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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가는 길, 갈수록 가시밭길

근시안적 대표팀 운영으로 또 위기 초래 신임 감독 선임도 난항

서호정 축구칼럼니스트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7.01(Sat) 17:31:00 | 144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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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월드컵 본선의 단골손님이다. 1954년 스위스 대회에 처음 출전한 한국은 1986년 멕시코 대회부터 지난 2014년 브라질 대회까지 8회 연속 본선에 올랐다. 총 9회 출전은 16번째로 높은 순위다. 8회 연속 본선 진출은 브라질(20회), 독일(15회), 이탈리아(13회), 아르헨티나(10회), 스페인(9회)에 이어 세계에서도 여섯 번째 기록이다. 상대적으로 축구 실력이 떨어지는 아시아 대륙에서의 성과라 평가절하도 받지만 일본(5회), 사우디아라비아(4회)를 한참 따돌릴 정도로 압도적인 기록이다.

 

그런데 한국의 월드컵 본선 진출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첫 신호는 지난 브라질월드컵 때 왔다. 한국은 최종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이란에 패하며 A조 선두를 내줬다. 3위 우즈베키스탄을 골득실에서 1골 차로 간신히 앞서며 조 2위까지 주어지는 본선 직행 티켓을 간신히 잡았다. 월드컵 예선 동안 조광래, 최강희 두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던 한국은 최종예선 종료 후 최강희 감독이 물러나자 홍명보 감독을 선임했다. 본선에서는 1무 2패로 16강 진출에 실패, 1998년 프랑스월드컵 이후 16년 만에 최악의 성적을 남겼다. 한 대회를 준비하면서 3명의 감독을 교체하며 자초한 결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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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러시아월드컵의 경우, 최종예선 단계에서 이미 가시밭길이다. 8차전까지 마친 현재 한국은 A조 2위다. 2경기를 남겨 놓은 현재 A조 1위 이란은 승점 20점으로 본선 진출을 확정한 반면 한국은 4승 1무 3패 승점 13점으로 아슬아슬하다. 3위는 승점 1점 차로 한국을 추격 중인 우즈베키스탄이다.

 

지난 6월14일 새벽에 열린 카타르와의 8차전은 한국 축구의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카타르의 주축 공격수 세바스티안 소리아가 빠진 상황에서도 3골을 허용하며 2대3으로 패했다. 1984년 이후 33년 만에 당한 카타르전 패배였다. 아시아의 호랑이가 ‘종이호랑이’로 변했다는 걸 보여준 상징적 패배다. 이미 3월에도 역대 단 한 번도 패하지 않았던 중국 원정에서 0대1로 패했던 터였다. 현재 최종예선에서 한국은 원정 경기 1무 3패를 기록하며, 단 한 번도 승리하지 못했다.

 

카타르전 패배는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경질을 불렀다. 이용수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 겸 부회장은 카타르전 하루 뒤인 6월15일 “슈틸리케 감독과 상호 합의하에 계약 해지를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2014년 9월 부임 후 2년9개월 만에 대표팀 사령탑이 공석이 됐다. 슈틸리케 감독은 역대 최장수 감독, 최고 승률 감독의 기록도 세웠지만, 불명예 퇴진으로 빛이 바랬다. 이용수 부회장은 자신도 책임을 통감하며 기술위원장직에서 물러났다.

 

 

임시방편 반복한 축구협회가 위기 불렀다

 

최종예선 내내 위기 신호가 보일 때마다 대한축구협회는 근시안적 방안만 내놓았다. 차두리 전력분석관, 설기현 코치, 정해성 수석코치가 3개월에 한 번씩 부임했다. 그만큼 코치진 변화가 심했다. 그나마도 차두리 전력분석관은 3월 2연전 후 스스로 대표팀을 떠났다. 본질은 슈틸리케 감독의 능력 부족인데, 변죽만 울렸다. 부진 탈출의 방법은 꺼내지 못한 채 미숙한 미디어 대응으로 갈등만 부추긴 슈틸리케 감독을 통제하지 못했다.

