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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태양왕’ 람세스 대왕이 가장 무서워했던 존재

[이진아의 지구 위 인류사(유럽사 편)] 이집트 공포에 떨게 한 ‘바다 사람’과 기후 변화

이진아 환경․생명 저술가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6.30(Fri) 19: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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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세스 2세. 아마 고대 이집트의 왕, 파라오들 중에서 가장 유명한 인물 중 하나일 것이다. 구약성서 ‘출애굽기’의 주인공 모세와 어린 시절 다정한 친구였으나 나중에 모세가 이끄는 이스라엘 사람들을 탄압하는 폭군으로서, 이집트 전역에 흩어져있는 엄청난 유적들의 주인공으로서도 유명하다. 1995년 세계적으로 인기몰이를 했던 크리스티앙 자크의 소설 ‘람세스’로 인해 더욱 잘 알려졌다.

 

‘이집트 태양왕’이라고도 불리는 그는 이집트 신왕조 시절인 기원전 1303년부터 기원전 1213년까지 90세의 수명을 누렸고 60년 동안 통치를 한 것으로 추정된다. 안으로는 경제적으로 호황을 누리며 대규모 건설사업을 계속하면서도 내분을 잠재우는 리더십을 발휘했고, 밖으로는 이집트 영토를 넓히고 많은 포로를 확보했던 정복의 영웅으로서 맹위를 떨쳤다.

 

그랬던 그가 제일 두려워했던 상대는 누구였을까? 바로 ‘바다 사람(Sea People)’이었다고 역사가들은 입을 모은다. 

 

몇 백 년에서 때론 천년이 넘는 주기를 가진 기후변화 속에서 온난기에는 주로 바다를 주(主)무대로 활동했던 사람들이, 한랭기에는 육지를 주무대로 활동했던 사람들이 득세했다는 얘기는 앞서 했다. 이 연재에서는 앞으로 전자의 인간집단을 ‘바다 사람’, 후자의 인간집단을 ‘육지 사람’이라고 칭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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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바다 사람’이라는 명칭이 이 연재에서 쓰이는 것처럼 ‘해양족’이라는 일반적 의미가 아니라, 특정집단을 지칭하는 고유명사로 쓰이는 예가 있다. 람세스 2세부터 그의 아들 메렌프타(Merenptah), 그의 손자 람세스 3세에 이르기까지 3대, 약 120년에 걸쳐 이집트를 집요하게 공격해왔던 해상민족의 연합을 가리키는 말이다. 역사가들은 람세스 2세의 왕성한 치적 중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이들과의 전투였으리라고 추정한다.

 

 

맹위 떨치던 이집트를 공포에 떨게 한 ‘바다 사람’

 

람세스 2세는 자기과시욕이 대단한 사람이었다. 엄청나게 많은 대형 건축과 조각을 건립해서 자기 치적을 과시하는 상형문자 기록을 새겨 남겼는데, 내용은 그가 얼마나 위대했는지 강조하고 또 강조하는 것이다. 즉위하자마자 시작되어 거의 그의 일생동안 지속된 바다 사람들의 공격에 대해서도, 어느 기록을 보나 그가 초인간적인 지략과 용맹을 발휘해서, 적병을 전부 물리쳐서 꼼짝도 못하게 만들었다고 쓰여 있다. 

 

“나는 사나운 세트 신처럼 적들을 덮쳤다. 나는 적의 전차병들이 내 말들 앞에서 사방으로 흩어지는 것을 보았다. 아무도 감히 나와 대적할 수 없었다.…병사들이여, 나의 승리를 보라, 오직 나 혼자의 힘으로 승리했음을 보라!”

하지만 적은 다시 돌아왔다. 그의 뒤를 이어 왕이 된 아들 메렌프타 즉위 5년 만에 바다 사람들의 공격이 시작되어, 메렌프타의 아들인 람세스 3세가 즉위한 후에도 계속됐다. 이집트 기록에선 기원전 1178년 크소이스 전투에서 람세스 3세가 바다 사람을 완전히 퇴치한 것으로 돼있고, 그 이후로는 바다 사람들의 이집트 침공에 대한 얘기가 없다. 

 

그래도 이후의 다른 기록 이곳저곳에서 꽤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바다 사람들은 상당기간동안 지중해 해역에서 적지 않은 존재감을 갖고 있었던 것 같다. 예를 들어 크소이스 전투로부터 100년 지난 람세스 6세 때의 것으로 추정되는 파피루스 기록 『웨나문 보고서』 (The Report of Wenamun)의 한 대목이 있다. 카르나크 신전의 사제였던 웨나문은 대사제의 명을 받들어 페니키아의 항구 비블로스로 목재를 사러가던 중 도르라는 항구에 들렀다가 목재 대금으로 가져갔던 황금을 도난당하는데, 그것이 필시 ‘바다 사람들’의 소행이라고 추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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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기록 때문인지 20세기 전반까지만 해도 이집트 기록에 등장하는 ‘바다 사람’은 지중해의 해적과 비슷한 존재로 간주되어 별로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던 것이 이어지는 고고학적 발굴과 거기서 드러난 기록을 해독하면서, 이들이 상당한 육지적 기반도 있는 해양국가의 연맹체라는 주장도 나오기 시작했다. 람세스 2세 때 기록에서는 셰르덴(Sherden), 셰클레시(Sheklesh), 루카(Lukka), 투르샤(Tursha) 등이라고 그들의 국가 이름이 명시돼 있다. 람세스 3세 때의 기록에는 더 많은 종족 이름이 나오는 걸로 봐서, 이들의 세력이 더 커졌다는 걸 짐작하게 해준다.  

