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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그랬어. 여자들은 다 그러고 살았어”

《82년생 김지영》이 묻는다 ‘한국 사회에서 여자로 살아간다는 의미는?

신수경 칼럼니스트(서울문화사 출판팀장)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6.24(Sat) 16:01:00 | 144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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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친한 여자선배가 회사를 그만둔다며 인사하러 온 적이 있었다. 그 선배는 업계에서 알아주는 실력파로, 강단 있고 심지가 굳어 어떠한 어려운 상황에서도 결국 성과를 내는 사람이었다. 남들보다 빠르게 승진했고, 연봉도 무척 높았다. 그런 선배에게는 여덟 살의 어린 아들이 하나 있었는데, 아들을 봐줄 사람이 없어 태어날 때부터 집에서 먹고 자는 보모를 들이고 있었다. 그러던 중 아들에게 우울증 증세가 있어 어렵사리 3개월간 휴직을 했고, 엄마의 보살핌 덕분인지 아들은 어느 정도 호전되는 듯했다. 선배는 더 이상의 휴직이 어려워 다시 복직했고, 아들은 또다시 소아정신과를 다녀야 하는 신세가 되었다. 엄마가 자주 곁에 있어 주지 못하자, 우울증이 또다시 나타난 것이다. 결국 선배는 아들을 위해 자신이 그토록 사랑하고 좋아하던 일을 과감히 버릴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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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시대와 크게 달라지지 않은 김지영의 삶

 

현재 인기리에 방송 중인 주말드라마에서 엔터테인먼트 회사에 다니는 여자 팀장이 아이를 갖자, 바로 중요한 프로젝트에서 제외되는 장면을 봤다. 수개월 동안 직접 준비하던 프로젝트였지만, 그녀는 임신을 했고, 곧 출산휴가를 쓸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극 중 여성은 무엇보다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아이를 낳고도 오래 그 일을 하고 싶어 했다. 그래서 임신으로 인한 피해(?)를 다른 직원들에게 주지 않으려고 그들과 똑같이 야근하고, 똑같이 무거운 짐을 날랐다. 산부인과 정기검진을 위한 연차조차도 취소했다.

 

최근 가장 주목받고 있는 베스트셀러 《82년생 김지영》은 사실 별로 특별한 이야기가 아니다. 그 선배처럼, 또 그 드라마 이야기처럼 그냥 주변에서도 넘쳐나게 수없이 들었을 만한 그냥 평범한 이야기다. 하지만 조남주 작가는 소설을 통해 이런 이야기를 특별하지 않게 생각하는, 그저 평범한 일이라 여기는 많은 대중들에게 일침을 가하고 있다.

 

‘한국 사회에서 여자로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82년생 김지영》은 주인공 김지영이 처음 태어난 1982년부터 현재까지 그녀의 이야기다. 그 속에는 많은 여자들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무엇보다 김지영의 어머니인 오미숙 여사의 이야기가 인상적이다. 어머니는 어린 시절부터 두 살 많은 언니와 방직공장에서 밤낮으로 일을 하며 집안을 일으킬 오빠들의 학비를 댔다. 시야를 가릴 정도로 뿌옇게 먼지가 날리고 잠 깨는 약을 수시로 삼켜 가며 밤낮없이 일해서 번 돈은 고스란히 오빠들의 학비로 쓰였다. 오빠들 차례가 끝나자, 그다음엔 남동생의 학비를 댔다.

 

덕분에 김지영의 외삼촌들은 어머니와 이모가 대준 학비로 의사·경찰서장·교사가 되어 모두 사회적으로 성공했고 안정적인 생활을 했다. 하지만 정작 외삼촌들은 어머니와 이모의 앞날을 책임져주지 않았다. 어머니는 이렇게 말했다.

 

“돈 벌어서 오빠들 학교 보내야 했으니까. 다 그랬어. 그때 여자들은 다 그러고 살았어.” 또, “지금은, 돈 벌어서 너희들 학교 보내야 하니까. 다 그래. 요즘 애 엄마들은 다 이러고 살아.”

여자들은 원래 다 그러고 사는 것일까. 왜 여자들은 선택의 여지 없이 원래 그러고 사는 것일까. 어머니의 시대나 김지영의 시대나 한국 사회에서 살아가는 여자들의 삶이 크게 달라져 보이지 않는다. 물론 빨래는 세탁기가 해 주고 청소는 청소기가 해 준다. 하지만 세탁기와 청소기는 왜 여자에게만 편한 것일까. 왜 육아는 부부 모두의 아이인데, 엄마는 당연한 것이고, 아빠는 ‘도와’주는 것일까. 결혼 전에는 탁월한 실력과 능력을 인정받는 여자들이 많지만, 결혼하고 아이를 가지면 특별한 여건이 받쳐주지 않는 한, 다 비슷비슷하고 평범하게 살아간다. 김지영도 결혼 전에는 직장에서 자기 일을 하며 능력을 발휘했지만, 결혼하고 아이를 낳자 직장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고, 집안 살림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자 아이스크림 가게 아르바이트를 할까 말까를 고민하는 처지가 되었다. 1500원짜리 커피 한 잔 마시면서도 남편이 벌어다 준 돈 편하게 펑펑 쓰는 ‘맘충’이라는 소리나 들었다.