 

막연한 믿음이 32년 만의 월드컵 본선 진출 실패를 초래할 수 있는 상황이 됐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과 이용수 부회장은 “이번만큼은 대표팀 감독의 4년 임기를 보장하겠다”라는 원칙을 세웠다. 하지만 월드컵으로 가는 과정에서 슈틸리케 감독에 대한 냉정한 판단과 치밀한 검증이 빠지며 그 믿음과 원칙은 아집과 독선으로 변질되고 말았다. 상황을 바꾸겠다며 내놓은 대책도 모두 순간의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임시방편에 불과했다.

 

대한축구협회는 차기 사령탑 선임을 놓고 고민 중이다. 외국인 감독의 실패 속에 또 한 번 새 외국인 감독을 찾기는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남은 최종예선 2경기가 8월말 열리는 만큼 시간도 충분치 않다며 국내 감독 선임으로 큰 방향을 잡았다. 후보로는 2010 남아공월드컵 16강을 이끈 허정무 프로축구연맹 부총재, 대표팀 코치를 경험한 신태용 전 20세 이하 대표팀 감독, 정해성 현 대표팀 수석코치 등이 거론되고 있다.

 

현재의 위기를 감당할 대안이 많지 않다는 게 축구계의 시선이다. 골든타임을 놓쳤기 때문이다. 막중한 임무를 안고 남은 2경기에 나섰다가 실패라도 하면 소위 ‘독박’을 쓸 수 있다는 부담에 다른 지도자들이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 남은 2경기가 조 1위 이란(홈), 3위 우즈베키스탄(원정)인데 훈련을 위한 소집 기간도 충분치 않다. 카타르전에서 부상을 입은 손흥민의 출전도 불투명하다. 위기관리 능력과 경험이 필요하고 한국 축구를 위해 나서겠다는 의지도 필요하다. 그나마 허정무, 신태용 두 축구인이 의사를 표현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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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경질에 기술위원장 사임으로 위기 심화

 

혼란은 거듭되고 있다. 허정무 부총재는 2012년 이후 5년간 현장을 떠나 있었다. 한국 지도자 최초로 월드컵 첫 승과 16강행을 이뤘지만 여론의 지지도 높지 않다. 이미 축구팬 다수는 ‘돌려막기’라며 반발하고 있다. 신태용 감독은 코치로서 현 대표팀과 함께했고, 젊은 선수들과 눈높이를 맞추는 데 능숙하지만 올림픽과 U-20(20세 이하) 월드컵에서 연속으로 토너먼트 첫 경기에서 탈락하며 실망했다는 반응들이 존재한다. 축구팬들은 외국인 감독 불가론을 접고 다수의 후보를 상대로 최적의 감독 선임을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최종예선 중 마땅한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감독을 경질하고 기술위원장까지 동반 사임하며 위기는 한층 심화됐다. 기술위원장 선임부터가 급하다. 김호곤 대한축구협회 부회장, 김학범 전 성남 감독, 안익수 전 20세 이하 대표팀 감독, 홍명보 전 항저우 뤼청 감독, 최영준 축구협회 기술부위원장 등 후보군만 무성할 뿐 감독 경질 후 대표팀 운영이 거의 올스톱된 상황이다.

 

1986년 멕시코월드컵 출전에 성공하며 32년 만에 본선을 밟은 한국은 그 뒤 8회 연속 월드컵 출전의 기쁨을 맛봤다. 그러나 대한축구협회의 거듭된 실책과 안이한 대처가 32년 만의 월드컵 본선 실패로 이어질 위기에 처했다. 대한축구협회의 스폰서 대부분은 월드컵이 열리는 해를 기준으로 재계약을 한다. 월드컵 진출에 실패하면 재정적 위기까지 닥친다. 그럴 경우 타격을 입는 것은 여자축구, 유소년 등 기반이 약한 풀뿌리 축구다. 본선 진출 실패가 가져다 줄 도미노 현상을 감안하면 현재 한국 축구의 위기를 초래한 이들 모두 역사의 죄인이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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