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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 아이 낳고 사회가 키운다”

일본·프랑스 출산율 반등…비결은 “全사회적 정책 전환”

이민우 기자 ㅣ mwlee@sisajournal.com | 승인 2017.06.29(Thu) 19:40:00 | 144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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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물산에서 근무하는 서규하 책임(남·38·과장급)은 6월1일부터 육아휴직에 들어갔다. 올해 2월 태어난 첫째 아이를 아내와 함께 돌보기 위해서였다. 서씨의 아내는 출산 직후 조리원에 있다가 나와서 산후 도우미를 고용했지만, 아이가 조금 컸다는 이유로 사람 구하기조차 어려웠다. 양가 부모님 모두 강원도에 살고 계셔서 도움을 청하기도 쉽지 않았다. 결국 첫째 아이 출생 100일을 전후해 육아휴직을 신청했다. 서씨는 “아이가 밤새 깨서 울고 하는 탓에 아내 혼자 힘들어하는 상황에서 부담을 나눌 수 있었다”며 “올해부터 회사에서 의무적으로 육아휴직을 쓰도록 하니 눈치를 보지 않고 사정에 맞춰 신청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서씨가 아내와 함께 첫째 아이를 돌볼 수 있게 된 것은 회사의 작은 정책 변화 덕분이었다. 롯데그룹은 육아부담 경감을 위해 모든 계열사에 ‘남성육아휴직 의무화 제도’를 올해부터 시행하고 있다. 그동안 남성의 육아휴직은 법적으로 보장받고 있지만, 사회적 공감대 부족으로 이용률이 극히 저조했다. 이에 롯데그룹은 아이를 출산한 남성 직원에게 의무적으로 최소 1개월 이상 휴직을 사용하도록 했다. 첫 달 월급도 100% 보전해 줬다. 덕분에 올해 5개월 동안 남성 직원 가운데 200명이 육아휴직을 신청했다. 작년 1년 동안 육아휴직을 신청한 남성 직원이 180명인 점을 감안하면 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향후 5년 내에 전체 육아휴직을 신청한 남성·여성 비율이 동일하도록 정착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당연히 직원들의 반응도 좋다. 서씨는 “대부분 회사에서 남성 육아휴직을 장려한다고는 하지만 지난해까지 실제 신청하는 사람은 드물었다. 육아휴직을 신청하려고 하면 ‘누구는 애 안 키워봤느냐’는 식의 눈치 섞인 반응을 들어야 했다”며 “의무적으로 쉬도록 하니 실제로 집에서 육아 분담이 이뤄질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대기업에 다니는 친구들도 육아휴직 얘기를 하면 부러워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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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통하지 않는 출산 장려 정책

 

갈수록 낮아지는 출산율 문제는 수학 문제와 다르다. 정답이 없다는 의미다. 입시 위주의 교육정책에 따른 사교육비 증가, 승자 독식의 사회, 바늘구멍보다 뚫기 어려운 취업난, 세계 최장 근로시간 등 복잡한 사회문제와 맞물려 있다. 저출산 문제는 ‘어떻게 시민들이 자신의 삶을 행복하게 영위할 수 있느냐’의 문제로 확대된다.

 

자녀 여럿을 키우느라 고생했던 부모 세대를 보며 “차라리 한 명만 낳아서 잘 키우자”는 인식이 팽배해졌다. 그러다 어느새 “불행한 삶을 대물림할 수 없다”며 아이를 갖지 않는 ‘DINK족(Double Income, No Kids·아이를 낳지 않는 맞벌이 부부)’이라는 새로운 가족 형태까지 탄생하기에 이르렀다. 이들에게는 ‘종족 번식은 인류의 기본적 욕구’라는 철학자의 말도, ‘자식 키우는 재미로 산다’는 부모 세대의 충고도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당연히 부모 세대와 마찬가지의 삶을 살도록 요구하는 국가의 출산 장려 정책 또한 쉽게 통하지 않는다.

 

물론 정부가 손을 놓고 있던 것은 아니다. 지난 2005년 저출산·고령사회 기본법을 제정한 뒤 출산 장려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매년 시행계획을 작성해 실천계획까지 수립했다. 하지만 출산율은 사실상 답보 상태에 놓여 있다.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합계출산율은 2005년 1.08명에서 2011년 1.24명까지 소폭 오르다가 2016년 1.17명으로 다시 감소했다.

 

민간에서도 자구책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앞선 사례에서 언급된 롯데그룹처럼 남성의 육아휴직을 적극 장려하는 기업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자율적 교육에서 출발한 ‘공동육아’는 협동조합 형태로 발달하며 맞벌이 부모의 참여율이 높아지고 있다. 지역아동센터와 연계해 방과 후 공동육아를 시행하는 지방자치단체도 늘어나고 있다. 아이 돌봄서비스 등도 점차 확대되면서 워킹맘과 전업주부의 육아 부담을 덜어주는 방식으로 전환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육아 부담 경감’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지적도 받는다. 청년유니온,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 등은 국회 저출산극복연구포럼에 제출한 현장간담회 보고서를 통해 “단순히 결혼, 출산 등의 단편적인 키워드로만 접근해서는 좋은 해결책이 나올 수 없다”며 “노동·주거·부채 문제 등을 개선하면서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이 저출산 극복 방법”이라고 제시했다.

 

일본은 1990년대부터 일찌감치 저출산 대책을 마련했다. ‘육아를 돕지 않는 남자를 아빠라고 부르지 않는다’와 같은 캠페인을 벌이는 등 사회적 인식 전환을 추진했다. 이후 일본의 출산율은 2005년 1.26명에서 2015년 1.45명으로 반등에 성공했다. 일본 정부가 추진한 저출산 대책 가운데 가장 주목받는 것이 남성의 육아 참가 촉진책이다. 남성의 육아 참가를 적극 유도하는 사내 정책을 펼치는 사업주에게 고용보험기금 예산에서 일정액을 지원한다. 그 결과 일본에서는 육아에 적극적인 남성을 지칭하는 ‘이쿠맨(イクメン)’이 일상어로 통용되고 있다.

 

 

출산율 반등 성공한 일본·프랑스 살펴보니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2015년 집권 2기 ‘1억 총활약 사회’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합계출산율을 1.8명까지 끌어올려 50년 뒤에도 인구 1억 명을 유지하겠다는 계획이었다. 기존의 보육 지원, 일·가정 양립 정책뿐 아니라 임금, 가계 소득을 끌어올리는 등의 사회적 정책을 동시에 추진하도록 한 것이 두드러진다. 이를 위해 비정규직 임금 차별 개선, 동일노동 동일임금, 장시간 노동 시정, 65세 이후 계속 고용 등을 추진했다. 지속적 경제성장과 저출산 극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임금인상을 통한 가계소득 증대가 필수적이라는 인식에서 비롯된 정책이다.

 

프랑스는 1990년대까지 대표적인 저출산 국가였지만, ‘아이는 여성이 낳지만 사회가 함께 키운다’ ‘육아와 교육은 정부가 일체 책임진다’는 슬로건 아래 다양한 보육 지원 정책을 펼쳐 2014년 합계출산율을 2.1명까지 끌어올렸다. 지난 3월 한·불 수교 130년을 맞아 한국을 방문한 베르트랑 프라고나르 프랑스 가족아동고령화정책고등위원회 상임의장은 “프랑스의 출산율이 높은 것은 아이를 낳고 키우는 데 큰 부담이 없기 때문”이라며 “아이 교육비(고등교육까지)와 의료비는 대부분 무료인 데다 취업할 때까지 각종 지원을 이어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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