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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인구 100년 후 반 토막 난다

저출산 해결 기회 두 번 놓친 한국 “적은 인구로 먹고살 산업 찾아야”

노진섭 기자 ㅣ no@sisajournal.com | 승인 2017.06.29(Thu) 13:00:00 | 144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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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김진우씨(48)가 출생한 1970년에 태어난 사람은 약 100만 명이다. 김씨가 딸을 얻은 2002년에는 48만 명이 태어났다. 그 딸이 결혼할 시기인 2030년대 출생아 수는 20만 명 정도가 될 전망이다. 3세대 만에 출생아 수가 5분의 1로 줄어드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이런 식으로 가면 한국이라는 나라는 존재하지 못한다는 경고가 이어지고 있다. 영국 옥스퍼드 인구문제연구소의 데이비드 콜먼 교수는 지구상에서 최우선 소멸할 국가로 한국을 지목했다. 인구학자들의 전망을 종합하면, 현재 약 5173만 명인 인구는 조금 늘다가 2029년 정점을 찍고 하락세로 돌아선다. 2100년 한국 인구는 지금의 절반이 되고 2750년 한국인은 멸종한다. 통계청도 ‘장래인구추계’ 자료를 통해 한국인 수는 2031년 5296만 명으로 정점에 오른 뒤 2065년 4302만 명, 2115년 2581만 명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100년 만에 인구가 반 토막 나는 ‘인구절벽’을 맞는다는 얘기다.

 

과거에는 아이를 많이 낳으면 여러모로 득이 됐다. 자녀는 집안일을 거드는 일손이었고 후에 부모를 부양하는 버팀목이었다. 또 사회에 노동력을 제공하는 밑거름이었다. 아이를 낳으면 개인이나 사회에 보탬이 되던 시기였다. 지금은 자식을 낳을수록 경제적 부담은 느는 데다 노후에 자식에게 도움을 받는 분위기도 아니다. 인구학자인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과거 아이를 많이 낳는 것이 개인과 사회에 모두 이득이었지만 지금은 개인에게 손실로 여겨지는 시대”라며 “이처럼 개인과 사회적 이득에 불일치가 생기면 결혼과 출산을 꺼리는 현상이 생긴다”고 분석했다.

 


 

“돈 없는 나에게 결혼은 사치”

 

가장이 혼자 돈을 벌어 많은 식구가 먹고살았던 시절에는 저축까지 하며 내 집 마련의 꿈도 키웠다. 지금은 부부가 맞벌이해도 은행 빚을 짊어지고 산다. 그나마 일자리라도 있으면 다행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4월 청년(15~29세) 실업률은 11.2%이며, 지난해 청년 실업자 수는 46만7000명이다. 이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최악으로, 일본(5%)의 2배를 넘고 미국(9.4%)보다도 높다. 운 좋게 직장을 잡아도 노동환경이 열악하다. 2015년 1인당 근로시간은 2113시간으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멕시코에 이어 두 번째로 길다. 일본이 1719시간, 독일은 1371시간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지난해 발표한 저출산 관련 보고서를 통해 “장시간 근로는 신체·정신적 피로도를 높여 일과 가정의 양립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30대 초반의 직장인 이아무개씨에게 결혼은 사치였다. 양가 상견례를 마치고 신혼집을 구하던 중 집값이 만만치 않다는 현실에 부닥쳤다. 예비부부가 모아둔 돈으로는 ‘자기 집 마련’은 고사하고 전셋집도 구하기 어려웠다. 이들은 고민 끝에 결혼을 미루거나 없던 일로 하자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씨는 “보증금만 2억원에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 하는 월세를 살아야 할 형편이었다. 맞벌이를 해도 번 돈은 월세와 생활비로 거의 지출되고 미래를 위해 남겨둘 수 있는 건 없다는 결론이다. 홀어머니에게 손을 벌릴 입장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6억원을 돌파했다. 이는 전국 아파트 평균 매매가(3억3242만원)의 2배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서울 중형 아파트(62~95㎡) 전셋값도 4억원을 넘어섰다.

 

 

‘인구절벽’으로 이어지는 저출산

 

내 집 마련 시기가 늦어질수록 주택 가격은 상승하고 그동안 자녀도 성장한다. 따라서 더 큰 집이 필요하고 비용 부담도 늘어난다. 자녀가 성장하는 만큼 양육비와 교육비도 많이 필요해진다.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는 올해 양육비를 3억9670만원으로 추산했다. 결혼자금은 제외하고 자녀 1명을 대학 졸업 때까지 키우는 데 약 4억원의 돈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이상건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상무는 “경제 양극화와 저성장으로 개인 소득은 줄었고 교육비와 주거비는 증가했다. 생활 유지비용이 감소하면서 결혼하고 출산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주택 마련과 자녀 출산·양육 사이에서 고민해야 하는 현실이다. 그렇다고 내 삶이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도 없다”고 설명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주택 매매·전세 가격 상승, 소규모 주택 거주, 주택 대출금의 상환 부담 등은 출산 결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주택 마련을 위해 출산을 포기하는 맞벌이 부부 ‘딩크족’(Double Income, No Kids)이 늘어나는 배경이다. 또 결혼을 포기하는 사람도 많다.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2006년 14.4%였던 1인 가구는 지난해 27.2%로 증가했다. 전체 약 1911만 가구 가운데 약 520만 가구가 나홀로족인 셈이다. 또 이 중 청년은 약 121만 가구, 35~64세 중장년은 약 228만 가구다. 특히 결혼을 피하는 여성이 많아졌다. 통계청에 따르면, 여성 독신율(50세까지 한 번도 결혼하지 않은 비율)은 1990년 0.46%에서 2000년 1.31%, 2010년 2.52%로 빠르게 높아졌다. 이 추세라면 2025년 10.5%로 증가한다.

