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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 권력과 맞짱 뜨는 《옥자》

넷플릭스 투자 영화 《옥자》, 국내 극장 배급체계에 화두 던져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6.24(Sat) 15:01:00 | 144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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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12일 낮, 충무로 대한극장은 오랜만에 언론 관계자들로 북적였다. 봉준호 감독의 신작 《옥자》의 언론시사회가 이곳에서 열렸기 때문이다. 멀티플렉스 극장을 소유한 대형 투자배급사 영화의 경우 해당 극장에서 언론시사회를 여는 게 일반적이다. 별도의 극장 체인이 없는 투자배급사 NEW가 국내 배급을 담당하는 영화임을 감안하더라도, 한국영화 기대작의 언론시사회가 CGV나 롯데시네마·메가박스가 아닌 곳에서 열리는 것은 최근 몇 년 사이엔 낯선 풍경이다. 거슬러 올라가보면 이 상황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업체 넷플릭스(Netflix) 오리지널 시리즈라는 《옥자》의 태생적 환경으로부터 시작된 것이다. 《옥자》는 오는 6월29일 넷플릭스를 통해 190개 국가에 공개된다. 한국에는 일찌감치 극장 동시 개봉이 결정됐으나, CGV를 비롯한 국내 3대 멀티플렉스 극장은 사실상 이 영화의 상영을 거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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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자》 상영 거부하고 나선 멀티플렉스 3사

 

“나의 영화적 욕심 때문이다.” 지난 6월14일 틸다 스윈튼을 비롯한 주요 출연진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옥자》의 내한 기자간담회에서 봉준호 감독이 꺼낸 말이다. 극장 상영 보이콧에 대한 입장을 공식적으로 표명한 것이다. 봉 감독은 “3주간의 홀드백(극장 개봉 뒤 영화가 IPTV와 케이블 방송 등 다른 플랫폼으로 이동하기까지 걸리는 기간)을 원하는 극장 측 주장은 당연하다”며 “반면 넷플릭스는 스트리밍과 극장 동시 개봉을 원칙으로 하므로 그것도 충분히 존중돼야 한다”고 밝혔다. 서비스 가입자들의 회비가 이 영화의 제작비로 쓰였으니 그들의 우선권을 뺏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봉 감독은 “보통 넷플릭스 영화가 극장 개봉을 강행한 적은 없는데, 영화를 찍을 때 내가 다리우스 콘지 촬영감독과 ‘이 영화를 큰 스크린에 걸 수 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를 나눴던 것이 여기까지 오게 됐다”고 밝혔다.

 

《옥자》는 넷플릭스가 총 제작비 600억원을 투자한 영화다. 최근 몇 년 사이 20세기폭스·워너브러더스 등 할리우드 직배사가 한국영화 제작 투자에 뛰어든 경우는 여럿 있었다. 《런닝맨》(2012), 《슬로우 비디오》(2014), 《곡성》(2016), 최근 개봉한 《대립군》과 개봉을 앞둔 《V.I.P》 등이 그 결과물이다. 하지만 이는 해외 자본이 투입된 프로젝트일 뿐, 국내 극장가 개봉이라는 전통적 상영 방식을 뒤집진 않는다. 《옥자》와 같이 온라인 플랫폼 매체의 투자로 영화가 만들어진 건 한국의 경우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에 뜨거운 감자가 된 것이다.

 

문제는 극장 반응이다. ‘선(先)극장 후(後)온라인’이라는 기존의 영화 유통 방식에 어긋난다는 게 골자다. CGV 측은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와 극장 개봉을 동시에 한다는 건 영화 생태계를 교란하는 행위”라며 “넷플릭스가 입장을 바꾸지 않으면 《옥자》를 상영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는 ‘협의 중’이라는 미온적 태도를 보였지만 상영관은 확보되지 않았다. 다만 롯데시네마는 일정 기간 이후 일부 상영관을 여는 방안 역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옥자》는 대한극장·서울극장·씨네큐브와 전주의 시네마타운, 부산 영화의전당 등 전국 일부 극장에서 약 1만 석 규모의 좌석을 오픈한 상태다.

 

《옥자》의 개봉 전 배급을 둘러싼 논란은 해묵은 멀티플렉스 독과점 문제를 재조명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CGV를 비롯한 대형 멀티플렉스 극장은 자사 영화들의 ‘스크린 몰아주기’로 오래도록 비판의 대상이었다. 최근에는 극장마다 단독 상영작 확보 경쟁이 불거지면서 새로운 독과점 이슈가 화두에 오른 터다. 애초에 시장 질서를 왜곡한 주체들이 관행을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고, 이 모든 논의에서 관객이 극장에서 영화를 볼 권리에 대한 것은 제외되어 있다며 극장 측에 비판을 가하는 영화계 관계자들의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결국 ‘돈 안 되는 장사’라는 이야기를 에둘러 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다.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 영화와 극장 간 갈등

 

공교롭게도 스크린을 둘러싼 새로운 이슈는 늘 봉준호 감독의 신작으로부터 생겨난다. 2006년 개봉한 《괴물》 역시 당대 극장 질서에 파란을 일으킨 작품이었다. 《괴물》은 대기업 자본이 들어간 상업 기획영화의 결과물이었고, 2000년대 초반부터 생겨난 멀티플렉스는 이 영화가 1000만 명 이상 관객을 동원하는 초대형 흥행작이 될 수 있는 통로로 기능했다. 《괴물》은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스크린 독과점 논쟁의 분기점이 된 작품이다. 이 영화는 당시 전국 전체 스크린 1684개 중 600개가 넘는 스크린에서 개봉했다. 영화 전체 일일 상영 횟수 중 최대 43.8%의 수치를 기록한 적도 있다. 급기야 김기덕 감독은 국내 활동 중단을 선언하며 “《괴물》의 흥행은 한국영화 수준과 관객 수준이 만들어낸 최정점”이라고 비판해 논란이 확대되기도 했다. 명절과 연말 특수 정도를 누렸던 극장가 풍경은 여름 시즌을 중심으로 재편됐다. 《괴물》 이후 매년 여름은 대형 투자배급사들이 내놓은 대작들의 격전이 벌어지는 대표적 시즌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옥자》는 그때와는 또 다른 화두를 극장가에 던지고 있다. 유통 질서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어떻게 보면 상황은 간단하다. 넷플릭스와 아마존 스튜디오 등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 기반 영화들에 대한 극장의 입장이 정리되기도 전에 《옥자》라는 영화가 먼저 우리에게 당도한 것이다. 머지않은 미래에 한 번은 겪어야 할 변화의 진통이 조금 빨리 시작된 것뿐일 수도 있다.

 

이 같은 상영 논쟁은 결과적으로 자본주의 시장 법칙에 따라 생긴 것인데, 《옥자》가 그 시장을 비판하는 영화라는 점은 일견 흥미롭다. 산골 소녀 미자(안서현)가 다국적 기업 미란다 코퍼레이션이 개발한 슈퍼 돼지 품종이자, 어린 시절부터 함께했던 친구인 옥자를 구하기 위해 강원도부터 뉴욕 한복판까지 질주하는 과정. 이 방대한 모험담을 펼쳐 보이는 《옥자》의 칼끝은 자본주의 사회에 만연한 인간의 탐욕을 향한다. 영화의 후반부 미자는 옥자를 위해 어떤 선택을 하는데, 이것은 결과적으로 자본주의 사회의 기본 규칙 때문에 가능한 선택이다. 심지어 가장 기능적인 해결책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아이러니가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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