 

 

수많은 ‘김지영의 삶’ 더 나아질 수 있을까?

 

김지영은 사랑하는 딸을 얻은 지 1년 만에 일주일에 두 번씩 정신과 상담을 받으며 우울감과 불면증에 도움을 주는 항우울제와 수면제를 처방받는 신세가 되었다. 담당 정신과 의사는 김지영의 상태를 산후우울증에서 육아우울증으로 이어지는 매우 전형적인(?) 사례라고 했다. 의사는 김지영과 비슷한 사례가 있어 무엇보다 그녀의 상황을 잘 이해하고 있었다. 의사의 아내 역시 안과 전문의였는데, 교수를 포기하고 페이닥터가 되었다가 결국 일을 그만두는 과정을 지켜보았기 때문이다.

 

아내가 일을 포기한 이유 역시 육아 문제였다. 하나밖에 없는 아이의 학교생활에 문제가 생겼고, 담임선생님은 저학년 때만이라도 엄마가 아이 곁에 있어 줄 것을 부탁했다. 결국 아내는 의사로서의 모든 꿈을 포기하고 아이와 함께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그는 이런 과정을 오롯이 지켜보며 자신의 아내가 재미있는 일, 잘하는 일, 좋아하는 일, 꼭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상담을 해 주는 김지영도 말이다. 최근 함께 일하던 간호사가 그 의사에게 결혼 6년 만에 어렵게 아이를 가졌는데 상태가 안정적이지 않다며 일을 그만두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을 알려왔다. 일 잘하고 싹싹하고 센스 있는 여자였는데, 병원 입장에서는 이만저만한 손실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 의사는 아무리 괜찮은 사람이라도 육아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여직원은 여러모로 곤란하다는 판단을 내렸고, 그래서 후임은 기혼자가 아닌 미혼으로 알아볼 것을 다짐했다. 과연 이런 사회에서 김지영의 상태는 호전될 수 있을까? 한국에서 살아가는 수많은 여자 김지영의 삶은 더 나아질 수 있을까? 

 

 

New Book 

 

한국의 젊은 부자들 

이신영 지음│메이븐 펴냄│416쪽│1만5000원 

 


평범한 동생, 동네 형, 옆집 누나, 친구들이었던 그들이 무일푼에서 100억원대 회사를 만든 성공기로, ‘한번 해보자’는 마음 하나로 시작한 61명의 성공법칙을 다룬 책이다. 현직 기자인 저자는 이들이 성공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이들이 세상의 흐름을 꿰뚫어 보고, 남다른 통찰력이 있었기에 가능했음을 강조한다.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열린책들 펴냄│307쪽│1만3800원

 

 


한국인들이 사랑하는 소설가 중 한 사람인 베르베르의 4년 만의 신작이다. 늘 독특한 주제와 방식으로 우리에게 즐거움을 주었던 그가 이번에는 ‘잠’이라는 소재를 통해 인간의 6단계 수면의 비밀을 파헤치는 소설을 냈다. 우리가 꿈을 제어할 수 있거나 꿈을 통해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재미있을까. 그의 소설을 통해 ‘잠’의 신비로운 세계로 들어가 보자. 

 

 

실크로드 세계사 

피터 프랭코판 지음│책과함께 펴냄│1024쪽│5만3000원

 

 


이 책은 서유럽 중심의 기존 관념에서 벗어나 실크로드라는 새로운 지정학적 패러다임으로 동방에 초점을 맞춘 세계사다. 미국과 중국의 G2 시대의 전환기를 기회로 삼기 위해 알아야 할 방대한 역사와 변화의 과정을 담았다. 고대 페르시아와 십자군 전쟁, 칭기즈칸의 세계 정복, 콜럼버스 이후의 서유럽 시대 등과 오늘날의 중국의 일대일로 전략까지 2000년의 세계사를 조망한다. 

 

 

하루 한 장 리스트의 힘

가오위안 지음│비즈니스북스 펴냄│356쪽│1만5000원

 

 


중국 최고의 기업 교육 전문가인 저자는 잠재력·자존감 등을 연구해 오면서 하루에 단 10분 동안의 리스트를 쓰는 습관이 10년 후의 미래를 바꿀 수 있다는 중요성을 깨닫게 되었다. 이 책은 100번의 계획보다 강력한 하루 한 장 리스트의 힘이 주는 리스트식 사고법과 그 활용을 다룬 자기계발서로, 다양한 성공 사례를 통해 그 효과를 실증적으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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