 

인구가 줄면 취업난은 사라진다. 그러나 돈을 버는 인구보다 쓰는 인구가 늘고 있어서 문제가 심각하다. 지난해 기준 생산가능인구(15~64세의 경제활동인구)는 약 3700만 명으로 인구의 72.9%다. 한국은행은 올해부터 생산가능인구가 2060년 2187만 명(인구의 49.7%)까지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0~14세 유소년 인구는 2010년 798만 명에서 2060년 447명으로 감소하고, 같은 기간에 65세 이상 고령자는 545만 명에서 1762만 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1명이 다른 1명을 부양하는 이 무렵부터 한국은 본격적으로 인구 오너스(demographic onus) 시대로 접어든다. 인구 오너스는 전체 인구에서 생산가능인구의 비중이 하락하면서 노동력·소비 축소, 부양비용 증가 등으로 경제성장이 지체되는 것을 의미한다.

 

 

“1983년과 1991년 기회 놓쳤다”

 

지난해 출산율(한 여성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 수)은 1.17명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1971년 102만 명의 아기가 태어났지만, 지난해에는 40만 명으로 줄었다. 올해 출생아 수는 36만 명으로 전망된다. 2002년 이후 15년 만에 40만 명 선마저 무너지는 ‘출산절벽’에 내몰리는 것이다. 한 국가의 저출산은 단순히 개인의 고민거리가 아니라 국가의 존폐가 달린 문제다. 정부는 오래전부터 인구 정책을 폈다. ‘덮어놓고 낳다 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1963년), ‘딸 아들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1973년) 등의 표어를 앞세운 출산억제정책을 강조해 왔다. 그 결과 출산율이 1명대 진입 직전까지 감소했다. 그해가 1983년(2.06명)이다.

 

그러나 정부는 출산억제정책을 1990년대까지 유지했다. 2000년대 들어서야 출산장려정책으로 전환했다. 조영태 교수는 “우리에겐 대책을 마련할 수 있는 두 번의 기회가 있었다. 1983년은 가족계획을 계속 이어가느냐 마느냐 하는 시점이었는데, 정부는 고민 없이 출산억제정책을 이어갔다. 또 한 번은 일본이 저출산 기본계획인 엔젤 플랜을 수립한 1991년이다. 1989년 일본 출산율이 1.57명으로 낮아져 이른바 ‘1.57 쇼크’로 불리는 국가적 문제로 급부상했다. 일본을 보고 우리도 대책을 마련했어야 했다. 당시 한국의 출산율은 1.5명이었지만 일본의 사례를 눈여겨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지금까지 정부는 아이를 많이 낳을수록 돈을 퍼주는 정책을 폈으나, 출산율은 오히려 주저앉았다. 전문가들은 거시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문한다. 이상건 상무는 “일관성 있는 정책으로 국민이 미래를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며 “예컨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뜯어고치는 교육정책이 아니라 10년, 20년 바뀌지 않는 교육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출산율에 매달릴 게 아니라 미래를 기획하는 계기로 삼을 필요도 있다. 조 교수는 “물론 출산율을 높이고 인구의 도시 집중화도 막아야 하지만, 무엇보다 인구 감소에 따른 사회의 변화를 예측하고 이에 대한 산업을 기획해야 한다. 즉 적은 인구로 무엇을 해서 먹고살 것인지를 연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의 두 번째 도전 ‘1억 총활약 플랜’

 

1989년 출산율이 1.57명으로 곤두박질하자 일본은 충격이 빠졌고, 1991년 엔젤 플랜이라는 저출산 기본계획을 세웠다. 20년 동안 시행했으나 큰 효과를 보지 못했고, 일본 인구는 2008년 정점을 찍은 이래 감소세다. 2015년 1억2700만 명이던 인구는 2030년 1억1662만 명, 2060년에는 8674만 명까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1억 명 이상으로 인구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출산율이 2명 수준은 돼야 한다. 현재 일본의 출산율은 1.46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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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정부는 지난해 ‘1억 총활약 플랜’을 발표했다. 50년 뒤에도 일본 인구 1억 명을 유지하고, 여성과 노령자를 포함해 1억 명이 모두 활발하게 경제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정책이다. 이를 위한 컨트롤타워도 세웠다. 과거 20년 동안 출산율을 높이려다 실패한 일본은 이번 두 번째 정책을 통해 사회 시스템을 통째로 바꾸는 작업에 들어갔다. 예컨대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해 직장 근로시간을 대폭 줄이기 시작했다. 후생노동성은 2015년 장시간 노동 감독 강화를 위한 전문가 집단(과중 노동 박멸 특별대책반)을 신설하고, 월 80시간을 초과하는 ‘위법한 장시간 근무’가 행해지는 기업의 명단을 공표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재택근무, 유연근무 등 다양한 근무형태도 장려하고 있다. 일본 최대 자동차회사인 도요타도 지난해 사무직과 연구직을 대상으로 일주일에 2시간만 회사에 나오고 나머지는 집에서 일하는 파격적인 재택근무제도를 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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