 

문제는 이 나라들이, 혹은 이 종족들의 기반이 어디 있는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종전에는 당시 지중해의 선진지역이었던 소아시아 쪽 사람들이 아니면, 그리스 반도에서 온 도리아인들에 의해 크레타 섬에서 쫓겨난 사람들일 것으로 추정돼왔었다, 그러다가 최근에는 셰르덴이 스페인과 이탈리아 사이에 있는 큰 섬 ‘사르디니아’라는 설이 상당한 설득력을 갖기 시작했다. 즉 이들은 지중해 서쪽, 당시까지는 후진지역으로 간주됐던 서남부 유럽 출신이며, 그만큼 바다 사람들의 종족성은 다양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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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점점 더 많은 기록이 발굴되면서 바다 사람들의 존재에 대해 더욱 다양한 면모가 드러나기 시작하고 있다. 그에 따라 역사의 미스터리로 치부되어 별다른 연구가치를 인정받지 못했던 이 집단에 대한 학자들의 호기심도 부활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한 가지 설이 나오면 그를 반박하는 설이 더 많이 나오는 등, 이 부분은 여전히 세계 고대사의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이럴 경우 기후변화의 역사가 설명의 열쇠를 주기도 한다는 건 앞서도 여러 차례 확인했다. 여기서도 기후변화 역사 그래프를 다시 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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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사람들’이 당시 최강국이었던 이집트를 정복하려고 집요하게 침공하기 시작하던 것이 람세스 2세 때부터 크소이스 전투까지였는데, 이때는 가파르게 기온이 올라가는 온난기 전기였음을 알 수 있다. 즉 바다 사람들의 활동이 한참 힘을 받고 있는 중이었다. 

 

 

온난기에 득세한 ‘바다 사람’

 

이집트의 기록에 나타나는 바다 사람에 대한 서술은 그들의 막강한, 그리고 커져가는 힘에 대한 두려움을 깔고 있으면서, 겉으로는 과장된 우월의식으로 점철돼 있다. 이 이중적인 태도는 충분히 이해가 간다. 에티오피아 고원에서부터 지중해까지, 6,850킬로미터에 달하는 긴 나일 강의 방대한 유역에 형성된 비옥한 농토가 국력의 근간이었던 이집트. 비록 해양 세력도 강했다고는 하나 기본적으로 육지를 무대로 활동했던 사람들의 집단이다. 이들은 갑자기 기온이 상승하는 온난기 기후 속에서 빠르게 성장해가는 바다 사람들의 침공을 감당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온난기에는 기후가 온난해졌다는 사실 자체 외에도 이집트의 바다 진출을 어렵게 만드는 큰 요인이 더 있었다. 나중에 그 이유까지 좀 더 자세히 보겠지만, 지중해에서는 온난기 동안엔 해류가 서쪽에서 동쪽으로 흐르고, 한랭기 동안엔 동쪽에서 서쪽으로 흐른다. 따라서 한랭기동안엔 이집트가 지중해 전역으로 진출하기 쉽지만, 온난기 동안엔 크레타나 사르디니아처럼 이집트 서쪽에 기반한 인간집단이 이집트 쪽으로 진출하기 쉬워지는 것이다.

 

이렇게 거시적 환경요인이 불리하게 작용하는 국면에 들어가자, 거대 왕국 이집트도 흔들리고 만다. 용맹하기로 유명한 파라오들이 3대에 걸쳐 바다 사람들의 공격을 힘겹게 막아냈지만, 결국 이로 인해서 이전 한랭기 동안 성장했던 육지 기반 이집트의 문명이 뿌리부터 약해졌다. 온난기가 정점을 찍을 무렵인 기원전 1070년, 이집트 신왕국 시대는 드디어 종말을 고하고 한동안 이리저리 외세에 점령을 당하는 제3중간기로 들어간다.

 

그보다 100년 전인 기원전 1170년 무렵에 이미 대제국 이집트가 흔들리는 조짐을 볼 수 있다. 앞서 나왔던 『웨나문 보고서』에서 카르나크 신전의 사제 웨나문은 목재를 구하기 위한 우여곡절의 항해 끝에 간신히 바빌로스에 도착, 그곳 왕을 예방하고 신용거래를 해줄 것을 요청한다. 황금을 바다 사람들에게 도난당해 지금은 없지만 일단 목재를 자기에게 주면 귀국하여 다른 사람에게 돈을 주어 보내겠다고 한 것이다. 하지만 바빌로스 왕은 일언지하에 거절한다. 결국 웨나문은 자신은 그곳에 남고, 부하를 다시 이집트로 보내 돈을 가져오게 한다. 예전 같으면 있을 수 없는 이 푸대접에 웨나문은 적잖이 분개했던 것 같다. 영토가 크고 국경이 확실한 육지 사람들의 대제국 이집트가, 새로 부상하고 있는 해상강국 페니키아의 멤버인 작은 도시국가 바빌로스에게 밀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인간의 희로애락이야 어찌되었든, 흔들림 없이 견고하게 돌아가는 기후변화의 수레바퀴, 온난기가 되면서 ‘바다 사람’이 우세하기 시작한다. 전 회차에서 말했듯이, 그리스와 페니키아가 단연 ‘투 탑’(two top)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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