를 골자로 한 이민개혁 행정명령에 제동을 걸었다. 이 사건은 찬성 4명, 반대 4명으로 오바마 전 대통령의 행정명령 발동이 권한 남용이라는 항소법원 판단을 인정했다. 따라서 이제는 보수와 진보 판사 간의 구도가 5대4가 됐다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판단이다. 즉 대법원에서 이번 ‘반이민 행정명령’ 판결이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고서치 대법관은 최근 판결에서 보수 성향을 그대로 보여줬다. 지난 4월 그는 민감한 사안인 사형 문제에서 사형집행 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는 편에 서서 5대4 결정을 끌어냈다. 이번 연방 대법원의 판결로 사형집행을 둘러싼 치열한 법정 공방 끝에 아칸소주에선 12년 만에 처음으로 사형집행이 이뤄졌다. 이민법을 둘러싼 논란도 보수 성향의 5명의 대법원 판사가 결국, 트럼프 대통령의 손을 들어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즉시 효력이 발생하는 행정명령이라는 특성상 대법원의 판단이 매우 복잡해질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 행정명령’과 관련해선 여론이 급격하게 악화하고 있어 과연 보수 성향 5명의 판사가 모두 트럼프 편에 설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다수를 차지하는 보수 성향 판사에도 불구하고 트럼프의 ‘반이민 행정명령’이 대법원에서도 제동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한다. 하지만 다른 전문가들은 대법원 판사의 성향대로 판결이 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연방 대법원은 그동안 낙태, 사형, 총기 문제 등 같은 미국 사회의 주요 쟁점을 최종적으로 결정했다. 따라서 트럼프의 ‘반이민 행정명령’의 운명도 연방 대법원 판사들의 손안에 놓인 셈이다. 워싱턴의 한 정치 분석가는 이에 대해 “연방 대법원의 최종 판결은 최근 ‘러시아 스캔들’ 파문에 못지않게 트럼프 행정부의 앞길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만일 트럼프가 연방 대법원에서 패배한다면, 급속하게 권력 쇠퇴에 직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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