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재도 서비스…법원에서 민간으로 주도권 넘겨야”
  • 이석 기자 (ls@sisajournal.com)
  • 승인 2017.06.27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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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열 아태중재포럼 초대 회장 “중재 제도 활성화되면 사회 갈등 해소 도움”

 

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는 2012년 11월 한국 정부를 상대로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 중재를 요청했다. 외환은행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우리 정부가 승인을 지연해 5조1000억원의 손해를 입은 만큼 한국 정부가 피해액을 배상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이듬해 5월 중재 재판부가 구성됐다. 양측은 재판부가 있는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치열한 논리 싸움을 벌였다. 현재 최종 변론을 마치고, ICSID의 판단을 기다리는 중이다. 

 

재계 일각에서는 수조원대 ‘먹튀 논란’을 빚은 론스타가 ICSID에 중재를 요청했다는 점에서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다. 하지만 중재 재판은 양 당사자 간 의견조정 성격이 강하다. 우리 정부가 일정 부분 추가 비용을 론스타 측에 물어줄 가능성이 높다고 법조계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김승열 아태중재포럼 초대 회장 ⓒ 시사저널 임준선

 

론스타,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에 5조원대 중재 요청

  

국내에도 현재 중재 사건만 전문적으로 다루는 대한상사중재원이 있다. 지난해 이곳에 접수된 사건은 국내 319건, 국제 62건에 달한다. 신청 금액은 1조9000억원대로 전년 대비 124.83% 증가했다. 

 

하지만 한계도 있다. 법원이나 법조인 등을 중심으로 중재가 진행되다 보니 절차가 복잡할 뿐 아니라, 해결까지 시간도 오래 걸리는 문제가 꾸준히 제기됐다. 특정 기관이 전담했던 중재 기능을 전문성을 가진 민간으로 확대할 경우 이런 문제를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법무부도 올 초 국제 중재사건 유치나 복합 중재센터 설치 등의 내용을 담은 ‘중재산업 활성화 계획’을 발표했다. 현재 법무부 주도하에 복합중재센터 설립을 추진 중이다. 6월 말부터는 중재산업진흥법이 시행됐다. 중재를 일종의 서비스 산업으로 보고 관련 규정이나 시스템을 손질하고 있는 것이다. 

 

6월 초에는 민간 중재 기구인 아태중재포럼이 출범했다. 포럼은 6월5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무역센터에서 ‘중재산업의 현안과제와 미래전망’이란 주제로 국제 세미나를 개최했다. 온라인으로 진행된 이날 세미나에는 말레이시아․싱가포르․호주․한국 등 각국의 중재 시스템이 소개됐다.  

 

김승열 아태중재포럼 초대 회장(한송온라인리걸센터 대표변호사)은 “미국의 경우 영리 법인도 중재가 가능하도록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며 “중재 산업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민간 기구인 대한중재인협회를 법적기구로 격상시켜 구심점 역할을 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근 디지털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온라인 거래 관련 분쟁이나 소액 분쟁이 크게 증가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기존의 틀을 바꿔 중재 기능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김 회장은 조언했다. 

 

그는 “현재 전자소송 제도가 도입돼 있지만 예산 문제 등으로 활성화돼 있지는 않다”며 “중재가 분쟁의 대체적 해결수단이 되기 위해서는 중재 과정을 모두 디지털화 하는 획기적인 혁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법원이 아니라 실소비자인 고객 중심으로 시스템을 바꿀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한국판’ 중재 모델 구축 후 해외 수출도 가능

 

포럼이 6월5일 서울 삼성동에서 국제 세미나를 개최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날 세미나에는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호주 등 중재산업 선진국 인사들이 대거 참여해 온라인으로 토론을 진행했다. 중재 디지털화를 위한 일종의 테스트인 것이다. 

 

김 회장은 ‘한국판’ 중재 모델을 제대로 구축하면 해외에 수출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 무엇보다 법으로 해결이 불가능한 우리 사회의 갈등까지도 중재 전문가를 통해 풀 수 있을 것으로 그는 전망했다. 

 

김 회장은 “한국은 현재 이념(좌우)과 세대(노소), 지역(동서) 별로 극심한 갈등을 빚고 있다. 시간이 갈수록 이 갈등은 확대되고 있다”며 “우리 사회의 갈등을 풀기 위해서라도 중재 제도를 손질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의 경우 ADR, 즉 대안적 분쟁 해결 방식이 체계적으로 연구돼 왔다. 하버드대의 경우 니고시에이션(Negotiation) 학과가 있는데 경쟁률이 치열하다”며 “ADR이 활성화될 경우 우리 사회에 퍼져 있는 갈등까지도 효과적으로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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