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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령제약 3세 밀어주기 이면에 드리운 ‘편법 승계’ 그림자

㈜보령 최대주주인 계열사 김정균 상무로 넘어간 배경 주목 보령그룹 측 “법률 자문 결과 문제 없었다”

이석 기자 ㅣ ls@sisajournal.com | 승인 2017.07.01(Sat) 11:30:00 | 144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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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령제약그룹이 편법 승계 논란에 휩싸였다. 2008년 이후 그룹 지배구조를 재편하는 과정에서 오너 3세인 김정균 보령홀딩스 상무를 노골적으로 밀어준 정황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그룹 측은 “법률 자문까지 받았지만 문제가 없었다”고 해명하고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배임 논란으로 옮겨 붙을 수 있어 향후 추이가 주목되고 있다.

 

보령제약그룹은 김승호 창업주가 1957년 서울 종로5가에 세운 보령약국이 모태다. 1965년 지금의 ‘보령제약’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제산제인 ‘겔포스’와 ‘용각산’ 등을 내세워 성장의 기틀을 닦았다. 2011년에는 신약 사업에도 진출했다. 현재 김은선 회장과 장남인 김정균 상무가 지주회사인 보령홀딩스의 지분 45%와 25%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오너 일가가 보령홀딩스를 통해 주력 계열사인 보령제약과 보령메디앙스 등 핵심 계열사들을 거느리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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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균 상무로 지배권 바뀐 후 매출 급상승

 

문제는 오너 3세가 그룹의 지배력을 키우는 과정에서 개인 회사인 보령파트너스와 보령바이오파마가 일종의 자금줄 역할을 했다는 점이다. 보령파트너스는 2015년 10월 의료기기 사업을 담당하던 보령수앤수(현 보령컨슈머헬스케어)의 투자사업 부문을 인적 분할해 만든 회사다. 지난해 901억원의 매출과 9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김 상무가 현재 이 회사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보령바이오파마는 그룹의 백신 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지난해 901억원의 매출과 9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23.5%, 영업이익은 7.7% 증가했다. 보령제약이 이 회사의 주요 매출처로, 최근 10년간 매출 증가율은 233.7%에 이른다. 보령파트너스가 현재 이 회사의 최대주주(87.4%)다. 김 상무가 보령파트너스를 통해 알짜 회사인 보령바이오파마를 거느리고 있는 셈이다.

 

때문에 그동안 보령바이오파마를 둘러싼 일감몰아주기 논란이 적지 않았다. 2007년 30%대였던 보령바이오파마의 내부 매출 의존도는 지난해 50% 가까이 높아진 상태다. 이 과정에서 김 상무는 20억원 가까운 배당금을 수령하기도 했다. 보령제약그룹 측은 “백신 영업을 강화하기 위해 (보령제약과 보령바이오파마의) 업무 협조가 불가피했다”고 해명하고 있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승계 1순위’로 꼽히는 김정균 상무가 이 회사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로 보고 있다.

 

실제로 2007년까지 보령바이오파마의 최대주주는 74%의 지분을 가진 ㈜보령이었다. 나머지 26%를 김은선 회장이 보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2008년부터 ㈜보령의 지분이 54%로 감소했다. ㈜보령이 내놓은 지분을 김 상무가 매입하며 3대주주로 올라섰다. 유상증자 과정에서 ㈜보령이 실권한 주식을 김 상무가 취득한 것이다. 2009년에는 ㈜보령의 지분이 33.7%까지 감소했다. 김 상무의 개인회사인 보령파트너스(당시 보령수앤수)가 이 지분까지 매입하며 지분율을 65.6%로 높였다. 보령바이오파마의 소유권이 자연스럽게 ㈜보령에서 김 상무에게로 넘어간 것이다. 바꿔 말하면 김 상무는 ㈜보령이 거느리던 알짜 계열사를 세금 한 푼 안 내고 넘겨받은 셈이 된다.

 

우연의 일치일까. 이때부터 보령바이오파마의 계열사 의존도가 갑자기 증가했고, 매출도 덩달아 상승하기 시작한다. 2009년 이 회사의 매출은 201억원에서 287억원으로 43%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이 회사의 계열사 의존도는 58.6%로 2년 만에 두 배 가까이 상승했다. 2010년에는 매출이 287억원에서 562억원으로 또다시 두 배 가까이 급등했다.

 

보령제약그룹 측은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지만 경영적인 판단이었다”는 입장이다. 그룹의 한 관계자는 “2000년부터 보령바이오파마의 사업 부진이 이어지면서 적자폭이 확대됐다”며 “최대주주였던 ㈜보령은 채무 부담이 커 유상증자에 참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그나마 증자 참여 여력이 있는 회사는 보령수앤수와 개인 대주주(오너 일가)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2000년부터 2016년까지 17년 동안 보령바이오파마의 당기순이익률이 5%를 초과한 해는 5년에 불과하다. 녹십자나 SK케미칼 등 대기업과의 경쟁도 가중되면서 성공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유상증자를 통해 마련한 자금은 공장 증설이나 백신 사업 확장에 썼다. 이후 생산량이 증가하고, 인력 확충으로 영업이 정상화되면서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일감몰아주기 이어 편법 승계도 논란도

 

하지만 이 같은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김 상무가 유상증자에 참여할 당시 ㈜보령의 연결 매출은 1825억원에서 4024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16억원에서 142억원으로 9배 가까이 증가했다. ‘채무 부담으로 ㈜보령이 유상증자를 포기했다는 그룹 측의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지는 것이다. 제약업계 안팎에서 “편법 승계를 통한 오너 3세 밀어주기가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증시 전문가들도 보령바이오파마의 지배구조 재편을 ‘재벌 흉내내기’ 차원에서 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 애널리스트는 “2·3세가 대주주로 있는 비상장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며 덩치를 키우고, 이 돈으로 주력 계열사의 지배력을 높이는 것이 기존 재벌의 승계 공식이다. 삼성의 경우 계열사들이 실권한 알짜 계열사 주식을 오너 3세들에게 밀어주다가 경영진이 유죄를 선고받기도 했다”며 “보령바이오파마의 경우 2007년 일시적으로 영업적자를 기록했지만 이전까지 꾸준히 흑자를 냈다는 점에서 ‘편법 승계’나 ‘후계자 밀어주기’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경제민주화 논쟁이 확대된 2000년대 후반부터 주요 그룹은 계열사와의 거래 규모를 축소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오너 일가 지분이 있는 비상장 회사와의 거래 문제가 사정기관의 타깃이 되면서 고민이 더했다. 다른 계열사와의 합병이나 형제 회사 거래라는 꼼수까지 동원할 정도였다. 보령제약그룹의 경우 이런 흐름과 반대 행보를 보였다. 김 상무가 지배권을 확보한 이후 보령바이오파마의 매출은 2013년 587억원, 2014년 653억원, 2015년 729억원, 2016년 901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여기에 맞춰 계열사 의존도 역시 시간이 갈수록 증가했다.

 

보령바이오파마는 2013년 말 27억4000만원의 배당도 실시했다. 김 상무는 매년 보령파트너스로부터 2억원 가까운 배당금을 수령해 왔다. 하지만 2013년 보령바이오파마가 고배당을 실시하면서 한 해에만 9억원 가까운 배당금을 추가로 챙길 수 있었다. 김 상무의 지분가치가 상승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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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령그룹 측 “투자 필요해 대주주가 참여”

 

이 과정에서 김은선 회장과 김정균 상무는 또 한 번 이상 행보를 보인다. 2013년 말 거액의 배당을 앞두고 개인 자격으로 보령바이오파마의 유상증자에 참여한 것이다. 당시 보령수앤수가 보령바이오파마의 지분 96.4%를 보유하고 있었다. 김은선 회장과 김정균 상무의 지분율은 각각 0.4%와 3.2% 수준이었다. 하지만 이듬해 보령수앤수의 지분이 87.4%로 감소하는 대신 김 상무의 지분이 5.6%로 늘어났다. 김 회장 역시 7%의 지분을 추가로 취득했다. 우연치 않게 이 시기 보령바이오파마가 높은 성장을 기록했다는 점에서 뒷말이 나오고 있다. 시설 투자나 영업 조직 강화로 매출 성장이 예상되는 시점에서 오너 일가가 주주로 참여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서도 보령제약그룹 측은 “시설 투자를 위한 증자가 필요했지만 보령수앤수의 영업환경이 악화되면서 증자 참여가 어려웠다”며 “보령바이오파마의 지분율 변경 과정은 투자자금의 필요에 따라 법인이나 개인 대주주가 참여하면서 발생한 것이다. 법적 자문 결과도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왔다”고 강조했다. 

 

 

입사 3년 만에 상무 오른 김정균 상무는 누구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는 얼마 전 총수가 있는 상위 50대 그룹 오너 일가 208명의 경영참여 현황을 발표했다. 이 사이트에 따르면, 오너 일가는 평균 29.1세에 입사해 33.8세에 임원으로 승진했다. 입사 후 4.9년 만에 기업의 ‘별’인 임원 자리에 올랐다는 얘기다.

 

보령제약그룹은 1월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눈길을 끄는 인사가 김정균 상무다. 김승호 보령제약 창업주는 슬하에 딸만 넷을 두고 있다. 이 때문에 장녀인 김은선 회장이 경영을 승계받았다. 김 상무는 김 회장의 장남이다. 2009년 아버지의 성씨인 ‘유’씨 대신 어머니의 성씨인 ‘김씨’로 개명을 했다. 2014년에는 미스코리아 출신 장윤희씨와 백년가약을 맺으면서 주목을 받기도 했다.

 

김 상무는 그동안 초고속 승진을 거듭했다. 그는 2013년 12월 보령제약 이사 대우로 입사했다. 3개월 후인 2014년 1월에 ‘대우’자를 뗐다. 재계에서도 유례가 없는 초고속 승진이었다. 올해 1월에는 상무로 승진했다. 상무까지 승진하는 데 걸린 시간은 3년여에 불과했다. 일반인이 대기업에 입사해 24년 후 임원에 오르는 것과 비교된다.

 

재계에서는 김 상무의 승진 역시 후계 구도와 연결 지어 해석하고 있다. 김 상무는 현재 보령제약그룹의 지주회사인 보령홀딩스의 지분 25%를 보유하고 있다. 김은선 회장(45%)에 이어 2대주주다. 주력 계열사인 보령제약(1.2%)과 보령파트너스(100%), 보령컨슈머헬스케어(100%)의 지분도 보유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김 상무가 올해 1월 정기인사에서 지주회사 상무로 승진하면서 “3세 체제를 위한 지배구조 개편이 본격화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보령제약그룹 측은 “(김 상무가) 기업 전반을 경험하며 캐리어와 성과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김 상무의 초고속 승진에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대외적으로 김 상무의 사회 경험은 많지 않다. 졸업 후 회계법인인 삼성KPMG를 거쳐 그룹 경영에 합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이도 30대여서 그룹의 중책을 맞기에는 아직 역부족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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